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서버 센터.
미국의 ‘중국 목 조르기’가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애국 마케팅으로 대응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지만 현실은 차갑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8개월째, 중국 경제 전체가 추락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미국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워싱턴, 뉴욕에서 접하는 ‘차이나 이펙트(China Effect)’는 거의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고용·소비·성장이란 측면에서 보면 현재 미국 경제는 ‘글로벌 1강(强)’의 위치에 올라서 있다. 중국을 밀어붙일수록 미국 경제에 좋다. 순풍 정도가 아니라 대약진이다. 이미 시작됐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은 한국으로도 밀어닥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총 수출액 5739억달러 중 대중 수출액은 전체의 24.5%. 홍콩을 포함할 경우 전체의 31.6% 정도를 중국에서 벌어들인다. 싫든 좋든 ‘중국 경제 향방=한국 경제 내일’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견제는 무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상 신(新) 냉전 선언에 해당하는 펜스 부통령의 10월 4일 대중 연설은 향후 미국의 정책을 가늠케 하는 나침반이다. 11월 중 이뤄질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에 앞선 출사표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부분적으로 보도됐지만, 미국의 내정에 은밀히 개입하는 중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정치·경제·군사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모두 함께’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내건 이른바 ‘베이징 스탠더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행동으로 나서 아예 중국의 입김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남중국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군사적 대응은 펜스 연설의 핵심 중 하나다.
   
   항공모함도 만들면서 해양굴기에 나선 중국이지만 아직 중국의 해군력은 미국의 1970년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유는 잠수함의 성능과 함께 해상 입체 작전 능력에 있다. 특히 중국 잠수함은 1940년대 일본 해군에 비견된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아직 멀었다. 소음이 심해 탐지기에 쉽게 잡히고 입체적 작전도 불가능하다. 무기 판매에 혈안인 러시아도 고성능 잠수함은 예외다. 바다 위 모습만 보면 해양굴기로 보이지만 바다 아래는 20세기 중반 수준인 것이 중국의 실력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무력시위가 이뤄질 경우 미국의 반격은 바다 밑에서 이뤄질 것이다. ‘항해의 자유’란 이름으로 전개되는 미국의 남중국해 진입은 잠수함 작전을 기초로 한 입체적 훈련이다. 중국이 상대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고립화 정책
   
미국의 대중 강경전략 중 하나로 ‘데이터 고립화’ 방침도 빼놓을 수 없다. 아직 구상 중인 전략으로 내년부터 본격화될 국제무대에서의 새로운 카드다. 미국이 추진할 대중 데이터 정책의 서막은 지난 여름 워싱턴에서 있었던 ‘미·일 네트(Net) 경제협력 대화’를 통해 밝혀졌다. ‘우주’와 ‘디지털’은 최근 미·일 두 나라가 힘을 쏟고 있는 21세기 동맹체제의 새로운 영역이다. 당시 상무부 차관보 제임스 설리번은 일본에 흥미로운 제안을 하나 던진다. “공평하고도 자유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비슷한 체제를 미·일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가자.”
   
   설리번 차관보의 제안에 대해 일본은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째 트럼프식 협상의 골격인 일대일 협상을 넘어선 ‘다자간 지역간 체제’에 기초한 제안이라는 점 때문이다. 기존의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 전술과는 다른 새로운 다자간 협력구도를 제안한 것이다. 둘째는 대중 전략의 다원화다. 무역흑자를 낳는 상품 차원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데이터 영역에서 중국의 고립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평하고 자유로운 디지털 비즈니스’라는 제안은 아예 처음부터 공산 독재국가 중국을 배제한다는 의미다. 설령 중국이 ‘워싱턴 스탠더드’를 따른다고 해도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새로운 중국 봉쇄정책의 일환이다. 디지털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될 중국 고립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 강경전략이 단기적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제안이다.
   
   미국 상무부의 제안은 2011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합의된 CBPR(Cross Border Privacy Rules), 즉 ‘국경을 넘어선 프라이버시 룰’의 확대판이라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 5개국이 합의한 것으로, 개인 프라이버시 데이터에 관한 역내 스탠더드에 관한 합의다. 각국 국민이나 기업이 갖고 있는 프라시버시 관련 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본 룰이라고 할 수 있다. 타국의 프라이버시 데이터를 제멋대로 사용할 수 없고, 서로가 합의한 룰에 의해 공평하고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것을 기본 취지로 한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제안은 CBPR을 보다 더 구체화하고, 합의국 규모도 APEC 회원 모두에게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미·일 양국이 시작한 뒤 곧바로 APEC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에서 벗어난 투명하고 자유로운 협의체, 즉 민주주의에 기초한 룰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일당 독재국가 중국이 끼어들기 어려운 체제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 비즈니스의 주체는 민간기업이다. 이른바 GAFA라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닷컴이 데이터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다. 중국은 다르다. 요즘 많이 오르내리는 화웨이(華爲)는 물론 중국 통신산업을 대표하는 차이나텔레콤과 같은 대형 IT 회사의 대부분은 국영기업이다. 사실상 공산당 정부가 통제하는 곳으로, 개인 기업에 대한 정보 통제나 확보는 법적으로도 보장된 ‘국가적 권리’이다.
   
   프라이버시 개념이 약한 중국식 비즈니스 관행도 범(汎)아시아 협의체 탄생의 근거 중 하나다. 중국의 IT 환경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동떨어져 있다. 미국,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조차 소송거리가 될 프라이버시 침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수직상승 중인 중국 금융계의 핀테크 비즈니스는 대표적인 예다. 단면만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프라이버시와 무관한 곳에서나 가능한 결과일 뿐이란 평가도 많다. 중국식 핀테크 비즈니스가 저가(低價) 전략을 앞세워 동남아시아로 파고들 경우 어떻게 될까. 최근 보도된 중국의 스파이 마이크로칩에서 보듯 개인이나 기업에 관한 정보 취득이나 조작과 같은 해킹이 통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 대부분이 경험했겠지만, 중국 상품을 직구로 구입한 순간 중국발 선전 광고에 노출된다. 어디서 어떻게 프라이버시가 악용될지 알 수 없다. 중국발 핀테크 사용자가 되는 순간, 웹 선전 광고는 물론이고 보이스피싱까지 경험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의 핀테크 비즈니스 자체를 엉망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 같은 현상은 아직 중국 국내에 한정되고 있지만 중국의 핀테크 산업이 해외로 진출할 경우 곧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APEC 모두가 나서 그 같은 상황을 미리 막자는 것이 미국의 의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셤의 법칙은 중국식 데이터 비즈니스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은 중국 고립화란 적극적인 측면과 더불어 ‘베이징 스탠더드’의 확산 방지란 측면에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가와 국가 간의 일대일 체제가 아닌 모든 나라에 걸쳐 예외 없이 적용되는 룰이 필수적이다. 일단은 아시아에서 ‘워싱턴 스탠더드’를 구축하자는 것이 미국의 의향이다.
   
   
▲ 2016년 중국 구이저우에서 열린 ‘빅데이터 엑스포 서미트’. photo 뉴시스

   중국, 데이터 확장 속도 압도적
   
   미국이 갑자기 민주주의에 기초한 범아시아 데이터 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중국이 구축하기 시작한 엄청난 초대형 고밀도 데이터 축적이 배경이다. 데이터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데이터 그 자체다. 인공지능(AI)을 생활 곳곳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으로서의 데이터 보관설비, 즉 서버를 통해 이뤄지는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적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자연재해에 강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디지털 비즈니스의 기반이다. 현재 전 세계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확장과 더불어 데이터센터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는 단연 압도적이다. 무려 9억명에 이르는 네트(Net) 인구 덕분에 데이터센터가 양적으로도 폭증하고 있다.
   
   미국 시스코시스템(www.cisco.com)은 2021년의 데이터 유통량이 2016년의 3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0년부터 활성화될 초고속 차세대 통신 5G 체제와 더불어 데이터 유통량이 수직상승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증설은 발등의 불이다. 미국 네바다주 레노(Reno)에 있는 IT통계 전문회사 ‘시너지리서치(www.srgresearch.com)’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80% 이상이 10개국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1위가 미국으로 40.2%, 2위 중국 10.1%, 3위 일본 6.5%, 4위 영국 5.5% 순이다. 한국은 10위권 밖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지배할 IT 시대를 맞아 ‘데이터=국력’라는 말이 상식화돼 있고 미국의 우위는 압도적이다. 물론 미국 1강 체제는 지켜지겠지만 가까운 미래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2020년 이전에 중국이 전 세계의 20%대로, 미국은 30%대 이하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국내는 물론 아프리카·남미·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해외 데이터센터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국내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증설이지만, 중국은 중국 밖에서 한층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데이터=국력’이란 말을 근거로 할 경우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발언권도 커지게 된다. 글로벌 IT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기 전에 데이터 비즈니스 룰을 ‘워싱턴 스탠더드’로 묶어두자는 것이 미국 측 의도다.
   
   
   전 세계 데이터의 99%가 해저케이블로
   
   데이터센터와 더불어 대중 목 조르기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또 있다. 해저케이블이다. 바다의 정보 고속도로로, 전 세계 데이터의 99%가 해저케이블을 통과한다. 현재 전 세계에는 지구를 30번 도는 길이인 120만㎞의 해저케이블이 설치돼 있다. 이것 역시 미·중 두 나라의 경쟁이 격렬해지는 영역이다.
   
   해저케이블 증설은 2016년부터 본격화됐는데 2020년에는 2016년에 비해 20% 정도 증설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이 독자적으로 출자해 추진하는 15만5000㎞ 케이블이 중심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5G 전용 광통신 케이블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중국 밖에서의 해저케이블 개설에 적극적이다. 차이나텔레콤, 중국연합통신, 중국이동통신 3개 회사가 개설 중인 중국·중동·아프리카·남미를 연결하는 5G 전용 해저케이블이 핵심이다. 2013년 시작된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전부 중국 돈으로 이뤄지는 초대형 공사로 올해 중에 완공될 전망이다. 작업 속도가 엄청나다.
   
   그러나 현재 케이블 개설 상황이 어떤지는 전부 베일에 싸여 있다. 계획대로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중동·아프리카·남미를 연결하는 통신 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스파이 칩에서 보듯, 중국발 해저케이블은 중국이 관할권 내 데이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중 정치가의 이메일이나 일상적 대화를 도청해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 호주의 경우 원래 화웨이를 통한 해저케이블 개설을 허용할 방침이었다. 중국에서 시작해 남태평양의 솔로몬군도, 호주를 연결하는 장거리 해저케이블이다. 물론 전부 중국 자본을 통한 개설이다. 그러나 착공 직전 호주 비밀정보부(ASIA)의 제안에 의해 갑자기 중단된다. 케이블을 통한 정보유출 가능성을 우려한 결정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조언과 우려가 배경이 됐던 것은 물론이다. 동맹관계는 물론 미국과의 비즈니스를 원한다면 중국발 해저케이블을 멀리해야 할지 모른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미국 상무부의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재 소식이 들려온다. D램 제조업체인 푸젠진화(福建晋华) 반도체에 핵심 장비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푸젠이 생산한 새로운 메모리 칩 능력이 미국의 군사 시스템용 칩 공급업체의 생존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 이유다. 외교적으로 둘러서 얘기하지만, 해킹 가능 칩에 대한 우려가 주된 이유일 듯하다. 석유는 20세기 냉전 당시 미국·소련 어느 쪽인지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21세기는 석유를 대신해 디지털, 구체적으로는 데이터가 편 가르기의 잣대다. 디지털과 하드웨어 분야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중국 고립화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 데이터와 해저케이블을 통한 봉쇄는 가까운 시일 내 중국이 직면할 또 하나의 시련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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