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이미지
▲ 흥선대원군 / 자료사진
교육부는 지난 2일 2020학년부터 적용할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을 발표했다. 전근대사가 줄고 근현대사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여기서 필자는 근대사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흥선 대원군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고종 즉위 후 10년간을 ‘흥선 대원군의 개혁정치’, ‘흥선 대원군의 통치 체제 재정비’와 같은 단원 제목 아래 흥선 대원군이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경복궁을 중건하고, 척화비를 세우고, 대전회통을 편찬하고, 서양 세력을 물리쳤다는 등 합법적 통치 행위로 서술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집필 기준 시안에도 ‘흥선 대원군이 추진한 정책의 의미와 한계를 제시하고’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흥선 대원군은 이와 같은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수 있는 공식적 지위에 있지 않았다. 모두가 역사적 사실과 다른 서술 오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우선 교과서에는 고종 즉위와 함께 흥선 대원군이 집권하여 10년 동안 통치를 하다가 1873년에 하야하고 고종이 친정(親政)을 시작했다고 서술하였다. 그러나 고종 즉위와 함께 수렴청정을 수행한 대왕대비 조씨가 합법적 통치자로 있는 마당에 흥선 대원군이 집권할 수는 없으며 그런 기록도 없다. 또 1873년 흥선 대원군이 하야하고 고종이 친정을 시작했다고 하였으나 흥선 대원군은 하야할 지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다 고종의 친정 시작도 1873년이 아닌 1866년 2월 13일이다. 대왕대비 조씨의 철렴(撤簾) 이후 합법적 통치기구는 국왕인 고종이 유일하므로 흥선 대원군은 어떠한 합법적 통치 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
 
다음으로 흥선 대원군이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세우기 위하여 경복궁을 중건했다고 서술하였으나 이도 사실과 다르다. 승정원일기와 고종실록에 따르면 경복궁 중건은 수렴청정 중인 대왕대비 조씨와 조정 대신들 간에 논의를 거쳐서 결정되었다. 경복궁 중건이 결정되고 공사에 동원할 민력(民力) 문제에 이르러 대왕대비는 “위로 경재(卿宰)로부터 아래로 서민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이 동원되는 국가사업을 구중궁궐에 있는 한 여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하며 흥선 대원군의 조력(助力)을 얻고자 영의정 조두순에게 “이처럼 더없이 중대한 일은 나의 정력(精力)으로는 미칠 수가 없기 때문에 모두 대원군(大院君)에게 맡길 것이니, 매사를 반드시 의논하여 처리하도록 하라.(승정원일기, 1865. 4. 3.)”고 하명(下命)하였다. 흥선 대원군의 역할은 민력(民力) 동원의 자문역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를 빌미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는 있었겠으나 이를 합법적 통치 행위인양 교과서에 서술하는 것은 잘못이다.
 
끝으로 교과서에는 흥선 대원군이 통치 체제를 정비하기 위하여 ‘대전회통’과 ‘육전조례’ 등 법전을 편찬하였다고 서술하였다. 그러나 이도 사실이 아니다. 승정원일기에는 영의정 조두순이 법전 정비의 필요성을 건의하고 대왕대비가 이를 윤허함으로써 대전회통의 편찬이 이루어졌다고 되어 있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1865년 왕명에 따라 영의정 조두순, 좌의정 김병학 등이 『대전통편』 이후 80년간 반포, 실시된 왕의 교명과 규칙 및 격식 등을 『대전통편』 아래 추보한 뒤 교서관(校書館)에서 출판하게 하였다.”라고 되어 있으며, 두산백과나 한국근현대사사전의 서술도 동일하다. 흥선 대원군은 국가 법전을 편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으며 역사 기록에도 없는 명백한 서술 오류다. 이 외에도 교과서의 흥선 대원군 관련 서술은 모두 정사(正史)에 없는 것으로 '대한계년사', '근세조선정감', '매천야록'과 같은 야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행 교과서는 우리의 역사를 정사가 아닌 야사를 실어서 가르치고 있다. 고종은 공과(功過)를 떠나 정통성과 합법성을 지닌 조선의 제26대 국왕이다. 그런데 현행 교과서는 고종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흥선 대원군의 불법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마치 합법적 통치 행위인양 서술하여 가르치고 있다.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김병헌/국사교과서연구소장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선pub 모바일 웹 이용방법
메일 보내기 닫기
보내는 사람
보내는 사람 메일
받는 사람 메일
제목
메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