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대뜸 이혼하잔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릴없이 소송 중이다. 당연히 사이는 데면데면하다.
주말 아침, 별말 없이 밥을 챙겨 먹고 나간 남편. 혼자 집에 있는데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너희 남편 지금 결혼식 하고 있어.” 믿기 힘들지만 최근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사진은 실제 사건과 관련이 없음.
지난 6월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목격담’ 하나가 올라왔다. 여러 장의 사진도 함께였다. 사진에는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커플과 한 여성이 있었다. 여성은 갑자기 커플에게 달려가 결혼식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식장은 쑥대밭이 됐고, 경찰까지 출동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모습이다.
 

내 시어머니가 왜 혼주석에?
 
사연은 이렇다. 식을 제지한 여성은 대구에 거주하는 A씨(33). 그는 12년 전, 21살 나이에 남편 B씨를 만났다. 가진 건 없었지만 언제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B씨 모습에 A씨는 마음을 열었고, 6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혼인신고도 마친 정식 부부가 됐다.
 
A씨는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남편은 딩크족을 고집했다고 한다. 아이에게 얽매이는 삶은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남편과 둘만의 오붓한 삶도 괜찮다고 여기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6년여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퇴근 후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A씨가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지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남편 B씨가 짧게 “이혼하자”고 했다. 남편은 이어 “만나는 여자가 있고, 임신까지 했으니 우리는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은 A씨.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참담한 시간을 보내던 A씨. 결국 상간녀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소송을 진행 중이던 어느 날, 한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네 남편이 결혼식을 한다고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방금까지 집에 같이 있던 남편이다. 반신반의하며 예식장을 찾아간 A씨는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턱시도를 차려입은 남편 그리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낯선 여자가 단상에서 화촉을 밝히고 있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환하게 웃으며 결혼식을 보고 있는 시댁 식구들의 모습이었다. 자신을 누구보다 예뻐하던 시부모였다.
 

간통죄 부활요청 청원까지
 
A씨는 참아오던 울분이 폭발하면서 단상으로 뛰어 올라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 부 어머니에게 달려가 신랑이 자신의 남편이고 유부남이라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도 남편과 새 신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고. A씨는 결국 식장 관계자에게 끌려 내려오고 말았다. 시댁 식구들도 그를 끌어내리는 데 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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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결혼식을 본 A씨가 단상으로 뛰어가고 있다. (유투브 캡처)

한바탕 난동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A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경찰은 “우리도 입장이 난처하다”면서 식장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고.
 
목격담은 여기서 끝이다. 이 글은 삽시간에 퍼져 나가 온갖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사람들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일제히 공분했다. 글의 파장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까지 미쳤다. ‘간통죄’를 부활시켜달라는 취지의 글이다. 지난 6월 15일 올라온 “‘대구상간녀’ 기사 보셨나요? 간통죄 부활 고려해주세요”라는 청원은 6월 19일 기준, 총 755명이 참여한 상태다.
 
사건 당사자인 A씨는 해당 글이 올라오고 1주 뒤인 6월 중순, 제삼자를 통해 근황을 알려왔다. 남편 B씨가 이후 짐을 싸서 아예 ‘가출’해버렸다고.
 
한편 일각에선 해당 글에 대한 섣부른 평가를 경계하기도 했다. 남편 측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는 것. 현재까지 남편 측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손해배상은 3000만원까지, 사적 보복은 삼가야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간통은 더 이상 죄가 아니다. 적어도 형법상은 그렇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가능하다. 배우자의 외도로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배우자는 물론 상간자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위자료 액수는 인당 1000만~1500만원이 보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우자와 상간자 모두에게 소송을 내도 배상액 합계는 3000만원 정도다. 이 수준에서 폭행 등 피해 배우자를 상대로 한 다른 불법행위가 있으면 소폭 늘기도 한다.
 
이때 모든 건 법대로 처리하는 게 좋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사적 보복은 참아야 한다. 간통 피해자였다가 되레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바람피운 남편에게 복수하는 방법 없을까’ ‘상간녀가 더 이상 사회생활을 못 하게 하고 싶다’ 등의 글을 볼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사적 보복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어느 주부는 남편이 집을 나간 뒤 한 이혼녀와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둘의 불륜 사실을 전단지로 찍어 이혼녀의 동네에 뿌렸다. 이에 이혼녀는 즉각 이 주부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고, 이 주부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남편이 회사 후배와 외도하는 사진을 남편 직장동료 등 27명에게 이메일로 뿌린 한 여성은 상간녀 후배에게 손해배상으로 5000만원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700만원만 인정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이 여성이 후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00만원을 거꾸로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가정법률상담소의 한 관계자는 “간통죄 폐지 이후 내 남편과 상간녀의 불륜 사실을 상간녀 남편에게 낱낱이 밝히는 것도 명예훼손이 되느냐와 같은 질문이 부쩍 늘었다”면서 “법 테두리에서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스스로라도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이 전문가는 “실제로 법원은 간통죄 폐지 전부터 사적 보복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면서 “이는 권리를 지키거나 억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일지라도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력구제를 엄격히 금하는 ‘자력구제금지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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