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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주 반구대 암각화(巖刻畵) 원경(遠景)

현행 한국사 교과서에는 청동기 시대 유적으로 바위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선(先) 지식이 없이 바위그림이라는 네 글자만 본다면 바위에 그린 그림인지, 아니면 바위를 그린 그림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지만, 교과서에 실린 바위그림은 바위에 그린 그림도, 바위를 그린 그림도 아닌 ‘바위에 새긴 그림’ 즉 암각화(巖刻畵)를 한글로 바꾼 것이다. 미리 알지 않은 상태에서 바위그림이라는 단어만 보고 ‘바위에 새긴 그림’이라는 개념을 유추하기는 쉽지 않다. 암각화를 한글로 옮기면서 주요한 요소인 각(刻:새기다)의 의미를 생략했기 때문이다. 바위그림을 소개한 교과서 서술도 각양각색이다.

리베르스쿨
울주 반구대의 바위그림에는 고래, 사슴, 호랑이, 새 등이 새겨져 있어 사냥과 고기잡이의 성공을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고령 장기리의 바위그림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동심원, 십자형, 삼각형 등의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져 있어 이곳이 풍성한 생산을 기원하는 제사 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19)
미래엔
이 시기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망과 기원을 담아 바위그림을 남겼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바위그림에는 야생 동물, 가축, 고래 등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사냥과 물고기잡이의 성공과 풍요를 기원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전해 준다. 고령 장기리 바위그림에는 각종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 있다.(14)
천재교육
바위그림에는 어떤 그림이 새겨져 있을까?
세계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바위그림에는 풍요와 다산 등 선사 시대 사람들의 소망과 생활 모습이 새겨져 있다.(13)
비상교육
당시 사람들은 사냥 및 고기잡이의 성공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면서 바위그림그렸다.(19)
바위그림에는 무엇을 새겨 넣었을까?(20~21)
금성출판사
암각화에 나타난 동아시아의 선사 문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고래잡이 모습, 그물로 사냥하는 모습, 울타리에 가둔 가축 등을 새겼다.
[열린생각 1] 선사 사대 사람들이 그린 암각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에 대해 말해 보자.(26)
동아출판
암각화로 신석기 시대 생활 모습을 보다.(13)
타실리 나제르의 암각화(알제리)
교학사
서술 없음
지학사
서술 없음

리베르스쿨과 미래엔, 그리고 천재교육 교과서는 바위그림이라 해놓고 표현 방법은 모두 새긴 것으로 서술하였다. 금성출판사는 암각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정작 ‘새기다’와 ‘그리다’를 번갈아 쓰고 있다. 동아출판은 신석기시대의 생활모습으로 알제리의 암각화를 소개하고 있으나 정작 수록된 사진은 암각화가 아닌 벽화다. 비상교육과 같이 두 면이나 할애하여 암각화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교과서가 있는가 하면 교학사와 지학사는 언급 자체가 없다. 비상교육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은 암각화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으나 교학사와 지학사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은 암각화든 바위그림이든 아예 알 수가 없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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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교육 교과서 20쪽과 21쪽에는 ‘바위그림에는 무엇을 새겨 넣었을까?’, ‘높이가 3m 가까이 되는데 이걸 모두 어떻게 새겼을까?’, ‘반구대 바위그림은 어떤 방식으로 새겼을까?’, ‘반구대 바위그림은 언제 새겨졌을까?’라고 하여 모두 새겼다고 서술하였다.
 
하지만, 본문 서술에서는 ‘당시 사람들은 사냥 및 고기잡이의 성공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면서 바위그림을 그렸다’고 하였다. 만약 이 문장의 바위그림이 강세황의 영통골입구도에 나오는 바위그림과 같은 것이라면 모르나 암각화라면 문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바위에 물고기나 동물 등의 형상을 새긴 그림을 암각화라고 하는데 이를 그렸다는 것은 바위에 새겨진 그림을 보고 그렸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리다’를 ‘연필, 붓 따위로 어떤 사물의 모양을 그와 닮게 선이나 색으로 나타내다.’고 하였으며, ‘새기다’는 ‘글씨나 형상을 파다.’라고 하여 그린 것과 새긴 것을 엄연히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바위그림을 ‘바위, 단애(斷崖), 동굴의 벽면 따위에 칠하기, 새기기, 쪼기 등의 수법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해놓았다. 칠하는 것도 바위그림이고 새기는 것도 바위그림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이라고 제시한 암각화에 대한 설명이다. 한자를 무시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刻자가 어려워서 한글로 바꿔야한다면 우리글에 있는 ‘刻’자를 모두 한글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음각(陰刻)이나 양각(陽刻) 같은 경우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 刻을 생략하고 ‘그늘’, ‘볕’이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늘새김, 볕새김이라 할 것인가? 각심(刻心:마음에 새기다)이나 각자(刻字:글자를 새김)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말과 글에는 이런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동일한 한자를 모두 한글로 바꿀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해당 한자를 가르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巖刻畵’의 한자가 어렵다고 刻자를 생략한 채 ‘바위그림’이라 하면 본래의 의미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단어가 된다. 이런 흐리멍덩한 단어를 학술용어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반면 암(巖:바위 암), 각(刻:새길 각), 화(畵:그림 화)와 같은 한자를 익혀서 쓴다면 의미가 분명해질 뿐만 아니라 응용도 무궁무진하다.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을 완벽하게 구사(驅使)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한자를 가르치고 익혀야 한다. 한자를 기피하고 외면할 때 어휘력의 빈곤과 학문의 퇴행은 피할 수 없다. 이것이 한자를 반드시 가르치고 익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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