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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옆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공장폐쇄 철회 구조조정 저지 한국GM 30만 일자리 지키기 결의대회’에 참석한 금속노조원들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조선DB

2000년 11월 대우차 부도도 날게 아니었다. "30만명의 밥줄이 달렸는데, 설마 산업은행이 부도 내겠냐?" 하며 구조조정 동의서를 단호히 거부한, 노조의 벼랑 끝 전술 내지 "설마주의"가 낸 초대형 사고다.
 
지금도 18년 전의 데자뷔다. 이러다 진짜 부도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GM이 한국GM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증거는 많다. 3월 8일 GM이 '한국GM에 빌려줬던 차입금(27억 달러·2조9천억 원)을 전액 출자전환하고, 제품 출시·생산에 필요한 신규투자 금액(28억 달러·3조 원) 중 GM의 몫(한국GM 중 GM 본사 지분은 76%)은 GM이 조달하며, 2개의 신차를 배정한다'는 등의 입장을 밝힌 것이 그 하나의 예다.
 
사실 GM의 한국 정부에 대한 요구는 매우 온건한 것이다.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한국GM이 한국에서 떨어뜨리는 부가가치는 매출의 최소 60~70%는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GM 인건비 1조4000억 원 외에 재료비(부품비) 등에 숨어 있는 부가가치를 감안하면 결코 과도한 추산이 아니다. 경제정의를 접어두고, 단순 계산만 하면 GM에 5000억 원을 출자해 매년 6조~7조 원의 부가가치를 한국에 떨어뜨리게 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너무나 수지맞는 장사다.
 
현재의 한국GM은 GM입장에서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임은 분명하다. 노조와 정부가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GM은 철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GM이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게도 GM을 내쫓는 것이다. 제조업 외국 자본의 간판인 GM이 철수한다는 것은 외국 자본이 견디다 못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더 이상 사업(투자와 고용)할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얘기다. 이는 현대·기아차에도 적용된다. 물론 현대·기아차야 한국을 떠나지는 못하겠지만 투자와 고용 의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나라를 청년에게 기회와 희망이 너무나 적은 '헬조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GM군산공장 사태의 본질이 한국GM의 위기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국GM의 위기가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자동차 산업의 위기이자, 한국의 명줄인 주력 산업의 위기이자, '87년체제'(철학, 가치, 정책, 정치 리더십)가 통할하는 한국 경제와 사회의 총체적 파탄 징후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 미증유의 위기를 탈피하는 것은 87년체제가 통할해온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혁신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몇 년 후 군산공장 사태가 창원과 부평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혁신하면 살길이 왜 없겠는가.
 
벼랑 끝 전술도 서로 입을 데미지를 보고 써야 한다. GM은 손해 몇 조 더 보는 것인데, 한국GM 이해관계자들은 그냥 죽음이다. 하기사 2000년에도 부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만. 공장있고, 설비있고, 노동력 있는데 차 생산해서 팔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수준의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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