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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입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말하던 이야기, 북한노동당 대남전략의 핵심인 ‘종전’(終戰) 이야기가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신조 일본총리를 만난자리에서 “그들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정말로 축복한다”고 말했고, 이로서 종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북에서 말하는 종전의 의미를 트럼프대통령이 모르는 모양이다. 양파껍질처럼 벗기고 또 벗겨도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노동당대남전략의 본질을 곁에서 설명해 줄 사람도 없는 듯하다. 북한이 말하는 ‘종전’은 ‘남조선에서의 미군철수’를 의미한다. 때문에 하루빨리 정전(停戰)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 남조선주둔 미군의 주둔(駐屯)근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온 북한이다. 

북한에서 생활하는 세 살 난 아이도 아는 이 이야기를 인민군정치장교였던 나도 가르친 적이 있다. 더하여 북한의 모든 초, 중, 고급학교 교과서들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남조선이 아닌 미국임을 역설한다. 즉 역대 어느 남조선정부도 미제의 괴뢰가 아닌 게 없어서 평화협정의 체결은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과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 왔다.  

그래서 반듯이 미국과만 해야 한다던 종전논의가 드디어, 문재인정권의 중재아래 시작된 모양새다. 과거에도 문재인대통령은 ‘제도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주창하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 견고한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해오지 않았던가. 가슴에 와닿지 않아 구름위에 뜬 이야기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불쑥, 미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현실감 있게 다가온 꼴이다. 

‘남조선에서 미제를 몰아내고 하루빨리 조국을 통일하자’고 외쳐온 전 북한군 군인으로서, 미군이 없는 한반도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미국만 없으면 조국통일은 시간문제다’고 말해온 북한의 한 주민으로서도 논의 중이라는 종전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나아가 노동당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은 민족의 재앙이란 생각에 잠을 이룰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한반도의 비핵화’와 이른바 ‘평화협정’이란 말 뒤에 숨겨진 북한의 속임수를 문재인정권이 모른 척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마저 속아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행정부가 지난 25년간의 정책적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하며 정말로 북한의 핵을 없애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정권과 체제를 방어하기 위해 핵이 필요했다고 하지만, 북한이 정말 원하는 건 핵을 통한 체제보장이고 이를 발판으로 한 한반도의 적화통일이다. 그래서 애써 만든 핵과 미사일을 없애겠다는 건 승냥이가 양으로 변한다는 말이고 앞으로는 절대 날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비자연적인 환경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이같은 이유로 지난 11일 ‘북한의 외교책략, 역사는 되풀이될 것인가’라는 제하의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한국연구재단의 이성윤 교수의 이야기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그는 발제문을 통해 “북한은 정권 종말이 오기 전 까지는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확신에 찬 주장을 내 놓았다. 

정권이 멸망하기 전에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미 의회 청문회 장에서 꺼낸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핵 폐기를 말하기에 앞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한편으론 북한인권문제로 대변되는 국군포로, 전시-전후 남북자 송환문제를 대화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김정은을 압박해야 한다. 

이러한 인권문제의 제시 및 해결움직임이 김정은정권의 변화를 재는 척도로 되고 북한민주화의 단초로 작용한다는 건 세상에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단지 미국을 위협하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종전문제의 논의를 기쁘게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의 사전준비를 더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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