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오늘은 저와 함께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대교의 경전은 모두 몇 개일까요? 유대인의 경전은 2개입니다. 하나는 ‘토라’이고 또 다른 하나가 ‘탈무드’입니다.    여러분 토라는 읽어보셨죠? 안 읽어보셨다구요? 여러분은 토라를 조금이라도 읽어보셨을 겁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구약성경의 도입부 첫 다섯 권. 곧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가 썼다고 하여 이를 모세오경이라 부릅니다. 바로 이 모세오경이 토라입니다.    구약(舊約)의 약(約)은 ‘계약’을 뜻하는데, 히브리어로는 혈약(血約)을 의미합니다. ‘피로 약속한 영원불변의 언약’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날 구약을 경전으로 삼고 있는 종교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입니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성경을 ‘구약’이라 부르는 걸 싫어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성경을 ‘타나크’(TANAKH)라 부릅니다. Torah(율법서), Neviim(예언서), Ketubim(성문서)의 첫 문자를 떼어 만든 이름으로 총 24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대교는 히브리 원문이 남아 있지 않으면 경전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기독교의 구약성경 보다 권수가 적습니다.    그럼 타나크는 토라 곧 율법서 말고도 19권이 더 있는데 나머지는 뭐냐구요? 유대인들은 나머지 부분은 토라를 보조하거나 해설하는 보조경전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토라만을 양피지에 손으로 필사하여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어 이를 갖고 예배를 봅니다.   토라에는 창조 이야기를 시작으로 출애굽과 가나안 땅에 이르기까지의 유대인 역사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십계명을 비롯해 유대민족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율법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토라에 실린 율법의 수는 613개입니다.    이 가운데 “하지 마라”가 365개로 일 년의 날 수와 같고, “하라”가 248개로 이는 인간의 뼈와 모든 장기의 수와 같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가 일 년 내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지체를 가지고 열심히 해야 할 것들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 합니다.    토라는 특별하게 규제하는 것이 없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 있습니다. 율법은 ‘이런 저런 일은 하라’고 적혀 있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이런 저런 일은 하지 마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네가티브 시스템’입니다.    토라는 ‘가르침’이란 뜻의 히브리어입니다. 이렇듯 토라는 유대민족이 어떻게 태동하여 왔는지를 알려주는 역사서이자 유대 민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율법서입니다.   그럼 탈무드는 무엇일까요?    하느님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그의 백성들이 앞으로 지킬 십계명과 율법을 내려주며 삶의 작은 부분까지 아주 자세히 알려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하느님이 초막절 절기 때에 모세에게 "너희는 칠일 동안 초막에 거하되..."라는 '율법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뒤 하느님은 초막을 짓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셨습니다. 여기서 율법의 말씀은 글로 쓴 토라에 기록되어 있고 초막 짓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장로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하나는 글로 쓰여 ‘토라’로 남겨졌고 또 다른 방대한 내용은 미처 글로 쓰이지 못하고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유대인에게 율법은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글로 쓰여 진 ‘성문율법’이요 또 다른 하나는 말로 전해져 내려온 ‘구전율법’입니다.    구전율법은 오랜 시간이 지나자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선대의 설명을 그대로 후대에 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기원전 6세기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끌려왔을 때, 선지자 에스라와 느헤미야는 더 늦기 전에 구전율법들을 모아 책으로 편찬하기로 했습니다. 에스라는 유대인의 종교생활과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구전율법을 모아,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글로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작업은 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 방대한 저작을 낳게 됩니다.   서기 210년경 랍비 ‘유다 하 나지’는 사람들을 모아 그간 선배 랍비들이 모아 오던 구전율법의 본격적인 편찬에 착수해 6부(농업, 종교절기, 결혼, 민법과 형법, 제물, 제식) 63편 520장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로써 탄생한 것이 탈무드의 전신 ‘미쉬나’입니다.   가운데 부분이 미쉬나, 그 주변이 미쉬나를 해석한 게마라 그런데 미쉬나는 원론적 내용만 담고 있어,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랍비들은 미쉬나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토론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뒤 300여 년 동안 많은 랍비들은 미쉬나에 대한 보충설명과 해석을 더 했습니다. 이 해석들을 모은 것이 ‘게마라’입니다.    이렇게 미쉬나와 그 주해 게마라를 한데 모은 것이 ‘탈무드’입니다. 사회의 모든 사상에 대해 구전으로 전해지던 율법을 모아, 해설을 덧붙여 집대성한 책입니다. 이렇게 탈무드는 원로 랍비들이 후손들을 깨우쳐 주기 위해 기원전 500년부터 약 1천 년 동안 현인들의 말과 글을 모아놓은 지혜서의 일종으로 유대 교육의 중심서입니다.    ‘탈무드’는 히브리어로 ‘위대한 배움’이라는 의미입니다. 탈무드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종교적 지침과 민족적 동질성을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탈무드는 원래 이방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시중의 탈무드 책은 유대인의 삶과 생각을 규율하는 율법 자체가 나와 있지 않으며, 그저 유명한 랍비 이야기나 흔히 알려진 일화나 우화 같은 것들로 채워져 있는 일종의 우화집입니다. 이는 실제 탈무드의 양을 생각할 때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탈무드는 한 권의 책이 아니라 63권의 방대한 책입니다. 그 무게가 75 kg이나 나가는 엄청난 분량입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탈무드는 히브리어-영어 대역판 72권으로 나와 있는데 이게 300페이지 책 140권 분량입니다. 탈무드는 책이라기보다는 ‘학문’입니다. 그것도 ‘위대한’ 학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탈무드는 한 가지 정답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읽는 이의 시각과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후 탈무드 교육을 통한 질문과 토론문화 곧 하브루타가 유대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교육방법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질문과 토론문화를 통해 유대인들의 다양한 사고와 창의성이 발현되어 자기 분야에서 우뚝 솟는 업적을 남기는 유대인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탈무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홍익희

홍익인간(弘益人間)  단군왕검의 건국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 민족만 이롭게 하자는 이념이 아니다. 우리가 주도하여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그 뒤 자손대대로 한민족을 규율하는 생활철학이었다. 고조선이 주변 유목민족들을 아우르며 2000년 이상의 강대국을 이룰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그 뒤 부여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을 지배하는 근본사상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는 선언적 가르침이 아니라 항상 생활 속에 살아있는 되새김질이다. 이때 홍익이란 천지의 웅대한 뜻과 이상을 삶과 역사 속에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홍익인간이란 하늘이 원하는 ‘이상세계’(理想世界)를 건설하는데 일조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재세이화’(在世理化)이다. 삼국유사에는 홍익인간과 함께 재세이화의 통치이념이 등장한다. '재세이화'란 '세상을 하늘의 이치로 교화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치는 하늘의 섭리를 말한다. 그러므로 재세이화는 하늘의 섭리에 부합되는 세상을 말한다. 곧 하늘의 뜻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하늘의 뜻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도록 앞장 서는 사람이 홍익인간이다. 이는 단군왕검이 한민족에게 가르쳐 준 준엄한 삶의 자세이다. 하늘의 섭리에 맞게 이상세계를 건설하라는 뜻이다.      티쿤 올람(Tikkun Olam)    재미있는 건, 유대인에게도 홍익인간과 비슷한 사상이 있다. 바로 “티쿤 올람” 사상이다. 티쿤은 ‘고친다’는 뜻이고, 올람은 ‘세상’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티쿤 올람’은 세상을 개선한다(To improve the world)는 뜻이다. 이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되 완벽하게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미완성의 상태로 창조하시어 지금도 창조사업을 계속하고 계시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티쿤 올람은 창조론과 진화론을 함께 아우르는 사상이다. 19세기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면서 종교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기독교도들은 다윈이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원숭이의 이미지로 격하시켰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진화를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창조로 해석한다. 그들은 하느님이 지금도 창조사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대교 신앙에 의하면, 인간은 하느님의 파트너로 지금도 계속되는 하느님의 창조 행위를 도와 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그 선두에 자기들이 있다고 믿는다.    유대인 아이들이 13살에 치루는 성인식 때 랍비가 “사람은 왜 사는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티쿤 올람”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이렇듯 유대인에게 삶이란 신의 뜻에 대한 헌신이자 신에 대한 충성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 세상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이상세계(理想世界)로 건설하는데 필요한 자기의 몫을 찾아내어 그 책임을 다하려 한다.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자 인간의 의무라고 그들은 믿는다. 이를 위해 유대인들은 평생 끊임없이 공부한다.      배움이 곧 신앙생활    인간이 하느님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유대인은 하느님의 섭리를 배우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 유대교의 오랜 전통에 의하면 하느님을 공경한다는 것은 배운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곧 배운다는 것은 기도를 올리는 것과 동일한 일이다.    히브리어로 ‘기도하다’라는 말은 ‘히트 파레루’이다. 이 히트 파레루는 ‘스스로 가치를 잰다’는 뜻이다. 곧 하느님께 맹종하는 게 옳은 것이 아니라 신께서 하시는 위대한 일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며, 그러고 난 뒤에 신의 의지에 합당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유대인에게 배움은 곧 신의 뜻을 살피며 신을 찬미하는 일이다. 배움이 곧 신앙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시나고그의 주된 역할도 배움의 장소를 제공함에 있다. 유대인이 배움의 민족이라 일컬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곧 유대인들에게 배움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하느님께 다가가는 신앙생활인 것이다.      현대판 집단 메시아사상    유대인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배움의 중요성과 티쿤 올람 사상을 가르친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그들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이자 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 사상이 바로 현대판 메시아사상이다. 메시아란 어느 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홀연히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협력하여 미완성 상태인 세상을 완성시키는 집단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대인들이 창조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러한 티쿤 올람 사상과 집단 메시아사상이 그들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에 강한 유대인들    유대인 기업가들이 이 세상을 이상세계(理想世界)로 만들기 위한 비전에 강한 이유가 바로 이 티쿤 올람 사상과 집단 메시아사상 때문이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정보의 실시간 검색과 공유를 위해 세상사람 모두의 호주머니 속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를 갖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구글에 접속시키는 게 그의 꿈이었다.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게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고, 인간들의 다양한 정보충족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게 인공지능이다. 이런 연유로 알파고가 탄생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꿈을 갖고 있다. 모든 정보의 공개와 공유가 인류를 좀 더 자유롭고 인간답게 만들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인류 전체를 페이스북 페친으로 묶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케 하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어찌보면 그는 래리 페이지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사용자가 약 20억 명인데 이를 75억 명 인류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오지에 인터넷 망을 개설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인공위성과 드론을 활용해 전 세계를 인터넷 망으로 촘촘하게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동식무선기지국 역할을 하게 될 보잉 737 만큼 큰 날개 길이를 가진 초대형 드론 '아귈라'의 두 번째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스페인어로 독수리를 뜻하는 '아귈라' 드론은 날개 위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을 통해 전기를 자체생산하기 때문에 지상 6만∼9만 피트 상공에서 며칠 동안 장기비행이 가능하다고 페이스북 측은 밝혔다.    페이스북은 인류 전체를 한 덩어리로 묶는 인류 공동체 계획 이외에도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른 맞춤정보 제공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을 식별해내는 안면인식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80%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인과 유대인의 공통점    한국인과 유대인은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첫째, 두 민족 공히 머리가 좋고 부지런하다. 영국 얼스트대학 리처드 린 교수팀과 핀란드 탐페레대학 타투 반하넨 교수팀이 세계 185개국을 대상으로 IQ 조사를 했다. 한국인 평균 IQ가 106으로 세계 1등이었다.(출처; 월간조선 2004년 2월호) 한편 이스라엘 인구 850만 명은 유대인 600만 명과 팔레스타인인 250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대인 평균 IQ를 알려면 미국 고등학교의 IQ 조사결과를 보아야 한다. 유대인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 평균 IQ 98점보다 약 9.8점이 높았다. 무수한 외침 등 민족의 고난과 형극의 역사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머리씀이 민족의 집단 IQ 형성에 영향을 미친듯하다.    둘째, 교육열이 높다. 이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셋째, 두 민족 모두 음력을 사용하는 같은 아시아계 후손이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음력을 쓰고 있다.   넷째, 잃어버렸던 나라를 1948년도에 재건한 역사도 같다.   다섯째, 여성의 주체적 역할이 크다. 가정에서 교육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가 여성인 점도 같다. 그래서 유대인 사회에서는 엄마가 유대인이면 그 자녀를 무조건 유대인으로 인정한다. 반면에 아빠만 유대인이면 그 자녀는 검증을 받아야 유대인이 될 수 있다. 결혼 후에도 여자가 배우자의 성(姓)으로 바꾸지 않고 처녀 때 성을 그대로 쓰는 민족은 한국인과 유대인밖에 없다.     한국인과 유대인의 차이점    반면 한국인과 유대인의 차이점 또한 크다.   첫째, 교육목적에 차이가 있다. 교육에 대한 높은 열정은 같지만 교육의 진정한 목적에 있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의 교육은 시험통과를 위한 높은 성적획득을 지향하다보니 경쟁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유대인 교육의 목적은 학습 성취에 있지 않고 성숙한 인격체로 키워져 유대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그렇다보니 교육의 목적이 ‘나’보다 ‘우리’를 중요시하는 인성교육과 공동체정신 함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13세 성인식 때 온전한 성인의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유대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둘째, 교육방법에 차이가 있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인 반면에 유대인 교육은 질문과 토론문화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유교식 교육전통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위주이나 유대인은 다르다. 유대인들은 지식의 주입을 교육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이해시키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배양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고대로부터 탈무드 교육은 질문과 토론으로 이루어져 왔다.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음을 가르친다. 그렇다보니 공교육 역시 질문과 토론으로 진행된다.    셋째, 교육목표가 상이하다. 우리는 ‘베스트’를 지향하는 교육이나 유대인들은 각자가 남과 다른 탈란트를 개발하여 학생 하나하나를 ‘유니크’한 존재로 키워내는 게 교육의 목표이다.   넷째, 유대인이 강한 건 바로 그들의 공동체 정신에 있다. 유대인은 개인적인 역량도 크지만 그보다는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단결력과 서로 돕는 협동정신이 강하다. 유대인의 도움에는 8단계의 품격이 있다. 최고 단계의 도움이 상대방이 자립, 성공할 수 있도록 화끈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물질적 도움은 물론 정보와 지혜 나눔, 인맥 소개 등 말 그대로 성공할 때까지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도와준다, 이를 헤세드 정신이라 부른다. 그들이 진정 강한 이유이다.

허정환

“은진이가 아직 한글을 못 뗐어요. 말은 꽤 잘해서 초등학교 입학 때쯤 어련히 알아서 글을 읽으려니 했는데…. 친구들이 놀리거나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필리핀에서 온 은진이 어머니 걱정이 한가득이다. 은진이는 다문화가정의 밝고 귀여운 여학생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한글이 서투르고 학교생활 적응이 걱정되는 은진이를 위해 담임선생님 부탁으로 도움반(특수학급)에서 한글 떼는 학습을 시키기로 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뿐 아니라 장애아이들이나 지적발달이 조금 늦은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나름의 목표가 있다. 학교에서 학습하는 데 필요한 글자 정도를 해득하고 입학을 하길 원한다. 혼자 대소변 문제 해결하기, 혼자 힘으로 밥 먹기도 스스로 해결하길 바란다. 이는 중증 장애아동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특수학교냐?’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으로의 진학이냐?’를 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비장애아동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갖추어야 할 기본 능력이다.      아이들이 한글을 재빨리 깨치게 하기 위한 지도방법이 있다. 많은 장애학생들이나 한글을 깨치지 못한 비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용해 효과가 높았던 방법이다. 먼저 첫째,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와 ‘가나라다라~타파하’를 쓰기와 읽기를 반복하며 외우게 한다. 이때 연필을 바르게 잡는 방법이나 글자를 바르게 쓰는 데 치중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이 글자를 보면서 소리 내어 읽는 과정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24글자에 대한 소리값을 정확하게 알도록 지도한다. 둘째, 아이가 완전하게 습득한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의 10글자와 ‘가나다라~타파하’의 14글자를 다르게 조합하여 단어를 만들어 읽고 보고 받아쓰기를 한다. 예를 들어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의 10글자로부터 ‘오이’ ‘아이’ ‘우유’ 등과 같은 단어를 만들고, ‘가나다라~타파하’로부터는 ‘나라’ ‘하마’ ‘다 나가’ ‘타자’ 등과 같은 낱말을 만들어 보고 쓰게 한다. 한 글자 한 글자의 조합으로 다른 낱말과 뜻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다.      이 두 단계를 마스터했다면 아이들은 생활 속 글자를 보고 읽으려 한다. 이때 아이가 글자를 스스로 소리 내어 읽게 하고, 다른 글자가 있으면 아이가 알고 있는 24글자와 어떻게 달라져서 다른 소리와 의미가 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면 ‘사랑하다’라는 단어의 경우 24글자 중 ‘사, 하, 다’는 정확하게 읽어내지만, ‘랑’이란 글자는 ‘라~’ 하고 얼버무리며 읽을 것이다. 이때 ‘라’와 ‘랑’을 비교해가며 받침 ‘o(이응)’이 붙을 경우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준다. 그러면서 ‘장수’ ‘가방’과 같은 글자들로 확대하면서 지도한다. 이런 방법으로 글자의 범위를 넓혀가면 한글을 깨우칠 수 있다.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은 어떤 과제에 필요한 특수한 학습능력이 아니다. 여러 가지 과제의 학습에 포괄적으로 필요한 일반적 학습능력이다. 한글 깨치기 전후로 아이들의 자신감은 확 달라진다. 조금 느린 우리 아이들이 한글을 깨치려면 조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김미경

요즘 제가 옥상 텃밭 가꾸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상추, 적겨자, 로메인 등등 온갖 채소 20종을 키우고 딸기, 허브까지 키워요. 작게 시작한 옥상 텃밭이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커졌는데 저희 직원들이 ‘이건 텃밭이 아니라 거의 농장 수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저한테 농사짓는 재능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왜냐면 집에 들어오는 식물이 한 달도 못 살고 다 죽어 나갔거든요. 워낙 바쁘니까 화분에 물도 제대로 못 줬어요. 근데 나이 50이 넘으니까 신기하게 채소 키우는 게 재미가 있더라고요. 아침잠이 없어 새벽 6시에 눈을 뜨는데, 그러면 일단 옥상에 올라가서 텃밭에 물을 줍니다. 그러면 하룻밤 만에도 몰라보게 쑥쑥 커요. 그런 게 꼭 애들이랑 똑같더라고요. 우리 애들도 한창 클 때는 6개월, 1년 만에 ‘누구세요?’ 할 정도로 딴 애가 돼 있잖아요. 그런데 식물도 똑같이 하루만 지나도 적겨자가 딴 애 돼 있고 상추가 딴 애 돼 있어요. 매일 안 보면 사고 치는 것도 똑같죠. 하루 안 본 사이에 꼭 벌레 먹어 있고 잎사귀가 누렇게 떠 있어요. 그래서 벌레 잡아주고 물 줘서 다시 잘 자라는 걸 보면 손뼉도 치고 노래가 절로 나와요. 그중에서도 쑥갓은 어떻게 키우는지 몰라 초반에 애를 먹었죠. 처음에 순이 올라오더니 쑥쑥 잘 자라서 ‘얘는 원래 이렇게 빨리 크나 보다’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꽃대가 올라오더니 금방 꽃이 피어버렸어요. 채소가 꽃을 피웠다는 건 이제 다 커서 먹을 게 없다는 얘기거든요. 쑥갓이 진짜 꽃대만 삐죽 올라왔지 딸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어릴 때 순을 잘라줘야 된대요. 우리 생각에는 순을 자르면 금방 죽을 것 같잖아요. 올라오려고 하는데 그만 크라고 고통을 준 거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순을 잘라주니까 옆으로 번지더니 3개, 4개씩 나오는 거예요. 나중엔 무성해져서 수확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쑥갓을 키우다 보니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더라고요.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빨리빨리 키웁니다. 옆길로 새는 꼴을 못 보는 거죠. 그렇게 한 방향으로만 아이를 키우면 그때는 신이 납니다. 옆으로 안 새는 만큼 위로 빨리 올라가니까요. 그런데 자연 법칙상 그렇게 웃자라게 키운 아이일수록 꽃대가 빨리 올라옵니다. 진짜 공부하는 재미도 모르고, 가장 중요한 사는 데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지를 더 이상 찾지 않게 됩니다. 공부에 하도 질려서 정작 깨닫는 재미를 느껴야 할 때 지겹다며 밀쳐버리게 되기도 해요. 반면 어떤 상황에 의해 한 가지 길로 가지 못하게 되거나 천성적으로 자꾸 옆으로 삐져나오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모는 그런 아이가 탐탁지 않죠. 한 가지로 끝까지 완주 못 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끈기 없는 아이로 보이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관찰해보면 아이들은 자기에게 어울리고 좋아하는 일에는 놀라울 정도의 끈기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공부로 꽃대를 만들지 못해도, 자꾸 옆으로 순을 키워내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줘도 돼요. 그런 아이일수록 위로 보이는 꽃대가 없어서 잘하는 게 없어 보이고 성장의 키가 작아 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자신만의 여러 가지 재능을 합쳐서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꽃대가 올라왔다는 건, 꽃 피고 끝난다는 얘기예요. 아이를 키울 때만큼은 꽃대를 너무 빨리 보려고 하지 마세요.

김경원

‘독도야 기다려! 내가, 꼭! 너에게 갈게~’.      몇 주 전 학교 복도에 학생들의 독도 프로젝트 산출물을 전시했다. 훌륭한 작품들 사이에서 이 소박한 글귀는 어떤 메시지보다 크게 와 닿았고 형용할 수 없는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대한민국의 영토, 독도를 사랑합시다’라는 결연한 글귀보다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고 마음 깊이 들어왔다.      우리 학교는 매년 독도주간을 운영한다. 올해에는 좀 더 깊이 있는 접근을 위해 과학·기술·역사·사회·국어·영어 교과의 교사들이 공조하여 통합수업을 진행했다. 각 교과 교사들은 교과 특성에 맞게 독도에 접근하여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전시물을 제작하여 발표하도록 했다. 과학교사인 나는 독도의 과학적 가치를 강론하고 학생들 스스로 조사활동과 브레인 스토밍이 진행되도록 유도하였다. 학생들은 독도의 지형 및 기후, 특이성을 가진 생태계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조사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차세대 연료로 주목받는 메테인 하이드레이트와 같은 천연가스층, 해양자원,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독도 심층수 등을 부각시킴으로써 독도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기술 교과는 독도의 자원에 대한 연구를 했고, 역사 교과는 사료 속의 독도를 재조명하였으며 사회 교과는 경제적 가치는 물론 우리나라 영토를 주장하기 위한 법률적 문제를 다루었다. 영어 교과에서는 독도에 대한 사랑을 영어 포스터로 제작했고, 국어 교과에서는 독도에 편지쓰기를 했다.      우리는 모두 일주일 동안 독도에 ‘푹!’ 빠져 있었다. 그 모든 결과물을 하나로 묶었더니 엄청난 양의 결과물이 산출되었다. 중학교 3학년 전체 학생이 빠짐없이 참여한 작품 전시회는 장관이었다. 아이들의 작품 속에는 여기저기에 태극기가 등장하고, 독도를 품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 등장했다. 독도를 노래한 대중가요의 가사를 빼곡하게 적거나 동해의 푸른 바다를 표현한 밑그림에 독도 주변의 89개의 작은 섬을 도화지 테두리에 모두 그려 넣는 정성도 한몫했다.      전시물 전시는 학부모 대상 공개수업을 즈음하여 이루어졌다. 학부모들은 전시물을 보며 매우 행복해했다. 산출물의 수준도 수준이거니와 아이들의 정성과 생각을 함께 느끼며 공감했기 때문인 듯했다.       작업에 참여했던 교사들은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아이들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사실 이 모든 결과 뒤에는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교사들은 사전 회의를 통해 학생들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할 것인지 깊이 있게 토론했다. 독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이크로 티칭’을 자처해 서로의 수업을 비평하고 피드백했다. 수업에 필요한 충분한 재료 준비는 물론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학생들의 성공적 결과는 교사들에게는 행복한 보상이다. 오늘의 과정과 결과가 우리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기를,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10년쯤 후에 우리 아이들 중 누군가가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리더가 되고 이 과정이 그의 리더십에 작으나마 영향을 주길 기대해 본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정채관 박사(교육학)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고 있는 고3 학생들./ 조선DB○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말이다. 문제는,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 자식은 영어를 잘하게 하고 싶고, 대학에 보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는 것이다. 나도 내 자식이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 하지만 대학입학은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때가 되면 당연히 본인이 선택하게 할 생각이다.  우리나라 대학입학 국가고사는 1954년도 「대학입학 국가연합고사」가 그 효시다. 이후 1962년도에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가 시행되었고, 1969년부터는 「대학입학예비고사」가 시행되었다. 이후 1982년부터 「대학입학학력고사」가 시행되다가, 1994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시행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전 대학입학 국가고사가 대부분 10년 전후의 수명을 가졌던 것에 비해 수능은 올해로 24년째다.  이전의 대학입학 국가고사가 사라지게 된 이유는 부정 입학, 정원 초과 모집으로 인한 학사 부조리, 과열 과외, 빈부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 입시 이중 부담, 비인기학과 미달, 사교육비 증가 등이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닌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굳이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15조에 달하는 사교육비의 양적 팽창과 함께 '며느리도 모른다는' 복잡하고 심오한 대학입학 전형이다. 상황은 오히려 예전보다 나빠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초저출산 국가의 혜택으로 곧 대학입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적어진다. 또한,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학생도 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대가 목전이다. 따라서 초저출산 국가, 국민들의 의식변화, 4차 산업혁명을 전제로 대학입학이라는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작년에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연구를 수행했다. 검정고시는 해방 이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정규학교를 마치지 못한 국민이 졸업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왔지만, 현재는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가 시행되고 있다. 검정고시는 절대평가이고 졸업학력 자격시험이다. 바꾸겠다는 수능의 모습이다.  영국 학생들은 성취도 기반의 고등학교 졸업학력 자격시험(GCSE)를 치른 다음, 고등학교 졸업학력이 취업요건인 곳에 취업하거나 일을 한다. 반면, 대학에 가고 싶은 학생은 칼리지에서 A level 시험을 2년 정도 추가로 준비한다. 예를 들어 영국 버밍엄대학교 기계공학과는 A level 과목 중 수학, 과학 등 3개 과목을 요구한다. 다른 대학 기계공학과의 입학 요구 과목이 같을 수 있지만, 학교마다 요구하는 성적은 다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모두 대학에 갈 것도 아닌데도 고등학교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다.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는 건,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기초학문 수준 저하 및 수준 차이로 인해 전국 대학 기초교육원의 역할이 강화된 것이 그 방증이다.  24년을 지속해온 수능은 이미 그 수명을 다했다. 이참에 수능을 폐지하고 절대평가로 자격시험을 실현하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보완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또한, 대학에 진학하여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대학교 각 학과에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아닌 실제 대학 수학에 필요한 수학능력 시험과목을 요구하게 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24년 전 시작한 수능이라는 '괴물'이 이제는 사라져야 할 시간이다.참고문헌: 정채관, 박영수, 박혜영, 장근주 (2017). 2009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2017년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출제 방안 연구. 교육과정평가연구, 20(2), 42-69. [논문보기]7 June 2017정채관 박사(교육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ick Cert OxfordEmail: ckjung@gmail.com◆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문재인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키우겠다고? ◆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번역기가 있는데 굳이 영어를 왜 배우나?

정채관 박사(교육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화진 부원장 경인교대 심창용 교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채관 박사  지난 5월 19일(금) 오후 2시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회의실에서 '4차 산업혁명과 영어교육: 미래 영어 교과서'를 주제로 두 번째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영어전공실(실장 박지선)이 주최하고, 한국영어학회(회장 안성호),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회장 노경희)가 공동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지난 4월 21일(금)에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영어교육: 미래 영어과 교육과정' 세미나에 이은 연속 세미나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화진 부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번 세미나는 230명 이상이 사전 등록을 할 정도로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김영우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영어 교과서'에 관한 과거, 현재, 미래의 변화상을 집중적으로 강연하였고, 이어 경인교대 심창용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초등 영어 교과서', 한국외대 김해동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중등 영어 교과서'에 관해 강연하였다.  종합토론 시간에는 한국영어학회 학회장인 안성호(한양대) 교수, 서울대 언어교육원 원장인 권혁승(서울대) 교수, 한국멀티미디어언어교육학회 회장인 황종배(건국대) 교수,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이사인 정채관(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사의 토론과 잉글리시 헌트 한정림 CEO,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소속 초등학교 교사,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등 다양한 배경의 참여자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영어교육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세미나의 이슈 중 하나는 구글 번역기였다. 항간에 실시간 번역이 되는 구글 번역기가 있는데 영어를 왜 배우나? 예전에는 구글 번역기 성능이 볼품없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무료다. 최근 소개되고 있는 실시간 통역기 성능을 보라. 이제는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 힘들고, 또 배운 영어를 유지하는 건 힘드니까 더는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배우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왜 영어로 괜히 아이들을 괴롭히냐는 얘기다.  전자계산기가 있는데 수학은 왜 배우나? 우리 집에도 전자계산기가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 예전에 쓰던 2G폰에도 계산기 기능이 있어서 밥값 계산할 때 요긴하게 사용했다. 내가 살면서 로켓을 만들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적분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 무료로 달린 계산기 정도면 사는 데 지장 없다. 학창 시절 수학을 배우는 이유를 몰랐다. 고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그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였다.  수학 전공자들에게 아이들이 왜 수학을 배워야 하냐고 물으면, 더하기 빼기 같은 단순 연산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와 태도를 통해 상식의 연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학적 사고 능력', '수학적 사고법', '수학적 사고의 힘', '수학적 소양', '수학적 사고방식' 등 수학을 배우면 사는 데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다. 수학 전공자들은 계산기 따윈 필요할 때 잠시 사용하고, 그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학술지에 투고할 논문을 쓰면서 논문 초록을 한글로 쓴 다음 구글 번역기에 입력하여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을 해봤다. 구글 번역기는 기대 이상의 번역 결과물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글 번역기가 내놓은 번역 결과물을 유심히 살펴보니, 여전히 한계가 보였다 구글 번역기는 문맥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계적인 번역을 하였다. 아직은 적절한 대체 단어를 제시하지 못했고,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물론 나는 구글 번역기 성능이 계속 좋아지길 바라는 사람이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구글 번역기가 있는데 아이들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냐고 묻는다. 구글 번역기는 입력된 영어를 기계적으로 한국어로 바꿔주는 일을 한다. 아무리 자연어 처리에 가깝게 하더라도, 내가 알고 싶은 단어, 구, 문장, 절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활자 이외에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식으로 사용되며,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다르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전자계산기가 연산만 하는 것처럼 구글 번역기도 단순히 기계적인 번역만 한다는 얘기다.  오늘 새벽 우연희 조선일보 「윤희영의 News English」을 읽다가, 아래 번역 문장을 보고 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통령을 해고하는(remove the president without shedding single drop of blood..."  간만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에서 'single drop'이라는 말이 주는 임팩트가 느껴졌다.   언어로 인해 사회가 변하고, 사회는 언어로 인해 변한다. 성능 좋은 구글 번역기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게을러졌다. 스스로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구글 번역기를 돌린다. 가장 큰 문제는 생각하는 것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전화번호 기억하기 싫어 스마트폰에 저장해놓는 것처럼, 영어로 쓰기 귀찮으니 한국어로 쓰고 번역기를 돌린다. 수학 전공자들이 하는 말처럼 '영어적 사고법', '영어적 사고의 힘'까지는 아직 대답하기 어렵지만, 영어를 안 하니 머리가 굳는 건 분명한 것 같다.23 May 2017정채관 박사(교육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ick Cert OxfordEmail: ckjung@gmail.com◆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나는 왜 익명 댓글을 거부하는가?◆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공공기관은 폴리페서의 놀이터가 아니다. ◆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꼭두각시가 되지 않는 법

허정환

“영주가 이번에는 교장실 냉장고까지 열어서 드링크 음료와 교장선생님 약을 먹었어요.”      “학교 냉장고는 영주가 다 꿰고 있네요. 모든 냉장고에 열쇠를 달아야겠어요.”      교사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다. 4학년 영주는 ‘프래더윌리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지녔다. 넘치는 식탐을 주체 못 해 교무실이며 연구실 곳곳의 음식을 찾아 먹고 급식시간에는 친구들 반찬을 몰래 먹는다. 현장체험학습 때에는 냉면에 넣는 설탕을 전부 퍼먹기도 하고 카페에 있는 시럽을 종이컵에 따라 먹는 것을 제지해야 했다.      프래더윌리증후군(Prader-Willi Syndrom)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희귀병으로, 정신지체와 과다한 식욕 증세를 보인다. 이 병이 있는 아이들은 신생아 시기에는 힘이 없어 모유나 우유를 잘 먹지 못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도 늦다. 하지만 자라면서 음식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부려 비만해지는데 체중에 비해 키가 자라지 않는다. 대부분 비만이어서 심장병과 당뇨병, 뇌혈관 질환, 수면장애 등의 합병증이 우려된다. 외모는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비슷하다. 지능지수는 낮은 편인데 40% 정도는 정상에 가까운 지능을 보이기도 한다.      프래더윌리증후군 아동을 지도할 때는 아이가 생활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학교 급식시간에는 영양사 선생님의 엄격한 지도 아래 정해진 양만 배식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다른 친구들의 반찬에 손을 대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이면 더 달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나는 영주를 지도하는 초기에는 음식을 통제하고 혼을 냈다. 그러다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늘 영주를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았다. 보는 사람마다 못 먹게 하고 핀잔을 주면 아이는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욕구불만이 돼 버린다. 그래서 영주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기분이 들게끔 하기로 했다. 무언가 성취를 했을 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아주 소량만 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자 영주는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선생님! 이 과제 잘하면 저기 있는 초콜릿 먹을 수 있어요?”라고 물으며 문제행동을 줄여갔다. 먹을 것을 안 준다고 화를 내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화풀이하는 횟수도 줄었다. 어떨 때는 참는 모습도 보였다. 무언가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영주의 식탐을 조금 누그러뜨린 것 같았다.      식욕은 인간의 기본욕구다. 식탐이 많은 아이는 감시하고 혼내기보다 아이의 식탐을 이해하고 소량의 먹을거리로 지도하면 효과가 높다. 영주의 집에서도 문제행동이 줄어들었다. 아직 영주의 집 냉장고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만, 곧 뗄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길 들었다. 또 하나, 프래더윌리증후군 아이들은 수면장애를 겪는데 가족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 기분 좋은 날에는 웃으며 편하게 잔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보면, 물에게 사랑한다는 긍정의 말을 들려주면 한결 아름답고 신비로운 결정체를 보인다고 한다. 프래더윌리증후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훈계와 질책보다 사랑과 이해로 대할 때 더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랄 수 있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허정환

▲ 출처=조선DB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지난 3월 민우의 어머니는 담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민우를 2년째 지켜보니 민우가 또래에 비해 학습적인 면에서 많이 지체돼 있어요. 받침 있는 글자를 잘 쓰거나 읽지 못해 학습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또래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힘들어하고요. 민우를 특수학급에 입급시키면 어떨까요?”      전화를 받은 민우의 어머니는 충격이 컸다. 올해로 11세, 칠삭둥이로 태어난 민우는 조금씩 느렸다. 성장과정에서 조금 늦는다고 생각했지만 일반학교 생활은 무리 없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공부보다는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해주었는데, 장애학생이 가는 특수학급 입급을 평가를 받아보라니…. 성장이 조금 늦는 상황을 이해 못 하고 특수학급 입급 평가를 받으라는 담임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 통합교육이 시작된 지 40년이 되었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을 다니면서 장애학생들이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통합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특수학급은 시도교육청마다 차이가 있으나 학습도움반, 리소스룸과 같은 명칭으로 불린다. 장애학생들은 지적·신체적 문제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수업하기 어려운 교과시간에는 특수학급에서 개별화된 특수교육을 받는다. 장애학생을 일시적으로 분리하여 개별화된 특수교육을 하는 곳이 바로 특수학급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8만7950명 중 70.5%에 달하는 6만1989명이 통합교육에 배치돼 있다.      장애가 있다고 반드시 특수학급에 입급하는 것은 아니다. 또 특수학급에 입급하는 아이들 모두가 장애를 지닌 것은 아니다. 이는 ‘일반교육 대상자’와 ‘특수교육 대상자’라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복지카드를 발급받는 의학적인 측면의 장애인이 학교 현장에서 특수교육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일반교육 과정을 학습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면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학생이라 하더라도 일반교육 대상자이다. 반대로 일반학습에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학습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개별화된 특수교육이 필요하면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어 특수학급에 입급할 수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면 특수교육 대상자로서의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각 시도교육청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특기적성교육비, 치료지원비, 통학비 등의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개별화된 특수교육 서비스다. 즉 조기에 문제행동이나 학습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또래와의 사회성 기술을 배우는 개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받아 일반학급에서 또래와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수학급의 목표인 것이다.      민우는 교육청 전문가로부터 지능검사, 사회성기술검사, 여러 가지 학습검사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우에게 꼭 필요한 특수교육을 받게 됐다. 그 결과 민우는 학습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졌고 자신감 있게 생활하고 있다. 민우어머니는 이제 특수학급 입급을 권유한 담임 선생님을 고마워한다. ‘왜 우리 아이에게 특수학급을…’이란 편견으로 무조건 일반학급을 고집하는 건 아이를 위한 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까’이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강재남

교사들이 1년 중 가장 불안해하고 예민해지는 달이 3월이다. 개학을 하면 교사 가족들도 집안에서 ‘쌤’ 눈치를 보고 말 섞기를 꺼려 한다. 물론 학생들도 새로운 학교, 새로운 담임, 새로운 친구들이 부담스럽고 변화된 상황 속에서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3월 2일 개학을 앞두고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단연코 교사들이다. 특히 전근을 가서 완전히 낯선 학교로 출근해야 하거나, 생소한 학교 일을 맡게 되어 업무 파악도 못한 상태로 학교를 가야 하는 교사들은 불안하여 뜬눈으로 새 학년을 맞기도 한다.      스트레스 최고는 역시 담임을 맡은 교사들이다. 자신이 맡게 될 학생들과 학부모에 따라 1년이 달라지므로 걱정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1년이 아이들에 따라 보람되고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하루하루가 마음 상하고 상처받는 끔찍한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와 공문처리 등으로 종종 늦게 퇴근하거나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일을 하기도 한다. 못 끝낸 업무는 내 시간을 더 쓰면 해결된다. 그러나 폭력이나 왕따 문제에 자기 반 학생이 관여되거나 아무때나 학교에서 도망가는 학생이 있으면 퇴근 후에도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춘기 반항아들을 다루면서 심신이 지치고 피폐해지는 것은 그 또래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사춘기 아이 하나만 집에 있어도 예전의 화목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대화는 점점 험악해진다. 분위기가 살벌해져서 가족들끼리도 서로 피하고 멀어지게 된다. 특히 학교에서는 사춘기 증상이 심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담임의 역할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세상 자체를 적대시하고 반항심이 통제 불능의 상태까지 가면 담임에게는 끔찍한 상황들이 종업식이나 졸업식까지 이어진다.      교사 초임 때만 해도 좀 달랐다. 학생들이 교사나 친구들의 성향과 분위기를 탐색하느라 조심하는 편이었고 수업하기에도 가장 좋은 시기였다. 아이들이 너무 조용하고 반응이 없어 답답하다는 교사들까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개학한 지 2주만 지나도 아이들이 너도나도 본 모습을 마구 드러낸다. 학생 인권이 중요하다며 느슨하게 풀린 학교 생활규칙을 파고들면서 개학식 첫날부터 연예인처럼 꾸미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 “색조화장을 못 하고 와서 교실에 들어갈 수 없다”며 담임과 언쟁을 벌이기 일쑤다. 학생의 학습권은 보장해야 하므로 교무실에서 마스카라로 눈화장을 하고 풀메이크업을 하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어떤 학생들은 학년 초부터 수업 중 배가 아프다며 선생님을 속이고 화장실에 모여 게임을 하거나 놀고 있다. 들킬 것 같으면 화장실을 옮겨 다니면서 숨어 있기도 한다. 학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면 “학교에서는 무엇을 하느라 애를 방치했냐”며 오히려 교사를 원망한다. 수업 하다 말고 화장실이나 보건실로 숨은 아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일도 빈번하다. 아이들이나 학부모나 처음 만난 선생님들에 대한 존중이나 어려움 같은 것은 이제 없다. 이래저래 봄은 힘들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10개더보기

TODAY`S 칼럼

TODAY`S FUN

TODAY`S 뉴스&이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