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 북한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담을 갖고 있다. / photo by 뉴시스
 폼페이오가 이번 북한 방문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해서 미국 언론, 의회, 심지어는 공화당 안 일부 의원들조차 “북한에 끌려 다닌다” “회담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훈련 시킨다” “한-미 연합훈련 취소는 잘못 된 것이다”라는 비난여론을 거세게 일으키고 있다.

 이럴 줄 몰랐나? 김정은은 지금 공산당의 전통적인 회담전략을 교과서 베끼듯 그대로 따라하고 있을 뿐, 태양 아래 일찍이 없었던 짓을 그가 처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공산당 회담 전략은, 시작은 온갖 호혜적인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상대방이 갑옷을 훌훌 벗게 만들고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온갖 밀고 당기기, 정치공세, 선전선동으로 시간을 무한정 끌며 상대방의 입지를 낮게 만들어 자기들의 일방적인 목적을 한 치 한 치 달성해 가는 식이다.

 베트남 펑화협상 아닌 남부 베트남 적화 공작이었던 피리 평화회담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미국은 이 소모전과 지구전에서 완전히 진액이 빠져 나가떨어졌고, 그 불리한 국내외 정치 환경-여론 환경을 배경으로 헨리 키신저 같은 천하의 냉혈 흥정꾼이 나서서 남부 베트남을 북부 베트남에 팔아넘겼던 것이다. 이번의 미-북 회담에서도 김정은과 시진핑은 그런 공산당 전략전술을 그대로 쓰고 있다.

 공산당의 이런 수법에 익숙할 리 없는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왕년의 장사 꾼 재주만 믿고“내가 드디어 역대 그 어떤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협상에 의한 북핵(北核) 해결’의 문을 열었다”며, 김정은이 마치 자기가 쳐놓은 그물 안에 들어와 준 것처럼 허장성세 하고 “다 됐다”는 듯 떠벌렸다. 그는 그런 공치사를 통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길 생각에 부풀었을 것이고, 북핵이 미국에만 날아오지 않으면 그만이란 식으로 사태를 끌고 가려 했다.

 이런 낙관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한껏 치켜세웠고, 반면에 한국은 한껏 무시한 나머지 백악관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을 “통역할 필요도 없다“까지 말했다. 이런 모욕이 또 어디 있겠나? 물론 필자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직접대고 모욕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한-미 연합훈련을 ‘도발행위’라며 중단시켰고, 주한미군을 언젠가는 불러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경솔하기 짝이 없는 불필요한 소리였다. 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라는, 미국 입장의 향후의 협상 지렛대를 스스로 미리 없애는 게 이 과연 장사 꾼 트럼프가 자화자찬 하는 흥정수법이었나? 그런 경솔함을 가지고 그가 어떻게 재벌이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폼페이오 또한, 이 말했다가 저 말 했다가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이걸 스스로 ‘채찍과 당근’이라는 협상기술이라고 호도할지는 모르겠으나, 김정은이 바보천치인가, 그걸 모르게. 김정은과 시진핑을 무슨 유치원 학생인 줄 알았나? 그들은 자유민주 국가의 대통령과 고관들이 선거정치라는 어쩔 수 없는 부담에 짓눌려 산다는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작자들이다. 막강한 군사력과 국제정치적 위력을 구사는 트럼프는 자신이 김정은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국 언론들은 벌서부터 김정은이 트럼프를 가지고 논다고 비난하고 있다. 있다.

 이 모든 건 물론 긴 협상으로 이어지는 한 때의 우화(寓話)일 수는 있다. 오늘의 정세가 그렇다고 이게 계속 이렇게만 갈 것이라고 단정해선 안 될 것이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회담을 깰 입장은 아니다. 둘 다 협상이라는 호랑이 잔등에 앉은 셈이다. 그래서 정세는 곧 또 바뀔 수 있다. 이 협상 과정에서 가장 깨지는 측은 ‘자유민주 대한민국’일 공산이 크다. ‘자유민주 대한민국’은 국내적으로도 벼랑 끝에 서있다. 내우외환-유유창천(悠悠蒼天)은 그러나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경솔한 언행을 하면 할수록 미국 유권자가 오는 11월에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그런 정치인일수록 일정한 고정표는 가지고 있다. 이게 대중민주주의(mass democracy) 시대 대중 유권자의 비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리라. NYT, CNN, WP, WSJ이 아무리 기염을 토하며 트럼프를 비난해도 대중의 비합리적 선택은 그것대로 따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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