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by 조선DB
최근 한 지자체가 출산 장려책으로 ‘25세 때 결혼시키자’며 ‘대학별로 만남의 행사 추진, 대학생 때 결혼하면 취업 1순위 추천’을 내놓았다. 한낱 우스개로 끝난 한 지자체의 저출산 대책회의는 출산 장려책이 얼마나 빈곤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취업이 안 되고 살 집 마련이 어려워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한다 해도 아이 기르는 비용이 워낙 많아 아이 낳기가 쉽지 않다. 어른 세대가 저지른 큰 잘못이다.
 
저출산에서 벗어나고자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100조 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감소했고, 급기야 세계 제1의 저출산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3%대 안팎이다. 잠재성장률이란 생산요소를 풀 가동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GDP의 최고 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노동과 자본 투입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인해 노동을 늘리기 어렵게 되면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덫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는 한 마디로, 참혹하다.
 
리콴유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이유는 다르지만 앞에서 언급한 ‘한 지자체의 저출산 대책회의’ 같은 사례를 만났다. 리콴유는 1983년 8월 14일 밤,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대졸 남성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신들만큼 우수한 아이를 원한다면 자신보다 교육 수준이 낮은 아내를 고르는 것은 어리석다.” 언론은 이를 ‘대 결혼 논쟁(Great Marriage Debate)’라고 이름 붙였다. 이 연설 때문에 다음 해 총선에서 리콴유가 이끄는 인민행동당 지지율이 12%나 떨어졌다.
 
리콴유가 ‘대 결혼 논쟁’ 연설을 하게 된 것은 1980년 인구조사 보고서 때문이었다. 그 보고서에는 싱가포르의 똑똑한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고 있고, 후손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싱가포르 최고의 여성들이 자식을 낳지 않는 이유는 그들과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남성들이 그들과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시 싱가포르 대졸생의 절반가량은 여성들이었는데, 그들 중 3분의 2 정도는 미혼이었다. 싱가포르에서 1983년에는 대졸 남성의 38%만이 대졸 여성과 결혼했다. 다행히도 1997년에는 63%로 증가했다.
 
리콴유는 미혼 대졸 여성들의 문제를 덜어주기 위해 대졸 남녀 간의 교제활동을 도와주는 사교개발기구(SDU)를 설립했다. 세계 신문사들은 싱가포르정부의 짝짓기 노력과 사교개발기구 설립을 비웃었다. 그러나 당시 대졸 미혼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은 미혼녀의 부모들이었다.
 
리콴유는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세 명의 자녀를 둔 대졸 여성에게는 세 아이 모두를 위해 부모들이 높게 평가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반론과 비난이 들끓자 이 정책은 곧 폐기되었다. 대신 세 번째와 네 번째 아이를 출산할 경우 부부의 수입에서 소득세를 감면하는 특혜를 주었다. 이런 특권으로 말미암아 세 번째 아이나 네 번째 아이를 갖는 가정이 늘어났다.
 
우리도 리콴유가 시행한 것과 같은 정책을 도입하면 어떨까? 태어난 아이에게만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태어날 아이에게도 혜택을 주는 제도. 즉, 결혼한 가정에게는 어떤 조건하에서 내 집 마련을 쉽게 해주고, 지금은 맞벌이 부부가 대세이므로 ‘아이를 출산할 경우 부부의 수입에서 소득세를 감면하는 특혜’를 주는 것.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선pub 모바일 웹 이용방법
메일 보내기 닫기
보내는 사람
보내는 사람 메일
받는 사람 메일
제목
메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