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차량에 화염병을 던져 구속된 남모(74)씨가 2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 photo by 뉴시스
황혼이 질 무렵이면 대법원과 검찰청 앞을 산책을 하곤 한다. 그 앞에서 여러 해 일인시위를 하다가 망부석 같이 된 사람을 봤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검찰청의 철문 앞 인도에 서있었다. 그의 옆에는 햇빛에 누렇게 바랜 호소문이 바닥에 깔려있다. 어떤 검사에 대한 분노와 한이 가득 차 있는 글이다. 그는 점점 풍화되어 망가져 갔다. 생생하던 얼굴이 윤기 없는 메마른 시커먼 피부에 눈이 움푹 들어간 얼굴이 되었다. 바짝마른 몸은 뼈만 남았다. 수많은 사람과 차량들이 드나들지만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차라리 길 잃은 고양이나 개였으면 한번쯤은 돌아다보았을지도 모른다.
 
한번은 그에게 다가가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나를 외면한 채 무심히 하늘만 쳐다보았다. 더 이상 메아리 없는 누구와의 대화도 필요치 않다는 저항의 태도였다. 이미 그는 이 사회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누런 눈동자 속에는 살기조차 감도는 느낌이었다. 그의 가득 차 있는 화약에 어느 순간 불꽃이 닿으면 엄청난 폭발이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 밤 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오다가 대법원 정문 앞을 지날 때였다. 한 남자가 어둠 속에 우뚝 서 있는 텅 빈 대법원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역시 폭발 직전의 폭탄 같았다. 법원과 검찰청 정문 근처에는 그런 사람들이 바위구멍 사이사이에 꽂아놓은 다이너마이트 같이 서 있다. 그들에게 검찰과 법원은 악마집단인 것 같다.
 
한 맺힌 민원인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 대법관 친구가 있었다. 그는 항상 두려워하고 주위를 경계했다. 퇴근할 때 아파트 앞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려 쏜살 같이 집으로 달려간다고 했다. 예전의 어떤 판사같이 석궁을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주머니 안에 항상 짧은 몽둥이를 휴대하고 다닌다고 했다. 내 목숨을 내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족의 안전까지 걱정하던 대법관인 그 친구의 얼굴에는 이미 대법관으로서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포용력은 보이지 않았다. 켜켜이 쌓인 상대방에 대한 격앙된 감정만 남아 있었다.
 
2018년 11월 27일 오전 9시 10분경 대법원 정문 앞을 통과하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일인시위를 하던 남자가 던진 화염병 세례를 받았다. 대법원장이 탄 관용차에 불이 붙었고 화염병을 던진 남자의 몸에도 불이 붙었다. 74세의 평범한 노인이었던 그는 대법원에서 심리 불속행으로 패소가 확정된 데 대한 원한으로 그렇게 했다고 전한다. 그 노인은 왜 하나의 폭탄이 되어 자폭을 했을까.
 
앞으로 아침에 출근하는 판사에게 흉기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 판사들은 왜 그러는지 원인을 잘 모를 것이다. 민원인 편에서 변호사 생활을 삼십년 이상 해 오면서 나는 이면의 원인을 약간은 봤다. 고통이나 슬픔의 체험이 별로 없는 흰 손이 쓴 판결문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판사들은 외국어를 쓰는 다른 나라 사람이다. 마네킹 같이 법대위에 앉아서 판결문만으로 의사를 표시한다고 한다. 변호사들은 난해한 판결문을 해석해 주는 것으로 먹고 살기도 한다.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의 문장이다. 기록을 읽어보니까 이유 없더라는 짧은 문장으로 재판 자체를 거부한다. 그 문장을 해석해 줄 사람은 없다. 몇날 며칠을 상고이유서를 준비한 변호사들까지도 종주먹질을 하면서 분노한다. 사법에서는 모든 제도가 법관들 편이다. 행정청의 진정은 아무렇게나 써도 공무원들이 알아서 조사하고 친절한 답을 해 준다. 돈도 들지 않는다. 법원에 호소하려면 보통사람은 쓸 수 없는 까다로운 형식을 요구한다. 변호사에게 돈을 주고 써야 한다. 접수시키는 데도 돈을 받는다. 돈을 받아야 함부로 법원에 소송을 걸지 못한다는 취지다. 지면 큰 금액의 돈을 내야 한다.
 
사법부가 행정부와 달리 그렇게 구름위에 있을 이유를 국민들은 모른다. 모든 게 판사 마음이다. 진실도 판사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다. 진실이 뭉개진 돈 없는 국민이 마지막으로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테러는 더 나올 수도 있다. 사법부는 자기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눈으로 판사의 모습을 다시 봐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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