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ygones Day 116.8×80.3㎝ mixed media, swarovski crystals 2017
디지털 세상에서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지닌 아바타들이 존재합니다. 아바타로 수반된 가능성 덕분에 사람들은 디지털 경제의 세상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더 이상 완벽한 인간이 될 필요가 없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조혜윤 작가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과연 인간이 완벽해질 수 있을까? 우리 소원이 이루어지면 행복할까? 영속한 인간이 되면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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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best of flowers 90.8×64.9㎝ mixed media, swarovski crystals 2015
2) Cocogirl 162.2×130.3㎝ mixed media, swarovski crystals 2017
3) 특별한 당신을 위해 53.1×41.0㎝ mixed media, swarovski crystals 2017
4) sonnet18 162.2×130.3㎝ mixed media, swarovski crystals 2017
 
작품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2010년 작품 ‘더프레지던트(the present)’를 살펴보면 미어캣(Meerkat)을 닮은 동물과 함께 어린 소녀가 등장합니다. 동물은 주인공의 아바타입니다. 그래서 인물보다 동식물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아바타를 통해 소녀의 심리적인 감정을 이입합니다. 저는 비로소 트라우마에서 해방됩니다.

2011년부터 지금의 소녀상 이미지가 만들어졌는데, 맞습니까? 주인공을 감싸고 있던 신비한 동물들은 소녀의 순수한 영혼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며 아바타입니다.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미성숙한 소녀로서의 불완전한 자아’에서 성숙한 세계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장치하였습니다.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2013년과 2014년 사이 변화 과정인 듯 보입니다. 2013년까지 소녀는 주로 꽉 들어찬 화면에 갇힌 듯 소극적 정지된 모습입니다. 일명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천일홍(Amaranth)’ 시리즈가 시작된 것입니다. 최근 작품 역시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려움이 커질수록 자신만의 판타지에 천착해서 몽상 속 주인공을 닮아갑니다. 2014년의 소녀는 과감히 자신만의 왕궁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한 기쁨을 자축하는 것처럼 훨씬 밝고 경쾌해졌습니다.

그림이 지닌 매력을 제대로 즐기려면 조금은 천천히 읽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화면 구성이 너무 간결하여 쉽고 편하게 그린 듯합니다. 제작 기법을 설명해주세요. 얼핏 바탕화면이 얇게 느껴집니다. 물감을 물에 연하게 푼 다음 다양한 색깔의 아크릴물감을 스프레이로 수백 차례 분사합니다. 자욱한 연무(煙霧)가 세상을 덮고 은은한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 듯 스프레이로 쌓인 색색의 층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작품 전체에 감도는 부드럽고 담백한 감성적 미감도 이 배경 작업에서 출발했습니다.

평면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한 것이 스와로브스키 큐빅을 장식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나요? 서양화 물감을 사용하면서도 두터운 질감보다 물감이 화면에 스민 듯 매끄러운 느낌은 한국화의 채색 기법과 닮아 있습니다. 전통 한국화의 수간채색 기법을 응용해 아크릴물감의 수용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포인트로 오브제(스와로브스키 큐빅)를 사용해 완성도를 높이고 그 빛은 조명에 의해 입체적으로 인식됩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꽃’은 작품 메시지인 ‘사랑’을 대변하는 것이지요? 꽃은 생명의 ‘결정적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현실에서 꽃은 죽음을 준비하는 마지막 불꽃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인생의 꽃인 사랑의 감정을 얻고 지키고자 갈망하는 듯합니다.

조 작가는 작품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소로 작품 속 주인공을 닮은 ‘조카의 탄생’을 꼽습니다. 줄곧 소녀 시리즈를 작업해왔지만 조카가 탄생하기 이전의 소녀는 자아에 대한 불안정감으로 인해 소극적이거나 자기방어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조카를 만난 이후엔 한결 긍정적이고 행복이 충만한 모습의 소녀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작품이 아주 잘 팔리는 것으로 압니다. 청작화랑 전속 후 많이 팔렸습니다. 애기 선물용, 남자 소장품 등 우선 가격이 착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호당 14만원 합니다.

존경하거나 닮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무라카미 다카시처럼 컬래버레이션를 해도 손색없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육심원 작가처럼 아트상품도 만들고 싶습니다. 몇몇 상품을 만들어 출시도 했습니다. 팬시와 코스메틱에도 진출했고요. 무엇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 작업 방향과 전시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조형아트서울 2018 (PLAS 2018, 코엑스)에 신작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신작은 ‘나답다’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한 작품입니다. 펑키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 마이애미 아트페어와 그룹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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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윤 작가는…
2010년 경기대 미술디자인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2007년 경기대 예술학부 서양화과 전공 졸업 전시 2017년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씨페스티벌, 조형아트서울, 하버 아트페어 외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건강과 성 박물관_제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세계적인 만화영화 감독인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연구하며 ‘그림으로 인류를 구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인류까진 아니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친 어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되살려주고, 꿈을 갖고 사는 아이들에게는 예쁜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작품 속 사랑스러운 소녀 주인공이 지닌 행복한 사랑의 에너지가 보다 멀리 퍼지길 기대합니다.
-작가노트 중에서-
 
 
조혜윤 작가는 사람들과 함께 아바타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인간이 완벽해질 수 있는가를 묻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과 마주할 때 인간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에 대해 묻는다. 지난한 작업을 통해 완벽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되묻는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 즉 해방감을 느낀다. 바로 완벽성을 위한 불완전성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도상에 항상 즐겁게 웃고 있는 인물 속에서 아바타의 주체는 다시 투영된다.

조 작가는 그림을 통해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곳곳에 내면의 슬픔이 묻어난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들을 낳고 싶어 했던 열망 때문에 그 실망과 편견은 자연스럽게 남장(男裝)을 강요받고 남자처럼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는 <양철북>의 오스카처럼 어른의 목전에서 여성으로서 성장을 멈춘 것이다. 이 소녀는 마치 그 소년 같다. 그래서 보이는 ‘미소녀아바타’에 집착하는 것이다. 특히 화면에 선 채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은 더욱 슬퍼 보인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슬픔의 깊이를 커다란 두 눈 속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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