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1948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를 부정하고 싶은가
-온갖 궤변으로 북한체제 합리화하고 싶은가
대한민국의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 부정 논란을 일으켰던 주진오 명지대 교수.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이다./ jtbc영상 캡쳐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최종 시안(試案)은 필자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어떻게 1980년대 대학가에 풍미한 철 지난 얘기들, 즉 좌파 수정주의 역사관이 그렇게 요약했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이 시안의 초안이 공개됐을 때인 올해 2월에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조목조목 이의를 제기했고, 말 잘하기로 유명한 이낙연 종리도 대답을 잘 못하고 쩔쩔매다가 결국 이 시안에“동의하지 않는다”그리고 “총리가 승인 안 하면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며 시안의 문제를 인정하고 끝났다.
 
하지만 그때 시안과 지금 시안의 차이는“6.25가 남침”이라는 것만 들어가는 정도만 빼고는 거의 없다. 6.25 남침도 집필기준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정도로 조정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6.25가 남침”이라는 문구도 정말 집어넣기 싫었던 모양이다. 총리가 국회에서 식언(食言)을 했던가, 총리가 실세(實勢)가 아니던가 둘 중의 하나 아니겠나. 총리의 의견을 며칠 후 과격 운동권 출신인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보면 답은 자명한 듯하다.
 
현 정권은 무엇에 쫓긴 듯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소위‘막가파식’으로 여러 일들을 해치우고 있다. 마치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기세로 무리수를 두고 있고 교과서 집필기준도 그중 하나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바꾸는 것도 큰 문제이다. 민주주의의 개념은 대단히 넓으며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남한에서는 민중민주주의로 호칭 된다)를 포함할 수도 있다. 소위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이며, 북한의 공식명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다.
 
이번 시안은 여러 문제를 갖고있지만 지면상 여기서는 특히 문제가 심각한 “대한민국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기준 삭제에 대해 주로 논하고자 한다. 이 것은 이미 논쟁이 끝난 사안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북한 체제를 옹호하려는 국사학계와 친북좌파 세력의 그동안의 끈질기고 지겨운 노력이 실체화된 케이스이다. 이미 2011년 10월에 국사편찬위원회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발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을 때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던 전력이 있다.
 
필자를 비롯한 몇 사람들이 “1948년 12월 12일 유엔결의안”원문을 제시하고 이의를 제기해서 가까스로 다시“한반도 유일”문구가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천재교육 교과서가 결국 이 기준을 어기고 “대한민국이 38선 이남에서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오도된 문구를 집어넣었다가 교과부의 수정 지시를 받았다. 그 교과서 집필진은 이를 거부하고 교과부에 소송을 걸었다가 결국 교과부가 승소한 일도 있었다.
 
당시 이러한 거부에 앞장서고 “한반도 유일”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은 천재교육 교과서의 대표집필자인 당시 상명대 주진오 교수였고 현재 그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이다. 주교수는 2013년 9월 23일 JTBC 방송 정관용과의 인터뷰에서 ([라이브人] 주진오 "교학사판 외 나머지 7종 서술 비슷”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345776)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주진오: 그렇습니다. 그것은 예를 들자면 2011년도에 교육과정이 다시 만들어지고 집필기준이 쓰여질 때 사실 그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처음에 집필 기준에는 바로 말씀하신 것처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표현이 있었고요. 그것에 대해서 당시에 역사학계에서는 분명히 당시의 UN의 결의안이라든가 그런 자료에 의하면 그렇게 돼 있지 않다. 그 자료적인 근거를 저도 지금 오늘 가지고 왔습니다마는 그렇게 해서 거기에서 보면 사실은 UN의 결의안이라고 하는 것은 그 안에 한반도 전체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정관용-그럼 38도선 이남 표현은 있나요.
 
◆주진오-선거를 했던, 선거를 치렀던 지역에서의 합법적인 정부라고 나와 있는 것이죠. 그것은 어떻게 보면 38선 이남을 의미하는 거고...
 
서울대 박태균 교수도 같은 오류를 주장했다가 (「유엔의 48년 ‘유일 합법정부’ 승인, 38도선이남인가, 한반도 전체인가」,『한겨레신문』 2013.10.31) 필자의 재반박을 받았다(강규형,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뿐이다, <칼럼>박태균 서울대 교수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1948년 유엔총회 결의문을 왜곡 오도하지 말아야」,『데일리안』 2013.11.4.).  더욱이 올해 2월 27일 논쟁의 당사자였던 주진오 관장조차 국회에서의 답변에서 자신의 예전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이 논쟁은 완전히 일단락되는 듯하다가, 요번 집필기준 발표로 다시 한번 낡은 주제가 재점화 된 것이다.

원래 이러한 국사학계의 한심한 오류는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의도적인 오역을 맹종한 결과였다.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은‘오역의 제국’(도리 2013)이란 저서에서 학술 오역의 대표 케이스로 리영희의 유엔결의문 오역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 오역이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오역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국사학계와 친북좌파 세력들이 이 오역을 ‘성경 말씀’처럼 맹종했다는 것이었다.
 
리영희는‘한국논단’ 1991년 6월호에서‘이 정부가 Korea의 그 지역에서의 그와 같은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로 원문에 없는‘그 지역’(유엔감시 하에서 자유선거인  5.10선거가 일어난 지역, 즉 38선 이남—필자 주) 을 넣어 번역해서 대한민국이 마치 38선 이남에서만 유일합법 정부인 것처럼 사기를 친 것이었다.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학,석,박 과정을 마친 조선일보 이선민 기자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탄식하고 준엄하게 질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사학자들은 국사교과서 논란이 있을 때마다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2011년 9월에는 한 지방 국립대 교수가 그런 주장을 폈고, 한국사 검정교과서 좌편향논란이 불거졌던 2013년 12월에는 서울대 교수가 같은 주장을 담은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검정 교과서에 그렇게 썼다가 교육부로부터 수정명령을 받자 이를 거부하고 방송 인터뷰에서 거듭 같은 주장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정도의 영어실력과 초보적인 논리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해석될 수 있는 영어문장을 놓고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동이 계속되는 것일까? 그들이 원문을 보지 않은 것인가. 봤다면 해석할 실력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진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학자들이 진실을 끝까지 외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느 경우든 이런 사람들에게 역사교육을 맡겨놓아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한국사 좌편향 교과서’ 논란 11년 관찰기 : 국사학계에 던지는 5가지 질문」,『주간조선』, 2382호, 2015.11.16., 14-15쪽)

요번 시안을 제출하면서 시안 연구진은 1948년 유엔결의에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 돼 있고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앞부분은 여전히 리영희의 오역을 맹종한 오류이고 앞에 자세히 설명했으니 생략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아직도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한 한심한 오류이다. 또한 뒷 부분은 전형적인 몰(沒)역사적인 해석이다. 1991년 유엔 남북한 동시 가입은 남북한의 당시의 국제적 지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할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것은 1948년 남북한 체제가 들어설 당시 상황에 대한 서술이지, 1991년 이후에 대한 서술이 아니다. 무려 43년이 지난 후의 일을 1948년의 상황에 대입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또한 국사학계에서 비교적 중도적인 입장을 가진 대전대 도면회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한민국이 한반도에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주장은 학계 중론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유엔결의도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라는 조건에서 유일하다는 것이지 다른 조건을 갖춘 정부는 있을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도저히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하면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였음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48년 12월 12일 파리 샤이요 궁(사요 궁이라고도 불린다. Palais de Chaillot)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에서 공산권을 포함한 회원국 58개국 중 48개국의 압도적 찬성을 얻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받았다(찬성 48, 반대 6, 기권 1, 결석 3). 대한민국은 정통성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북한 체제와 차별화됐다. 유엔결의문은 대한민국의 관할권을 유엔감시 하의 자유선거가 이루어진 38선 이남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결의문은 아울러 한반도에 이미 존재하던 ‘두 체제’ 중에 대한민국만이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점도 상당히 선명하게 적시하고 있다 (“...and that this is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 북한은 유엔감시도 거부하고 자유선거가 아닌 황당하기 그지없는 흑백투표를 자행하면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이것은 세상이 뒤집어져도 도저히 바뀔 수가 없는 팩트이다. 요번 역사교과서 시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아무리 높은 지지율을 가지고 폭주하는 정권이라 하더라도 역사의 평가 앞에서는, 특히 앞으로 다가올 자유통일 한국의 입장에서는 요번 시안의 상당 부분이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2018년 5월 7일 자 펜앤드마이크의 글을 필자가 수정증보(增補)하고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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