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학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하늘이 맑아 창밖 풍경이 잘 보이는 완연한 가을아침이다. 모처럼 창밖으로 북악산을 보며 철민(가명)이와의 일을 회상하는 여유를 가져본다.      철민이는 일명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병원을 다니며 심리치료를 받고, 지금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 철민이가 1학년 때 참가한 가을 사생대회 및 백일장에서의 일화는 유명하다. 철민이는 이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은 전혀 쓰지 않고 물에 뛰어들어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끼얹고 물총에 물을 담아 학생들에게 쏘고,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의 뒤를 따라가며 큰소리로 “오리 꽥꽥” 하고 외쳤다. 철민이는 행사장에서 방송으로까지 주의를 받았다. 덕분에 다음해부터는 백일장 장소를 바꾸었다.      철민이가 3학년 때 우리 반에 배정되었다. 학급에서의 철민이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과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제대로 끝마치지도 못하였다. 함께하는 조별 작업을 특히 어려워했다. 감정 표현을 적절히 못 하고 종종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선생님이나 급우들에게 내뱉었다. 갑자기 교실을 벗어나거나 이유 없이 다른 학생의 일을 방해하고 식당에서도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끼어들어 종종 다툼이 일어났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수업시간에는 의자에 앉아 있기를 힘들어했고 엎드려서 잠을 자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철민이는 장점도 많이 있었다. 감정 살린 노래를 잘 부르고 목소리가 크고 우렁찼다. 얼굴과 몸짓으로 감정 표현을 잘하였다. 심부름을 시키면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듯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질문이 많았다. 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식물이 자라면서 보이는 작은 변화를 잘 알아차렸다. 다른 학생들의 감정 변화도 잘 읽는 것 같았다. 나는 교사와 학생들과의 협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철민이를 도와주기로 했다. 철민이 스스로도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철민이의 장점은 잘 살리고 단점이 되는 행동은 줄여나가기로 했다. 자리부터 배려해 뒷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로 앉혔다. 충동을 이기지 못해 밖으로 뛰쳐나갈 때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적고 철민이에게도 편리했다. 잘못된 행동을 한 후에는 반드시 사과하기로 하고, 학생들은 철민이의 과도한 반응에 침착하게 대해주기로 했다. 반 체육대회의 응원단장은 에너지가 많은 철민이 몫이었다. 철민이는 모두가 놀랄 만큼 훌륭하게 응원단을 구성하고 이끌었다. 특색 있는 분장과 복장으로 와서 과장되고 큰 몸짓 큰 목소리로 응원하니 효과 만점이었다. 독창의 기회를 자주 갖도록 음악 선생님이 도와주시고, 방과 후에도 성악반에 들어가 노래를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철민이의 노력만큼 행동이 점점 좋아졌다. 학생들과의 어울림도 자연스러워졌다. 결국 노래 재능을 잘 살려 예술 계통의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철민이는 뮤지컬을 하고 싶다며 새벽에 일어나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학교에 등교했다. 밤 12시까지 공부와 노래, 춤 연습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칭찬도 많이 듣게 됐고 약도 끊게 되었다. 이제 철민이는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해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김미경

강의에 가면 엄마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거 있어요? 꿈이 뭐예요?” 그럴 때 적지 않은 엄마들이 이렇게 말해요. “저는 별 욕심 없고요. 우리 애만 잘됐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말하는 ‘잘된다’의 기준은 물론 하나입니다. 최소한 ‘인 서울’. 잘되면 소위 말하는 스카이. 애가 좋은 대학에 가면 그 집 전체가 그냥 잘된 거로 치지요. 반면, 애가 인 서울에 실패하면 그 집 아빠가 아무리 잘나가도 주변에서 이런 소리나 듣습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 올라가면 뭘 해? 애가 그 모양인데.” 비교적 입시전쟁의 외곽에 있는 아빠도 그런데 중심부의 엄마들은 오죽할까요. 엄마로 살아온 20년 세월이 오직 입시 하나로 평가되니 자칫하면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남편한테 ‘당신이 집에서 한 게 뭐냐’는 소리를 듣게 생겼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엄마들이 다 애들 공부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것이지요. 애들 대학에 부모의 인생 점수가 달렸으니 ‘애만 잘되면 다 잘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한 것은 다 잘되려고 하는 일이 반대로 집안 전체를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동창 A는 전형적인 대치동 엄마였습니다. 학교에서 학원까지 가는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늘 자신의 차로 아이를 실어 날랐지요. 차 안에는 아이가 먹기 좋게 한입 크기 음식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이 있었고, 바쁠 때는 A가 비닐장갑을 끼고 아이에게 먹여주기까지 했습니다. 대기업 임원인 남편의 월급에서 절반 이상을 첫째 아이에게 몽땅 투자했죠. 가끔은 노후 준비도 못 하고 있는 현실이 걱정돼 남편이 한마디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아내의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고3 때 아이의 성적이 점점 떨어지면서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체력이 약한 데다 예민한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자 불안 증세를 보인 것이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사에 날카로워지면서 가족들과 끊임없이 부딪쳤고 아버지와 몸싸움까지 벌였습니다. 아버지는 노후도 포기하고 모든 것을 투자한 아들이 자신에게 덤벼드는 걸 참을 수 없었어요. 결국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아이는 입시에 실패한 채 집에서 나와 외롭게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집은 아이 하나만 잘되기 위한 공간이 아니에요. 3분의 1만 크고 온 남편도 커야 하고,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결혼한 엄마도 어른답게 커야 합니다. 엄마 아빠도, 아이들도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소중한 권리를 빼앗아서 한 사람에게 몰아주면 받은 사람도 뺏긴 사람도 억울해집니다. 하나가 잘되기 위해 나머지가 억울하고 힘들다는 것은 집안의 밸런스 자체가 이미 깨졌다는 얘기예요. 몸뚱이로 치자면 팔 하나만 비대하고 나머지 손발은 너무 작은 모습이지요. 몸의 일부만 커져 버리면 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병들어가듯이 가족도 순환하지 못하면 병들어버립니다. 결국에는 언젠가 문제가 터지고 그 대가를 아프게 치러야 하죠. 부모 병원비가 천만원만 나와도 가족들이 10년간 연을 끊어요. 다른 형제들이 많이 받은 자식을 향해 혼자 다 받았으니 병원비도 혼자 해결하라며 등을 돌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모두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누군가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줄 여유가 없는 거예요. 반면 누구 하나 억울하지 않게 잘 큰 집들은 순환이 잘됩니다. 집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도 감정의 순환, 배려의 순환, 이해의 순환이 되기 때문에 금방 회복해나가지요. 가족 중 누군가 힘들면 여유 있는 누군가가 도와주고 끌어줍니다. 가족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공평하게 성장했으니 책임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지요. 모두가 억울함 없이 건강하게 골고루 큰 집에서 결국 괜찮은 아이가 나옵니다.

강재남

1990년대 말 중·고 남녀공학에서 여학생 전교회장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기사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시 내가 근무하던 중학교에서도 한 여학생 후보가 남학생 후보들을 제치고 학생회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여학생 후보는 학생복지에 대해 현실감 있는 공약을 앞세워 남학생 후보들을 압도적 표차로 제쳤다.      당시만 해도 여학생 학생회장이 뽑힌 것 자체가 뉴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대만 해도 회장·반장은 남자, 부회장·부반장은 여자로 미리 정해놓고 선거를 했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남자 회장, 여자 회장으로 어정쩡하게 나누어 뽑아놓고 대표 1명이 필요하면 남자 회장을 먼저 찾았다. 그런 시절을 거쳐 21세기를 눈앞에 두고서야 남녀가 정정당당하게 표로 겨루는 시대가 왔으니 기삿거리가 될 만도 했다.       오히려 요즘의 초등학교나 중학교 교실에서는 남학생들을 압도하는 여학생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요주의 대상인 여자 아이들을 선생님들은 농반진반으로 ‘기 센 언니들’이라고 부른다. 기 센 언니들은 대부분 목소리도 크고 욕도 잘한다. 화장은 마스카라까지 완벽하게 하고 온다. 화장을 덜한 날에는 연예인처럼 검은 마스크를 쓰고 와서는 하루 종일 벗지 않는다. 말 한번 잘못 걸면 욕설과 고함이 돌아오니 솜털이 보송보송한 남학생들은 도저히 상대가 되질 않는다. 게다가 중학교만 해도 남녀 간의 덩치 차이가 별로 없다. 가끔은 극성스럽고 무서운 여학생들의 횡포에 눌리다가 선생님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거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남학생들도 있다.      그런데 요즘 학교 안의 기 센 언니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 우리 사회의 ‘레드라인’을 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의 부산 중학생 폭행사건, 강릉 여고생 폭행사건,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등의 주범이 모두 앳된 소녀들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가장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이 인간 사회의 가장 저급한 해결 수단인 폭력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교실에 날벌레 한 마리만 들어와도 반 전체가 비명을 질러대서 수업을 할 수 없었던 여학생 교실을 생각하면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일들을 여학생들이 저질렀다는 사실이 잘 믿기질 않는다.        교사들이 여학교에 근무하는 것이 엄청 운좋은 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여학생들이 일으키는 말썽이라고 해봤자 친구를 왕따시키거나 일진 남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는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 현장에서도 기 센 언니들이 저지르는 말썽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센 언니가 직접 때리기도 하고 좀 덜 센 언니에게 때리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자신의 지시를 잘 따랐는지 동영상을 찍어서 현장 중계를 하는 것은 거의 필수다. 조폭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여학생들의 현실세계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퇴근하려고 교문을 나서는데 교실에서 뺀질대던 기 센 언니 둘이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사복으로 말끔하게 갈아입은 아이들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어디 가니? 학원?” 고개를 끄덕인다. “수업 시간에 딴짓만 하고는 학교 끝나자마자 학원을 간다고?” 두 녀석이 씩 웃는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대답이 이상한가 보다. 이 아이들도 제대로 가르쳐서 졸업시켜야 할 제자들이라는 생각에 고민이 깊어진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허정환

“선생님, 오늘 학교에서 우석이가 반 친구들과 급식하는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집에서는 안 먹으려던 김치며 브로콜리, 버섯도 잘 먹더군요. 우석이가 많이 성장했네요. 감사합니다.”      열 살 우석이는 언어·뇌병변 2급의 선천적 장애아동이다. 입학 당시 말을 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고, 유치원생들보다 작고 왜소한 체구로 친구들이 요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우석이의 인지능력은 만 3세 이하의 수준이었다. 통합교육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문제행동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보호관심대상 1호 학생이었다. 점심시간이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했다. 식판을 밀어내고, 수저보다 손이 먼저 반응해 옆 친구의 반찬을 손으로 집어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3학년 우석이는 달라졌다. 편식도 사라졌고 좋아하는 반찬은 스스로 가서 더 받아오면서 반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혼자 힘으로 밥 먹기’는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다. 이는 중증 장애아동들이 초등학교 입학 시 ‘특수학교냐?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으로의 진학이냐?’를 고민할 때 기준이 되기도 한다.       편식은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에게는 흔한 문제이며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하지만 장애학생의 경우 고른 영양소 섭취 및 성장을 위해 별도의 지도가 필요하다. 방법은 이렇다. 첫째, 학생이 싫어하는 음식의 종류를 파악한다. 둘째, 편식하는 음식을 잘게 조각 내어 아동이 잘 먹는 반찬과 함께 먹여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서서히 없앤다. 셋째, 조각의 크기를 점차 키워 지도한다. 학교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지도할 것을 권한다.      수저 사용이 어려운 장애학생은 지도방법이 다르다. 이 경우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신체장애로 인해 팔의 소근육 사용이 어려운 경우와 수저 사용, 특히 젓가락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젓가락 사용의 경우에는 에디슨젓가락같이 단계별로 젓가락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교구들이 효과적이다. 반면 장애로 인한 신체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거울을 가지고 지도를 할 수 있다. 식판 앞에 거울을 두고 음식을 담은 수저를 입에 넣기까지 거울을 보며 눈과 손의 협응을 연습하면서 감을 익히는 방법이다. 이때 다른 학생들 앞에서 할 경우 자존심이 상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공간에서 개별연습을 시키고 가정에서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중증장애학생의 급식지도를 할 때, 현장 교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아쉬운 실수는 음식을 국에 다 말아서 먹이거나, 모든 반찬을 조각 내어 밥과 함께 섞어 먹이는 것이다. 이 경우 밥을 먹이는 입장에서는 편할 수 있지만, 반찬 본연의 맛을 알 수 없게 된다. 식도락(食道樂)이라는 말이 있듯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점심시간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중요한 교육 활동 시간이며, 장애학생에게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술이다. 당장은 느리고 힘들겠지만 먼 훗날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경원

중3 철이(가명)는 기초학력부진 학생이다. 수업시간에 대부분 잠을 자거나 주변 친구들과 떠들며 보낸다. 공부 자체가 무척 힘들고 재미없다. 책도 떠듬거리며 겨우 읽기 때문에 선생님도 철이를 배려해 친구들 앞에서 책을 읽도록 하지 않는다. 철이는 수업의 그 무엇에도 흥미를 못 느낀다. 그저 병풍처럼 무력하게 교실에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지각과 결석이 잦다. 그래도 정기고사는 꼭 봐야 한다는 습득된 기억 때문에 시험 날은 꼭 온다. 마지못해 한 번호로 쭉 내려쓰고 시험시간 내내 잔다.      그래도 철이는 옆반 기초학력부진 학생 민이(가명)보다 온순하고 밝다. 민이는 어린 시절 폭력적인 가정에서 성장하여 거의 은둔자처럼 행동하고 친구가 없다. 평소에 거의 말을 안 하지만 가끔 문제가 발생하면 매우 거칠게 행동한다. 선생님에게까지 서늘한 눈빛과 냉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교사들도 그를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성인이 된 후 민이가 걱정된다는 교사가 많다.       기초학력부진 학생은 학기 초에 이루어지는 기초학력진단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 성취해야 하는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및 기초수학(arithmetic)능력이 기초학습능력의 기초가 된다. 학교에서는 기초학습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보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학습에 어떠한 의욕도 없는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 외의 시간에 또 공부를 하라니 대상 학생들은 도망가기에 바쁘다.      기초학력부진에는 인지, 정서행동,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학교의 상담교사는 정규 수업의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습 의욕이 저하된 학생들을 부지런히 상담하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보살피고,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철이 같은 학생들의 읽기·쓰기 능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철이는 온순하니까 학교의 지원을 따라는 온다. 민이는 학교의 어떠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한동안 수업 대체 프로그램과 방과 후 수업에 참여했지만 민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교사는 없었다.      학교에는 철이나 민이 외에도 다른 형태의 성향을 지닌 기초학습 미달 학생이 여러 명 있다. 그리고 기초학습 미달은 간신히 넘겼으나 그 못지않게 부진한 학생들도 꽤 많다. 학교마다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맞춤형 보정교육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교육청이나 기업체에서 예산을 지원해주는 특별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대상 학생들의 변화는 미미한 편이다. 모든 학생이 최저 수준의 기초학습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청의 목표나 이에 대응하는 학교의 노력에 비해 효과가 너무 적다. 대상 학생이 정해진 문제를 반복적으로 암기하여 어찌 어찌 기준선을 겨우 통과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분명 방법적인 문제가 있다. 교실 현장이 변화하도록 행정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학생 수 감소로 교사가 남는다고 학교를 떠나게 할 것이 아니라 기초 대상 학생들을 위한 정규 수업을 개설하고, 성적 처리방식도 이에 맞게 변경하면 어떨까.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오봉학

15년 전 졸업한 제자들한테 연락이 왔다.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으니 참석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식사하는 내내 그때를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성열이(가명)는 한 학년 후배들과 친구를 맺고 생활한 추억을 회상했다.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면서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며 나를 꼭 껴안기까지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식사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학생들과 함께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1학년 담임이었다. 영국에 조기유학을 갔던 성열이가 6월 말쯤 우리 반으로 전학왔다. 초등학교 3학년 말에 떠나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전입한 터였다. 교무실에서 처음 본 성열이는 눈이 맑고 영특해 보였으나 약해 보였다. 성열이 어머니는 “성열이가 마르고 약해 보여도 체력은 나쁘지 않아요. 영국에서 성적도 좋았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영국과 우리나라의 학제가 달라서 한 학년 후배들과 다니게 된 것이 속상하다고 하셨다.      우선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우관계만 해결되면 학업 문제는 무리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성열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한 학년 위였다는 생각을 접고, 반 학생들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어울리는 것이 어떠니?” 성열이도 흔쾌히 동의했다. 바로 “선생님,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이 또래 학생들은 선후배 관계에 민감하고 서열의식도 강해서 자존심을 접고 후배들을 선뜻 친구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급에서 성열이를 도와줄 만한 친구 셋을 교무실로 불렀다. “너희들이 성열이를 선배로 대하면, 성열이는 친구도 없고 외톨이가 되어 학교생활이 어려워질 거야. 쑥스럽겠지만 친구로 받아들이고 사귀면 좋겠구나.” 처음에는 아무도 선뜻 말을 못 했다. 종태가 먼저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고 “그래, 우리 친구 하자”고 했고, 진수와 태진이도 손을 내밀었다.      다른 학생들도 진수, 태진이, 종태처럼 성열이를 자연스럽게 친구로 받아들였다. 학생들이 성열이 주변에 모여 화기애애해졌다. 그때부터 시작된 그들의 친구 관계는 나이를 떠나 잘 유지되고 발전해갔다. 성열이의 성적도 점점 좋아졌다. 네 학생은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그들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1년에 한 번 방학이면 가족까지 함께하는 대규모 가족 캠프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하다 돌아오면 부모님들은 학업 문제에 먼저 신경 쓴다. 배운 내용도 다르고 교사의 지도법과 평가방법이 다르니 처음에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학업은 학생들이 조금만 노력하고 시간이 지나면 대개의 경우 해결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교우관계다. 학생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학급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울리는가 하는 것이다. 학제의 차이로 인해 한 학년 낮추어 다니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업보다 교우관계가 먼저다. 전학생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잘하던 공부도 못하게 된다. 자연히 등교가 꺼려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나고 자존감도 저하되기 쉽다. 반대로 교우관계가 좋아지면 학업 문제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강재남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에 필요한 학생들의 준비물을 아이들이 가져오지 않고 담임교사가 일괄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자녀의 준비물을 구하려고 늦은 밤에 문방구와 마트를 돌아다녀야 하는 맞벌이 가정의 수고도 덜고 선생님 한 분이 수고하면 한 반, 혹은 학년 전체가 편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고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올라온 학생들도 초등학교 때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학교와 교사들에게만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실제 많은 중학교에서도 실기과목의 준비물을 학생이 구입하지 않고 학교 예산으로 구입해 나눠준다. 보통 5000원 미만의 바느질 재료나 목공 재료 등이다. 똑같은 기본 재료를 가지고 가방도 만들고 옷도 만들고 책꽂이도 만든다.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같은 방법으로 실습을 하는 과목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참 유용하다.      문제는 개별적으로 준비해야만 하는 수업시간에도 아이들이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고 버틴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야외 풍경을 그리는 사생대회에 물감도구를 가져오는 아이들은 요즘 거의 없다. 그나마 성실한 아이 하나가 팔레트와 붓을 가져오면 반 아이들이 모두 몰려들어 그 재료로 돌아가면서 그린다. 그러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무 하나 그리고 3가지 색만 사용한다. 예술의 기본인 ‘더 나음’과 ‘남과의 다름’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귀찮을 뿐이다. 준비물을 미리 공지하여도 늘 빈손으로 와서 기본만 하려는 아이들의 학습 흥미와 즐거움을 위해서 교사들은 흥미유발용 재료와 학습 자료들을 미리 챙겨 놓아야만 한다.      요즘은 학교에 사물함이 잘 갖추어져 있고 도시락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인지 빈 가방을 메거나 아예 가방 없이 등교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시험기간에도 책과 공책은 사물함에 두고 다니고 공부는 학원 교재로 한단다. 귀찮아서 실내화도 교실에 두고 다니거나 아예 집에서부터 실내화를 신고 오기도 한다. 내가 중학생일 때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방을 2~3개씩 가지고 다녔다. 들고 다니는 학생용 가방에 두꺼운 책과 공책을 넣으면 공간이 부족해서 보조가방에 도시락과 체육복을 넣어야 했다. 사물함도 없고 학교 급식도 없어서 모든 것을 매일 들고 다녀야 했던 그 시절에도 준비물을 안 가져와서 혼나거나 수업을 아예 못 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준비물은 당연히 가져와야 하는 것이고, 없으면 다른 반에 가서 빌려서라도 수업에 참여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당당하다. “저는 준비물이 없어서 못 하겠는데요” “네가 그럴 줄 알고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 놓았지” “저는 도저히 뭘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서 이거 못 하겠는데요” “그래서 선생님이 참고하라고 이렇게 자료들을 복사해 놓았지”…. 교사가 학습 준비물을 미리 다 마련해 놓으니 안 하고 버티는 아이는 거의 없다. 마지못해 하기는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밥상을 다 준비해 놓고 숟가락을 입에까지 넣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회의는 떠나지 않는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허정환

5학년생 동욱(가명)이는 6세 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또래에 비해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짧다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서 받은 진단이었다. 지금 동욱이는 6년째 약을 복용 중이다. 동욱이의 학습능력은 우수한 편이지만 수업 중에 멍때리거나 주어진 과제를 하지 않는 등 수업 태도가 좋지 않고, 또래에 비해 체구가 왜소하며 잠을 못 잔 것처럼 늘 피곤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성격이 예민해 사소한 일도 친구들과 곧잘 다투고 급식시간에는 밥을 안 먹으려고 몰래 바닥에 버리다가 혼나기 일쑤다. 친구들은 이런 동욱이를 멀리하고 싶어한다. 담임선생님은 이런 문제로 동욱이 부모님과 상담했고, 동욱이 부모님은 또다시 병원으로 가서 더 강도가 높은 ADHD 약을 처방받았다.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과 충동성을 보인다. 미국에서 실시한 MTA 연구(ADHD 환아에 대한 다형치료연구)에 따르면 ADHD의 약물치료 효과는 핵심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좋다고 한다.      ADHD 아동들은 대부분 리탈린(ritalin)이라는 약을 복용한다.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두뇌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잠을 안 자고 공부하기 위해 각성제를 복용하는 것처럼, 리탈린은 뇌의 신경을 자극하여 수업시간에는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10여년간 교육현장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ADHD 약물을 복용하는 학생들에게는 몇 가지 안타까운 특성이 있다. 첫 번째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키가 작고 체구가 왜소한 편이며, 늘 피곤해 보인다. 이 상태에서 또 약을 복용하니 뇌는 깨어 있지만 신체는 피곤해 몸의 밸런스가 깨져서 예민하고 의욕이 없어 보인다. 두 번째는 식욕부진이다. 급식이든 뭐든 잘 먹지 않으려 한다.      4세에서 9세까지의 아동은 대부분 주의집중 시간이 짧고 주변의 자극에 쉽게 반응하며, 관심거리가 자주 바뀐다. 이런 특성은 자연스러운 행동발달 단계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이 부모님의 욕심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ADHD로 의심을 하고 섣불리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는다. 부모는 아동을 병원에 데려가서 약을 먹였으니 부모로서 할 도리를 다했다고 여기고, 치료자는 진단기준에 부합해 중독성 각성제를 처방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여기며, 학교 교사들은 수십 명의 단체 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약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ADHD 아동에 대한 처방은 신중해야 한다. 한창 성장해야 할 아이의 뇌신경을 각성시키는 약이 과연 정상적 신체발달과 정신심리에 좋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실제로 동욱이 부모님은 나와 상담 후 올 5월 연휴를 활용해서 동욱이의 ADHD 약을 끊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지만 이후 변화는 긍정적이었다. 잠도 잘 자고, 식욕이 돋아 밥도 잘 먹고, 살도 제법 올랐다. 학교생활에 있어서도 약물을 끊었다고 문제적 행동을 더 심하게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동욱이는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였다.

정채관 박사

 지난주 A연수원에 가서 중등학교 1급 영어 정교사 자격연수 강의를 하고 왔다. 강의가 오전 9시부터인지라 새벽 5시 30분 정도에 집을 나섰다. 차가 경기도 화성 근처에 다다르자 갑자기 태풍 속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했지만, 세차게 쏟아지는 비가 워낙 강하다 보니 앞도 잘 안 보였다. 대형 화물차들이 옆으로 지나가며 내 차에 물을 뿌렸다. 차가 덜컹거리고 정신이 없었다. 순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게소라도 보이면 잠시 차를 세우고 비를 피하련만, 그 많던 휴게소는 다 어디 가버렸는지. 두 손으로 운전대를 단단히 잡고, 허리를 곧추 세웠다. 눈에 힘을 주고 이마를 찡그렸다. 폭우와 몇십 분 사투를 벌이고 나자 저 멀리 휴게소 입구가 보였다. 얼른 휴게소로 들어갔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을 마시며 숨을 돌렸다. 이후에도 비는 계속 왔지만, 천안 근처를 지날 때는 비는 커녕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폭염이 도로를 달궜다.  강의 시작 전 선생님들에게 오늘 새벽에 목숨 걸고(?) A연수원까지 온 무용담을 들려주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폭우가 쏟아지니 솔직히 중간에 그냥 돌아가고 싶더라. 목숨 걸고 A연수원까지 갈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했다. 지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그냥 내 길을 가고 있었는데 내 주변 환경이 갑자기 변해서 내 생명을 위협하더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갑자기 우리 선생님들의 직업을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  정신만 바짝 차리면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산다. 우리 선생님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능동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인터넷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현재 모습과 시사점 위주로 강의를 하였다. 그리고 영어교육용 인공지능 로봇 대비 우리 영어 선생님들의 강점, 약점, 기회, 위기 등에 대해 조별로 동료 영어교사와 토의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공지능 영어교육용 로봇의 강점은 분명히 많다. 하지만 로봇이 아무리 정교하고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따뜻한 공감 능력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그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강의 초반에는 4차 산업혁명이 뭔지 몰라 선생님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하지만 강의 끝 무렵에는 표정이 밝아졌다. 목숨 걸고(!) 온 보람이 있었다. 영어교육용 인터넷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 영어 선생님들을 대체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어교육용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하는 영어 선생님들이 그렇지 않는 영어 선생님들을 대체할 것은 분명하다. 우리 선생님들이 지금과 다른 차원의 영어 교수학습 방법을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작년에 작고한 미래 학자 엘빈 토플러는 이런 말을 남겼다.  "21세기 문맹인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닌, 학습과 재학습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내가 고통스러워도 논문을 쓰는 이유는?◆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문재인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키우겠다고? ◆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홍익희

오늘은 저와 함께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대교의 경전은 모두 몇 개일까요? 유대인의 경전은 2개입니다. 하나는 ‘토라’이고 또 다른 하나가 ‘탈무드’입니다.    여러분 토라는 읽어보셨죠? 안 읽어보셨다구요? 여러분은 토라를 조금이라도 읽어보셨을 겁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구약성경의 도입부 첫 다섯 권. 곧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가 썼다고 하여 이를 모세오경이라 부릅니다. 바로 이 모세오경이 토라입니다.    구약(舊約)의 약(約)은 ‘계약’을 뜻하는데, 히브리어로는 혈약(血約)을 의미합니다. ‘피로 약속한 영원불변의 언약’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날 구약을 경전으로 삼고 있는 종교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입니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성경을 ‘구약’이라 부르는 걸 싫어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성경을 ‘타나크’(TANAKH)라 부릅니다. Torah(율법서), Neviim(예언서), Ketubim(성문서)의 첫 문자를 떼어 만든 이름으로 총 24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대교는 히브리 원문이 남아 있지 않으면 경전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기독교의 구약성경 보다 권수가 적습니다.    그럼 타나크는 토라 곧 율법서 말고도 19권이 더 있는데 나머지는 뭐냐구요? 유대인들은 나머지 부분은 토라를 보조하거나 해설하는 보조경전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토라만을 양피지에 손으로 필사하여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어 이를 갖고 예배를 봅니다.   토라에는 창조 이야기를 시작으로 출애굽과 가나안 땅에 이르기까지의 유대인 역사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십계명을 비롯해 유대민족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율법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토라에 실린 율법의 수는 613개입니다.    이 가운데 “하지 마라”가 365개로 일 년의 날 수와 같고, “하라”가 248개로 이는 인간의 뼈와 모든 장기의 수와 같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가 일 년 내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지체를 가지고 열심히 해야 할 것들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 합니다.    토라는 특별하게 규제하는 것이 없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 있습니다. 율법은 ‘이런 저런 일은 하라’고 적혀 있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이런 저런 일은 하지 마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네가티브 시스템’입니다.    토라는 ‘가르침’이란 뜻의 히브리어입니다. 이렇듯 토라는 유대민족이 어떻게 태동하여 왔는지를 알려주는 역사서이자 유대 민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율법서입니다.   그럼 탈무드는 무엇일까요?    하느님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그의 백성들이 앞으로 지킬 십계명과 율법을 내려주며 삶의 작은 부분까지 아주 자세히 알려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하느님이 초막절 절기 때에 모세에게 "너희는 칠일 동안 초막에 거하되..."라는 '율법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뒤 하느님은 초막을 짓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셨습니다. 여기서 율법의 말씀은 글로 쓴 토라에 기록되어 있고 초막 짓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장로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하나는 글로 쓰여 ‘토라’로 남겨졌고 또 다른 방대한 내용은 미처 글로 쓰이지 못하고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유대인에게 율법은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글로 쓰여 진 ‘성문율법’이요 또 다른 하나는 말로 전해져 내려온 ‘구전율법’입니다.    구전율법은 오랜 시간이 지나자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선대의 설명을 그대로 후대에 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기원전 6세기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끌려왔을 때, 선지자 에스라와 느헤미야는 더 늦기 전에 구전율법들을 모아 책으로 편찬하기로 했습니다. 에스라는 유대인의 종교생활과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구전율법을 모아,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글로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작업은 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 방대한 저작을 낳게 됩니다.   서기 210년경 랍비 ‘유다 하 나지’는 사람들을 모아 그간 선배 랍비들이 모아 오던 구전율법의 본격적인 편찬에 착수해 6부(농업, 종교절기, 결혼, 민법과 형법, 제물, 제식) 63편 520장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로써 탄생한 것이 탈무드의 전신 ‘미쉬나’입니다.   가운데 부분이 미쉬나, 그 주변이 미쉬나를 해석한 게마라 그런데 미쉬나는 원론적 내용만 담고 있어,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랍비들은 미쉬나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토론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뒤 300여 년 동안 많은 랍비들은 미쉬나에 대한 보충설명과 해석을 더 했습니다. 이 해석들을 모은 것이 ‘게마라’입니다.    이렇게 미쉬나와 그 주해 게마라를 한데 모은 것이 ‘탈무드’입니다. 사회의 모든 사상에 대해 구전으로 전해지던 율법을 모아, 해설을 덧붙여 집대성한 책입니다. 이렇게 탈무드는 원로 랍비들이 후손들을 깨우쳐 주기 위해 기원전 500년부터 약 1천 년 동안 현인들의 말과 글을 모아놓은 지혜서의 일종으로 유대 교육의 중심서입니다.    ‘탈무드’는 히브리어로 ‘위대한 배움’이라는 의미입니다. 탈무드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종교적 지침과 민족적 동질성을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탈무드는 원래 이방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시중의 탈무드 책은 유대인의 삶과 생각을 규율하는 율법 자체가 나와 있지 않으며, 그저 유명한 랍비 이야기나 흔히 알려진 일화나 우화 같은 것들로 채워져 있는 일종의 우화집입니다. 이는 실제 탈무드의 양을 생각할 때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탈무드는 한 권의 책이 아니라 63권의 방대한 책입니다. 그 무게가 75 kg이나 나가는 엄청난 분량입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탈무드는 히브리어-영어 대역판 72권으로 나와 있는데 이게 300페이지 책 140권 분량입니다. 탈무드는 책이라기보다는 ‘학문’입니다. 그것도 ‘위대한’ 학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탈무드는 한 가지 정답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읽는 이의 시각과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후 탈무드 교육을 통한 질문과 토론문화 곧 하브루타가 유대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교육방법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질문과 토론문화를 통해 유대인들의 다양한 사고와 창의성이 발현되어 자기 분야에서 우뚝 솟는 업적을 남기는 유대인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탈무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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