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경제정책 기조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찬반이 엇갈리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분명한 것 같다. 경제지표가 악화되니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악화된 경제지표가 이 정책을 더 확실하게 추진하라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얘기를 꺼내기가 힘든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공약으로 제시된 이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여러 군데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최근 충격적인 일까지 발생했다. 통계청장이 사실상 경질된 것이다. 전임 청장은 폐지될 뻔했던 가계소득통계가 존속되자 표본 수를 늘려서 통계의 질적 개선을 도모했다. 그런데 결과가 나쁘게 나오자 1년이 좀 지난 상황에서 교체되었다. 모든 지표가 경제 상황 악화를 확인해주고 있으므로 가계소득통계는 일관성 있게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책임자는 교체되었다. 통계청장이 눈물 어린 이임식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청와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신임 통계청장은 전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할 때 근거자료를 만든 책임자라는 점이 알려졌다. 이제 신임 청장 취임 이후 생산되는 통계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본질적인 의문이 생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다.
   
   
   동어 반복의 잘못된 용어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지적할 것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명칭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성장은 소득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정책이라는 용어는 ‘소득을 증가시켜서 소득이 증가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해석 가능하다. 사실상 동의어 반복이다. 이처럼 당혹스러운 명칭이 나타난 것은 ‘wage-led growth’, 즉 임금주도성장이라는 용어에서 ‘임금’을 ‘소득’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세계노동기구(ILO)가 주장한 임금주도성장이 국내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거시경제적으로 ‘소득’은 ‘임금’ ‘이자’ ‘지대’ ‘이윤’으로 이루어진다. 근로소득 말고 금융자본에 대한 이자소득, 부동산에 대한 지대소득, 그리고 기업들이 창출하는 이윤소득도 있다. 한 경제가 창출하는 최종 부가가치의 합계인 국민소득은 임금+이자+지대+이윤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임금만이 아니라 이자·지대·이윤의 증가 정책도 포함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의 어젠다에는 임금만 들어있고 이자·지대·이윤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다.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만 늘어나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이 기본적인 내용인데 이는 장기적 성장정책이 아니라 케인스적 단기부양책으로 보아야 하고, 성장보다는 분배정책으로 보아야 타당하다.
   
   
   이자·지대·이윤은 빠진 소득 주도
   
   국민소득은 부가가치들의 합계이다. 부가가치가 창출되어야 소득이 올라가고, 경제가 성장하고, 그 결과 임금도 올라간다. 예를 들어보자. 밀농사를 해서 밀을 수확하고, 이를 다시 가공하여 밀가루를 만들고, 그리고 그 밀가루를 사들여 빵을 굽고 나서 그 빵을 누군가 소비해야 전체 단계가 완성이 된다. 부가가치는 각 단계별로 창출된다. 그런데 이 부가가치의 창출 단계마다 노동 투입이 필요하다. 만일 임금만 갑자기 올라간다고 하자. 임금은 근로자에게는 소득이지만 기업에는 생산비다. 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각 부가가치 창출 단계마다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가가치 창출 단계에서 생산비만 덜렁 혼자 상승하면 이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 내로 편입된 개방경제이고 해외에 있는 수많은 기업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임금만 ‘강제로’ 인상할 경우 임금상승이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경쟁력은 훼손된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해외에서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을 하는 이유가 다 임금 때문이다. 동일한 제품을 어떻게 해서든 싸게 생산해야 살아남는다. 국내에서 임금이 갑자기 올라 빵값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은 국내 빵 대신 해외에서 수입된 과자로 소비를 전환할 수 있다. 이 경우 제빵업체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또한 임금인상으로 인해 국산 밀가루가 비싸지면 국내 제빵업체들은 해외에서 밀가루를 수입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하의 생산비 상승은 이처럼 국내 부가가치 창출을 축소시키거나 중단시킬 수 있다. 해외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해외 근로자에게 부가 이전되고 국내 근로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글로벌 생산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임금인상을 통한 생산비 상승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중산층 가정 알바 대학생도 최저임금 혜택
   
   또 하나는 요소 수요적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경제학 법칙에 따르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든다. 생산요소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생산요소 가격이 증가하면 생산요소 수요가 줄어든다. 임금, 즉 노동가격이 비싸지면 노동이라는 요소를 적게 사용하라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된다. 이제 기업들은 노동을 줄이고 자본으로 대체한다. 최근 키오스크라고 부르는 무인 자동주문 단말기의 생산과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커피전문점에서 미소를 띠며 주문을 받는 알바생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또한 임금인상을 피해 해외로 기업을 옮겨 국내노동 대신 해외노동으로 대체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임금인상을 피해가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일자리를 줄이게 되어 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추진되면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었다. 이 제도는 취지와 명분은 좋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단적으로 하나만 지적해보자. 이 제도는 근로자 개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일정 액수 이상으로 강제함으로써 소득을 늘리고 소득분포를 개선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소득분포는 가계 중심으로 보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개인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가계가 중요한 것이다. KDI의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 가운데 70%가 중산층 가계에 속해 있다. 자녀는 ‘알바’를 통해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아버지의 소득은 괜찮은 편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자녀 용돈 좀 올라가는 효과밖에 없는 셈이다. 얼마 전 필자가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방청석에 있던 한 지방 출신 대학생의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서울 소재 대학교에 다니면서 학교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데 그의 부모가 월세를 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자녀의 월세를 내줄 정도이면 빈곤층에 속할 정도는 아니라고 볼 때 그 대학생은 비록 최저임금을 받지만 그가 속한 가계는 소득분포상 빈곤층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 경제 내에서 최저임금의 인상폭은 너무 급격하고 속도도 빠르다. 2018년 16.4%, 2019년 10.9%이다. 2년 누진 약 30%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우리 경제의 뇌관을 건드리고 있다. 바로 자영업이다. 570만여명이 저부가가치 분야에 종사하면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도소매, 음식료, 숙박, 운수로 대표되는 저부가가치 분야가 자영업자가 주로 일하는 분야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사장님이지만 사실상 경제적 ‘을’이다. 편의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대료, 가맹점수수료, 카드수수료 등으로 힘들고, 과당경쟁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갑자기 정부가 종업원 월급을 올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장사도 안 되고 힘든데 월급을 더 주라는 것이다. 이들은 매우 격앙되어 있다. 이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이들에게 카드수수료나 건물임대계약과 관련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바라는 것은 우선 최저임금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당장 사람을 써야 하는데 비용이 너무 드니 어려움을 줄여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고 딴 얘기만 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통계를 제시하면서 최저임금의 영향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하는데 급여를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부담을 안 느끼는 업주가 어디 있겠는가. 이른 나이에 퇴직을 하고 자영업만이 유일한 대안인 상황에서 높은 급여를 주면서 창업을 할 수밖에 없다면 부담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들여다보아야지, 최저임금의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사가 잘되면 임금을 더 주고 장사가 안 되면 덜 줄 수 있어야 한다. 숫자 하나를 제시하고 이 숫자를 모든 기업, 모든 산업, 모든 지역에 똑같이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경직적이다.
   
▲ 지난 8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차 최저임금 인상 규탄집회. photo 뉴시스

   주휴수당으로 이미 시간당 1만원 지급
   
   자영업도 기업이다. 기업이 유지되어야 일자리도 유지된다. 임금을 억지로 더 주게 만든다고 꼭 좋은 것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주휴수당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을 일한 경우, 5일 근무 시 8시간분 임금을 추가로 더해준다. 이 제도에 따르면 한 달에 174시간 정도 일하면 209시간분의 급여를 받는다. 인상된 최저임금 수준을 반영하는 경우 월 급여가 약 174만여원이다. 174시간 일하고 174만원 정도를 받으니 시간당 1만원이 지급된다.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라 법적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단 물리적으로 얼마나 일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물리적으로 일한 시간에 대해 이미 시간당 1만원이 지급되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최근 나온 많은 통계는 악화되는 고용과 소득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계를 소득수준에 따라 5등분하고 가장 소득이 낮은 20% 그룹을 1분위, 가장 소득이 높은 그룹을 5분위로 배열하고 1인 가구를 포함하는 경우 1분위의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수가 0.3명이 되었다. 1년 전에는 0.41명이었다. 1분위에 속한 가구 숫자가 100이라면 이 그룹에 속한 전체 취업자 숫자가 1년 사이에 41명에서 30명으로 11명이 줄어들었다. 무려 28% 감소이다. 반면 최상위인 5분위 가구의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숫자는 2.02명으로 5.9% 증가하였다. 가구 수 100개 기준 취업자 숫자가 202명이 된 것이다.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숫자는 4분위 1.59명, 3분위 1.26명으로 줄어든다. 취업자 수가 많을수록 상위권이다. 일자리 숫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분위에 속한 가구가 최저임금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볼 때 소득 최하위 가구의 일자리 숫자가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도 중요하지만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중요하다. 일자리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만든다. 폐쇄경제에서는 몰라도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소득주도성장이 가진 고비용 유도 효과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 국내 자영업자의 비명 소리도 너무 높다. 이제 임금을 지급하는 입장까지 고려한 제대로 된 기업친화적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the Basics)’가 너무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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