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RBW
아침에 눈을 뜬 화사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장국영의 영화를 보는 것이다. 화사는 장국영을 ‘이상형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장국영이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로 등장한 영화 〈아비정전〉이 그 계기다. 1995년생인 화사가 태어나기도 전인 1990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보여준 장국영의 눈빛은 그를 사로잡았다. 영화 속에서 아비는 말한다.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에 꼭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매일 아침 이 장면을 보고 일어나는 화사는, 마치 발 없는 새처럼 세상을 날아다닌다. 무대 위에서든 아래에서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나 혼자 산다〉에서 곱창을 ‘혼밥’한 이후로 전국에 곱창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는 비단 그가 곱창을 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대낮에 혼자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도장을 깨듯 곱창구이와 곱창전골, 된장찌개와 볶음밥을 먹었다. 느끼한 구이의 맛을 전골의 얼큰함으로 잠재운 뒤 볶음밥과 찌개로 마무리한 것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른 연예인은 보통 아침에 요가나 필라테스를 한 뒤 샐러드 반 접시나 요구르트 한 개 정도를 먹는다. 화사는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본 뒤, 파자마 차림으로 옥상에 가서 이불을 털고 멜빵바지를 입고 나가 곱창을 먹었다. 좋아하는 음식은 “(동물의) 장기 쪽”이라며 ‘장밍아웃’을 하기도 했다.


개인 브랜드 평판 1위


이 방송 후 화사는 여자친구 신비, AOA 설현을 제치고 6월 걸그룹 개인 브랜드 평판 1위에 올랐다. 보통의 걸그룹은 비현실적인 열량을 섭취하고 앙증맞은 무대를 선보인다. 화사와 마마무는 다르다. 이들은 현실적인 칼로리를 섭취하고, 모이면 담요를 펴고 화투놀이를 한다. 굴욕적인 연애담도 공유한다. 친한 동네 친구들 같다.

실제로 화사와 휘인은 중학교 때부터 함께 꿈을 키운 십년지기다.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중학교 때 화사가 휘인의 책상 앞에 서더니 “너 나랑 친구 할래?”라고 물었고 이후로 단짝이 되었다고 한다. 서로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 화사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휘인이 우는 그런 사이다. 마마무의 매력을 말할 때 ‘비글미’가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활발하기로 유명한 견종인 비글처럼 모든 멤버가 에너지가 넘친다. ‘현실 친구’인 이들은 무대에 오르면 비현실적으로 변한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자신감 있는 여자 말하자면 느낌 있는 여자, 자신 있으면 나를 따라 해도 돼, 뒤따라 와 뒤따라 와 Follow me.”

지난해 발표한 마마무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의 도입부다. 이 가사는 마마무 멤버들이 직접 썼다. 이들은 기존의 걸그룹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상에 올랐다. 2014년 RBW 엔터테인먼트에서 4인조로 데뷔했다. 서울에 올라와 함께 오디션을 본 화사와 휘인이 먼저 캐스팅됐고, 이후 문별, 솔라가 합류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옥탑방을 얻어 3년간 함께 생활했다.


당시 소속사 대표는 ‘화사와 휘인의 색깔이 마마무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화사의 본명은 ‘안혜진’, 전주 출신인 그가 연습생을 거쳐 데뷔했을 때 그의 집 마당에는 아버지가 손수 만든 ‘축! 안찬엽 막내 혜진 마마무 걸그룹 입단’ 현수막이 나부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이국적인 외모, 리애나를 연상시키는 가창력과 그루브 때문에 화사를 ‘전라북도 뉴욕시’ 출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마무’라는 이름은 즉흥적으로 지어졌다. 아기 옹알이처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소리를 담았다. 이들의 노래도 그렇다. 2015년 본격적으로 마마무 열풍을 일으킨 노래의 제목은 ‘음오아예’다. 데뷔부터 작곡과 작사, 안무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들은 ‘걸그룹 전쟁터’에서 아티스트로 살아남았다. 짜인 칼군무가 아닌, 무대마다 다른 퍼포먼스를 넣었다.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팬 카페 무무의 회원 수는 3만 명을 기록한 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들은 ‘마마무 덕후’를 자처하는데, 팬들 스스로 덕후 테스트를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멤버들의 개인 영상, 주특기, 말버릇 등을 모았다. 그중 화사의 덕후들은 그의 ‘걸크러시’에 매료됐다. 독보적인 음색으로 노래, 랩, 퍼포먼스를 당당하게 소화해내서다. 흔하지 않은 그의 외모도 한몫한다. 화사의 눈은 ‘삼백안’인데, 눈동자의 위, 아래, 양옆에 모두 흰자위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화사는 자신의 음색이 “어떤 노래를 불러도 끈적해져서 고민”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주변인들은 “그건 아마 화사의 눈빛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은 ‘화사앓이’ 중


화사는 천의 얼굴을 지닌 가수다. 마마무가 데뷔하고 첫 단독 공연 때부터 마마무 라이브밴드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베이시스트 최훈 씨의 말이다.

“세션 연주자로서 수많은 여자 가수들을 봐왔지만 (화사는) 그 연령대에 보기 드문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녔습니다. 십수 개의 얼굴을 가진 가수라고 할까요? 작은 체구로 누구보다 차분하고 겸손하게 리허설을 마친 후 분장실로 돌아가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돌변합니다. 무대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대단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요즘 인기가 엄청난데도 한결같이 겸손한 것도 화사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존재감을 갖고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은 타인의 시선에 무심하다. 그가 출연한 〈나 혼자 산다〉가 10.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사앓이’를 일으키고 ‘리얼 프로그램이란 이런 것’이라는 찬사를 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긴 머리카락을 상투처럼 틀어 올리고, 코를 후비다가 긴 손톱에 찔려 피가 나는가 하면, 선풍기 바람을 쐬다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눕는 모습은 그의 집에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시청자들은 ‘아침에 일어난 내 모습을 찍은 줄 알았다’며 연신 호감을 표시했다. 살아온 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 그는, 실제 생활을 들키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아티스트로서도 그렇다. 마마무 멤버 중에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화사는 아직 “마마무로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이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걸그룹이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에는 일종의 공식이 있다. 먼저 연습생 시절부터 ‘예쁜 멤버’를 부각하며 데뷔를 알린다. 데뷔 후에는 ‘훅송(hook song)’으로 귀에 익은 멜로디를 퍼뜨리고, 각 멤버가 칼군무에 맞춰 혼신을 다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어필한다. 이 중 센터를 맡은 멤버가 예능이나 드라마 등에 출연해 영향력을 높여 그룹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마마무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같은 효과를 냈다. 훅송보다 더 강렬한 레트로 곡으로 ‘믿고 듣는’ 마마무라는 존재감을 알렸다. 마마무에는 센터의 개념이 없다. 각자가 주인공이다.

지난 7월 1일, 마마무는 컴백 소식을 알렸다. SNS에 4인 4색의 신곡 콘셉트를 발표했는데 그중 화사는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붉은 드레스에 붉은 입술, 붉은 장미꽃을 꽂은 화사는 맨발로 모래밭에 섰다. 이들은 ‘장마’를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는데 지니뮤직, 벅스, 엠넷, 올레뮤직, 몽키3 등 주요 음원차트 5곳에서 1위를 기록했다. ‘믿듣맘무’의 계절이 다시 ‘화사하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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