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연세대 마광수 교수(국문학)를 최근 만났다. 오랫동안 독신생활을 하는 마 교수는 퇴임 이후의 노년 생활을 남겨놓고도 여전한 독신 예찬론을 말했다. 그가 보는 이상적인 남녀 결함형태는 무엇일까?
마광수 교수의 서재
-결혼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혼했던 걸 후회한다. 정확히는 결혼식을 올린 걸 후회한다. 사람들을 불러놓고 식까지 치러놓고 몇 년 후에 헤어진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1985년에 결혼해 이런저런 과정을 겪은 후, 5년 후인 1990년에 이혼. 나보다 어린 판사 앞에서 도장을 찍는데, 무척 쪽팔렸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에서 이혼하든 판사를 거쳐야 한다.

전 부인과 나는 한마디로 성적 취향이 달랐다. 나는 결혼 전까지 그녀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섹슈얼 환타지(Sexual Fantasy)가 풍부한 나와 달리 상대는 그렇지 않았다.

좀 현실적인 안건을 들자면, 제일 괴로웠던 건 같이 자는 거였다. 잠이 들고 깨는 습관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자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았다. 결혼하면 꼭 같은 방에서 자야하가? 요즘엔 부부가 같은 방에서 안 잔다고 하면 보통 사랑이 깨진 걸로 여기는 것 같은데, 사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부가 따로 잠을 잤다.

술 마시고 다음날 집에서 퍼져있고 싶은데 마음처럼 그러지 못하는 것도 애로사항 중 하나였다. 주부들은 남편이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한다.

-결혼보다 더 나은 다른 삶의 방식이 있는가?

"내가 권장하는 결합의 방식은 계약 동거다. 나? 철저히 1인 가구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55세가 지나고부터는 어느 새인가 연애를 기대하지 않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5년 전 연애가 마지막이다. 쫄쫄 굶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평생 혼자 살면서 자유 연애를 하라’고 권한다. 애 낳고 싶으면 낳으면 된다. 싱글맘(single mom), 싱글대디(single daddy)라는 말도 대중화되지 않았나. 아이가 엄마 성도 따를 수 있다. 부모가 다 있어야 아이의 성격이 올바르게 형성된다? 아이의 성격 형성에 제일 중요한 건 ‘모성애’다.

특별히 여자 제자들에게는 결혼하고 3년은 악착같이 피임하라고 얘기한다. 이왕이면 혼인신고도 하지 말라고 한다. 못살겠어서 이혼하게 생겼으면, 애 없이 이혼하는 게 제일 좋다. 설사 애가 있더라도 그 앞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이혼하는 게 좋다.

미혼이라는 단어가 어떤 불평등의 울림을 갖고 있다고 여겨져서인지 요즘엔 ‘비혼(非婚)’이란 단어를 쓴다. 미혼이든 비혼이든 혼자 자유롭게 사는 건 좋지만, 역시 노년이 걱정된다. 현실을 보면 노년의 고독은 꼭 비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황혼 이혼하는 사례 중에는 남편이 치매에 걸리자 부인이 도망가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뭐,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결혼했다고 해서 반드시 고독한 노년을 맞이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비혼주의자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평화로워질까?

"일단 부부사이의 싸움이 줄어드니 평화로워질 것 같지만 중요한 건 ‘프리섹스(Free sex)’가 가능한가 아닌가다. 1인 가구의 삶에는 프리섹스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남자들이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지고보면 남자들이 결혼을 하는 이유 중엔 성욕을 합법적이고 상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있지 않은가.

성매매특별법이라고 하면서 정부가 집창촌을 다 없애놨다. 룸살롱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일종의 유전무죄라고 해야하나. 부자들은 밤에 아늑한 공간에 들어가 별짓을 다 해도 되고, 그런 곳에 갈 돈은 없지만 성적 욕구는 있는 남자들은 집에서 야한 동영상이라도 보면서 혼자 해소해야 하는 건가? 아,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겠다. 자발적 성매매는 합법화해야 한다."

-성의 상품화에 찬성한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남자가 혼자 살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특히 나이 들어서 연애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나이대를 불문하고 아직도 데이트할 때는 남자가 돈을 더 많이 써야한다는 분위기다. 그러고 보면 남자는 이래저래 몰락한 것 같다. 영화 <타이타닉(Titanic)>만 봐도 기껏 여자는 구해놓고 남자는 장렬히 물에 빠져 죽는다. 성전환자들을 봐도 남자가 되려고 애쓰는 여자보다는 여자가 되려는 남자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요즘 남성의 성기를 유지하면서 여성이 된 쉬메일(shemale)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에게도 경제적인 문제는 중요한 화두다. 소득은 교수 월급과 책팔아서 받는 인세가 다인데, 일단 책은 한 물 갔다고 보면 된다. 팔리질 않는다. 스마트폰 시대가 온 후 더 심해졌다. 대학생들이 강의 교재도 안사는 판인데 뭘 더 바라겠는가."

-좀 있으면 정년퇴직인데 앞으로 계획은?

"그나마 월급도 없어지고 연금으로 살아야 된다. 그런데 나의 경우 연금이 반만 나온다. <즐거운 사라>를 내고 구속되어 실형을 산 ‘전과자’라는 이유다. <즐거운 사라>는 아직도 판매금지도서다. 이걸 풀려면 사법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 이겨야 한단다. 사라 사건 당시 나의 변호를 맡았던 한승헌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지금 분위기로는 소송을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렸다. 돈도 많이 들 것 같아 포기했다.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라카미 류는 되고 마광수는 안되는 이유는 뭘까. 마약하고 섹스하는 걸 적나라하게 묘사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같은 책은 유유히 서점에 진열되어 있고 사라는 아직도 판매금지되어 있는 이유 말이다. 내 책에는 심지어 삽입하는 장면도 안나온다.

요즘에도 검열은 진행 중이다. 나의 홈페이지인 마광수닷컴은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툭하면 여기에 올린 사진을 문제삼아 경고장이 날아왔다. 결국 사진 게시판 자체를 없애버렸다. 나에 대한 검열엔 도대체가 일몰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앞에서는 점잔을 떨면서 뒤에서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남자들보다 나의 죄가 더 시급하고 중한가? 아무튼 나는 연금이 모자라면 집을 담보로 역모기지론을 받아 살 생각이다."

-앞으로도 혼자 살아야될텐데...

"혼자 사는 남자에게는 정력(精力)도 중요하다. 자유연애를 즐기려면 정력이 좋아야 되니 말이다. 정신적인 사랑? 웃기는 소리다. 더불어 여자를 바꾸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혹시 반신불수가 되거나 치매라도 걸리면 어쩌나. 얼마 전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는 말년에 치매로 고생하셨다. 내가 죽을 때는 누가 돌봐줄까 생각하면 역시 두렵다. 어느 날 갑자기 죽는 게 제일 좋겠다.

- 혼자 사는 데 힘든 점은?

"홀로 사는 것의 적(敵)은 역시 고독이다. 홀로 사는 사람은 기다림에 익숙해야 한다. 사랑은 결국 기다림이다. 견디는 수 밖에 없다. 참고 기다려야 한다. 돌아보면, 우연한 계기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다. 한 쪽이 억지로 쫓아다닌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자에게 만나자고 먼저 꼬신 적이 없다. 고독할 때 조심해야 된다. 잘못하면 주책을 부릴 수 있다.
<즐거운 사라>의 주인공 나사라의 실제 모델이었던 현실속의 그녀는 먼 이국에서 살고 있다. 오래 전 풍문으로 전해들었다. 사라는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나는 오늘도 거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텔레비전에서, 인터넷에서 사라를 발견한다. 그리고 꿈꾼다. 아찔하고 서늘한 연애를.



-------마광수 교수 프로필---------------
마광수(馬光洙) 홈페이지 : www.makwangsoo.com
⊙64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박사, 現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여관으로>,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 <인생은 즐거워> 등 저술, 1991년부터 17차례에 걸쳐 미술 전시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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