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은 리트머스 시험지
-북한의 재도발까지 염두에 둔 미국의 대북압박 카드
-한반도에 대한 워싱턴의 지정학적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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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국방장관과 아베총리. 사진=위키미디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에게 유리하게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가장 큰 수확은 아무래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거칠게 항의해왔다. 조선중앙방송을 통해서도 한미연합훈련을 적대행위 혹은 전쟁연습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하자, 북한은 이를 반기는듯하다. 국내에서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섣부른 조치라며 미국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환영하며, 한국의 독자적 훈련까지 중단을 요구, 이미 일부는 국방부를 통해 중단을 추진중이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한미의 모든 군사훈련은 중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훈련을 하지 않는 군인만 한국에 남게 되는 것이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인이 유사시 쓸모가 있을까. 미국의 한미연합훈련 결정의 배경은 무엇일까.
 
워싱턴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세가지로 관측된다.

1. 한미연합훈련중단은 미국의 리트머스 시험지였나? 
 
첫째, 한미연합훈련은 중단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한반도의 정국을 미국이 테스트 해보기 위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던졌을 때 남한의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를 보려고 한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한국의 여론이 반길 것인가? 아니면 우려할 것인가?
 
미국내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의 보수진영이 추진한 태극기 집회와 진보진영이 추진한 촛불 집회를 지켜봐왔다. 특히 매티스 국방장관의 방한때 대규모로 등장한 태극기 집회 세력을 보고 워싱턴도 놀랐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태극기 집회 인파에 다가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여론의 분위기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의 여론을 훈련중단을 통해 지켜볼 심산이었다. 보수 진영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계기로 심각성을 깨닫고 미국과의 협조를 강화하자는 바람이 국내 여론에서 불 것인지 보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반응이 나온다면, 미국의 입장은 한국의 여론 등을 빌미로 훈련 중단에서 훈련 축소 등으로 방향을 돌릴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국내 여론은 미국의 예상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반기를 든 보수진영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극히 일부의 매체에서만 우려하는 목소리만 나올뿐이다. 주요 언론과 여론은 한미훈련중단에 무관심하거나 반기는듯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국을 최종적으로 가늠하는 잣대로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던졌다고 볼 수 있다.
 
2. 반드시 재도발할 북한을 간파한 미국의 대북압박 카드 
 
둘째, 훈련 중단은 북한의 꼼수를 간파한 미국의 묘수다. 워싱턴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이미 북한의 행동패턴을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항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항상 다른 태도를 보이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미북간 대화를 통해 평화무드를 꽃피우다가도 돌연 북한은 미국의 뒤통수를 치는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발 시점이 언제인지를 모를뿐 이러한 북한의 추가 도발은 예견된 일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언젠가는 다시 도발할 것을 알고 있는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뽑았지만, 이 카드의 실효성은 북한에게 달린 것이다. 북한이 재도발을 하게 되면, 다시 훈련은 재개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도발하면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다시 도발을 했기 때문에 미국은 다시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정당한 명분이 생긴다. 따라서 이 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는 사실 북한에게 득이 되는 카드가 아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북한에게 CVID 이행에 대한 부담을 떠안기게 된 카드다. 북한도 스스로 재도발하면, 미국이 언제든지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해도 할말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사실 이 훈련 중단의 책임은 북한이 쥐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미국의 입장에서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을 배로 압박하는 묘수인 것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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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인도, 호주, 싱가포르 해군이 지난 2015년 모여서 해상 훈련을 했다. 사진=위키미디어

3. 한반도에 대한 워싱턴의 지정학적 재구성  
 
셋째, 훈련중단은 한반도를 포함한 지정학적 재구성의 의미가 있다. 한반도는 과거 한국전부터 지정학적(geopolitically) 요충지다. 일례로 에치슨 라인(Acheson Line)을 들 수 있다. 한반도는 공산권 확장을 막아내는 최후의 보루다. 이 때문에 한반도의 군사적 중요성은 워싱턴 내에서도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급성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의 역할은 몇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한반도의 중요성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각이 일부분 바뀌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현재 한국정부의 모호한 외교적 스탠스를 들 수 있다. 친중, 친러 형태의 외교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문재인 정부를 워싱턴에서도 재평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정부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자주 방문하는 등 여러가지 사업 등을 구상중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한국을 대신하여 일본의 역할이 확대 및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를 대변하는 한가지는 주한 미국대사로 선택된 해리스 제독을 들 수 있다. 해리스는 일본통으로 일본 수뇌부를 비롯한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내 구성된 미군기지의 역할과 방향을 파악 및 통제하고 있다. 최근 연이은 미일 정상회담도 이러한 일본중심적 한반도 작전 개편의 일부분을 뒷받침한다.
 
아베와 트럼프가 연거푸 만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고, 한미일 3국 정상간 비공개 대화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한반도는 불과 5년전 한반도의 구성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훈련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한미간 전시에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유사시 손발이 맞지 않는 한미 장병을 대신하려면 분명 미일연합훈련이 이런 공백을 메워야만 한다. 아직 대외적으로는 미일연합훈련이 과거와 동일한 규모라고 하지만, 이면을 보면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늘어난 부담을 메우려는 미일의 노력이 감지된다. 이것은 최근 일본과 미국의 군사소식통과 언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요미우리 신문은 6월말 사설을 통해 미일 동맹 강화가 새롭게 변한 한반도 국면에 필연적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미일의 국방 수장인 매티스와 오노데라간 오고 간 대화에서도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송영무 국방장관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물론 한국의 독자적 훈련(해병대 훈련 등)마저도 중단을 내세우고 있어 미일간 국방적 조치와 한미간 국방조치가 완전히 다른 기로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미일 국방 수장간 대화 직후 매티스가 언론에서 밝힌 발언에서도 미일의 중요성 강화를 확인 할 수 있다. 매티스는 “우리(미일)의 동맹은 여전히 철갑을 두른듯 확고하다. (Our commitment to this alliance remains ironclad with a long-term ally).” 매티스가 Ironclad라는 단어까지 사용한 부분을 주목할만하다.

매티스 국방과 아베 총리가 만나고 난 직후 아베의 군사적 중요성을 담은듯한 발언도 주목할만하다. 그는 “미일동맹은 일본의 평화와 안보뿐만 아니라 지역적 번영을 위한 초석이다”라고 말했다. 군사적 자위권을 보유한 일본이 더 이상 자국의 안보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에서의 역할이 강화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방일에 앞서 방한했던 매티스 국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몸살로 면담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외교적 스킨십 외에도 미일의 군사적 스킨십도 강화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훈련은 6월 8일부터 16일까지 성사된 미일인(美日印)해상 훈련이다. 3국이 모여서 대북 및 대중도발의 억제력 제공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한 것이다. 이번 훈련은 괌을 기점으로 진행된 것으로 미국의 태평양함대의 인도-태평양 작전지역 확장 및 남중국해에서 지속되는 중국의 도발, 그리고 북한의 도발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훈련에는 미 7함대 소속의 레이건 핵추진 항공모함과 오하이호급 핵추진 잠수함까지 동원된 대규모 훈련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 훈련에 포함된 대잠 대응 훈련이다. 적의 잠수함을 적발하는 즉시 요격하는 훈련내용이 포함되었다. 이것은 유사시 북한의 잠수함 전개도 제거하는 능력을 강화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잠훈련을 통해 3국이 해당 지역에 대한 수중 작전까지도 숙달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훈련에서 대북억제력 확보차원에서 포함되어야 할 한국 해군은 빠져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미국의 오하이호급 핵추진 잠수함의 부산 입항을 거부한 전례가 있다. 이 군사적 훈련을 보면 워싱턴의 동북아 구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추진중인 대북 대화 무드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이 대화의 실효성이 바닥을 드러나는 순간,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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