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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시성> 9월 19일 개봉

전쟁영화다
. 당태종 이세민이 20만 군사를 끌고 온다. 고구려의 변방에 있는 안시성의 군사는 고작 5천 명이다. 안시성의 군주 양만춘은, 연개소문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구려 안에서도 고립된 처지다. 이 외롭고 고달픈 싸움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러닝타임은 2시간 15. 전쟁이 치러지는 88일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칠까. 이들은 얼마나 처절하게 싸울까. 영화를 보기 전부터 한 켠 마음이 무겁다.
 
영화를 보고 알았다. 지레 쫄 필요 없었다. 안시성 전투는 이긴 싸움이다. 당태종이 이후 고구려 정벌 야욕을 꺾었을 정도로, 동아시아 전쟁사에 한 획을 그은 승리다. 영화는 이 승리를 경쾌하고 박진감있게 풀어낸다. 2000년 전의 일을 고증하는데 최첨단 영화장비를 운용한 점도 흥미롭다. 그러고보니 역사에 남은 안시성 전투와 성주 양만춘에 대한 기록은 고작 석 줄 뿐이다. 그 석 줄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배우 조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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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대본연습장에서, 조인성

잘 하는 것, 어울리는 것만 하다보면 내가 가진 한계에 갇힐 것 같았다고 조인성은 말했다. 주변의 우려와 만류에도 그가 <안시성>안으로 들어간 이유다. 사실은 2번 고사했다. 하지만 감독은 당시 고구려 장군의 나이가 30~40대 였다고 그를 설득했다. 카리스마와 권위를 갑옷처럼 입은 장군이야 쉬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젊고, 따뜻하며, 사려깊은 리더는? 생각해보니 그가 군에 복무하던 시절, 대장도 목소리가 굵지 않았고 체격이 크지 않았지만 카리스마와 위트가 있었다. 그런 리더도 있는 법이다. ‘늦은 봄이라는 이름의 양만춘(晩春)은 그렇게 그에게 찾아왔다.
 
Unsong Hero, 칭송받지 못한 영웅
 
조인성은 촬영 기간 내내 안시성에 머물렀다. 수염을 붙이고, 머리를 하고 갑옷을 입고 분장을 하는 데에만 긴 시간이 걸렸다. 폭염 속에서 그 옷을 입고 서서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전투를 하고, 대사를 하고, 감정을 실어야 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전쟁이었다. 성주 양만춘의 리더십은 현장에서도 고스란했다.

평상시에는 동네 형동생처럼 함께 어울렸다. 수레가 빠진 노인을 도와주기도 하고, 아기가 태어나면 먹을 것을 들고 찾아가 축하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시에는 다르다. 성민들은 성주만 바라봤다. 성 안에 있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성주는 성의 맨 앞에 섰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20만 대군을 보면서, 안시성을 함락시키겠다고 토산(土山)을 쌓는 자들을 보면서, 양만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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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다른 이름이 '칭송받지 못한 영웅'이에요. 지금 양만춘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안시성도 그렇고요. 영화 속에서는 4번의 전투가 있고, 4번을 이기지만 양만춘은 한 번도 웃지 않아요. 그의 마음속에는 싸움 중에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슬픔이 늘 일렁거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쟁이 끝난 뒤에, 남은 이들을 보듬는 게 그의 성정을 잘 말해줘요.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전쟁 중에 아비를 잃은 아이를 자신이 거두겠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어요.”
 
그 아이의 이름은 늦봄이다. 태어난 아기에게 성주의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성민들은 자신들의 성주를 사랑했다. 이들은 고구려의 백성이기 이전에, 안시성의 성민이었다. 고구려가 이들을 외면해도, 성 안은 평화롭고 화목했다.
 
영화 속에 양만춘의 모습과 실제 제 모습 사이에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어요. 이 팀의 모습이 영화 안에서도 그대로 구현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형들이랑 있을 때는 까불기도 하고, 동생들도 챙기고요. 하지만 이슈가 있을 때는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는 역할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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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아이오케이 컴퍼니

안시성, 예매율 1
 
뚜껑을 열기 전부터 이슈가 많은 영화였다. 제작비가 200억이 넘는다는 부담, 고구려의 장수로 조인성이 나온다는 것에 대한 의아한 시선들. 더구나 개봉시기는 추석대작이 쏟아지는 전쟁터다. 조인성은 양만춘이 그랬듯, 경쾌하게 주어진 싸움을 싸웠다. ‘우리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다짐보다,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울 것인가라는 질문과 더 가까운 날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 때를 자신의 팀원들과 살아냈고, 그 팀 안에서의 날들은 안시성의 날들처럼 북적이고 행복한 날들이었다.
 
예전에는 제가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요. 너무 잘하고 싶었고, 또 부담이 컸거든요. 지금은 이 부담을 최대한 가볍게 여기면서 오래도록 연기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해요. 다행히 <안시성>을 무사히 마쳐서, 다음 작품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인터뷰 장소에서 조인성은 유쾌하고 활달하다. 진지하고 위트있다. 맨투맨 티에 야구 모자를 쓰고 동네 사람처럼 나타나 어느새 좌중을 압도한다. 그것이 그의 스타성이라면 이는 타고난 자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그 반짝임에 기대지 않고 차라리 얼굴에 검댕이를 묻히고 흙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스타로 세상에 등장한 배우가 숱한 계절을 지나,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의심의 눈보라와 부담의 혹한을 넘어 기어이 봄날을 데리고 왔다. 9월 19일 개봉한 <안시성>은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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