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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오늘 주인공은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다. 취업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 중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과음한 나머지 택시에 탑승, 잠이 들고 말았다. 택시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보니, 학생이 잠을 자고 있었다.
 
기사는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한 이유는 여학생이다 보니 괜히 택시에서 끌어내리다가 성추행 의혹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파출소 직원이 출동하여 택시에서 잠을 자고 있는 학생을 깨우더니 하차시켜 택시비를 주고 집에 가라고 한다.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는 여학생에게 다짜고짜 택시비를 내라고 하니 여학생이 못 주겠다고 한 모양이다. 그런 상태에서 경찰관은 여학생을 택시 무임승차 사기죄로 체포하려고 하니 여학생이 경찰관의 몸을 잡고 저항과정에서 손톱으로 얼굴과 손등을 가볍게 긁은 모양이다.
 
순찰차 연행, 지구대 조사과정에서도 소란을 피우니 결국 여학생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고 한다. 어머니가 소식을 듣고 달려와 수갑 좀 풀어달라고 한 모양이다. 술이 덜 깬 여학생을 다시 경찰서 형사당직팀으로 인계, 술 취한 상태에서 조서를 받았다.
 
그것도 혐의적용을 경찰관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와 사기죄로 말이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니 조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횡설수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으로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하려고 했다.
 
과연 이것이 법과 규정,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법집행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먼저 술에 만취한 여학생을 무조건 파출소로 인계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연락처를 물어보고 연락하여 목적지로 나오도록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취한 학생에게 무조건 택시비를 내라고 독촉하는 것이 출동한 경찰관임무를 다한 것일까? 출동경찰관 역시 안전하게 만취한 여학생을 집에 연락해, 부모님 등 보호자가 와서 데려가도록 하면 안 되었을까? 그리고 택시비를 단지 안 냈다는 이유로 무조건 사기죄로 형사입건하는 것이 옳은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아울러 술에 취해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는 여학생이 경찰관의 몸을 잡고 손톱으로 가벼운 상처를 냈다고 무조건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할 필요가 있었을까? 파출소, 지구대, 형사당직팀에서도 굳이 여학생의 손목에 수갑을 채울 필요가 있었을까?
 
술도 깨지 않은 학생을 상대로 바로 경찰서 형사당직팀으로 신병을 인계하여 조사를 받아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을까? 일단 보호자가 왔으면 보호자에게 인계하고 귀가 후 술이 깨어난 후에 택시기사와 경찰관에게 사과하도록 하는 기회를 준 다음에 정신을 차렸을 때 정식으로 경찰서에 출석 조사를 해도 되지 않았을까?
 
과거 1990년대 이전에는 이러한 음주소란, 택시요금 미납사건의 경우 어떻게 처리했을까? 먼저 경미한 음주소란자의 경우 파출소에서 보호자에게 연락, 인계하거나 경찰서로 데려가서 즉결보호실에 유치한 후 다음날 오전 즉결법정에서 5일 이내의 구류(유치명령), 소액의 벌금처분을 내렸다. 문답식 조서도 받지 않고, 형사입건도 되지 않아 전과자도 되지 않는다. 속칭 빨간 줄도 되지 않는다. 
 
검찰을 거치지도 않고 바로 경찰에서 법정으로 가니 신속한 사법처리에 구류처분의 경우 바로 유치장에 수감되니 경찰법집행 위상도 높아진다. 지금은 왜 이런 법집행 방식을 하지 못할까? 경찰과 검찰을 거치고 다시 법원 재판을 가면 길게는 6개월 이상 걸린다. 그사이에 법집행의 실효성도 떨어지고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수배자가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에 쌓인 젊은이가 술 한번 잘못 먹어 과음에 만취를 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입건하면 앞날이 창창한 한 학생의 장래취업이 어려워진다. 위 사건의 경우 딸이 경찰에 조사를 받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어머니는 기도하면서 울고 있었다.  
 
경찰은 계속해서 왜 택시비를 내지 않았느냐, 왜 경찰관의 몸을 잡고 손톱으로 할퀴었느냐면서 술을 마시지 않은 정상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당시 술에 만취해 기억이 없는 학생을 상대로 기억나지 않는 질문을 계속 한다.
 
공무집행방해죄의 적용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술에 만취해 저지른 경미한 범행을 굳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여 형사입건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술에 만취해 택시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사기죄로 형사입건하는 것은 무리한 법적용이 아닐까? 이런 식이라면 굳이 사람이 법적용과 집행을 하지 말고 인공지능을 통해 법적용과 집행을 하면 되지 않을까? 살려야 할 사람, 용서해야 할 사람과 정말로 죽여야 할 사람, 용서하지 말아야 할 사람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법 적용과 집행을 하여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경찰계급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 경찰서장 재직 시 파출소를 거쳐 형사당직팀으로 올라오는 사건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검토했다. 즉결심판회부를 통해 전과자를 만들지 않고 신속하게 처벌을 할 사람과 사건, 그렇지 않고 형사입건을 할 사건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처리를 했다.
 
굳이 형사입건을 하여 전과자를 만들 필요가 없는 사람들까지 형사입건, 검찰송치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형사입건 만능시대에서 많은 사람이 전과자로 형사입건되고 검찰 송치되어 처분을 받는 것을 보면서 사건처리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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