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이미징(Mirror Imaging)이란 심리학 용어로 인간이 가지는 정신적 심리적 오류 중 하나를 일컫는 말이다. 정확한 의미는 상대방의 입장을 자신의 입장에 빗대어 판단하는 오류를 말한다. 이 때문에 바라보는 대상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같다는 의미에서 Mirror Imaging 에 “거울 속 이미지”라는 표현을 붙인 것이다. 이런 오류를 가장 많이 범하는 경우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무지하거나 충분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가령 자신이 가보지 못한 장소, 처해보지 못한 환경이나 상황,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 등을 바라보고 해당 상황이나 장소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입시켜 판단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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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톱스타, 판빙빙.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의 톱스타 판빙빙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약 4개월이 다 되어 가는 동안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기 드라마 속 배우나 아이돌 가수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과 같다. 그런데 사라진 판빙빙의 행방을 쫓아야 할 주체인 중국 공안이 도리어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된 상태다. 판빙빙은 세금 탈루 혐의로 중국 공안에 불려간 뒤 수개월째 조사중이라는 말만 전해질 뿐, 아무런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판빙빙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국내외에서 일부 돌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정권의 실세인 왕치산과 친밀함을 드러낸 판빙빙이 반 시진핑 세력에 의해 공안의 조사를 받는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돌연 중국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판빙빙의 과거 행적의 잘못을 까발리고 비판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만약 국내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면 어떨까. 톱스타 한명이 검찰조사로 4개월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국내외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톱스타가 사라진 연유를 정부에 묻는 여론이 확산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조사대상이 된 인물이 보통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검찰조사 후에 집으로 귀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공안에 불려가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귀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이런 조사를 중국에서는 쌍규라고 칭하며, 민주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강압적 수사행태다.
 
중국의 이런 비합리적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는 중국의 민주적이지 않은 실태를 고발하여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런 그가 정작 자국인 중국에서는 홀대를 넘어 반 국가인사로 지목되어 감옥에 투옥됐다. 기나긴 투옥생활 중 간암에 시달렸지만, 중국정부는 류샤오보에게 필요한 항암치료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세계가 류사오보의 인권을 짓밟는듯한 중국정부의 처사에 비난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중국정부는 항암치료를 거부했다. 그가 사망하기 직전 전세계적인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는듯이 그에게 항암치료를 허락했지만, 치료시기를 한참 넘긴 뒤였다. 결국 그는 간암으로 2017년 세상을 떠났다. 당시 중국정부는 류사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를 상대로 노르웨이산 연어의 수입금지까지 내리며, 국가적 경제보복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중국이 공산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도 공산국가이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유일한 공산당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을 했어도 중국의 언론은 정부가 지시하면 한순간에 통제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원치 않는 기사는 언제든 공안의 검열을 통해서 사라질 수 있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과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민 대부분은 이따금씩 중국의 경제성장에 눈이 멀어 중국을 마치 민주주의 국가인 것처럼 생각을 하고 있다. 개인이 누리는 경제적 자유나 외국 방문의 자유 등이 우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한류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의 차림새가 경제성장에 걸맞게 개선되자, 대부분은 중국인을 보고 후진국의 국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중국하면 미국에 맞먹는 경제대국으로 생각하고, 연간 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로 생각한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사건을 보고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와 같은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인간의 인식적 오류인 미러 이미징이 작용한 탓이다. 이따금씩 판빙빙 실종과 같은 사건이 나올때면 우리는 “아 그렇지, 중국은 공산국이었지”라며 잊고있던 중국에 대한 미러 이미징을 환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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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내를 달리는 두 정상. 사진=방송캡처

그런데 과연 이런 미러 이미징이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최근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자 국민들은 카메라 너머 전해진 평양 시내 모습에 미러 이미징을 하기 시작했다. 번듯한 고층 빌딩과 나란히 줄을 맞춰 서있는 아파트들을 보고, “북한도 서울이랑 별로 다르지 않네, 북한이나 남한이나 똑같네” 라는 생각을 했다. 북한의 공산당에서 훈련된 카메라맨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고 그대로 믿었다. 북한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물과 풍경만을 보고 우리는 우리도 의식하지 못한채 미러 이미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이면의 속사정과 환경 등은 확인하지 않은채 자신들의 경험에 빗댄 상상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북한이 전세계 언론이 바라볼 평양시내의 모습을 평소의 모습 그대로 보여줬을까?
 
국내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 응한 운송업 종사자는 “평양을 보니 하루빨리 평양시내를 운전하고 싶다”라는 식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우리는 평양이외의 북한도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적 오류, 미러 이미징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우리가 남한에서 하고 있는 삶이 북한과 통일되면 동일한 범주에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다. 요식업계 종사자는 ‘통일해서 북한가서 장사하면 지금보다 소비층이 늘어 나아지겠지’, 무역업 종사자는 ‘북한하고 통일되면 북한의 특산품을 남한으로 많이 가져와서 높은 수익을 올리겠지’ 라는 식의 생각들을 벌써부터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모두 미러 이미징이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북한의 현실을 단편적인 장면만을 보고 자신의 경험에 빗댄 환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적인 방법으로 통일이 된 뒤, 먼 미래에는 실현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당장 통일이 되면, 남북한 학생인구 1600만명에게 가르칠 교과서의 내용조차 꾸려지지 않은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에겐 김일성의 독재 치하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뒤바꿔 남한 사회에 정착시킬 여력도 없다. 현재 탈북자들을 하나원에서 수개월간 교육시킨 뒤 남한에 정착시키고 있지만, 이런 장기적 교육을 했음에도 남한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탈북자들의 현실이다.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남한을 반드시 죽여야 할 원수로 배우고, 미국은 ‘미제 승냥이’라고 세뇌된 사람들이 과연 두 팔 벌려 우리를 안아줄 준비가 되어있을까.
 
지난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일 아이스하키팀으로 출전했던 남북은 용어 정리에만 수일이 걸렸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공을 “패스하라 (pass)”라는 용어조차 북한은 “연락하라”라고 칭한다고 했다. 북한내 확고한 주체 존엄아래 외래어 사용금지가 일반화된 탓이다. 북한의 인민들이 남한의 국민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영어에 기반한 단어를 익히는데 과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조차 북한의 김정은은 남한의 국민을 “인민”이라 칭했다. 과연 김정은이 생각하는 통일의 구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구상과 얼마나 같을까.
남한의 국민들이 북한에 가지는 미러 이미징이 북한의 인민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북한도 북한의 자신들이 가보지 못한 남한에 대한 환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체사상과 공산주의에 물든 남한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남한에 대한 미러 이미징과 우리가 생각한 북한에 대한 미러 이미징이 가지는 간극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며 그 괴리는 클 것이다.
 
이미 이런 괴리의 일부를 우리는 탈북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경험한 민주주의는 그 어떤 말과 상상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새로움이었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서독과 동독이 통일 뒤 안정화되는데까지 최소 1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우리보다 양국의 장벽이 심하지 않았던 독일은 비밀리에 양국의 국민간 왕래가 잦았다.
 
또 양측 정부는 통일전부터 통일후 가르칠 교육의 내용까지 치밀하게 계획했다. 그럼에도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다. 양측간에 쌓여만 가는 인식적 오류가 더 큰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북한에 대한 미러 이미징을 거둬드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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