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다 단숨에 제동이 걸렸다. SPC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배제됐다. 잠정 보류가 아니라 영구 제명이다. 성과를 인정받으며 한때 그룹 승계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그다. 이유는 극명하다. 마약 흡연과 운반 혐의. 여성과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라 파장이 더 크다.
마약 흡연 및 밀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희수 spc 전 부회장.
하루 한 번쯤은 본다. 파리바게뜨, 카페 파스쿠치,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모두 SPC 브랜드다. 그 외 20여 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의 허희수 (전) 부사장이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곧 재판에 넘겨진다.

지난 8월 6일 서울동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윤상호)는 허 전 부사장이 액상대마를 흡연한 증거를 포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동시에 대만 등을 통해 대마를 몰래 들여온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액상대마를 들여오게 된 경위와 공범을 추가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액상대마는 일반대마보다 농도가 세다. 검찰 관계자는 “대마초를 원료로 추출한 원액을 액체 형태로 만든 것으로, 농도가 일반 대마초(2~10%)보다 훨씬 높다(45~48%)”면서 “때문에 액상대마 흡연은 죄질이 더 나쁘다”고 설명했다.
 

허희수 부사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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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2일 ‘쉐이크쉑(shake shack)’ 1호점 개점 당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허희수 전 부회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랜디 가루티 쉐이크쉑 CEO, 마이클 칵 쉐이크쉑 글로벌사업 부사장 등이 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1978년생인 그는 허영인 SPC 회장의 차남이다. 할아버지는 고(故)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 위로는 연년생 형이 있다. 형인 허진수 부사장은 연세대와 미국제빵학교(AIB)를 마치고 지난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했다. 2011년 SPC그룹 전략기획실 전략기획부문장을 거쳐 2015년 부사장에 오르며 SPC그룹에서 제과제빵 연구개발(R&D)과 파리바게뜨 등의 해외 진출을 담당해왔다.

허희수 전 부사장은 호주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형보다 2년여 늦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했다.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과 BR코리아 전무,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그간 큰 대외 활동이 없던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지난 2016년. 일명 ‘쉑섹대란’으로 잘 알려진 미국 뉴욕 유명 버거 체인점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오면서다. 이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그는 대니 마이어 회장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고 한다. 노력에 감탄한 쉐이크쉑은 SPC를 한국 진출 파트너사로 결정했고, 그 결과 강남 1호점은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많이 나오는 매장’이 되며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전무였던 그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배경이다.

슬하엔 1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는 애경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안모(32) 씨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제주항공 기내식에 SPC 브랜드가 협업할 당시 ‘사돈경영’ 얘기가 나온 이유다.

한편, 허영인 회장 일가는 모두 재벌가와 혼맥을 구축하고 있다. 허 회장의 부인 이미향 씨는 고(故)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이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막내 고모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은 2008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막내아들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의 장녀 박효원 씨와 결혼했다.
 

경영 완전 배제, 보유 지분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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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는 이번 사건 직후 즉각 사과문을 통해 “허 부사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했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이 같은 강경한 조치에는 허영인 회장의 결단이 주효했다.

허희수 전 부사장은 한때 유력한 승계자로 지목됐었다. 허영인 회장은 두 아들을 모두 경영 일선에 두고 승계를 고민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형제가 계열사를 나눠 경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SPC그룹은 그룹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보여왔다”면서 “또한 SPC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갖고 있지 않은데다 형제가 그룹 내 보유한 지분이 비슷해 ‘형제의 난’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둘의 지분 구조는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허진수 부사장과 허희수 전 부사장은 각각 20.2%, 12.7%의 파리크라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의 지주회사 격으로 SPC삼립, SPC캐피탈, 샤니, 설목장, 그릭슈바인, SPC클라우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중 SPC삼립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지분율 40.66%)이고, 허진수 부사장의 지분율은 11.47%, 허희수 전 부사장은 11.44%다.

‘경영권 영구 배제’라고 했지만, 허 전 부사장이 그룹의 지분을 처분할지는 미지수다. 현주엽 SPC 홍보부장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그룹 입장에서 경영 영구 배제라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고, 허 전 부사장은 퇴사한 상태”라면서 “하지만 향후 지분과 관련해서는 들은 바가 없어 뭐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간 몇몇 재벌 2, 3세들은 마약 스캔들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경영권에 복귀했었다. 그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이 또한 미지수다. 현 부장은 “워낙 미증유의 사건이라 입장문 내용 이외는 뭐라 밝힐 바가 없다”면서 “현재 홍보 차원에서 다른 의견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 재벌가 마약스캔들

영화는 허구다. 그렇다고 완전 없는 얘기는 아니다. 대부분 ‘있음직한’ 얘기들을 한다. 단골 소재인 재벌 2, 3세의 마약 스캔들. 이는 비단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베테랑>(2015) 개봉 후에는 ‘조태오(유아인)’가 ○○그룹의 누구를 모티프로 했다더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기도 했다.
 

H그룹 회장 차남 K씨, 대마초 
1985년생인 그는 지난 2014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약물치료 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다. 2010~12년 주한미군 사병이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한 대마초 가운데 일부를 지인에게 건네받아 네 차례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K씨는 그 밖에도 2007년 유흥업소 종업원과 시비를 벌이기도 했으며, 2011년에는 뺑소니 사고를 내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현재는 그룹 내 복귀해 경영수업 중이다.

L그룹 계열사 장남 S씨, 코카인과 대마초
L그룹 전 총괄회장 S의 조카이자 L그룹 계열사 P회장의 장남인 S씨는 1997년 코카인을 복용하고 대마초를 흡입하다 붙잡혀 마약법 및 대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2005년 태국 방콕의 한 아파트에서 실족사했다.

H그룹 3세 J씨, 대마초
당시 28세이던 H家 3세 J씨는 대마초를 수차례 흡입한 혐의로 지난 2013년 구속됐다. J씨는 범 H그룹인 S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해당 그룹의 대주주(50%)다. 검찰에 따르면 J씨는 지난 2012년 9월 경기 오산시 미군 공군기지 소속 주한미군 군인이 군사우편을 통해 특송화물로 밀반입한 대마초를 브로커로부터 건네받아 수차례 흡입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주한미군 군인 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 대마초 944g을 들여온 경로를 확인하다 이 같은 혐의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H그룹 방계 여성도 있어
재벌가 자제 마약 스캔들에는 여성도 있다. 현재 작고한 H그룹 명예회장의 8남이면서 H그룹의 한 계열사 J회장의 장녀 J씨 역시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J씨는 20세. 그는 지난 2012년 8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 인근에서 한 남성과 만나 차량에서 대마초를 피웠다. J씨는 당시 혐의를 부인하며 며칠 뒤 국외로 출국했지만 보름이 지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 직후 J씨의 머리카락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물 분석 감정을 의뢰한 결과 대마초 양성반응이 나왔다.

부유층 자녀들 대마파티에도 연루
H그룹 자녀 중 하나는 지난 2009년 부유층 자녀들의 대마파티에도 연루돼 파문이 일었다. 장본인은 H그룹 2세인 J회장의 장남.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대마 1g을 종이에 말아 대마초를 만들어 흡입한 혐의를 받았다. 미국의 모 고교 동문 선후배 관계로 모두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들은 한국에 왔을 때 이태원 클럽 등지에서 함께 어울렸던 동년배의 제보로 범행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당시 20살이던 J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명 출판사 대표 아들도
유명 출판사 H대표의 아들 W씨도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로 지난 2013년 적발돼 인천지검으로부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33살이었는데, 검찰 수사 대상에는 이들 외에도 재벌가 자녀와 유학생 등 부유층 자녀 10명 정도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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