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도 돈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용돈은 아이가 스스로 소비와 배분을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훈련수단이다. 용돈을 어느 정도로 주면 좋을지, 또 용돈 관리는 어떻게 시키면 좋을지 알아봤다.
9살, 13살, 14살 세 딸을 둔 40대 주부 J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처음으로 용돈을 3천원씩 쥐여줬다. 혹시나 비상금이 필요할까 싶어서였다.
 
“세 아이 모두 용돈을 준 첫날 문구점에서 조그마한 장난감을 사가지고 오더라고요. 제가 일하는 엄마이다 보니 혹시나 배가 고프거나 친구들과 간식을 사 먹을 때 쓰라고 준 비상금 개념의 용돈이었어요. 설명을 해주고 주의를 줬는데도 통제가 안 되길래 아이들이 아직 돈을 관리할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해서 용돈 주는 것을 그만두게 됐었죠.”
 
 
아이 용돈, 언제부터 줘야 할까?
 
전문가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용돈을 주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 어릴 때는 돈의 실질적인 가치에 대해 감이 잘 없기 때문이다. 미리 연습을 시켜보고 싶다면 초등학교 입학 6개월 전부터 용돈을 주는 것도 괜찮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이하 청교협)에서 ‘용돈 관리’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복순·이유정 선임연구원은 “작은 돈을 관리할 수 있어야 나중에 큰돈을 관리할 수 있다”며 “학년이 높아질수록 용돈 주는 주기를 늘려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2학년은 1주일, 3·4학년은 2주일, 5·6학년은 한 달에 한 번씩 주는 것을 추천했다.
 
독일의 몇몇 대도시에 있는 청소년상담센터들이 공유하고 있는 ‘용돈 제안’에 따르면 6세 미만에서 9세까지는 1주일 단위, 10대 이상부터는 한 달 단위로 용돈 주는 것을 추천한다. 자녀의 소비습관과 용돈 관리 능력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주면 된다.
 
 
적당한 용돈 액수는?
 
J씨는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의 요구로 다시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금액은 그냥 각자의 나이에 맞춰 9천원, 1만3천원, 1만4천원을 준다.
 
“다른 엄마들보다 적게 주는 것 같긴 한데 용돈을 많이 주면 그만큼 씀씀이가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친구들에 비해 너무 적게 받으면 아이가 상대적인 빈곤을 느낄까 봐 고민이 되고요. 얼마의 용돈을 어떻게 주는 게 적당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초등 학부모 교육정보 커뮤니티 ‘맘앤톡’에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에게 주는 용돈은 한 달 기준 ‘1만~2만원’이라는 응답이 응답자 6백90명 중 27.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5천원 미만’과 ‘5천~1만원’이라는 응답이 각각 22.6%, 22.5%였다.
 
청교협 이복순 연구원은 “교육을 받으러 온 부모와 아이들을 보면 용돈의 액수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맨 처음 용돈을 주기 전에 금액과 사용처 등을 자녀와 함께 상의해 정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 준비물이나 학용품, 간식비나 선물비 등을 용돈으로 충당할 것인지, 또 각 항목의 예상 지출 금액은 얼마인지 함께 예산을 짜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이복순 연구원은 “액수를 정할 때 중요한 것은 넉넉한 것보다 약간은 모자라는 듯하게 주는 것”이라며 “그래야 지출을 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훈련이 된다”고 말했다.
 
 
‘홈 아르바이트’ 병행해야
 
독일의 경제 강사 바바라 케틀 뢰머는 저서 <초등 1학년, 경제교육을 시작할 나이>에서 아이들에게 돈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돈과 노동의 관계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돈은 어디까지나 아이일 때 부모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이며, 맡겨진 임무를 해내야만 얻을 수 있는 교환 도구라는 점을 함께 깨우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교협 이유정 연구원도 “정해진 용돈만 주어서는 안 되고 집 안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주는 ‘홈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에 맞게 아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모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주는 일을 아르바이트 항목으로 정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재활용품 분리수거나 가게에 심부름 가기, 중학생은 다림질하기나 청소기 돌리기 등을 역할로 줄 수 있다.
 
이유정 연구원은 “자녀가 용돈과 함께 정기적인 부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아이와 함께 합의해 고정 역할을 주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용돈 교육, 엄마 태도가 중요
 
자녀가 용돈을 부족하다고 하거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부모가 함께 돈을 어디에 썼는지 검토해보고 결산해보는 것이 좋다. 이때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는 것이 좋지만, 의미 있는 지출과 포기하는 편이 나았을 지출이 무엇인지는 스스로 생각하게 해야 한다. 감시자의 태도로 야단을 치거나 불이익을 준다면 아이가 거짓으로 용돈기입장을 작성하거나 돈 관리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정 연구원은 “대화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돈에 대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엄마의 경제 가치관이 아이에게 적나라하게 전달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면서 “장 볼 목록을 정해놓고 그대로 쇼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부모의 수익과 지출 가능 정도에 대해 공유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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