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1989년 이후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0세까지 인정… 60세 넘은 가정주부는 교통사고 당해도 소득상실분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은 못 받아
⊙ 미국·유럽은 65세, 일본은 67세까지를 일할 수 있는 나이로 인정
 가정주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쳐 일을 못하게 되면 소득은 얼마로 인정할까? 밖에서 돈 버는 사람이 아니기에 소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정주부가 없으면 집안일 해줄 가사도우미가 필요하고, 그 가사도우미에게 돈을 줘야 한다. 따라서 가정주부의 노동력에 대해서도 당연히 소득을 인정해 줘야 한다. 2018년 6월 현재 법원에서 인정하는 가정주부의 소득은 약 241만원이다. 정확하게는 하루 일당 10만9819원씩 한 달에 22일 일하는 것으로 봐서 월(月) 241만6018원이다.
 
  가정주부의 일당은 도시에서 일용근로자로 일하는 사람이 받는 평균 임금으로 인정한다. 문제는 왜 한 달에 22일만 일하는 것으로 인정하느냐다. 직장인이나 일용직 노동자와는 달리 가정주부는 토요일・일요일도 없고 명절도 없다.
 
  쉬는 날? 주부는 쉬는 날이 더 바쁘다. 남편이 쉬고 아들딸이 학교 안 가는 날이라고 해서 가정주부도 같이 쉴 수는 없다. 오히려 하루 세끼 꼬박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청소도 더 많아진다. 그런데도 법원은 가정주부의 소득을 월 22일 치만 인정한다. 합리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야간근무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줘야 할 텐데 말이다.
 
 
  가정주부의 정년은 60세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법원에서 소득을 인정하는 가정주부는 만 60세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만 60세 넘은 가정주부가 교통사고 당했을 땐 아무리 입원기간이 길더라도 일하지 못한 손해, 즉 돈 벌 수 있었던 것을 못 벌게 된 손해(일실수입)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63세인 장모가 맞벌이하는 사위와 딸을 위해 집안일을 해주고 손자손녀를 돌봐준다고 가정해 보자. 장모가 손자손녀를 유치원에 보내 놓고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장 보고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10개월간 입원했다. 누군가가 대신 집안일을 보고 자녀들을 돌봐줘야만 한다. 친척에게 부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어려우면 가사도우미를 써야 한다.
 
  이 경우 가해차량의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얼마나 될까? 당연히 입원기간 동안의 가정주부의 소득만큼은 인정받고, 그와 별도로 위자료도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법원판결은 그렇지 않다. 60세까지만 일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만 60세 이상인 장모의 소득은 인정해 주지 않는다.
 
  옛날에는 환갑잔치를 벌였었다. 요즘에는 칠순잔치가 없어진 지도 오래됐다. 팔순 때에도 가족끼리 모여 조촐하게 식사하는 게 보통이다. 예전엔 80대 중반에 돌아가셨으면 호상(好喪)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 연세에 돌아가셨어도 ‘조금 더 사셨어야 하는데…’라고 한다. 이런 시대에 법원에서는 돈 벌 수 있는 나이, 즉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만 보고 있다. 매우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옛날엔 육체노동자의 정년(정확하게는 몸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 법적으로는 ‘가동기간’ 또는 ‘가동연한’이라고 해야 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정년이라는 표현을 쓴다)을 만 50세까지로만 봤다. 그러다가 1966년경에 대법원에서 55세까지 인정했다. 그로부터 23년 후인 1989년엔 평균수명이 늘어났고 의료 수준도 향상되었기에 6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그 후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 평균수명은 전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2, 3위를 달린다.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복지 혜택 덕분에 30년 전의 50대보다 지금의 60대가 더 건강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60세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법원은 30년 전 나온 판례에 바탕 해서 소득에 대한 세금 신고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해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일실수입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했으면 일용직도 세금신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작은 빌라 신축현장에서 일한 경우엔 현금으로 일당을 받기에 소득신고가 안 되는 것이 보통이다.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60대 아주머니도 하루하루 일 끝나고 현금으로 일당을 받기에 세금신고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이들이 교통사고 당했을 때 법원은 60세 넘은 노인이기에 일을 못할 나이라고 간주하면서 소득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이들은 엄연히 실제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법원은 직접 못 봤다, 세금 낸 자료가 없다면서 이를 인정하지 않아 온 것이다.
 
 
  일본은 67세까지 가동연한 인정
 
  60세 넘은 사람이 교통사고 당했을 때 가동기간이 지났다고 소득을 인정해 주지 않는 판결을 선고하는 그 판사들의 가정에선 누가 일할까? 그분들의 집에서도 60세를 넘긴 장모나 시어머니가 맞벌이 판사 부부를 위해 손자들을 봐주고 집안일을 해주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그런 판결을 내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60세는 노인이 아니다. 장년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옳다. 법률에 정해진 노인은 만 65세부터지만, 그분들도 ‘노인’이라는 소리 듣는 걸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시내버스나 지하철 무료로 타는 나이는 65세이다. 앞으로는 국민연금 받는 나이도 65세로 올라간다. 만 65세까지는 본인이 돈 벌어서 생활하고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도 본인 돈으로 타라는 얘기다. 실제로 만 60세 넘어서 일하는 것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30대의 젊은 무직자(無職者)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법원은 최소한 도시 일용근로자의 소득(위에서 얘기한 월 241만원)을 인정해 준다. 만 60세 넘었지만 현실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 혹은 일하고는 있지 않더라도 건강한 노동력이 있는 사람과 60세 되지 않은 사람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아무런 차이가 없다.
 
  20여 년 전부터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로 보고 있다. 일본은 67세까지로 보고 있다.
 
  이젠 우리도 당연히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최소한 65세까지로 인정해 줘야 한다. 다행히 지난 5월 초에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부는 이제는 우리나라도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을 계기로 모든 법원에서 육체노동자의 정년, 즉 가동연한은 65세로 인정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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