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김정숙'을 검색하면 첨부한 자료와 같이 뜬다. 그런데 이름 옆의 직업을 표시하는 곳에는 ‘영부인’이라 하고 경력에는 ‘대통령 영부인’이라 하였다.
 
다소 어이가 없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방송이나 신문과 같은 언론 매체나 기타 소소한 잡기(雜記)에서도 대통령 부인을 으레 영부인이라 부르고 또 쓴다. 이는 대부분 '영부인'이 곧 '대통령 부인'의 줄임말이라는 오해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이다.

'영부인'을 한자로 쓰면 '令夫人'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영부인(令夫人)'을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하였다. 더하여, 남의 아들을 높여 부를 때는 '영식(令息)', 남의 딸을 높여 부를 때는 '영애(令愛)'라고 한다. 이때 영(令)은 존칭을 나타내는 접두사다. 따라서 자신이 정말 존경하는 분의 부인이라면 누구든 '영부인'이라 할 수 있다. 그게 '영부인' 본래의 뜻이다.
 
권위주의가 남아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영수(陸英修) 여사를 영부인으로 부르자 주변 사람들이 영부인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대통령 부인에게만 부르는 것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이제 대통령에게 각하(閣下)라는 말도 쓰지 않는 마당에 영부인이라는 말을 쓸 이유가 없다. 그냥 ‘대통령 부인’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김정숙 영부인’의 경우는 권위주의와는 상관없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영부인’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쓰는 가운데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뜻으로 굳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누가 그렇게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낯 뜨거운 일이다. 청와대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수정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모르기는 매일반인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이유는 한자를 모르기 때문이다. 한자 없이 한글로만 써놓으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쓰는 사람도 자의적으로 쓰고, 읽는 사람도 자의적으로 읽는다. 그러면서 차츰 엉뚱한 단어로 굳어져버린다. 그런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자를 무시하면서 우리의 언어생활은 점차 흐리멍텅해지고 있는 것이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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