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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는 ‘오와하라’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끝내라'는 뜻의 ‘오와레(おわれ)’와 '괴롭힘'이라는 영어 단어 ‘harassment’를 합친 단어다. 기업 측이 입사 지원자들에게 다른 기업에 구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현상을 뜻한다.
 
'오와하라'가 협박성을 띠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면서 일본 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오와하라에는 ▲구직 사이트에 등록한 정보 삭제 요청 ▲취업 포털 사이트 회원 탈퇴 강요 ▲기업 내정 승낙서 요청 ▲구직 활동 금지 서약서 요구 ▲다른 기업에 면접을 포기하겠다는 전화를 강요하는 등의 방식이 있다. 이렇게까지 구직자들을 잡아두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일본의 취업시장에서는 한국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취업난이 심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고졸자와 대졸자를 가리지 않고 졸업 전 입사가 내정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30일 일본 내각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이 1.48배로 상승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48개라는 뜻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대졸자의 취업률은 97.6%, 고졸자의 취업률도 97.5%에 육박했다. 이는 동기간 42.5%를 기록한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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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구인난이 심화된 것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 가능인구(15∼64세)의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생산 가능인구는 2015년 기준 772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자리보다 구직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려워졌다.
 
실제로 일본의 대형 운송 회사들은 지난 5월부터 화물운송가격을 10% 올리겠다고 밝혔다. 체력 부담이 큰 운송업무를 할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전사는 고령화되고 있는데 일할 젊은이들이 없어서 운송비용은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택배회사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최대 택배 업체인 '야마토 운수'는 배송망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인력이 부족해 배송망을 점점 줄여 '당일 배송' 서비스는 사라질 전망이다.
 
일본이 구인난을 겪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최저임금이 높고, 비정규직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젊은층이 굳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필요를 못 느끼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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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비정규직 시급은 한국 최저임금(6,470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일본 구인 대행업체 인텔리전스가 조사한 일본의 전국 평균 시급(2016년 기준)은 약 1003엔(한화 약 10,835원)이다. 이는 1년 전보다 2.6% 증가한 금액으로 2002년 조사를 시작한 뒤 전국 평균이 1000엔 대로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미혼, 비혼'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필요한 돈 이상을 벌 필요가 없다'며 '비정규직 시급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일보다는 개인 시간을 늘리고 질적인 삶을 살려는 일본 젊은층의 세태도 구인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구인난 해결을 위한 일본 기업의 파격적인 대책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인재 확보 차원에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일 택배업체 사가와규빈은 3월 말부터 도쿄와 야마나시 현에서 주 4일 근무 택배기사 모집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변형 근로시간제’를 활용해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는 대신 근무일을 하루 줄이는 방식이다. 휴일에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야후재팬은 4월부터 육아나 가족 간병 등의 사유가 있으면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미 2년 전부터 지방 매장 정직원 1만 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직률을 낮추고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전 직원이 일제히 휴가를 갖는 파격적 대책을 도입한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최대 건축업체인 스미토모임업은 2·4·6·12월에 매달 4일씩 전국의 지점과 영업소 80곳을 일제히 쉬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약 30% 정도인 휴가 소진율을 2020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사 업체인 아트 코퍼레이션도 오는 8월부터 전 직원이 업무를 쉬는 정기 휴일을 매년 30일 정도 지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 회사 직원들은 주말에도 업무가 이어진 탓에 교대로 휴식을 취했지만 성수기엔 일주일 내내 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기 휴일을 지정하면 이사 수주는 줄어들지만 노동 환경 개선으로 인해 직원들의 이직률이 저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 소매업 브랜드를 운영하는 세븐 앤 아이홀딩스는 주요 계열 8개사 2만 5000명을 대상으로 각 부서마다 일제히 휴가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휴가 시기는 부서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부서의 절반씩 휴가를 떠나는 것도 허용된다. 매일 점포를 열고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소매업의 특성상 타 업종에 비해 낮았던 휴가 소진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휴가 확대 조치에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부터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캠페인을 장려해 직장인이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한해 오후 3시 조기 퇴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글=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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