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모습.
최근 곰탕집 성추행사건이 화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거의 30만 명이 동의를 하고 나아가 시위까지 열린다고 한다. 일견 보기에, 스치면서 엉덩이를 만졌는데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아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실형이 내려진 사안이다.
재판부는 그 누구보다도 고심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다. 판사가 판결을 내리기까지 고독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으리라. 검찰이 벌금의 구형을 내렸음에도 판사의 양심에 비추어 실형을 내리게 된 사정은 분명히 있었으리라.
 
그러나 법률가로서 가지는 의문은 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사사건은 증거의 우위가 있는 쪽으로 승소 판결을 하면 된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경우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 측의 입증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형사단독 재판부의 경우에 한 달에 거의 200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 하고 심리를 진행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판단한다”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자신의 결백 혹은 무죄를 주장하면 증인을 부르고 나아가 이에 대한 심리를 진행해야 하기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형사재판부로선 제한된 시간제약 범위 내에 어느 정도의 사건을 종결하고 선고를 내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런 경우 필자가 판사라고 하더라도 일견 명확한 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면 짜증이 날 것도 같다. 그래서 소위 괘심죄라는 용어도 그래서 생긴 모양이다.
 
형사 재판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형사 판결문은 민사 판결문과는 달리 거의 차트 식으로 간단하게 증거를 표시토록 되어 있다. 민사보다 형사사건에서 판사의 증거판단과 그 심증형성이 중요함에도 이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피해자의 증언과 목격자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내지 증언이라고만 기재하면 유죄판결을 내리는 데에 아무런 장애나 부담이 없다. 실제로 필자는 어느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이 모순되고 허위”라는 주장을 했음에도 판결문에는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다’는 이유로 유죄의 판결을 내린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제한된 판사 수에 비해 형사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피고인의 주장자체도 제대로 읽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의 판결이 너무 많다. 그리고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형사판결이 대다수이다. 이는 거의 원님재판 수준이다.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의 입증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되어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재판부가 만연히 이러저러한 증거요지에 의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여 유죄의 판결을 내린다고 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인가 잘못된 것으로 보여 진다. 피해자의 진술의 모순점을 아무리 지적을 하여도 형사판결문에는 단 한 줄도 이에 대한 판단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입증을 위해선 전관변호사를 선임하여야 한다는 자조 어린 이야기가 나온다. 어쨌든 이런 부분은 개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형사사건은 더욱 더 철저하게 증거에 의한 판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상세히 기술해서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든 형사사건에서 무죄의 주장은 거의 대다수 개전의 정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결국 양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헌법상의 기본권 중의 하나인 피고인의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추행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라고 하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하여 세밀하게 반대신문을 하게 되면 대다수의 재판부는 이를 2차 피해 운운하면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방어권은 어떻게 보장될 것인가? 이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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