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다. 우리는 타의 반, 자의 반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러시아와 만나고 있다. 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러시아는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총 89개의 연방 주체로 구성된 국가다. 우랄산맥 남쪽의 바시코르토스탄은 과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두보였으며 러시아 최초의 자치공화국이자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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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바시키르 공화국의 모습. 반 유목 생활을 하던 바시키르인과 타타르인의 생활상이 아직도 일부 남아있다.

인천에서 중국, 몽골 상공을 지나 모스크바에 도착,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동쪽으로 2시간가량 왔던 길을 되돌아 가 우파국제공항에 내렸다. 우파는 남우랄산맥 서쪽의 바시코르토스탄 공화국(Bashkortostan, 이하 바시키르)의 수도이다.

바시키르 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바시키르인들이다. 바시키르인은 현재 러시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민족이다. ‘바시코르토스탄’은 ‘바시키르인들의 나라’라는 뜻이다. ‘바시키르’는 이들이 자신을 불렀던 ‘바시코르트’(Башкорт) 또는 ‘바시코르타르’(Башкорттар)에서 기원했다. ‘바스’는 튀르크어로 ‘우두머리’, ‘머리’를, ‘코르트’는 ‘늑대’를 뜻한다. 즉, ‘바시코르트’라는 이름은 ‘우두머리 늑대’라는 뜻으로, 이는 고대 바시키르인이 늑대를 토템으로 삼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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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시키르의 영웅’이라 불리는 살라바트 율라예프. 우파 도심 벨라야강이 흐르는 언덕에 100m 크기의 청동상이 랜드마크로 세워져 있다. 2 1574년 러시아인은 바시키르에 요새를 건설하고 우파를 수도로 정했다. 현재 우파에는 이를 기념하는 40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바시키르의 영웅 살라바트 율라예프
 
볼가강 동쪽, 남우랄산맥 서쪽에 위치한 바시키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며 수백 년 동안 이란인, 핀족, 이슬람 세력 등 여러 민족들이 각축을 벌여왔다. 현재 바시키르는 러시아 최대의 석유산지이며 기계와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바시키르의 수도답게 한국의 자동차를 비롯해 일본‧독일차가 거리를 활보하는 등 여느 대도시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두세 민족은 아니란 것을.
 
러시아는 21개 공화국, 49개 주 등 총 89개의 연방 주체로 구성된 국가다. 바시키르는 1919년 러시아 최초의 자치공화국으로 세워졌다. 바시키르인을 비롯해 러시아인, 타타르인 등 약 131개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기에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면면이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바시키르에는 현재 러시아인이 전체 인구의 42%를 차지하고 있으며, 바시키르인 29%, 타타르인이 24%를 구성하고, 나머지 민족들이 8% 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우파 시내에는 1574년 러시아인과 바시키르인이 만나 우파를 도시국가로 세운 것을 기념하는 ‘우정의 비(Friendship Monument)’가 있다. 바시키르인은 투르크족의 일원으로 13~15세기 몽골의 통치 아래 현 바시키르 지역에 정착했다. 이들은 유목생활을 하였으나 1552년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다. 러시아인들은 1574년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평원 남서부의 튜멘(Tyumen)으로 가는 교역로를 보호하기 위한 요새를 건설하면서 이 지역을 바시키르의 수도인 우파로 정했다.
 
기념비에 새겨진 평화로운 모습과는 달리 러시아의 지배에 바시키르인은 자주 저항했고 그때마다 무자비하게 진압 당했다. 러시아의 지배 밑에서 20세기 초반 바시키르는 본래 영토의 20% 정도만이 남을 정도였다.
 
1762년 이후 러시아에서는 거의 200년 동안 50여 차례의 농민반란이 일어났고, 이 시기 등장한 인물이 ‘바시키르의 영웅’이라 불리는 ‘살라바트 율라예프(Salawat Yulayev, 1754~1800)’이다.
 
우파 지역의 장교이자 시인이었던 그는 1773년, ‘에밀리얀 푸가초프(1742~1775)’가 일으킨 ‘푸가초프의 난(1773~1775)’에 앞장섰다. 그는 난이 일어나기 전부터 농민들을 이끌었으며, 실살 푸가초프의 난에서는 1주일 정도만 활약했음에도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다. 이는 바시키르 역사상 내세울 만한 영웅이 없어 살라바트 율라예프를 최초의 영웅으로 만들자는 의도도 있었다.
 
우파 도심 벨라야강이 흐르는 언덕에는 살라바트 율라예프 기념비(Monument to Salavat Yulaev)가 세워져 있다. 높이 10m에 무게 9.8톤의 이 거대한 동상은 우파의 랜드마크이자 바시키르인의 영웅을 기리는 장소이다. 동상 주변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 시민들의 휴식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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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린 학생들이 타타르족의 전통 춤을 선보이고 있다. 4 전통 농경축제인 ‘사반투이’에서 타타르인 전통복장을 한 여성들이 전통과자인 착착(ЧАК ЧАК)과 전통발효술인 쿠미스(Кумыс)를 손님들에게 내고 있다.

바시키르의 전통축제 사반투이
 
우파에서 350km를 차로 달려 부르쟌스키 지방의 스타로수브한굴로보(Starosubkhangulovo) 마을에 도착했다. 6월초, 이곳에선 사반투이(Sabantuy) 전통축제가 열리는데, 이는 볼가강 주변에 거주하는 타타르족이 주로 열던 축제로, 요즘은 러시아 제2의 민족답게 러시아 전역에서 사반투이가 열리고 있다.
 
오늘날 타타르민족의 축제 대부분은 이슬람교와 관련되어 있으나, 이슬람교를 수용하기 전의 축제 대부분은 농업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 농업축제들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사반투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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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과 친숙한 민족답게 말 타기 경주는 빼놓을 수 없다. 2 사반투이의 하이라이트인 케레시(Керэши). 우리나라 전통 씨름과 비슷하다. 선수들 뒤로 1등 상품인 양이 보인다. 3 축제장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방문객을 환영하는 바시키르‧타타르인 주민들.
‘사반(Сабан)’은 쟁기 또는 봄을 뜻하며 ‘투이(туй)’는 결혼 또는 축제를 의미한다. 4월 파종 전에 즐기던 봄 축제였지만 오늘날에는 파종이 끝난 후인 6월에 열리고 있다. 축제는 우리나라의 농경축제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은 바시키르에 거주하는 여러 민족이 각자 자기들의 의상과 민요, 춤을 마음껏 선보인다. 반(半) 유목생활을 하던 바시키르, 타타르민족답게 양전통적으로 털과 가죽, 집에서 만든 직물, 모피, 펠트 천 등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이 옷들과 모자 등의 액세서리는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잘 지낼 수 있도록 지혜롭게 만든 것들이다. 전통악기인 ‘쿠라이(Kurai)’는 바시키르인들의 영혼을 담은 피리라고 불린다.
 
전통 운동경기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씨름과 유사한 전통 스포츠인 케레시(Керэши)를 비롯해 말 경주, 나무 오르기, 활쏘기, 팔씨름 등이 치러지는데 마을에서 힘 좀 쓴다는 청년들이 나와 각자의 기량을 겨룬다. 특히 전통적으로 케레시에서 우승하면 살아있는 양을 상품으로 주는데, 요즘은 전자제품이나 양탄자 등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축제장에선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두 민족 모두 대부분의 음식에 고기가 들어간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돼지고기 대신 말고기를 먹는데, 특히 말고기로 만든 소시지인 ‘카지(Казы)’와 말고기 기름을 굳혀 만든 ‘살로(Сало)’는 귀한 손님이게 내는 별미로 손꼽힌다.
 
바시키르인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 음식이라는 ‘비시바르마크(Бишбармак)’를 먹었다. 비시바르마크는 튀르크어로 ‘다섯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포크나 칼 같은 식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먹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양고기나 말고기를 삶아서 자른 후 면과 함께 내놓는다. 이때 고기는 반드시 뼈에 그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발효시킨 우유를 굳힌 ‘쿠루트(Курут)’를 양념으로 해 먹는데, 시큼한 쿠르트가 고기의 지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말젖이나 양젖을 발효시킨 ‘쿠미스(Кумыс)’라는 술을 곁들이는데, 약간 신맛이 감돌지만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쿠미스는 유목민들이 수시로 만들어 먹었던 술인데, 말이나 양의 젖을 담은 그릇을 타고 다니는 말의 안장에 걸어놓고 다니다보면 자동으로 휘저어지기 때문에 며칠 후면 자연스럽게 발효된 쿠미스를 만들어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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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키르의 대 초원지대에선 아직도 곳곳에서 말을 방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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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키르에도 한류바람이 불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열혈팬이라는 스타로수브한굴로보 마을의 소녀들.

바시키르에도 한류 바람이
 
사반투이 축제장을 거닐다 태극무늬 부채를 든 소녀들을 만났다. 소녀들은 우리나라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열혈팬이라고 했다. 축제장에 한국 기자들이 온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왔단다. 아이돌의 외모와는 정반대인, 얼굴이 방탄인 ‘장년단’이라 좀 부끄럽긴 했기만 ‘한류’가 이곳까지 미쳤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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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고의 휴양지 바시키르

바시키르에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여러 휴양지들이 30여 곳 넘게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옛 소련시대의 의료·요양시설을 활용한 살라바트 지역의 ‘양간타우 헬스 리조트’와 남우랄산맥 아래의 ‘아씌 휴양지’ 등이다. 자연의 광천수를 활용한 ‘치탕(治盪)’ 시설과 물리치료 및 현대식 휴양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러시안인들 뿐만 아니라 인근 카자흐스탄과 터키, 우크라이나 등에서도 휴양을 위해 즐겨 찾는다고. 대개는 1주일 정도 머물면서 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현대식 시설이라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시설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교통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하다. 인천공항에서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국제공항으로 간 후 환승한 후 우파국제공항까지 간다. 환승까지 포함해 총 13시간이 걸린다. 인천공항에서 모스크바까지 대한항공 직항편도 있다. 우파 도심에서는 시내버스나 트램, 택시를 이용하면 되나 렌터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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