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간단할수록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비현실적인 법률이 너무 많아 '법대로 하다가는 사업이고 뭐고 되는 게 없다'는 말이 상식으로 인식될 정도다. 그래서 쓸데없이 국민의 발목을 잡는 법은 과감하게 없애자.
약법삼장(約法三章)! 이 말은 반군의 일개 장수였던 유방(劉邦)이 진(秦)의 수도 함양에 입성하자마자 제국의 멸망을 목격하고 공포에 떠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살인을 한 자는 사형시키고,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한 자는 벌하며, 그 외 모든 법을 폐지한다”고 백성들에게 선언한 약속이다. 그런데 이 약속은 2,000여년 전 잔혹하고 복잡한 법에 눌려 신음하던 진나라의 백성들에게 한 줄기 광명과 복음이었다.
 
그 때 유방은 덧붙여 말했다. “진나라가 만든 복잡하고 잔인한 법은 모두 폐지합니다. 모든 관리들은 안심하고 예전처럼 일하십시오. 제가 이리 온 것은 여러 부로(父老 ; 나이 많은 백성을 높여 부르는 말)에게 해악을 없애기 위함이며, 누르고 뺏기 위함이 아니니 겁내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백성들은 감격과 기쁨에 젖어 법망을 피해 숨겨 놓았던 돈과 곡식을 꺼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군사들을 융숭하게 대접하려 했지만, 유방은 이를 끝내 사양하였다. 그러자 백성들은 유방을 하늘처럼 우러러보면서, 항우의 위세에 눌려 유방이 관중의 왕이 못될까봐 가슴을 졸이며, 걱정했다. 이런 민심 때문에 유방은 항우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얼마 후 세력을 키워 항우를 무찌르고, 한(漢) 왕조를 건설하기에 이른다.
 
그 후 유방의 후손들은 약법삼장을 계승하여 강제적인 법보다는 자율적인 유교이념을 내세워 나라를 통치함으로써 400년간 왕조를 이었다. 이처럼 중국역사상 전무후무하도록 긴 왕조를 지탱함으로써 50여 개 이민족 중 하나인 한족은 중국의 최대민족이 되었고, 그 문화는 비단길을 통해 세계로 퍼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양심과 도덕을 무시한 채 엄벌주의, 밀고 장려, 연좌제를 법으로 강제하여 백성을 억압한 나라치고 평화와 번영을 이룬 예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이 나라의 기둥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셀 수 없이 많고 복잡한 법률이 홍수를 이루고, 인구비례 고소고발율이 이웃나라의 100배가 넘는다. 법의 비정함은 도처에서 넘쳐나지만 법의 관용은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지난 세대에서 만들어진 비현실적인 법률에 묶여 재산권행사는커녕 세금으로 냉가슴 앓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 오죽하면, ‘법대로 했다가는 사업이고 뭐고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상식이 되어버렸을까?
 
그렇지만 불평만 하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약법삼장의 예를 지금 우리나라에 도입해 보면 어떨까? 헌법과 민법, 형법 등의 기본법 외 다른 법을 모두 한시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5~10년의 시행기한을 정하고, 기한이 되면 자동적으로 폐기되는 ‘법 일몰제’를 시행해 보자. 국민생활에 꼭 필요한 법이라면 기한 전에 보완하고, 연장하면 된다. 그러면 어렵고 비현실적인 법은 저절로 사라지고, 상식과 도리에 맞는 법은 살아남아 법적 안정성이나 예측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지지 않을까?
 
흔히 법은 그물에 비유된다. 그래서 법망(法網)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대한민국이라는 어장에는 구멍이 나거나 버려진 그물이 너무 많아 도무지 배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다. 때문에 대한민국호의 앞길을 위해서는 폐법망 제거가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쓸데없이 국민의 발목을 잡는 법은 과감하게 없애자. 지금이야말로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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