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부터 ‘투 잡’을 꿈꿨다는 이 여자, 치과의사에 번역가, 폴댄스 전문가에 두 아들의 엄마 역할까지 사실상 ‘포 잡’을 뛰고 있는 중이다. 너무나 치열했던 20대와 30대를 지나 40대는 조금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는 ‘춤추는 치과의사’ 오현진 씨를 만났다
폴(수직기둥)에 다리를 걸고 수차례 회전하다 다리를 높이 띄워 180도의 완벽한 직선을 만든다. 도대체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을 주고 있는 건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폴댄스는 각도와 밸런스를 찾아내는 운동이에요. 체조와 춤의 결합이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굉장히 커요. 분명 춤인데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죠.”
 
폴댄스 전문 강사로 폴댄스 협회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 폴댄스 교본을 펴내기도 한 오현진 씨(41)를 만났다. 올해로 치과의사 경력 13년, 번역 경력 9년, 폴댄스를 시작한 지는 5년 됐다. 정신과 전문의인 남편과의 사이에 14살과 10살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한 가지 일만 잘해내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네 가지 역할을 소화하고 있을까.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폴댄스 협회 겸 학원인 ‘폴핏코리아’를 찾았다.
 
 
오랜 시간 치과의사로 일하다 폴댄스 강사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폴댄스에는 어떤 매력이 있던가요? 어릴 때부터 춤을 좋아해서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에 에어로빅, 벨리댄스까지 정말 다양한 춤을 춰봤어요. 폴댄스는 다른 춤에 비해 체조에 가까워요. 운동 효과가 크기 때문에 몸을 빨리 변화시키고 내 몸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죠. 그리고 폴만 있으면 돼요.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
 
폴댄스는 마찰 때문에 노출이 많은 옷을 입어야 하고 또 클럽의 스트립쇼를 연상시키기도 하니 선입견을 갖는 분들도 여전히 있을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 본인 스스로 꺼려졌다거나 주변에서 말리지는 않았나요? 우선 저는 무언가를 정형화하거나 고정관념을 갖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하게 살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저 스스로 너무나 재밌었기 때문에 꺼려지는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물론 병원을 접고 폴댄스를 하겠다니까 주변에서 그러는 분들은 있었죠. 미쳤다고요.(웃음) 친정 부모님 같은 경우는 제가 무언가를 좋아하면 밀어붙인다는 걸 아시니까 뭘 해도 터치를 안 하시고요. 시부모님은 재주도 많다고 하세요.(웃음)
 
남편이 함께 텔레비전에 출연해 응원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 반대하기는 했었어요. 병원을 하면서 학원을 오픈했고, 또 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골병 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죠. 그런데 제가 열정을 보이는 모습, 또 저한테 배우러 멀리서 오는 사람들의 열정, 그리고 그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폴댄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요? 제일 기본적인 것은 뚱녀에서 몸짱으로 거듭나는 거죠. 매사에 자신감이 있어지고 사람 자체가 밝게 변해요.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기 너무 좋죠. 평생 운동을 안 하고 살다가 폴댄스에 중독되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끼리는 중독자들이라고도 하죠.(웃음) 어제 그 동작이 왜 잘 안 됐을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계속 생각하게 되거든요.
 
협회 설립에 최초의 교본 출간까지, 어떤 일을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저에게 배우러 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어깨가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을 정리하고 2년 동안은 폴댄스에만 올인했어요. 신흥 운동이다 보니 저급한 춤이 아니고 스포츠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 방송에도 출연하고 여러 홍보활동도 많이 했죠. 또 동작 이름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 수업 효율성이 떨어져서 용어를 정립할 필요도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프로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2년간 원 없이 열심히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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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검진 일도 다시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번역 일까지 하고 있으니, 한 가지 일로도 벅찬 저는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네요.(웃음)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론 저도 다른 사람이 한 가지를 100% 해내는 것처럼 세 가지 일 전부를 100%씩 하지는 못해요. 저 같은 경우는 원래 대학 다닐 때부터 ‘투 잡’을 갖는 게 목표였거든요. 하나의 직업에 목숨 거는 게 왠지 불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치과의사 하다가 목 디스크가 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감사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영어 공부를 시켜주셔서 영어가 늘 쉬운 과목이었어요. 치의학 분야를 잘 아는 전문 번역가가 없으니까 경쟁자가 없어 좋죠. 그리고 진료만 하다 보면 도태되는 느낌도 들거든요. 최신 박사논문을 접하니 공부도 되고 좋아요. 폴댄스 같은 경우는 취미생활로 생각했던 건데 직업이 되었으니 인생이라는 것이 참 모를 일이죠.(웃음)
 
특별한 시간 관리법이 있나요? 20대, 30대에는 잠을 희생한 적이 많았어요. 진료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애들 재우고 나서 새벽 1시부터 폴 연습을 시작하곤 했죠. 번역 같은 경우는 지하철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확 집중해서 끝내버리고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20대, 30대에는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지만 40대에 들어서니 조금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아이들만 아니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웃음) 다른 일들은 조정이 가능하거든요. 9시부터 6시까지 일해야 하는 게 아니고, 또 내가 언제쯤 쉴 수 있을까 이제나저제나 하는 기약 없는 생활도 아니기 때문에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니까요. 오늘도 오전에 진료하고 저녁에 수업 한 타임 하면 끝인 건데, 큰애는 학교 버스 놓쳤다고 전화하고 둘째는 장수풍뎅이를 받아 왔는데 성충이 됐으니 빨리 집을 사서 옮겨줘야 한다고 전화하고.(웃음) 바쁘게 뛰어다녔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새로운 걸 시작하면 또 초보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열심히 할까 봐 그러지 않으려 하는 편이에요. 지금 리듬체조를 배우고 있긴 한데,(웃음) 이건 폴댄스를 더 잘하기 위한 거고요. 사실 춤을 배우면서 집 한 채는 날린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배우다 보니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개인 레슨을 받아야 했고, 운동복도 사고 그래야 했으니까요. 이제는 돈을 좀 벌고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그냥 소박해요. 20대, 30대에 너무 열심히 해서인지 뭔가 새롭게 이루고 싶은 게 없어요. 지금처럼 너무 치열하지 않게 즐기면서 사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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