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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고 있다.

작년 8월 인천에서 백화점 내 대형마트에서 1만원어치 물건을 훔쳐 달아난 단순 절도범 A씨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재판을 진행했는데, 배심원 9명 전원이 검찰의 공소사실 중 강도상해(A씨가 체포를 피하기 위해 대형 출입문을 밀어 마트 보안요원이 다쳤다.)는 무죄, 절도는 유죄라는 만장일치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체포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했고 이는 체포라는 공격력을 억압하기에 충분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제도에서 배심원은 사실인정을, 법관은 법률적용을 담당한다. 물론 배심원의 사실인정 등은 법관의 법령설명(Instruction) 하에 이루어지지만, 배심원제는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고 상식에도 부합되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마련됐다. 법관이 경험하지 못한 복잡한 사실인정과 법리적용 등을 혼자서 모두 짊어져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업무 부담을 줄여 판결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한마디로 기존 형사재판 절차에 비해 보다 상식적인이고 합리적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상식적’, ‘합리적’이란 수식어는 ‘인간적’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사실인정에서 배심원 전원이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법관이 유죄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작년 8월 인천지법 판결이 그렇다.
사실인정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을 검사가 하여야 하는데 배심원 모두가 무죄 평결을 내린 경우라면 이는 보통사람의 눈으로 볼 때 “합리적인 의심을 모두 배제할 정도의입증에 이르지 못했다” 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영미법계에서 볼 때 이런 판결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무죄의 배심원 평결은 배심원만의 전속 권한이기 때문이다. 물론 처벌형의 권고안은 단지 의견의 개진이어서 판사가 조정할 수는 있으나 유무죄의 사실인정에 관한 배심원의 평결은 판사 역시 기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형사법 기본원칙 즉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에 이르지 못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영미법계와는 달리 한국의 국민참여재판(관련법 제 46조의 제5항)의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인정에 관한 배심원의 만장일치 평결에도 법원이 뒤바뀐 판결을 내린 사례를 상당수 볼 수 있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상당하다. 예컨대 배심원 모두가 무죄 평결을 내렸다면 이는 공소사실의 입증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할 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사소송의 금과옥조는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원이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는 것은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곰탕집의 추행사건의 경우도 사법부의 “유죄추정의 원칙”이 현실적으로 적용된 사례라는 지적이 많다.
나아가 이 같은 법원의 태도는 유죄추정 내지 형사사건에서 입증의 정도를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가 아니라 단지 “증거우위”에 기초하여 판결하고 있다는 의심과 우려를 낳게 한다. 즉, 형사소송 절차의 금과옥조인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배치된다.
 
배심원 평결과 판사의 법률적용 간의 불일치 문제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법원의 경직된 사고는 피고인 스스로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고, 나아가 전체 형사소송 절차를 오도(誤導)할 수 있다. 차제에 법적인 문제점이 없는지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 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개설하여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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