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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9일(수)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의원 박경미, 통일연구원 공동 주최, 「북한의 교육정책 현황과 교육분야 남북교류협력의 과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했고, '북한 교과별 교육과정 현황 및 남북교류협력 방안' 주제로 '국어'는 권순희 이화여대 교수, '영어'는 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수학'은 나귀수 청주교대 교수, '과학'은 신원섭 서울 동일초등학교 교사, '정보기술'은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했다.
 
   나는 이번 국회 세미나에서 ‘북한 영어교육 정책변화, 2013 영어과 교육강령 분석 및 통일대비 교육협력방안’을 주제 발표했다. 우선 전체적인 북한의 외국어 정책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역대 북한 지도자의 교육 배경을 살펴보자.

 
1. 역대 북한 지도자의 교육 배경
 
   김일성 위원장은 칠곡 창덕소학교, 만주 푸쑹소학교를 졸업했고, 중국 길림 육문중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유학파로 중국어가 능숙하다.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 남산소학교에 입학한 후 만경대 혁명자유학원에 편입하였고, 삼석인민학교에 진학하여 평양 제4인민학교를 졸업하였다. 이후 평양 제1중학교를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정치경제학 학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 국내파로 대학 재학 중 소련, 폴란드, 동독, 중국 등을 여행했고, 비공식적으로 미국, 프랑스 등도 여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소학교 과정은 개인 교사를 통해 교육을 받았고, 스위스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농구 등 미국문화에 너무 심취한 것을 우려한 북한 당국에서 독일어로 수업하는 스위스 베른 공립중학교 7학년(남한의 중학교 1학년에 해당) 편입 후 9학년에 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온 후 개인 교사를 통해 김일성종합대학 학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시기에 스위스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종 학력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 모두 스위스에서 조기 유학한 영어와 독일어가 능숙한 해외유학파다.

 
2. 북한 외국어교육 정책
 
   김일성 위원장 집권기(1912-1994)의 주요 외국어교육 정책은 전쟁 준비다. 김일성 위원장은 미·일제국주의자들과 싸울 각오를 해야 하고, 영어나 일어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들을 붙잡아 놓고 '손들어, 총을 버리고 투항하면 쏘지 않는다.' 등 간단한 군사 용어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집권기(1994-2011)의 외국어교육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해외나라와의 교류이고, 다른 하나는 주체사상의 전파이다. 핵 개발을 위한 외국어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집권기에 특히 중학교에서의 외국어교육이 강조되었고, 대학생들에게 외국어 원서를 읽도록 했다. 북한은 2008년, 즉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기 3년 전에 소학교(남한의 초등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시작하였다.
 
   2010년 12월 11일 북한은 영국과 정식 수교후 북한 영어교육 개선을 위한 전략적 연대를 체결한다(김정일 위원장 사망 1년 전). 북한은 영국문화원을 통해 영어 원어민 교사를 수급받아 김책공대 등 평양의 주요 대학에서 북한 엘리트를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시작하였다. 또한, 북한은 북한의 영어 교육과정, 영어 교재개발, 영어교사 양성 등 북한 영어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단행한다.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은 과연 이러한 사업을 누가 주도했냐는 점이다. 참고로 김정일 위원장 사망 몇 년 전부터 김정은 위원장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기(2011-현재)는 김정일 위원장 집권기에 시작된 북한 영어교육 개선 과제를 대폭 강화하며, 북한 외국어교육 역사상 전무후무한 가히 혁명적인 일이 벌어진다.
 
 
3. 북한 영어교육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전과 후로 나뉜다.
 
   북한은 2013년 교육강령(남한의 교육과정)을 선포하고 2014년 4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북한의 교육강령은 법적 조치다. 북한의 학교 현장에서 교육강령에 따라 학생을 가르치지 않은 것은 위법이며, 북한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교육강령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적어놓은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선포된 북한의 2013 교육강령은 본격적인 ‘김정은 키즈’를 키우기 위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강령에 북한은 2014년부터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남한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교 현장에서 다른 외국어는 가르치지 말고 영어만 가르치라고 했다. 또한, 북한에서는 고급중학교(남한의 고등학교)에서 국어보다 영어를 더 가르치라고 수업 시수를 정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기 북한의 영어교육 정책의 큰 변화는 영국인들의 참여이다. 북한 인민들에게 북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게 하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북한 영어과 교육강령과 영어 교과서를 제작할 때 영국인들을 참여시켰다. 그 결과 특히 영어 교과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적 수준으로 질이 높아졌고, 무엇보다도 과거와 달리 김일성 위원장, 김정일 위원장 등의 우상화나 주체사상 등 정치·사상적인 내용이 상당 부분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언하였듯이, 북한에서 교육강령은 공장으로 치면 제품 생산 매뉴얼이다. 그만큼 체제유지와 당에서 원하는 선군혁명인재를 키우는 성스러운 지침서이다. 여기에 외국인이 투입되고 교과서 제작에도 외국인을 투입하고, 영국 교재를 교과서 참고문헌에 명시한 것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4. 전쟁 준비하듯 전 인민을 상대로 영어교육, 그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전쟁 준비하듯 전 인민을 상대로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북한은 영국문화원을 통해 수급받은 영어 원어민을 김책공대를 비롯한 평양의 주요 대학에 투입하여 영어 수업을 하다가, 이를 고급중학교(남한의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영어 원어민들을 북한 영어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투입함으로써 학교 현장의 영어교육 수준을 높이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국가안전보위부 성원들을 차례로 평양에 집결시켜 6개월 동안 필수적으로 영어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영어교육에 적극적인 이유가 뭘까? 예전에 모 언론사 기자는 나와 인터뷰를 하며 핵 개발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당시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핵 개발 관련 해외 기술서를 읽기 위해 영어는 유용하니까.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북한은 이미 미국과의 회담을 계획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4.27 남북 정상회담 전과 후에도 북한이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남한이 받는 식이었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에 미국에 무엇을 주겠다고 하면 미국이 받는 식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모든 카드는 북한이 쥐고 있다. 즉, 남한이나,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북한 주도로 자신들이 실현하려고 하는 것들을 하고 있다. 예컨대, 북한이 남한에 제공했던 개성공단과 같이 미국에 공단 하나가 아니라 몇 개, 아닌 몇 개의 지역을 제공하며 북미 합자 회사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할지도 모른다. 참고로 2015년 말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약 5만3천명 정도였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끼리니까 언어적으로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합자회사를 세워 공장을 운영하면 북한 근로자들이 영어를 알아야 한다.만일 북한이 개성공단의 10배가 넘는 면적을 미국에 제공한다면? 북한은 이미 몇 년 전에 비핵화 선언을 계획했고, 그 이후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해서 하나씩 진행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북한의 천연자원 개발을 북미가 함께 할 수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영국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미 북한에 들어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만 북한의 천연자원 개발을 하도록 내버려 둘리 없지 않겠나. 중동 오일 개발을 미국만 한 게 아니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근로자 한두 명이 아니라 매우 많은 숫자의 북한 근로자가 영어를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내 부친이 1970년대 대우자동차를 다닐 때 GM에서 미국인 기술자가 와서 뭔가를 가르쳐줄 때처럼. 당시 우리나라 분위기는 '출세 하려면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였다.
   북한은 이미 이러한 설정을 해 놓고 2013년 영어과 교육강령과 영어 교과서를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영어교육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주장은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북한 영어교육 정책변화를 연구하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전쟁 준비하듯 국가적으로 영어교육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
 
   누군가가 개성공단에 있는 회사를 가리켜, 저임금에 성실하고 근면한 근로자가 일하는 노조가 없는 회사라고 했다. 누가 이런 회사를 탐내지 않겠나? 북한은 이미 많은 근로자를 해외에 파견한 바 있고, 북한 근로자의 우수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다.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부지런할 뿐 아니라 애국심이 강한 근로자로 알려졌다. 
 
   비핵화 선언 후 고도의 경제 성장을 원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핵폭탄이 아니라 똑부러지고, 성실하고, 근면하며, 충성심 높고, 영어까지 잘하는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6월 12일이 되면 알겠지.
 
13 May 2018
정채관 박사(교육학) 조선pub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ck Cert Ox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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