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작 안 했을까 싶을 정도다. 그만큼 잘 어울린다. 박칼린이 뮤지컬 <시카고>의 ‘벨마 켈리’로 돌아왔다. 얼굴 살은 쏙 빠졌지만 열정은 그대로였다.

인터뷰 김성경 헤어·메이크업 누에베 데 훌리오(배승진·김정원(02-515-5888))
# 무대에서 살고, 죽는다
 
무대가 선물한 최고의 환락. 1920년대 욕망이 들끓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시카고>의 한 줄 평이다. 살인, 부패, 폭력, 착취, 간통을 저지른 여성이 관능적으로 그려지는데, ‘범죄자’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적어도 이 객석에서만큼은 무죄다. 장장 20년간 <시카고>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박칼린이 이번엔 배우로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이 더 특별한 이유다. 박칼린은 “나에게 감독은 ‘일’이고, 배우는 (하던 일이 아니니까)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며 웃었다.
 
 
살이 빠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얼굴만 빠지고 체중은 그대로예요.

연습은 하루 몇 시간이나 하나요? 8시간이요. 10 to 6. 잠을 많이 안 자는 편이에요. 바쁘면 2시간 자고요. 조금 나으면 4시간. 평소 4시간 정도 자요.

체력이 되나 봅니다. 황소 DNA를 주셨는지 우리 집안사람들이 다 그래요.(웃음)

영화에서는 캐서린 제타존스가 연기했죠. 벨마 켈리는 강하면서도 여성적인 매력이 있고, 인간적인 면도 있는 캐릭터인데요.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시나요? <시카고>는 원체 잘 짜인 작품이거든요. 거기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이 했다고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될 수 없죠. 작곡가와 작가들이 굉장히 짜임새 있게 만든 작품이고, 그 작품에 완전 들어가야 해요. 안 그러면 딴 게 돼버리니까요. 대본에 충실하려고 하고 있어요. 1970년대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깐 스타일이 독특해요. 1970년에서 해석하는 1920년대 스타일의 음악과 특유의 안무와 미세한 섹시함과 별것 안 하는데도 무대에서는 엄청 크게 느껴지는 윙크 하나 어깨 하나 무릎 하나 손동작 하나하나가요. 까불면 안 되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시카고> 특유의 뮤지컬 스타일인 거죠.

배우로 참가했지만 ‘내가 감독이라면 이 장면은 이렇게 하지 않을 텐데…’ 그런 거 없어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죽도 밥도 안 돼요. 배우는 그냥 배우에 충실해야 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죠. 음악감독이다, 연출이다 하면 그것만 해야지 ‘나 같으면 이렇게 할래’ 이러면 작품 망가져요. 칸을 딱 나눠서 그것만 해야 하는 거예요. 제가 칸 나누는 거 하나는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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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능력인데요. 그간 해오던 커리어를 잊고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쉽지 않은데요,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연출 때 배우가 대들거나 다른 스태프들이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내기 시작할 때 ‘하~’ 이럴 때가 있거든요. 작가도 얼마나 생각해서 그걸 써냈겠어요. 작곡가도 나름대로 자기 길을 걸어와서 생각한 건데 옆에서 보다가 “이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이렇게 짧게 생각하고 말하는 걸 반대편에서 많이 겪었어요. ‘진짜 생각들 짧구나.’ 배우일 때는 입 다물고 있는 게 가장 좋아요. 30년 넘게 한 명작이고 이미 갖춰진 작품인데 그걸 함부로 쉽게 말하면 안 되죠. 

감독이나 연출가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네요. 그건 편해요. 지금 내가 이해를 못 해도 하다 보면 이해되거든요. 입에 테이프 딱 붙이고 흡수만 해도 충분해요.

감독이 박칼린 씨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요.(웃음) 그런 건 있을 거예요. 음악감독은 그럴 거고요.(웃음) 제가 원래 이 작품의 대본을 번역한 사람이고, 18년간 이 음악을 지휘했고, 큐나 뭐나 몸에 배어 있을 거잖아요. 불쑥 단어가 튀어나오는데 해놓고도 ‘나 배우지, 참. 이게 내 역할이 아니지.’ 해석이 잘못되면 ‘아, 그거…’ 하다가도 홀딩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몸에서 반응하니까요. 제가 머리가 좀 늦어요. ‘그게 아니고 오른쪽 페이지 두 번째 단의…’ ‘아! 내가 할 얘기가 아니었지’ 하면서 엄청 자제하고 있어요.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가 그냥 몸이 반응하는 거예요.

노래를 잘했다면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가수나 뮤지컬 배우를 보면 부러워요. 다 그렇죠. 연기하는 사람은 꼭 노래하고 싶어 하고, 노래하는 사람은 춤추고 싶어 하고, 춤추는 사람은 노래나 연기하고 싶어 하고, 그런 게 있어요.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겠죠. 연기는 한두 번 해봤는데 불가능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뮤지컬 무대는 완전 불가능하거든요. 노래를 조금 못해도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있어요. 그래서 연기파를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느끼는 뮤지컬의 매력은 뭔가요? 깊게 어떤 작품을 하나 하면 빠져나오기 힘든 게 있어요.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올인을 해야 하거든요. 두세 시간 동안 춤추랴 노래하랴 연기하랴, 감정이 극대화된 장르잖아요. 참 특이해요. 한번 맛보면 많이들 남아서 하더라고요.

방송이야 녹화하고 실수하면 편집이라는 과정이 있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100% 라이브잖아요. 대단한 집중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일단 저는 녹화, 녹음이 안 맞아요. 20~30년 전에 음반계로 가려고도 했는데 안 맞더라고요. ‘녹음해놓고 수정하고 고쳐서 완벽하게 만들어서 내놓는다?’ 일단 관객이 없잖아요. 방송도 생방송 아니면 재미가 없어요. 생방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녹화하고 편집하는 건 말이 잘 안 나와요. 저하고 안 맞는 거죠. 라이브는 두세 시간 누가 옆에 와서 바늘을 찔러도 움직이지 않는 집중력이랄까요. 천둥 번개 쳐도 안 놀라고 배우들이 투턴 도는 그런 집중력이 있어요. 안 해보면 못 느끼거든요. 미안한 얘기지만 가족이 상을 당해도 우리는 무대에 서거든요. 그것만큼 따라오는 에너지는 드문 것 같아요. 그 순간만큼은 꽉 차 있는 에너지라 아무도 못 건드리죠.

관객들 수준도 많이 높아졌죠? 숫자도 늘고. ‘늘어만’ 났습니다.

수준은 여전히 아직인가요? 관객들은 작품에 박수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배우에게 치는 거죠.

1990년대 후반부터 공연을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답이 안 나오네요. 그렇게 느껴질 수는 있는데요. 이를테면 케이팝은 완전 다른 세상이잖아요. 다른 나라에 없는 현상이에요. 과도기인 것 같아요. 한 40~50년 지나야 하나의 문화와 그 나라 교육으로 자리 잡을 것 같아요. 공연 문화라는 게 그렇잖아요. 어릴 때 좋은 작품 접하면 그게 평생 기억으로 남기도 하죠. 셰익스피어가 셰익스피어인 이유가 굳이 가르침이 있어서가 아니라 명작이 많고, 그걸로 존재하고 살아남는 거잖아요. 명작에 대한 진지한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한 사람의 명인만 있다 보니까 ‘명작’이 없어지는 거예요. 한 스타덤에 대한 팬덤밖에 없는 거죠. 특이한 현상이에요. 이런 과도기를 거쳐서 풀리면 다행인데 도달해야 할 목표는 여기가 아니니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달해야 할 목표는 어디일까요? 어떤 무대가 있기 위해서, 사실 1인극이라 해도 그걸 하기 위해선 최소 7명이 움직이거든요. 작가, 연출, 의상, 분장, 조명, 기획, 홍보… 최소 몇 명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배우 한 명만 빛을 받는 거죠. 나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는 거예요, 관객이. 그 사람이 거기 서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어요. 그걸 봐야죠. 제가 기다리는 건 그거예요. 
 
 
# 알고 보면 천생 여자
 
인터뷰 시작 전 “센 여자 둘을 붙여놓은 것 같다”고 하자 박칼린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남자의 자격>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뇌리에 진하게 남아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그 모습이 ‘가짜’는 아니다. 일할 땐 여전히 그렇다. 집에서는? 천생 여자다.
 
연극하는 분들이나 무대에 서는 분들은 이른바 오라(auro)가 있잖아요. 일상생활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들이고, 평범하게 살기에는 에너지가 넘치고요. 그런 점에서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애로가 있을 것 같아요. 평소에도 그런 캐릭터라 라이브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발랄한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저는 은둔자에 속해요. 공연하고 일할 때 몇 천 명 관객을 매일 만나고, 집에 가면 ‘나 건드리지 마’ 모드가 돼요. 그래서 산속에 살아요. 버스 택시 못 들어오고 아무도 못 찾아오는 동네에 살아요. 두 달 동안 작품 없으면 집에서도 안 나와요.

어디 사시나요? 청계산 너머. 서울에서 가까워요.

집에 있을 땐 뭐하고 지내나요? 요리해요.

잘하시나요? 잘한다기보다는 좋아해요. 김치도 담그니까요.

어머니가 잘하셨어요? 좋은 음식 먹는 걸 좋아하셨지, 요리는 못하셨어요. 아버지가 미식가였고, 딸들이 다들 요리를 잘해요.

저도 딸 셋에 막내인데, 엄마는 저를 낳고 또 딸이라고 엉엉 우셨다고 해요. ‘아들 부럽지 않은 딸로 자라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셨대요. 우리 집안은 그런 거 없었어요. 딸이건 아들이건, 엄마는 세상 모든 걸 보여주고 가르치고 싶어 하셨어요. 모든 걸 맛보고 만져보고 느끼면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주신 것 같아요. 인포메이션이 풍부했죠. 어쩔 땐 귀찮을 정도로 설명을 많이 하셨어요. 공연을 보기 전에는 충분히 설명해줬고요. 집안이 유럽과 아시아 쪽이다 보니(박칼린은 리투아니아 출신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산 사람들로서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이 속에서 딸 셋이 똑같이 발을 디딜 수 있도록 해줬지, 자매들 사이에서는 그런 거 없었어요. 이 세상과 우리. 이게 다였죠.
굉장히 행운이네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집안싸움이 왜 없었겠어요. 전 다시 살라고 해도 이 사람들과 살 거예요.(웃음) 많은 가르침을 주셨어요.

저희는 항상 ‘너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 시련을 주신 거다. 네가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지 못하면 다른 일을 할 수 없다’고 가르치셨어요. 딸들은 보통 엄마를 닮는다죠? 저는 달랐어요. 큰언니는 아버지를 닮았어요. 작은언니도 아버지 따라 스포츠를 했고요. 저만 독립해서 14살 때 음악 선생님이랑 살았으니까요. 근데 엄마는 나한테 집착을 했죠. 엄마도 음악을 하셨으니까. 저의 모든 걸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내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미국과 한국을 두 달, 2년, 3년을 오갔으니까요. ‘엄마 아버지, 가족, 그런 건 별로 없었어요. 지구상에 다섯 명이 공존하는, DNA가 섞여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었던 거죠. 서로 도와주고 내리사랑 받고 내리가르치고 그랬죠.

동서양의 차이인 것 같은데요. 서양식 교육은 개성을 존중하고 거기에 맞춰 계발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항상 공동체, 집단에서 튀지 않고 잘 적응하도록 교육했으니까요. 요즘은 우리나라도 바뀌고 있긴 하죠. ‘조금’이요, 많이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교육부 강연을 몇 번 하면서 느낀 게 이제야 초등학교에서 선택과목이란 게 생겼잖아요. 그거 없으면 다 똑같은 거 배우잖아요. 제발 똑같이 찍어내는 애들 만들지 말라고 해요. 각자 다른데…. 최고 바리스타를 하든 최고 구두닦이를 하던 뭔 상관이에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향해 달려가는 게 중요하죠.

백프로 공감해요. 그런데 학부모인 친구들은 “막상 이 커뮤니티 안에 있으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라고 하는데요. 핑계죠. 두려운 거예요. 저는 용납 못 해요. 컴플레인하지 말고 그 공동체에 있든지, 컴플레인할 것 같으면 공동체를 나오든지. 그 안에 있으면서 컴플레인하는 건 용납이 안 돼요.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어요. 다른 분들이 그렇게 느끼는 거죠. 저는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강한지 어떤지 몰라요. 딴 분들이 붙여주는 형용사죠. 집안이 가르친 대로 살아왔을 뿐이고, 말 잘 듣는 아이였고, 나쁜 일 안 저질렀고,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하고, 어떤 땐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남들과 똑같아요. 누구에 비해서 그럴 순 있겠지만 우리가 스스로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똑같이 바들바들 떨면서 작업해요.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고민도 하고요. 머리 엄청 써서 좋은 작품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요리 얘길 했는데, 어떤 음식 즐겨 드세요? 한 나라 음식을 하루에 한두 번 못 먹어요. 계속 바뀌어야 해요. 아침에 한식 먹었으면, 점심은 일식, 양식 아니면 중식, 이탤리언으로 해요. 나라를 바꿔가면서 먹어요.

열심히 요리해서 혼자 드시나요? 만들어서 90%는 남 주고 저는 집에서 혼자 가볍게 먹어요. 주로 스태프들과 배우들 나눠줘요. 음식을 먹고 싶어서라기보다 요리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요. 컵케이크 만들면 100개씩 만들어서 돌려요.

가끔 언제까지 (집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지, 생각하는데요. 어떠세요? 혼자 먹는 거 너무 좋아해요. 일할 때 몇 십 명  몇 백 명이랑 매일 같이 있잖아요. 매일 밤 관객은 1200명 씩 오고요. 집에서 혼자 먹는 게 최고 행복하죠. 혼자 밥 먹을 땐 안 건드리는 게 좋다는 걸 사람들은 알아요.

많은 사람과 부딪친다면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죠. 그런 강연을 할 때도 있어요. 하루에 혼자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요. 남 신경 안 쓰고 오롯이 진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내가 누구인지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때 혼자 창작을 하는 거죠. 혼자 있어야 크리에이티브한 걸 할 수 있어요. 사람들과 있으면 멍청하게 놀아야 해요.

혼자만의 세계가 강하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할 때 힘들지 않나요? 힘들지 않아요, 그건 일이니까. 일은 일대로 하고 아이디어 주고받고, 그건 다른 거죠. 사람들과 대화하는 건 너무 좋아해요.

지금 삶도 만족스러워 보이지만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 있잖아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그런 삶을 동경한 적은 없나요? 단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왜 결혼하냐’ 물어봐요. “선생님 청첩장이요” 하고 내밀면 “왜 결혼해?” 하면서 마지못해 “축하해” 해요. 한 번도 외로웠던 적이 없어서 안 찾는 거예요. 좋아하는 일 있고, 가족들 잘 있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고 이런 삶이 너무 좋아요. 외로워야 남자친구나 엄마가 있었으면 할 거 아니에요.

연애 생활은 어떤가요? 남들 보기에 일상적인 연애는 안 했고요, 몰래 숨어서 잘해왔어요. 아무도 몰라요. 정말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비밀로 하는 거예요.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데,(웃음) 작년 재작년 언저리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연애할 남자가 없지 않나요? 없어요. 별로 외롭지 않아서인지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요.

다른 분야 사람들도 만난 적이 있나요? 상대방도 그 정도로 자신 있지 않으면 저랑 못 있더라고요. 이 여자는 원래 바쁘니깐 한 달에 한 번 봐도 그냥 그런 거구나 하는, 혼자 생각 많고 매달리지 않는, 당당한 사람이 편해요. 자유로워야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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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경과 박칼린

이른바 ‘케미’가 맞아야 한다잖아요. 딴 거 필요 없어요. 케미가 있어야죠. 전 사실 남자한테 기대치가 없어요. 학벌, 돈, 배경, 생김새, 전혀 신경 안 써요. 왜냐면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까요. 딱 내가 원하는 정도로요. 빚 안 지고 살고 있고, 고양이랑 내 밥 먹을 수 있으면 괜찮아요. 빈 공간에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남이 꽉 차 있으면 부담스러워요. 비어 있는 사람이 좋아요. 동물적으로 맞아야겠죠. 그것 말고는 고려해본 적이 없어요.

가장 오래 한 연애는? 어릴 때 7~8년?

나이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절대적인 건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도 나만의 세계를 고집하게 되는 묘한 부조화를 겪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는 데 이론을 세우지는 않잖아요.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뒤늦게 내 스타일을 안 건데, 그전에 만난 사람들을 보니 ‘아! 내가 그렇게 만났구나. 조건이 없구나’ 싶은 거예요. 너무 순수하지 않아요, 내 방식이? 동물적이잖아요. 아무 조건 없이 필 꽂혀서 만나는 게 굉장히 아름다운 것 같아요.

헤어져서 아프고 힘들고 그런 적은 없나요? 한 번 정도. 어릴 때요. 미국에 있었고 그 친구는 멕시코에 있었어요. 기차 타고 오가는 낭만적인 만남을 이어갔죠. 장거리고 둘 다 글을 좋아해서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는데, 그걸 하나도 버리지 않았어요. (지금 봐도) 정말 시적이에요. “today, rain you” 끝. 이런 식이죠.(웃음) 서로의 글에 놀라 자빠지고 그랬어요.(웃음) 낭만적이죠.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중2 때였어요. 그렇게 20년을 지냈어요. 이후 그 친구에게 여자 친구가 생겨도 나와의 깊은 유대는 못 건드리는 거죠. 되게 아름다운 관계로 남아 있어요. 마음 아픈 적은 있었어도 나쁘게 헤어진 적은 없어요.

인생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I don't care 마인드죠.

몸매 관리 같은 것도 하시나요?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는데, <시카고>가 워낙 체력전이라 체력을 길러야겠더라고요. 몸 공부는 하고 있어요. 원래 운동을 좋아했고, 필라테스도 하고 있어요. 원래 좋아했고요.
무대를 보면서 ‘이걸 어떻게 매일 하지’ 싶어요. 러닝타임이 2~3시간이잖아요. 강철 체력이 필요하겠구나 싶고요. 더블 캐스팅된 최정원 씨는 진짜 대단해요. 지난번 공연 때는 원캐(혼자 캐스팅된 것)였잖아요. 헉헉거리면서 춤을 춰야 하니까요. 그걸 혼자 다했어요. 우린 그냥 모셔야 해요.(웃음)
 
 
뮤지컬 <시카고> 공연은 5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다. 박칼린은 더블 캐스팅된 최정원의 공연을 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박칼린의 벨마 켈리가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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