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관 | 오늘은 일본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ナミヤ雑貨店の奇蹟·감독 히로키 류이치)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두꺼운 독자층을 갖고 있는 작가이지요.
   
   배종옥 |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해 유난히 작품의 영화화가 많이 된 소설가입니다. ‘백야행’과 ‘방황하는 칼날’은 국내에서 제작되기도 했지요. 저는 ‘백야행’을 일본에서 만든 미니시리즈로 봤는데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신용관 | 그래서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개봉 전부터 이런저런 기대가 높았습니다. 동명 소설이 전 세계 누적 판매 1200만부인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데다,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소설 분야 판매 1위인 작품이라고 하니까요.
   
   배종옥 | 우리 집에도 제 딸이 사놓은 책이 있는데 차분한 느낌의 표지만 보고 읽어보지는 않았네요(웃음).
   
   신용관 | 2012년 특별한 사연 때문에 부잣집을 털어 도망가던 3인조 도둑 아츠야(야마다 료스케)와 친구들은 경찰을 피해 비어 있는 나미야 잡화점에 몸을 숨깁니다. 그런데 아무도 살지 않은 지 오래된 이 가게 안으로 편지가 한 통 떨어지지요. 과거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배종옥 | 32년 전인 1980년에 쓴 이 편지에는 편찮은 부친의 뒤를 이어 가업인 생선가게를 맡아야 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생선가게 뮤지션’(히야시 겐토)의 고민 상담이 적혀 있지요.
   
   신용관 | 세 젊은이는 가게 주인이었던 나미야 유지(니시다 토시유키)가 되어 장난 삼아 답장을 보내는데 곧 자신들의 편지가 과거와 현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종의 시간 판타지물이지요.
   
   배종옥 | 일본 영화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을 즐겨 사용하는 듯해요. 얼마 전 크게 히트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2016)이 그랬고 최근 소지섭·손예진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도 그렇고요.
   
   신용관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인물이 시간여행을 하지는 않으므로, 시간을 초월해 편지가 전달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스토리가 상당히 현실적으로 진행이 되긴 하지요. 영화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도 현실적이고요.
   
   배종옥 | 영화는 1969년 잡화점 주인 나미야씨가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꿈이 우주비행사인데 멀미를 해서 걱정돼요’ ‘시험에서 100점을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귀여운 질문에 일일이 메모지 답변을 해주지요.
   
   신용관 | 그리고 1980년으로 변하고, 그 7년 뒤에 주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시간적 배경이 자주 바뀌면서 다소 혼란을 줍니다.
   
   배종옥 | 저는 그래서 더 집중해서 보게 됐어요(웃음).
   
   신용관 | 부모 대신 자신을 길러준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려 술집에서 일하는 시즈코(오노 마치코), 뱃속 아이와 자신의 앞날을 고민하는 미혼모, 그리고 앞서 언급한 생선가게 뮤지션 등 각각 단편처럼 따로 존재하던 상담 사연과 인물들이 모두 하나의 인연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이 영화의 큰 재미입니다.
   

   배종옥 | 감독의 안정적인 연출 덕분에 그 작업을 무난히 해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미장센이 독특한 장르도 아니고, 어떤 면에선 지루한 측면도 있는데 작품 자체를 흔들림 없이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해요. 서툰 느낌은 아니었어요.
   
   신용관 | 하지만 다양한 에피소드가 모아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작의 추리적 요소가 영화에서는 대부분 사라져서 아쉽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배종옥 | 감독의 연출 의도가 드라마인 거지요. 원작의 충실한 복원이 아니고요.
   
   신용관 | 영화의 러닝타임이 130분인데, 저는 초반 30~40분 동안 지루해서 아주 혼났습니다. 고민 상담의 첫 에피소드인 생선가게 뮤지션의 기타 연주와 노래가 너무 어설퍼서 도대체 집중을 할 수가 없더군요. 전국노래자랑 예선 탈락 수준이에요(웃음).
   
   배종옥 | 하긴 노래 실력이 너무 떨어지긴 하데요. 고아원에서 그 노래를 듣고 나중에 가수가 되는 어린 ‘세리’가 감동을 받는다니(웃음). 연기와 분장도 어색했고요.
   
   신용관 | 2012년의 3인조 청년들이 1980년대 인물 시즈코에게 편지로 도움을 주기 위해 “돈을 모아 집을 사라, 집값이 오르면 팔고 골프회원권과 주식을 사라, 그리고 1990년대가 되면 다 팔아서 현금으로 보유하라”라고 조언하는 대목에선 헛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배종옥 | 저도 실소가 나오긴 했어요. 하지만 편지의 조언대로 실행하는 시즈코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사람을 너무 못 믿게 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신용관 |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습니까? 딱히 인상적이진 못한 것 같습니다만.
   
   배종옥 | 나미야 할아버지의 연기는 가끔 오버스러운 대목도 있었습니다. 제일 아쉬웠던 건 도둑 3인조인데요. 대사 톤이나 시선 처리가 이른바 ‘아이돌 각(角)’을 유지하고 있어요(웃음).
   
   신용관 | 리더 격인 아츠야 역의 야마다 료스케가 일본의 남성 아이돌 그룹 ‘헤이 세이 점프’ 출신이긴 합니다.
   
   배종옥 | 극중 같은 고아원에서 성장했고, 의기투합해서 일을 벌일 정도면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끈적끈적한 친밀감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셋만 모여 있으면 너무 어색한 거예요.
   
   신용관 | “우리에겐 분명히 멋진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유의 대사처럼 영화가 메시지를 너무 대놓고 드러낸다는 느낌은 없었는지요?
   
   배종옥 | 나미야 할아버지의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 덕분인지 저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자칫 구태의연해질 수 있거든요. 화면과 함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데도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더군요. 3인조 아이들이 그 편지들이 가능케 한 깨달음으로 열심히 살게 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지요.
   
   신용관 | 하긴 조언을 듣기 싫어하고 그래서 남의 일에 참견을 하려 하지 않는, 충고가 귀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는 하지요.
   
   배종옥 | 그래서도 나미야 할아버지처럼 “당신의 미래는 아직 백지다. 그 어떤 미래도 그릴 수 있다” 같은 어른들의 조언이 더욱 아쉬운 듯합니다.
   
   신용관 | 제 별점은 ★★☆. 한 줄 정리는 “원작 소설이 워낙 완성도가 높으니, 거 참.”
   
   배종옥 | 저는 ★★★★.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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