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 국사편찬위위원장 / photo by 조선DB
12월 8일,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지난해 10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한 사과가 역사학계에 대한 사과라면 이번 사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보도된 사과의 핵심은 ‘국편은 잘못된 정책의 공범자’,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할 수 없다는 학계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라 하여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잘못된 정책’이며, 박근혜 정부가 역사 국정화를 통해 역사 해석을 독점하려 했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보도된 내용만으로 판단하건대 조광 위원장의 사과는 국정 교과서의 법률적 지위와 교과서의 성격에 대한 무지에서 출발한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잘못된 정책’이라 한 부분이다. 역사 교육은 기본적으로 교육 정책 책임자의 정책 수립과 역사 전문가의 교과서 편찬, 그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역사 교과서의 경우 필수과목으로 할 것인지 선택과목으로 할 것인지, 검정으로 할 것인지 국정으로 할 것인지 등은 모두 교육 정책에 해당되며 이는 법률로 정해져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9조는 ‘교과용 도서의 사용’에 관한 조항으로 ②항에는 ‘교과용 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 사정(査定)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하여 교과서의 발행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일임하고 있다.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의 발행 체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변경한 것은 법률에 따른 정당한 통치 행위다. 이에 따르면 조위원장이 ‘잘못된 정책’이라 한 발언은 사실을 왜곡한 거짓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조광 위원장이 말한 ‘잘못된 정책’은 무엇인지 또,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밝혀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할 수 없다는 학계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부분이다.
 
 역사 교과서는 삼국사기나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기본적 역사서를 비롯한 수많은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역사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사관(史觀)과 연구 방법에 따라 다양한 학설을 제기하여 학술서나 각종 자료로 남긴다. 여기에는 역사 연구자에 따라 다양한 역사 해석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 중에서 정설(定說)이나 통설(通說) 위주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또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들을 선별하여 편찬한 것이 바로 역사 교과서다. 당연히 통설이나 정설 위주의 내용을 재편집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 해석은 역사 전문가의 영역이며 학술서에 실을 내용이지, 교과서 집필자가 마음대로 재단하여 교과서마다 다르게 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 교과서의 발행 체제를 정하는 것이 교육 정책 책임자의 영역이라면 역사 교과서의 집필은 역사 전공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의 영역이다. 비록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 교육 정책을 책임지고 있으나 교과서 내용을 직접 좌우할 수는 없다. 또, 교과서 집필자라 해서 자신만의 독자적 역사 해석을 교과서에 마음대로 실을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국정 교과서의 정책 책임자나 교과서 집필자 어느 누구도 역사 해석을 독점할 수가 없는 구조이다. 그런데도 조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역사 해석을 독점했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사과했다. 그렇다면 조위원장은 발행되었다가 폐기된 국정 역사 교과서에서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역사 해석을 독점했는지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도 거짓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즉시 폐기된 고등학교 국정 한국사의 경우 27명(교사 6명 포함)이라는 교과서 편찬 역사상 유례없는 수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편찬하였다. 하지만 검정 교과서의 출판사별 집필자를 살펴보면 전문가는 4명이 가장 많은 수에 해당하며 리베르스쿨 교과서의 경우 교사 4명과 영어과 출신 회사 사장까지 5명이 집필했다. 현행 7종 교과서(교학사는 채택 없음으로 제외)의 전문가를 모두 합해도 18명으로 단일 교과서인 국정교과서 집필자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표 참조> 그럼에도 국정 교과서 추진 당시 집필자의 자격에 대해 끊임없는 시비가 있었으나 검정 교과서 집필자에 대해서는 어떤 시비도 있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없다.
 
출판사
교수연구원
교사
기타
전체
대표집필자
전근대
근현대
금성출판사
2
2
4
8
근현대
동아출판
1
1
5
7
근현대
리베르스쿨
0
0
4
1(영어)
5
교사
미래엔
0
2
6
8
근현대
비상교육
1
1
6
 
8
근현대
지학사
2
2
4
 
8
근현대
천재교육
2
2
5
9
근현대
국정(2015)
11
10
6
 
27
 
 
그러니 교과서 곳곳이 오역과 오류, 왜곡날조가 넘쳐나고 있다. 잘못된 교과서 내용은 수능한국사 시험에도 출제되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도 출제되었다. 일선학교에서는 잘못된 내용을 가르치고, 각종 시험에서는 잘못된 내용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11월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수능 한국사 15번 문항은 1920~30년대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이루어진 대일본 쌀 수출을 수탈과 수탈정책이라는 용어를 동원하여 출제했다. 이는 교과서 서술과 다르고, 학계의 통설과 다르고, 1920~30년대 신문보도와 다른 명백한 오류다.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 가뭄이 들어 쌀값이 폭등할 때 미곡상들은 일본산, 대만산, 사이공산, 랭군산, 캘리포니아산 쌀을 수입하여 판매하였다. 특히, 조선 쌀을 빼앗아갔다는 일본으로부터는 정부 불하미(拂下米) 뿐만 아니라 정미(正米)까지도 수입하여 판매하였다는 기사가 남아있다.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이러한 무역은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60만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능에서 일본이 쌀을 수탈해갔다는 것을 전제로 문제를 제시하여 학생들을 평가하였다. 지문도 역사를 왜곡하고 정답도 역사를 왜곡한 명백한 오류 문항임에도 출제위원장은 한 문항의 오류도 없는 무결점의 수능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수탈이고 수탈정책이 맞는다면 당시 일본 농민단체는 왜 시도 때도 없이 조선 쌀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일본 정부에 압력을 넣고, 미곡상은 어떻게 일본 쌀을 수입해서 판매하였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 위원장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기관 본연의 사명을 재확인하고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합법적 교육 정책에 따라 최고 수준의 집필진이 참여하여 편찬한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라, 기존의 엉터리 역사 교과서와 오류 수능에 대한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오류와 왜곡으로 점철된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잘못된 교과서에 의한 잘못된 교육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영혼을 멍들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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