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급 비서관 아래 행정관은 공무원 급수 기준 3~5급의 고위직
⊙ 외교·경제·고용 등은 주로 행정부처 공무원 파견, 정무·홍보 등엔 정치권 출신들
⊙ 부처 파견 공무원은 각 부처의 ‘A급 인재’들
⊙ 별정직 행정관 채용은 대부분 수석이나 비서관이 보좌진 데리고 오는 경우 많아
⊙ 별정직, 청와대 퇴직 이후 상당수가 공기업으로
서울의 특1급 호텔 헬스트레이너였던 30대 초반 여성 윤전추씨가 얼마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 채용된 사실을 두고 야당의 공세가 뜨겁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역대 최연소 3급 공무원”이라며 “도대체 업무가 뭐냐,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이에 대해 “(윤 행정관이) 대통령을 근접거리에서 보좌하고 있고 여러 가지 국가기밀 사항을 다루고 있어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윤 행정관은 별정직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3급 공무원이라면 부이사관이며 중앙 부처 국장급이다. 윤 행정관은 어떻게 청와대에 고위직 공무원으로 들어갔으며 청와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통령경호실 또는 대통령비서실 소속이다. 경호실은 경호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특수조직이고, 일반적으로 청와대 직원은 대통령비서실에서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대통령비서실장 이하 직원 중 수석(차관급)과 비서관은 임명 시 공식발표하고 언론에도 가끔 등장하지만 그 아래 직급인 행정관은 임명 및 해임에 대해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며, 일반인이 인사를 접하기도 힘들다. 고위직 공무원의 인사를 대외적으로 비밀로 한다는 사실은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청와대 행정관’은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사람들이 가는 자리일까. 《월간조선》은 198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 20명을 인터뷰해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모든 것을 분석했다. 행정관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연령대는 30대 초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청와대의 공식적인 활동이나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털어놓았지만 대통령의 사생활이나 비서실의 일상생활 등에 대해서는 극히 말을 아꼈다.
 
  인터뷰에 응한 현직 청와대 행정관은 물론 전직 행정관들도 대부분 익명을 요청했는데, 그들은 현재 정부, 공공기관 또는 기업이나 정치권에서 현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들 “열심히 일해 조직 내에서 ‘청와대 낙하산’ 이미지를 겨우 좀 벗고 있는데, 또다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어쨌든 청와대 행정관들이 ‘낙하산’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많이 진출한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비서실 공무원의 급수는
 
  대통령비서실의 직제는 대통령령 제25489호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비서실에는 정무직인 수석비서관을 두며, 그 아래로 비서관과 선임행정관, 행정관을 둔다. 비서관 및 선임행정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1~3급의 일반직 또는 별정직 공무원이며, 행정관은 3~5급의 일반직 공무원 또는 3급 상당부터 5급 상당까지의 별정직 공무원이다. 각 수석 산하에는 2~6명의 비서관이 있으며, 각 비서관실에는 선임행정관과 행정관이 5~10여 명 존재한다.
 
  현재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지난 7월 기준으로 비서관이 35명, 선임행정관과 행정관은 241명이다(표 참조). 단 정부조직법이 연내 통과되면 재난안전비서관이 신설돼, 비서관은 36명이 된다. 일반적으로 비서관은 1급, 선임행정관은 2급 또는 드물게는 3급, 행정관은 3~5급이다.
 
  수석과 비서관은 대통령이 직접 인선하거나 대통령비서실장과 의논해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행정관은 대부분 해당 수석실의 수석이나 비서관이 추천한다. 결재권자인 비서실장은 수석이나 비서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임기 초에는 행정관 인사까지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일일이 챙기기도 한다.
 
 
  비서관과 행정관이 하는 일은?
 
청와대 위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행정관들은 수석 및 비서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비서실의 각 수석, 비서관, 행정관의 업무는 직책의 명칭 그대로다. 총무비서관은 비서실 인사관리 및 재무·행정 업무, 국유재산 및 시설·물품 관리, 경내 행사 등을 지원한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 일정관리 및 접견, 행사를 준비한다. 국정과제비서관은 국정과제 및 주요정책 추진상황 보좌를, 정무수석은 대(對) 국회·정당 관련 업무 보좌를, 민정비서관은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경제수석은 재정경제·금융·산업 등 업무를 담당한다. 외교안보·교육문화·고용복지 등 분야의 수석 및 비서관은 해당 부처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다. 홍보기획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은 대통령과 관련된 홍보 업무를 맡는다. 각 비서관 아래 행정관들은 세부 분야별로 대통령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거나 업계·사회 동향을 파악하는 일을 한다.
 
  청와대를 오랜 기간 출입했던 기자로 대통령비서실 내부를 파헤친 저서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네모북스)를 펴낸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청와대 각 수석은 정부 17부3처17청을 파트별로 맡아 국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이들은 국정의 분야별 컨트롤타워”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청와대 수석이 장관과 부처를 사실상 통제하기도 했다”며 “수석 아래 비서관과 행정관은 분야별로 부처의 각 부서를 맡아 소통하는 일을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관들은 자신의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동향을 점검하고 파악하며 관계자들을 만나 소통해 국정을 논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은 보고서로 작성해 비서관에게 보고하고 수석을 거쳐 청와대 수석회의에 올라간다.
 
  이전 정권 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종교를 담당했던 행정관 A씨의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공무원들과 주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각 종교 및 종파의 지도자와 종교 관련 단체 등을 만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국회 보좌관 출신인 그는 “청와대 업무는 부서별로 구성원들이 조직적으로 사회 각 분야를 커버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언론사 기자, 국회, 국정원 종사자들의 업무와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비서실 행정관 수는 한때 400명을 넘기도 했지만 현재는 300명 이하로 관리되는 상태다. 사회 전반을 커버하는 메이저 언론사의 기자 수와 엇비슷한 상황이다.
 
 
  비서실장 직속 부서 행정관은
 
   각 수석실의 행정관들은 부처 업무를 하지만 비서실장 직속인 총무비서관, 제1부속비서관, 제2부속비서관, 의전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실의 행정관들은 어떤 일을 할까. 각 수석실이 부처와 연계해 국정을 담당하는 조직이라면 이들 비서실장 직속 비서관실은 대통령과 관련한 일을 처리하는 조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은 총무비서관(이재만), 제1부속비서관(정호성), 제2부속비서관(안봉근)을 맡고 있다. 세 비서관실이 대통령의 개인적인 최측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서관실의 행정관들도 마찬가지다.
 
  이전 정권까지 제1부속비서관실은 대통령의 관련 사무를, 제2부속비서관실은 영부인의 관련 사무를 담당하는 조직이었다. 대통령 부부의 개인적인 일정까지 담당해야 하는 만큼 ‘충성심이 강하며 입이 무겁고 믿을 만한 사람’만이 갈 수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실제로 이전 정권의 제2부속비서관실은 실장 이하 모든 행정관, 비서가 영부인의 모교(이화여대) 출신 후배로만 구성되기도 했다.
 
  미혼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이 출범하면서 제2부속비서관실은 암묵적으로 대통령의 개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됐다. 이전 정권 제2부속비서실 행정관이었던 B씨는 “미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2부속비서관실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제1부속비서관실에서 하기 힘든 여성의 개인적인 일도 있고, 그런 분야에는 제2부속비서관실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어 지속시키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2부속비서실 소속인 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행정관에 대해 “대통령이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트레이너는 아니고 사실상 개인적인 여비서라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나
 
지난 11월 6일 열린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야당의원의 청와대 여성 행정관 관련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의 직원을 채용하는 권한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있다. 대통령령 25489호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장은 비서실의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비서실장에게 인사권이 있다는 얘기다. 최종 결재는 비서실장이 하지만 사실상 행정관을 인선하고 검증하고 추천하는 일은 수석과 비서관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비서실 행정관은 크게 부처에서 파견한 공무원과 정치권 또는 각 분야에서 영입된 별정직 공무원으로 나뉜다. 내부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늘공’(늘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부르곤 한다. 수석과 비서관은 행정관 인선 시 늘공과 어공이 필요한 자리를 고려해 부처에서 파견직으로 추천한 공무원을 인선하기도 하고, 보좌관이나 측근 출신을 별정직으로 임용하거나 여당 사무처에서 일정 인원을 파견하기도 한다.
 
  부처 파견 공무원은 대통령 임기를 채우고 돌아가기도 하지만 1~3년만 지내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전 정권에서 법무부 파견으로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C씨는 “80~90년대에는 청와대 파견이 엄청난 특권이었고 부처로 돌아와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는 조건이었지만 요즘은 정치에 관심 있는 공무원이 지원하는 정도”라며 “하지만 청와대에서 원하는 기준도 있기 때문에 지원한다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주로 능력 있는 ‘A급’ 공무원 중에서 지원하고 청와대에서 오케이 하면 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각 수석실에 파견되는 공무원은 각 해당 부처 소속이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실 행정관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해양수산비서관실은 해양수산부에서, 교육비서관실은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비서관실은 보건복지부에서 파견하는 식이다. 따라서 이들 전문 분야의 비서관실은 대부분 파견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
 
  ‘어공’인 별정직 공무원이 주로 가는 곳은 명확한 주관부처가 없는 정무비서관실, 홍보기획비서관실, 국정홍보비서관실, 인사비서관실 등이다. 한때 일부 행정관들의 성접대 등 비리가 보도된 바 있는데,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의 이와 관련한 질문에 “청와대 행정관이 엄청난 특혜와 비리를 저지르는 것처럼 보는 사람도 있는데 어쩌다 문제를 일으키는 극히 일부 행정관은 공무원 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이른바 ‘어공’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공’의 다양한 출신성분
 
  어공으로 청와대에 진입하는 행정관의 전직은 다양하다. 대통령 임기 초에는 대통령 선거 캠프 실무진 출신이 많다. 이후 수석이나 비서관이 국회 시절 보좌관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주변의 추천으로 대기업이나 전문직 출신을 기용하기도 한다.
 
  야당 의원들은 윤전추 행정관에 대해 ‘30대 초반 청와대 행정관은 어불성설’이라고 공격하고 있지만, 젊은 행정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좌관이나 정치권 출신 30대 초반 행정관이 적지 않았다. 현재 야당이 집권했을 당시 32세 행정관이었던 D씨는 야당 다선 의원의 장남이다. D씨는 “대선 때 아버지를 도와 캠프에서 일을 했는데, 당시 팀장이 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행정관 제안을 받아 들어가게 됐다”며 “청와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으면 각 분야 많은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당시 청와대를 나올 때 공공기관 임원 공모에 응모하라는 제의도 받았지만 당시 쌓은 노하우와 인맥으로 관련 사업을 하고 싶어 포기했다”며 “사업을 시작할 때 청와대에서 만난 인맥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기자는 박근혜 정권 초기 벤처사업을 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1억(원) 정도 건네면 되느냐”는 문의를 받기도 했다. “수석이나 비서관으로 가는 인물은 보통 보좌관이나 주변인물을 행정관으로 데려가던데 수석이나 비서관한테 정치자금 격으로 좀 사례를 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왜 청와대 행정관을 하고 싶은 것이냐”고 물으니 “일단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고 하면 출마를 하든 사업을 하든 여러모로 내밀 수 있는 경력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 현재 정부부처에서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E씨는 “대선 캠프의 실무자들은 상당수가 청와대 행정관을 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부처나 공기업, 일반기업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들에게는 ‘수퍼갑’이기도 하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죠. 청와대 행정관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하면 그다음엔 그 부처 산하기관 임원이나 감사 등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어찌 보면 그걸 위해서 행정관직을 원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행정관의 특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들이 근무하는 청와대 위민관.
  낙하산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행정관직을 원하는 사람은 많다. 전 정권 행정관 출신으로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F씨는 “갑자기 여러 명이 산하기관으로 나가면 비서실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차피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은 줄을 서 있기 때문에 상관없다”며 “심지어 행정관들이 빨리빨리 자리 찾아 나가서 새로운 (행정관)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도 많다”고 했다.
 
  아무리 대통령비서실의 권력이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청와대 행정관’ 명함이 주는 비공식적 특권은 적지 않다. 지난해 청와대 모 행정관이 해당 부처 공무원의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쓰다 경고받은 일도 있었고, 공기업 납품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경우, 성접대를 받은 일 등이 잇달아 보도되기도 했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해당 부처에서 법인카드와 성접대, 뇌물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퍼갑’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 정권에서 몇 개월간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G씨는 “물론 국정을 담당한다는 보람도 있었지만, 아무리 청렴하게 살려고 해도 상대방(담당자)이 ‘청와대에서 오신 분이니 극진히 대접해야 한다’며 이런저런 혜택을 내놓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거절하기 쉽지 않다”며 “물론 대부분의 행정관은 깨끗하게 일하지만 그런 유혹에 시달리기 쉬운 자리가 바로 행정관”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 임기 끝나기 1년 전이 낙하산 ‘골든타임’
 
  행정관의 공공연한 특권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퇴직 후 낙하산 인사’다. 여기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산하기관 ‘낙하산’이 되기 위해선 행정관 본인의 공무원으로서의 직급이 매우 중요하다. 산하기관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이력서에 전직 및 급수를 적어야 하기 때문에 3~5급 행정관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퇴직 시 급수를 한 급이라도 올리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3급 퇴직자와 1급 퇴직자의 연금 및 향후 처우가 다르듯 별정직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공무원 조직인 만큼 그 안에서 임명과 퇴직, 승진 등 다양한 현상이 이뤄진다. 행정관으로 들어갔다가 선임행정관-비서관으로 승진해 ‘1급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들어갈 땐 3~4급 행정관이었지만 나올 땐 1급 비서관이 돼 이후 산하기관 기관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전 정권 홍보수석실에서 언론 업무를 담당했던 행정관 H씨는 “행정관으로 들어갔다가 수석이나 비서관에게 잘 보여 몇 달 만에 2급 선임행정관이 되는 경우도 많고, 선임행정관이나 비서관이 원래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물러날 경우 그 자리를 운 좋게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며 “업무보다는 윗선에 줄을 잘 대고 이른바 ‘정치 잘하는’ 사람이라면 1~2급 공무원 되는 게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별정직 행정관들은 보통 청와대에서 2~3년을 근무한 후 산하기관 대표나 임원 등의 자리를 찾아간다. 이들 사이에선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1년 전을 ‘골든타임’이라 한다. 대부분 감사직은 2~3년이 임기인데, 임기 말 1년 전쯤 감사로 임명받으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1~2년은 억대 연봉의 감사직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관 출신으로 현재 공공기관 임원으로 재임 중인 I씨의 얘기다. “대통령 임기 말을 몇 달 앞둔 레임덕 시점에서는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요. 대통령 임기가 1~1년 몇 개월 정도는 남아 있어야 청와대 후광이 먹히거든요. 그 시점을 놓치면 이른바 ‘순장조’(대통령 임기 만료와 함께 전직 대통령 비서로 옮기는 공무원을 지칭하는 은어)가 되거나 정권교체 후 백수로 당분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임기 말 2년 정도 시점이면 대통령비서실이 들썩들썩합니다. 또 그때까지 1급을 달아야 산하기관 대표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승진 여부가 가장 뜨거운 이슈이기도 하죠.”
 
 
  비밀주의와 不通 이미지
 
  현직 청와대 행정관인 J씨는 “솔직히 이전 정권까지는 청와대 낙하산이 있었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행정관 인사도 일일이 챙기는 데다 퇴직 행정관 낙하산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꼼꼼히 챙기고 있어 상황이 예전같지 않다”며 “비서실 출신 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이번 정권에서 결국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행정관들은 국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비밀 유지에 대한 책임감도 강했다. 취재 중 만난 한 행정관의 답변은 행정관들의 입장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듯했다. “윤전추 행정관의 역할이 정말 여비서라면 굳이 3급 공무원직을 받아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사람인데 그 정도 처우를 안 해주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국정감사에서 윤 행정관의 신상에 대해 답할 수 없다며 “국가 최고책임자를 보좌해 국가 기밀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 답변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그가 하는 일을 일반인이 알아서는 곤란하다는 뉘앙스였다. 이런 업무 스타일이 그들의 ‘책임감’일지는 모르겠으나 청와대의 불통(不通)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청와대 행정관, 대체 어떤 자리이기에’라는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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