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입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말하던 이야기, 북한노동당 대남전략의 핵심인 ‘종전’(終戰) 이야기가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신조 일본총리를 만난자리에서 “그들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정말로 축복한다”고 말했고, 이로서 종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북에서 말하는 종전의 의미를 트럼프대통령이 모르는 모양이다. 양파껍질처럼 벗기고 또 벗겨도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노동당대남전략의 본질을 곁에서 설명해 줄 사람도 없는 듯하다. 북한이 말하는 ‘종전’은 ‘남조선에서의 미군철수’를 의미한다. 때문에 하루빨리 정전(停戰)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 남조선주둔 미군의 주둔(駐屯)근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온 북한이다.  북한에서 생활하는 세 살 난 아이도 아는 이 이야기를 인민군정치장교였던 나도 가르친 적이 있다. 더하여 북한의 모든 초, 중, 고급학교 교과서들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남조선이 아닌 미국임을 역설한다. 즉 역대 어느 남조선정부도 미제의 괴뢰가 아닌 게 없어서 평화협정의 체결은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과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 왔다.   그래서 반듯이 미국과만 해야 한다던 종전논의가 드디어, 문재인정권의 중재아래 시작된 모양새다. 과거에도 문재인대통령은 ‘제도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주창하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 견고한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해오지 않았던가. 가슴에 와닿지 않아 구름위에 뜬 이야기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불쑥, 미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현실감 있게 다가온 꼴이다.  ‘남조선에서 미제를 몰아내고 하루빨리 조국을 통일하자’고 외쳐온 전 북한군 군인으로서, 미군이 없는 한반도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미국만 없으면 조국통일은 시간문제다’고 말해온 북한의 한 주민으로서도 논의 중이라는 종전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나아가 노동당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은 민족의 재앙이란 생각에 잠을 이룰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한반도의 비핵화’와 이른바 ‘평화협정’이란 말 뒤에 숨겨진 북한의 속임수를 문재인정권이 모른 척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마저 속아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행정부가 지난 25년간의 정책적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하며 정말로 북한의 핵을 없애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정권과 체제를 방어하기 위해 핵이 필요했다고 하지만, 북한이 정말 원하는 건 핵을 통한 체제보장이고 이를 발판으로 한 한반도의 적화통일이다. 그래서 애써 만든 핵과 미사일을 없애겠다는 건 승냥이가 양으로 변한다는 말이고 앞으로는 절대 날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비자연적인 환경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이같은 이유로 지난 11일 ‘북한의 외교책략, 역사는 되풀이될 것인가’라는 제하의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한국연구재단의 이성윤 교수의 이야기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그는 발제문을 통해 “북한은 정권 종말이 오기 전 까지는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확신에 찬 주장을 내 놓았다.  정권이 멸망하기 전에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미 의회 청문회 장에서 꺼낸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핵 폐기를 말하기에 앞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한편으론 북한인권문제로 대변되는 국군포로, 전시-전후 남북자 송환문제를 대화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김정은을 압박해야 한다.  이러한 인권문제의 제시 및 해결움직임이 김정은정권의 변화를 재는 척도로 되고 북한민주화의 단초로 작용한다는 건 세상에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단지 미국을 위협하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종전문제의 논의를 기쁘게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의 사전준비를 더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김동연

모택동. 사진=위키미디어 모택동은 공산국가 실현을 위해 중국을 전복하기위한 계략을 구상했다. 그런 모택동의 구상이 가장 잘 들어나는 것은 그가 1937년 집필한 《게릴라전(on Guerrila warfare)》이라는 저서다. 이 책이 나온 뒤로 이 게릴라전 전술은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공산국가 및 테러집단이 널리 채택하고 있다. 특히 반정부 및 국가전복을 꿈꾸는 집단에게는 바이블(bible)로 추앙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알카에다의 핵심참모인 압델 아지즈 알 무크린(Abdel Aziz al-Muqrin)이 쓴 《게릴라전을 위한 실용적 방법론》이다. 이 책은 사실상 모택동의 게릴라전을 중동식으로 번역했다고 봐도 무방할정도로 모택동의 모든 전략을 동일하게 기술하고 있다. 단지 공산주의 이념주입 부분을 극단주의적 무슬림 지하드로 바꾸었을뿐이다.   모택동의 이 게릴라전략은 중동의 테러집단 알카에다와 IS뿐 아니라, 북한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김일성도 게릴라군 출신이기때문에 북한은 근본적으로 이 모택동의 전략이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해병간부학교를 비롯한 군사교육기관에서는 러시아, 중국, 북한, 중동 등이 펼치는 전략과 전술을 파악하기 위해 모택동의 《게릴라전》을 필독서로 권장하고 있다. 이미 이 책을 영문으로 번역해 일선 간부학교 등에 배포한지 오래다.   이 《게릴라전》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전시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용중 상당부분은 평시에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하고, 국가전복 등을 위해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유사시 적의 전략에 입각한 분석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기술중 하나다. 따라서 남북미 회담을 앞둔 상태에서 필독해야 한다. 모택동의 《게릴라전》과 알카에다의 알 무크린이 작성한 《게릴라전을 위한 실용적 방법론》을 확인해봤다.   모택동이 말하는 협상의 정의   두 책의 내용을 종합하면 게릴라전은 크게 3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소모전(전략적 방어), 2단계 전략적 균형, 3단계 마지막 공격(군사적 결심). 1단계에 돌입하면 일단 민주정부는 공산군(게릴라, 반란군)을 몰아내기 위해 해외(동맹)에 도움을 요청하게된다. 이 때 공산 게릴라는 정부의 행태를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하면서 민주정부의 행위를 부역적 행위라고 설명한다. 동맹과 입을 맞추는 정부는 반역적(collaborate)행위라고 설명하고 그들을 부역자라고 칭한다. 이와 동시에 공산 게릴라들이 행한 행동은 영웅적 행동으로 포장하여 발표하고, 사람들을 북돋우며 게릴라에 대한 지지를 유도한다.   눈여겨 볼 부분은 2단계다. 여기서 공산주의자들이 협상을 타결하는 과정과 의미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시간을 끄는 게릴라전에 지친 정부가 공산 게릴라측에 먼저 협상을 제안할 것이다. 이 때 정부는 게릴라에 군사활동 중단을 멈춰달라고 요청한다. 공산 게릴라군은 군사활동은 지속한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수락한다. 즉 협상과정중에도 양측간의 군사적 충돌은 지속될 수 있으며, 협상에서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자 양측은 군사적으로 더 많은 승리를 쟁취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만약 이때 공산 게릴라측이 군사적으로 더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지체없이 밀어부쳐서 (민주)정부의 척추를 잘라버려라. 그리고 공산 게릴라의 요구를 들어주게 만들어라.”     협상의 목적에 대해 모택동은 이렇게 서술한다.   “협상이란 시간을 벌기 위한 두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군사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적을 소모시키고, 불안하게 하며, 적을 괴롭히기 위함이다(Negotiation, then, is undertaken for the dual purpose of gaining time to buttress a position (military, political, social, economic) and to wear down, frustrate, and harass the opponent).”   이 내용을 보면 공산주의자들의 입장에서 협상은 그 어디에도 협상의 주된 목적인 상호간의 타협(compromise)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도, 둘째도 시간끌기일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적을 괴롭히고 적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타협에 대해서는 협상을 설명하는 부분 바로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혁명에서 타협이란 드물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타협을 하는 경우는 전략을 더 진척하기 위해서일뿐이다(Revolutions rarely compromise; compromises are made only to further the strategic design).”    즉 공산주의자들에게 있어서 협상은 시간벌기이며, 타협할 생각은 애당초 있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타협을 하더라도 자신들의 전략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평양시내에 걸린 선전문구. 사진=위키미디어   북한의 의도를 간파한 존 볼튼의 혜안(慧眼)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에 새로 임명된 존 볼튼(John Bolton)은 폭스뉴스 등 매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회담 추진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은 자신들이 개발중인 핵탄두가 미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우 제한된 방법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북한은 회담을 추진함으로써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다(I think we have to look at what North Korea’s motivation is here, They’ve got a very limited number of things that they need to do in North Korea to make their nuclear warheads actually deliverable on targets in the United States so they want to try to slow roll the negotiations to buy more time).”   존 볼튼 신임 국가안보 보좌관은 공산주의가 추진하는 협상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는 셈이다. 모택동의 전략에 입각한 알카에다의 알 무크린도 타협은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권력을 나누자는 제안도 받아주지 말라고 하고 있다.   “적(민주정부)은 협상과정에서 게릴라들과 함께 권력을 나누자는 제안(새로운 집권안)을 할 수도 있다. 예멘이나 수단(Sudan)의 사례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절대로 받아들여서 안되고 아예 의제로 언급하지 말라. 어디에도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성공적인 게릴라가 되려면 반드시 대중의 마음을 얻어라”   모택동이 게릴라가 가장 잘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로 대중의 마음(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릴라의 리더들은 전장에서의 전투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대중을) 조직하고, 가르치고, (마음을) 뒤흔들고, 선전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for their most important job is to win over the people.) 우리는 반드시 인내심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라. 설득하라. 상의하라. 납득시켜라.”   모택동은 “게릴라가 물고기라면 대중은 물이다. 물고기가 생존을 위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 대중과 관련된 내용은 모택동에게 영향을 받은 알카에다의 참모, 알 무크린의 《게릴라전을 위한 실용적 방법론》에서도 강조된다. 알 무크린의 책은 모택동이 쓴 말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성공적인 게릴라전을 꿈꾸는 자들은 반드시 일반사람들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들의 권리와 요구가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게릴라는 일반인들의 삶과 함께 살아야 하며 그들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해야 한다(a successful guerrilla war must pay attention the situation of the ordinary people and address their rights and needs, and it it necessary to live with the ordinary people, and to share in their sorrows and joys). 다수의 시민들을 납득시켜서 지하드 활동(공산활동)의 정당성 알리고 게릴라의 군사적 작전을 통해 정복자(정부)를 몰아내도록 해야한다.”   알 무크린은 대중을 두가지 부류로 분류했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수동적 부류] “시민들중 함께 위험이나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려는 자들은 두렵기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우리(게릴라)를 도와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물질적으로 우리를 도와줄 의향이 있는 자들이다. 이런 부류의 시민들은 우리에게 돈, 음식,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자발적 부류] “자발적인 (게릴라의) 지지자들은 전투에 함께 참여하고, 게릴라에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다. 뿐만 아니라, 비밀정보, 은닉처, 음식 등을 제공해준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우리는 당신(게릴라)들과 몸과 영혼을 공유합니다(we are with you body and soul)”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 게릴라들의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   선전의 중요성과 게릴라내 수평적 평등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점은 모택동이 선전(propaganda)을 매우 중시했다는 점이다. 그가 구성한 게릴라군의 조직도를 보면 군사적 작전을 수행하는 조직과 선전을 주도하는 정치부가 있다. 두개의 구성으로만 되어 있으며 이 정치 선전부의 역할은 군사 지휘부와 동일하게 대하고 있다. 게릴라군은 기동선전부를 예하에서 운영한다. 게릴라군이 선전을 위한 장비를 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각종 지침과 명령, 선전물을 찍어내기 위한 인쇄기계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선전은 수시로 진행된다. 일선 전투원이 전투에 임하지 않을때는 선전에 동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게릴라군의 구성을 보면 각 소규모 부대단위마다 선전을 담당하는 정치장교가 포함되어 있을만큼 선전을 중요시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내부 계급별 싸움이 벌어진 경우 선전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즉 공산주의에서 선전은 대중의 마음을 얻고 게릴라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필수적 요소다. 놀라운점은 모택동이 게릴라전에서 설명한 게릴라군의 조직도와 북한의 조직도가 동일하다. 단지 규모에서만 차이만 있을뿐 기본 구성은 동일하다. 북한도 예하에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총참모부와 인민무력부가 있고, 그 외에는 선전을 담당하는 총정치국이 있다.   모택동은 게릴라군 내에서 간부의 행동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군 지휘부는 대중의 마음을 얻어내듯이 부하의 마음을 얻기 위한 행동을 취하는 점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공산주의가 표방하는 평등의 요소이기도 하다.   “삶에 있어서 간부는 사병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게릴라군에서 볼 수 있다. 간부는 그들의 사병들과 함께 생활해야하며 그것이 자신의 사병들로부터 존경을 얻는 방법이며 전투에서 자신감을 얻는 길이다. 모든 부분에서 평등을 만들수는 없으나 고통을 분담하고 전쟁의 위험과 어려움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는 그래야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간부와 사병이 통일되는 것이다. 이 통일은 그룹내 수평적인 것이며 수직적인 것이라 함은 낮은 계급에서 높은 계급으로의 방향을 말한다. 이것이 존재할 때 그 부대는 강하다고 할 수 있다(the mode of living of the officers and the soldiers must not differ too much, and this is particularly true in the case of guerrilla troops. Officers should live under the same conditions as their men, for that is the only way in which they can gain from their men the admiration and confidence so vital in war. It is incorrect to hold to a theory of equality in all things, but there must be equality of existence in accepting the hardships and dangers of war. Thus we may attain to the unification of the officer and soldier groups, a unity both horizontal within the group itself, and vertical, that is, from lower to higher echelons. It is only when such unity is present that units can be said to be powerful combat factors).”   공산주의자들은 마음을 얻기위해 노력할뿐이지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이 펼치는 전략의 수단으로 대중을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선전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국방부는 군의 계급적 차별 등을 없앤다면서 간부(장교)식당 등을 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군대에서는 볼 수 없는 조처다.   2013년 한일중 고위급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사진=조선일보 모택동이 말한 정보의 역할, 미국 정보수장이 말한 역할과 일치   모택동의 게릴라전에서는 정보기관 수립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급변하는 전장에서 앞서 계획을 짜려면 적에 대한 정보는 필수이기때문이다. 이 때문에 적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수집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정보는 게릴라전 작전을 계획하는데 결심을 위해 필히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적이 어디있는가? (적은) 얼마나 강한가? 그들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적의 장비와 병참, 사기는 어떤가? 적의 리더는 똑똑한가, 용감한가, 상상력이 풍부한가 아니면 멍청한가 그리고 충동적인가? 적들의 부대는 강한가, 효율적인가, 그리고 잘 훈련되었는가, 아니면 오합지졸인가? 게릴라는 여기 나열된 질문은 물론이고 수십개의 질문에 더 답을 할 수 있을만큼의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모택동은 정보의 역할을 정확히 기술했다. 정보의 핵심은 지휘관의 결심보좌다. 이는 2014년 기자가 인터뷰한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의 수장인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장(DNI)도 정보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정보부의 기본적인 역할은 최종결정을 하는 사람(decision maker)에게 보다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보수집요원은 남녀노소 가리지 말아야   모택동이 정보 수집을 위해 정보요원들을 등용하는 방식도 필히 눈여겨 봐야 한다.   “게릴라의 정보망은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어야 하며 잘 스며들어야 한다. 그 누구도 예외없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늙은남성, 여성, 소를 끄는 소년, 염소를 키우는 소녀, 농부, 가게 주인, 학교 선생님, 목사, 어부, 부랑자(거지)도 모두 정보를 수집하는 요원이다. 현지 게릴라 간부들은 남녀노소 차별없이 모두에게 정보를 수집하라고 엄격히 지도해야 한다.   적 앞에서는 게릴라들은 모든 정보를 부정하여 적들이 절대로 빠져나올수 없는 안개속에 가둬야 한다. 우리의 적은 마치 무대 위에 핀 조명을 받고 있는 사람과 같다. 그는 밝지만 그 주변에는 어둠이 깔려있다. 그리고 그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눈들이 그의 모든 움직임을 살핀다. 그가 적을 향해 휘두르는 공격은 허망한 공기만 때릴뿐이다. 그가 상대하는 적은 실체가 없는 것이며, 만질 수도 없는 달빛에 드리운 그림자와 같은 것이다.”      알 무크린의 책에서도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1장 작전을 위한 계획에서 1단계는 목표물(대상, target)의 선정이다. 2단계는 정보수집이다. “대상에 대한 사진, 그림, 구조,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정보. 목표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한 게릴라의 최선의 접급방법은 무엇인가. 각 작전별 정보팀이 숨을 장소는 확보되었는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즉 대상이 정해지면 곧장 대상에 대한 정보수집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런 적(대상)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모른채 작전에 임하면 어떤 결심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현재 한국은 유일한 정보기관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일부는 경찰에 이관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전세계 어디에도 정보감시정찰자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ance)이 전무한 경찰이 적의 정보수집을 하는 경우는 없다. 공산주의자 모택동의 기준으로 보아도 현재 한국은 북한의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반면 모택동의 전략을 펼치는 북한은 얼만큼 한국의 정보를 알고 있을까.   지난 박근혜 정부동안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다. 국민들을 오랜 슬픔에 잠기게 한 참사가 있었고 일부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듯 했다. 사건이후 수년간 정치권의 오랜 주제가 됐고, 국민적 슬픔을 정치적 목적에 활용한 세력도 있었다.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를 앞두고는 한국의 의견은 양분화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세력은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들에게 정부의 행태는 국민의 주권과 의견을 무시한 처사임을 강조하고, 사드의 전자파를 운운하면 극렬히 반대했다. 얼마지나지 않아서는 돌연 태블릿 PC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국정농단이 이슈가 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됐다. 모택동의 《게릴라전》의 내용을 보면 지난날 일련의 과정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지나간다. 손자병법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적을 알아야 할때가 아닐까. 적의 입장에서 바라본 남북미(南北美)회담의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류근일

2017년 12월 12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 개발자들에 대한 표창 수여식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이 (핵 폐기를 하지 않고) 2~3년 동안 시간을 질질 끌면서 미국에서 대통령이 바뀌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탈북 태영호 공사가 전망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건 4/17일자 조선닷컴 기사다.  맞는 말이다. 조금 아까도 어느 분과 통화하면서 “트럼프-김정은 회담‘에서 도무지 무슨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가 제 아무리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발표 아니라 난리 부르스를 친다 해도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떠나고 한-미 동맹을 해체하고 미-북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에 대한 핵 우산을 철거한다면 모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앞으로 1~2년 정도의 기간 안에 김정은이 핵을 전면 폐기하지 않고 얼렁뚱땅 시간만 질질 끄는 꼼수를 부리면 그걸 절대 그냥 두고만 보진 않을 것이다.  일부는 김정은이 핵을 폐기 하거나 대륙간탄도탄을 포기하고 그 대신 미국은 미-북 수교와 미-북 평화협정을 체결해주는 선에서 미-북이 타협할 것이란 관측도 하기는 한다. 그렇게 될 경우 가장 위기에 처할 당사자는 한국의 자유민주 진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한국 자유민주 진영의 여론과 여망을 미국 정책 수립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이다. 지금의 운동권 세력은 1948년에 세운 대한민국의 적통(嫡統)이 될 수 없다는 것, 진정한 적통은 자유민주주의 국민들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은 “1년 내 북 핵 폐기 아니면 다른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최근의 미국 당국자들의 일련의 발언을 전폭 지지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의 핵심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악(惡)의 왕조의 존재 그 자체다. 미국으로서는 물론 그 존재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는 난처할 것이다. 외교와 정치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북한문제의 원인=악의 권력의 존재 자체’라는 사실만은 모두가 시인해야 할 것이다. 묵시적으로라도 말이다. 그게 사실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전쟁을 가급적 피하려 애쓰는 한이 있더라도 김정은 북한과 그 어떤 원만한 타결을 할 수 있으리란 낙관 또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런 타결을 할 수 있다고 한국의 현 정권은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 정권은 민족주의적이고 민중주의적인 왕년의 반미(反美) 성향 학생운동가 출신들이 주도권을 쥔 정권이다. 이런 정권이 미국에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말해줄 것 같은가? “됩니다. 아, 된다니까요...”라고 그들은 미국 사람들의 귀에 속삭일 것이다. 볼턴 국무장관이 설마 이런 감언이설에 넘어가진 않으려니 믿기는 한다.  So, Mr. America, don't listen to the sweet whisper of the current South Korean government  officials who may well try to make you believe that Kim Jung Un is negotiable person just like any body else(해서, 미스터 미국 들으세유, 김정은도 여늬 상대방처럼 협상가능한 사람이라고 역설할 법한 한국 현 정권 사람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귀 기울이지 마세유.)  오직 힘의 절대적인 우위, 그리고 당당함, 이것만이 답이다. 다소 걱정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속 빈 강정 같은 원칙적인 합의만 하고 "봐라 이게 내 실적이다" 하며 그걸 11월 선거용으로 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두고 볼 밖에. 

김성민

리설주를 대동한 북한 김정은이 한국의 레드벨벳, 백지영, 윤도현, 가왕 등과 어깨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집권초기부터 남조선 노래의 유입을 철저히 단속하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김정은이다.  남조선 가수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박수도 치고 열렬히 호응했는가 하면 가을공연 제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자신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희떠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래서 김정은이 남조선음악을 매개로 남북교류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래는 자유북한방송이 입수한 북한 내부문건으로 왜 북한이, 한류를 그토록 꺼리는지에 대한 이유가 적시되어 있다.    위 문건에서 북한은 ‘지금 적대세력들은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위용을 떨치며 주체혁명의 최후승리를 향해 폭풍노도쳐 내달리는 천만군민의 힘찬 진군을 가로막아 보려고 최후발악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또한 ‘적들은 대조선붕괴전략’것을 세워놓고 ‘우리 제도를 내부로부터 분렬와해시키기 위한 심리모략전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제4종의 새로운 전쟁방식이다’고 강변한다.   문건을 통해 북한당국의 주장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전략이 지난 시기에는 침략의 길잡이였지만, 오늘날에는 침략의 주역으로 대두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주의를 수호하는 투쟁은〈반동적인 자본주의사상과 퇴페적인 부르죠아생활문화를 혁명적인 사상공세와 혁명독재의 장검으로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남조선 록화물을 시청, 류포시키는 행위를 반국가행위로 락인하고 그와의 투쟁에 떨쳐나서도록 포고도 발포하였으며 범죄자들에게는 인민의 준엄한 심판을 내리기도 하였다.〉고 내부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록화물을 몰래 보고 류포시키면서...사회의 정치적안전에 위험을 조성하고있는 현상들〉에 대한 각이한 사례와 처형의 행태들을 아래와 같이 나열했다.  〈평안북도의 어느 공장 로동자로 일하던 안모놈은 군사복무를 하면서 불순록화물들을 시청, 류포한 범죄로 과오제대되였으나 개준하기 위해 노력할 대신 2015년 7월경부터 로골적으로 괴뢰영화들을 구입하여 시청하기 시작〉했고〈불순록화물의 시청, 류포를 막기 위한 법기관의 역할이 강화되자 교묘하게도 20여명의 사람들로부터 은밀한 방법으로 시청하겠다는 담보서까지 받고 10여편의 성록화물들을 류포시키였으며 2016년 1월부터는 순진한 처녀들에게 일생을 같이 하자는 달콤한 말로 구슬리거나 좋은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유혹하여 끌고 가서는 성록화물들에서 성관계장면만을 골라 시청시키면서 추잡하고 변태적인 방법으로 성불량행위를 감행 하였다.〉는 것이다.     때문에〈안모놈은 혁명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처형되었다.〉는 식이다. 또, 남한 드라마를 보거나 한류를 받아들였던 북한주민 다수가 어떻게 처형-처벌 됐는지를 자랑처럼 늘여놓기도 했다.  끝으로 문건은 〈공화국형법 제60조는 록화물을 반입, 제작, 복사, 보관, 류포, 시청하였을 경우에는 우리 제도를 와해전복하려는 적들의 책동에 가담한 반국가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엄격히 처벌〉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랬던 북한당국이 남한 가수들의 공연을 주민들의 즐길 거리로 공개할 수 없었다는 건 너무도 자명한 이치다. 김정은과 그의 충성스런 ‘기쁨조’가 함께 관람한 ‘봄이 온다’가 정치적 이슈-이벤트라고 지적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민

남한 가수들의 평양 1차 공연이 끝난 후 김정은이 손을 흔들고 있다. 옆에서 박수치는 이는 도종환 문체부장관./ 평양공연 공동취재단1995년 4월, 일본의 프로레슬러 출신 참의원인 안토니오 이노키가 릭 플레어 등 스타선수들을 대거 이끌고 평양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모란봉 기슭의 5.1경기장에서 여보란듯이 ‘국제프로레슬링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당국자들은 ‘민족최대의 명절인 4.15일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되는 국제적 규모의 체육대회’라고 했지만 주민들은 한편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판할 때마다 들고 나오던 바로 그 ‘프로레슬링경기’가 평양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는 줄도 모르고 가슴 조이며 안토니오 이노키를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경비중대장이 영창에 들어갔는데, 이유인즉 그 ‘프로레슬링경기’를 녹화한 테이프를 주변 친구들에게 돌리다가 ‘비사회주의 그루빠’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먼저인 1983년 10월, 군단선전대(문선대)의 한 친구가 ‘비사회주의’에 걸려 출당당하는 변고가 일어났었습니다. 오로지 노동당입당 때문에 10년간의 군복무를 묵묵히 견뎌온 친군데 출당이라니, 더하여 생활제대라니! 주변 사람들이 속상하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의 출당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던 주패(카드)를 어디서 배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손수 그림을 그려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밤새 놀다가 그만 중앙당 검열조에 걸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출당당할 만 하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듬해 설날, 그러니까 그 친구가 출당당한지 꼭 3개월 만에 전군에 김정일의 ‘선물주패’가 보급되었습니다. 소대당 한세트씩 공급됐는데 부대들엔 주패를 놀 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 출당당한 친구에게서 주패놀이를 배웠던 ‘비사회주의분자’들이 구분대로 내려가 날밤을 새워가며 주패놀이를 전수해 주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출당당한 친구가 부대를 찾아와 ‘복당시켜 달라’고 오열하던 기억도 납니다.   이번엔 남조선 노래가 문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김정일이 남조선 노래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소문을 통해 들었었지만, 역시 비공개였고, 북조선 인민들의 정서에 대놓고 반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도 남조선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는 못할 거란 관측도 내 놓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일자 노동신문엔 김정은이 ‘남조선 예술인들의 공연을 보았다’는 소식과 함께 ‘남조선 음악인’들과 찍은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렸습니다. 공연 당일인 1일자 신문에선 ‘자본주의 예술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류포시킨다’고 비난했음에도 말입니다.   과거엔 주민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침해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을 시도 때도 없이 발포하던 김정은이었습니다. ‘남조선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부르다 적발되는 경우 현장에서 체포해 엄정히 처단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죠.   이랬던 김정은이 ‘남조선 노래’를 듣고 ‘남조선배우’들과 기념사진까지 찍었으니 ‘비사회주의’의 왕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힘없는 백성들을 업신여겨도 그렇지 어떻게 백주에 ‘너희가 안 되는 걸 나는 해도 된다’고 시건방을 떠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북조선 인민들의 생각도 저와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남조선 노래에 맞춰 머리 위로 손을 흔들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는데, 그렇게 온 나라 국민의 행동을 조작하고 마음까지 농락하는 김정은 정권이 정말 오래갈 수 없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나는 아무행동이나 할 수 있고, 말을 마구 뒤바꿀 수 있으며 북한 전역을 거짓말의 왕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정말로 어디까지, 얼마나 갈 줄은 지켜봐야하겠지만 말입니다. 김성민

전성훈

2018년 3월 5일 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와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왼쪽)이 평양에서 김정은을 접견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제공Ⅰ. 서언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야기한 위기상황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기회를 만든 만큼, 두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의제는 비핵화이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와 韓美가 추구하는 ‘비핵화’의 내용은 판이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축출과 한미동맹 와해가 핵심인 반면, 한미의 ‘비핵화’는 남북한의 핵개발 포기가 핵심이다. 북한과 한미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마치 두 사람이 똑같은 모자를 썼지만 전혀 다른 인물인 것과 같다.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과 한미의 입장차이가 지금부터 30여년 전 북핵협상 초기에 형성된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운 채,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연막을 치고 혼란을 야기하면서 핵개발에 매진해왔다.  제네바 기본합의, 9·19 공동성명, 2·13 합의 등 주요 합의마다 ‘비핵화’란 간판으로 핵포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핵심 목표인 주한미군 축출과 한미동맹 와해를 포기한 적이 없다. 결국 북한과 한미는 ‘비핵화’라는 한 배를 탔지만 전혀 다른 꿈을 꿔왔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비핵화’ 용어의 기원과 변천과정을 살펴보고 ‘비핵화’는 북한정권의 집요한 기만전술의 결정체임을 밝힌 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Ⅱ. ‘비핵화’의 기원과 변천과정  1.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지대화(Nuclear-Weapons-Free-Zone)’ 냉전시기 對소련 견제 차원에서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들어올 즈음인 1950년대 중반부터 북한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거론했고, 1980년대 들어서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1980년 10월 개최된 제6차 당 대회에서 김일성은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의 구체적 실천조치로 한반도의 비핵·평화지대화를 제안했다. 1988년 11월 7일자 군축방안은 1989년 말까지 주한미군과 핵무기를 북위 35도 30분 후방으로 재배치하고 1990년 말까지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을 제의했다.  1990년 5월 31일자 군축안은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주장하면서 ①남한內 모든 핵무기가 즉각 철수되도록 공동 노력, ②핵무기의 생산·구입 금지, ③핵무기를 적재한 외국비행기와 함선의 한반도內 출입·통과 금지를 제안했다.  남북한이 핵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1991.10.22-25)에서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에 관한 선언(초안)’을 제시하며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에 초점을 맞춘 다음 7개항을 요구했다.   ① 핵무기의 실험생산·반입·보유·사용 금지  ②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비행기함선의 한반도 출입·통과·방문 금지  ③ 핵우산을 보장하는 조약과 핵무기의 저장배치 금지  ④ 핵무기가 동원되는 군사훈련 금지  ⑤ 주한미군과 핵무기의 철수  ⑥ IAEA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북한에 의한 남한內 군사기지 사찰의 동시 실시  ⑦ 핵국들에 대한 핵위협 금지 및 비핵지대 지위 존중 요구   2. 韓美의 ‘한반도 비핵화(Denuclearization)’  냉전종식이라는 정세변화에 편승해서 1991년 8월 1일 외무부가 남북한의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 핵비확산 문제를 포함한 군사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핵문제에 관한 한국의 대북제의는 없었다. 주한미군이 전술핵을 배치한 상황에서 핵문제 논의 자체가 북한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핵무기의 존재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않는 NCND 정책에 저촉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같은 해 9월 24일 노태우 대통령은 제4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남북간에 신뢰가 구축될 경우 재래식 군축은 물론 한반도 핵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에 관한 선언’을 제의한 1991년 10월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한국은 별도의 제안없이 북한에 대해 조건없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IAEA 사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미국의 핵우산 보호가 필요하며 미국 항공기와 함선의 한반도 착륙·통과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북한의 비핵지대화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구체적인 입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11월 8일 노태우 대통령이 남북한의 핵개발 포기에 초점을 맞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관한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을 통해 ‘비핵화’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  ▪ 핵무기의 제조보유·저장·배비·사용을 금지하는 비핵 5원칙  ▪ NPT와 IAEA 보장조치협정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  ▪ 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의 보유 금지  ▪ 기타 대량살상무기의 폐기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   1991년 12월 10-13일 개최된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한국은 노태우 대통령의 선언을 보완해서 ‘한반도 비핵화 등에 관한 공동선언(안)’을 제의했다.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지만 핵문제에 진전이 없다는 내외의 우려를 반영하여, 남북한은 1991년 12월 26일 핵문제를 위한 대표접촉을 판문점에서 개최했다.  여기서 북한은 기존의 비핵지대화 주장을 철회하고 한국의 입장을 대부분 반영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초안)’을 제시했다. ‘비핵화’라는 한국의 용어를 수용한 것은 물론 재처리·농축시설의 포기를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핵우산 보장협정 금지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비행기와 함선의 출입·통과·방문 금지도 거론하지 않았다.  남북한은 몇 차례의 협상 끝에 1991년 12월 31일 남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규정한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을 금지하는 비핵 8원칙  ▪ 평화적 목적으로만 원자력을 이용  ▪ 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 보유 금지  ▪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해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 실시  ▪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의 구성‧운영   3. 북한의 전술적 후퇴와 집요한 기만전술  북한이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은 생존을 위한 전술적인 후퇴였다. 냉전 종식이라는 격변의 시기에 김일성은 정권유지를 위해 한국과 국제사회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북한은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 탈피를 위해 대일 수교와 대미 관계개선을 추진했고,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국제핵사찰 수용을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었다. 적어도 외형상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형편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목표를 관철시키는데 전력 질주해왔다. 우선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위한 협상에서 외부로부터 강요된 핵위협을 공동으로 저지시키고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 담보를 받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자고 제의하였다.  핵통제공동위원회 출범 이후에도 외국군대의 핵무기 저장과 배비 및 영토출입 금지, 핵무기 사용을 가상한 군사훈련과 작전 금지, 핵무기 지원을 전제로 한 협정체결 금지 등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 당시 철회했던 문제들을 다시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1992년 3월 19일 개최된 제1차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은 비핵화 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이행합의서(초안)을 제시하면서 ‘비핵지대화’ 주장 시 제안했던 문제들을 다시 제기했다. 아래와 같은 이행합의서의 내용은 북한의 ‘비핵지대화’ 입장이 그대로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① 외국군대의 핵무기 저장배비 금지  ② 외국핵무기의 영토진입 금지 ③ 핵무기 사용을 위한 작전연습 참가 금지  ④ 핵무기 사용을 가상한 작전훈련의 영토內 허용 금지  ⑤ 핵무기 지원을 전제로 한 협정조약 체결 금지  ⑥ 핵무기 생산을 전제로 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수입 금지  ⑦ 핵국들로부터 한반도 비핵화의 지위를 보장받고 외부의 핵위협을 막기 위해 공동 노력  또한 1993년 6월에 개최된 제1단계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강석주 북한 대표는 미국에 대해 팀스피리트 훈련 영구 중지, 주한미군기지 사찰 수용, 대북 핵무기 불사용, 대남 핵우산 제공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비핵화’라는 용어를 매개로 한미가 북한의 핵포기에 대해 환상을 갖도록 프레임을 설정하고, 한편으로 핵개발에 매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한미를 상대로 1991년 10월 제안한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에 관한 선언(초안)’의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했다.  ‘비핵지대화’의 모든 항목을 한미가 ‘비핵화’를 위해 수용해야 할 사항으로 제기하면서 한국의 핵개발 포기, 주한미군의 한반도 축출 및 한미동맹 와해를 실현하겠다는 북한의 전략목표에는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2018년 3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비핵화 실현의 조건, 즉 “한미가 북한의 선의에 응해서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실현을 위해 점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도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비핵화’는 북한의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 공세에 대응해서 한미 양국이 만들어낸 용어이다. 남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되 한미동맹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 ‘비핵화’의 본래 취지이다.  1990년대 초 위기에 몰린 김일성이 국제사회의 핵개발 포기 압박에 직면해서 국면타개책으로 한미의 ‘비핵화’ 용어를 수용하고 한국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된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외견상 핵개발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상대의 용어까지 차용한 것이다.  비핵화 공동선언 협상에 참여한 김영철 현 통일선전부장이 이 선언은 90% 남한의 안을 수용했으므로 “이것은 당신들 협정이지 우리 협정은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북한은 대폭적으로 양보했다. 그러나 ‘비핵화’라는 모자로 바꿔 썼지만 북한이 하는 말과 행동은 그대로 ‘비핵지대화’였다.  전술적 후퇴를 위해 수용한 ‘비핵화’ 용어를 공세적으로 역이용해서 한미를 기만하여 시간을 벌고 보상을 챙기면서 핵개발에 성공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비핵화’ 용어를 악용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오판하도록 한미와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혼란에 빠뜨렸다.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비핵화’를 명시한 국면전환용 합의로 위기를 모면하고 경제적 실리를 챙겼으나 핵개발은 일관되게 진행했다.  1991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부터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이 모두 북핵폐기에 실패한 표면상의 원인은 북한의 합의위반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이 애당초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었고 ‘비핵지대화’를 관철하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북한은 ‘비핵화’로 포장한 ‘비핵지대화’ 목표를 철회한 적이 없고, 모든 협상에서 그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 지금도 미국의 적대정책 청산, 체제위협 해소, 체제보장 등 다양한 용어를 현란하게 구사하여 우리를 기만하고 혼란을 야기하면서 ‘비핵지대화’의 전략목표를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   Ⅲ.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대책   1.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을 거역할 수 있는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방북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며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1 “(북한이)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고 북미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 할 수 있다. 특히 저희가 주목할 만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다’(라는 발언이다).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에 주목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를 우리가 생각하는 핵폐기로 철썩 같이 믿고 있다는 뜻이다. 서훈 국정원장도 3월 8일 미국 방문길에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고 한미 연합훈련도 북한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태에서 대화하려는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2 “우리는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북한의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를 명백히 밝혔다는 점이다.”  그는 김정은이 말한 비핵화가 핵동결이나 핵확산방지가 아닌 정말 완전한 비핵화이냐는 질문에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직접 비핵화를 약속한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워싱턴을 방문한 정부 고위관계자도 3월 9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3 “비핵화는 비핵화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한국과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는 다를 수 없다. 그게 다르면 협상이 안 된다. 비핵화 정의는 1992년 남북한이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있다. 거기 보면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명백히 나와 있다. 그 외에 다른 비핵화가 있을 수 없다.”  사실 ‘비핵화’가 유훈이라는 말은 김정일을 포함한 북한 당국자들이 종종 해온 말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3월 18일 美 CBS 방송인터뷰에서 북한 최고당국자가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김정일의 발언만 봐도, 2005년 정동영 특사 면담,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2009년 10월 원자바오 중국총리와의 회담, 2011년 10월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 등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거듭 밝혔다.  2018년 3월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장 최근에 현 집권자인 김정은이 직접 한 말이므로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그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김정은이 말한 ‘선대의 유훈’인 ‘비핵화’가 핵포기를 뜻한다면 2012년 개정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2018년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선언한 김정은은 선대의 유훈을 거역한 죄인이 된다. 핵개발 포기라는 유훈을 어기고 핵무기를 개발해서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습체제에서 수령의 유훈을 거역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김씨 가계에서도 결코 있을 수 없고 북한주민들도 수긍할 수 없는 중차대한 일 아닌가? 최소한 외세의 위협 때문에 핵을 개발해서 유훈을 어겼지만 외세의 위협이 사라지만 핵을 포기하고 유훈을 따를 것이라고 해야 맞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핵을 개발하면서 선대의 유훈을 어겼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 이는 핵포기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공언하면서 핵무력이 선대의 염원이자 보검이라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지켜낼 수 있는 최강의 국가 방위력을 마련하기 위해 한평생을 다 바치신 장군님과 위대한 수령님의 염원을 풀어드렸으며 전체 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바라던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틀어쥐었습니다.”  4월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에게 말한 ‘선대의 유훈인 비핵화’가 우리가 이해하는 북한의 핵포기인지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선대의 유훈인 비핵화’와 신년사에서 선포한 ‘장군님과 수령님의 염원인 핵무력’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북한이 지난 30년간 우리를 기만한 ‘비핵화’의 연막을 거둬낼 수만 있다면 설사 외형상 성과 없이 끝나더라도 정상회담은 성공한 회담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지켜낸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 ‘비핵화’ 대신 ‘핵폐기’로 용어를 통일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남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위해 고안한 ‘비핵화’ 용어가 북한의 기만전술에 악용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 용어를 폐기해야 한다. ‘비핵화’ 용어를 고집하는 한 북핵협상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동문서답하듯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며 겉돌고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미는 비핵화 대신 ‘핵폐기’(Nuclear Dismantlement)로 용어를 통일해야 한다. 미국의 역대 행정부는 지금까지 한국의 핵개발 포기라는 비핵화의 반쪽을 잃지 않고 한반도를 핵비확산 정책의 모델로 삼으려고 비핵화 용어에 집착했었다. 하지만 비핵화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실패했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는데도 이 용어를 고집한다면 관료주의의 타성과 책임회피로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양국은 북핵관련 모든 공식, 비공식 무대에서 ‘핵폐기’로 용어를 통일해야 한다.  이와 관련, 북핵 완전폐기를 위해 고안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omplete, Irreversible, and Verifiable Dismantlement: CIVD)가 어느 순간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omplete, Irreversible, and Verifiable Denuclearization: CIVD)로 둔갑한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어, 폼페오(Mike Pompeo) CIA 국장은 3월 11일 FOX News에 출연해서 북한이 CVID(denuclearizaton)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입장에서 CVID는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주한미군 축출과 한미동맹 해체가 된다. 한∙미 양국은 CVID의 ‘D’가 Dismantlement, 즉 핵폐기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3. 남북정상회담은 북핵폐기에 집중하는 ‘원 포인트’ 회담이어야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와 평화체제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기본방향은 옳다고 본다. 북핵위기가 심화된 것이 정상회담의 주요 계기인 만큼 경제지원이나 교류협력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다만, 평화체제 구축과 북핵문제를 한 번의 정상회담에서 일거에 타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화체제 구축에는 오랜 시간과 신뢰구축의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의 단계적 접근법이 실패한 것은 접근방식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집요한 핵개발 의지와 ‘비핵화’로 포장한 기만전술 때문이었다.  Top-Down이든 Button-Up이든 상대가 딴 마음을 먹고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어쩔 수가 없다. 수소폭탄 실험까지 성공한 상대의 핵포기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 만약 북한이 핵포기의 대가로 ‘비핵지대화’의 전략목표인 주한미군 축출과 한미동맹 와해를 관철시키려 할 경우 우리는 정상회담 실패도 각오해야 한다.  훗날 역사는 그런 정상회담을 성공한 회담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대한민국을 지킨 지도자로 기록할 것이다. 상황이 엄중할수록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서두르지 말고 돌아가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일거에 난제를 해결하는 ‘원 샷’ 회담이 아니라 북핵폐기라는 하나의 의제에 집중하는 ‘원 포인트’ 회담이 되어야 한다.  4. 북핵폐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정확하게 미국에 전달해야 한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핵화는 북한의 핵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북한에 핵무기는 물론 핵개발 프로그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정의용 특사를 면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인 후 트위터에 김정은이 “한국특사단과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에 대해 논의했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수용 배경을 설명하면서 미국은 양보한 것이 없고, 김정은이 핵폐기에 대해 논의하는 데 동의했으며, 최대의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므니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은 3월 11일 NBC 방송에 출연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왔다면서 그것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한과 한미의 입장차이가 해소되지 않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서 동문서답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볼튼 백악관보좌관은 3월 19일 RFA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포기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빨리하는 것이 좋다면서 북한이 리비아식 핵포기 용의가 없는 경우 정상회담은 아주 짧은 만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말이 다를 경우 회담이 실패하는 것은 물론 예측불허의 트럼프가 북한에 속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더욱이 북미 정상회담은 한국이 주선하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만약 회담이 실패한다면 우리 정부가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기대와 다른 입장을 제시한다면 실망한 트럼프가 우리 정부에 책임을 전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등 한국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정상회담 중재까지 받아들였으니 이제 한국이 미국을 따라야 한다며 군사옵션 사용에 동의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바람직하다.  5. 이란 핵합의 파기 및 북미 정상회담 불발 가능성  폼페오와 볼튼이 각각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에 기용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폼페오는 CIA 국장으로 재임하며 북한문제 전담조직을 창설하고 북핵문제 해법으로 정권교체까지 거론했고, 볼튼은 북한은 억지할 수 없으며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강성인물이다. 특히 이들이 이란의 핵활동을 동결한 2015년 핵합의(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생각을 같이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가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개발권을 인정했고, 각종 규제조항도 한시적이며, 이란이 조약파기를 선언하고 다시 핵개발에 뛰어들 경우 1년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불안전한 합의라고 비판했다. 또한 핵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과 중동지역의 테러 지원 등 중동평화를 해치를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 서명국들과 미 의회에 대해 이란 핵합의를 보완하도록 요구하면서 탈퇴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미 국내법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준수 의사를 의회에 밝히도록 되어 있는 데, 다음 예정일은 5월 12일이 기한이다. 이란 핵합의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적인 시각이 북미 정상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란 핵합의를 오바마 행정부의 실책이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합의를 북한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 큰 문제는 핵개발 과정에 있던 이란과 달리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과는 이란 정도의 합의에 도달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결의를 과시하고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평소에 비판적이던 이란 핵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란 핵합의 파기를 목도한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합의가 의미가 있을 지를 의심하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면 김정은이 정상회담 자체를 보이콧 할 가능성이 크다. 강성 외교안보팀의 등장도 북한이 만나봐야 득이 될게 없다고 판단하고 회담을 거부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6. 정상회담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 정상회담은 최고 의사결정권자들 간의 회담이기 때문에 난국돌파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우리 정부도 그런 희망을 갖고 ‘톱 다운’(Top Down) 방식의 ‘원 샷’ 회담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도 정상회담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김정은이 최고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빅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반면에, 정상회담은 외교협상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실패하면 더 이상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길이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 상황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에 좌우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도 중요하지만 후속적으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준비회담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한국은 북핵위협에 대응한 핵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  ▪ 북미 정상회담 성공 → 합의동결: 핵과 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 영변 핵시설 활동 중단,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동결 및 폐기, 검증 등 단계적 해법에 합의하고 북핵완전 폐기는 궁극적인 목표로 선언하는 수준에서 합의한다. 북한은 일정한 핵무력을 보유하게 되고 미국은 본토에 대한 핵위협을 해소함으로써 양측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방안이다. 대북제재가 상당부분 완화되고 북미 관계 정상화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북핵폐기가 언제 가능할지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은 북핵위협에 상시 노출되는 처지가 된다.  ▪ 북미 정상회담 실패 → 무력충돌 → 합의동결: 정상회담이 실패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을 사용하고 이에 북한이 대응해서 국지적 무력충돌이 발생한다. 이후 중국, 러시아, 유엔 등의 중재노력에 힘입어 양측이 정상회담 성공때와 비슷한 수준의 합의동결을 이룬다. 역시 북핵폐기가 물 건너간 상태에서 한국은 북핵위협에 상시 노출될 것이다.  ▪ 북미 정상회담 실패 → 무력충돌 → 자연동결: 정상회담이 실패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을 사용하고 이에 북한이 대응해서 국지적 무력충돌이 발생한 후 대결국면이 지속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포함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의 핵전력을 갖춘 후 핵개발을 중단하고 유지 및 관리 단계에 들어간다. 역시 북핵폐기가 요원한 상태에서 한국은 북핵위협에 상시 노출될 것이다.  이와 달리,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의 관료집단이 트럼프의 성급한 결정에 제동을 걸고 북한의 명확한 핵포기 의사를 먼저 확인하려 하거나 북한이 미국의 강성 외교안보 진영 등장과 이란 핵합의 파기에 반발하는 경우 정상회담은 불발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문턱까지 간 것 만으로도 엄청난 정치적 이익을 챙긴 김정은으로서는 위험부담이 높은 정상회담에 굳이 나서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 북핵문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한 데, 역시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상시 노출되는 처지가 된다. 북핵위협에 대응한 새로운 핵억지태세를 시급히 구축할 수밖에 없다.  ▪ 북핵협상 성공 → 합의동결: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북미 고위급회담, 4자회담, 6자회담 등을 통해 앞서 소개한 정상회담 성공 시에 가능한 수준의 동결에 합의한다.  ▪ 무력충돌 → 합의동결: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적인 군사옵션을 사용하고 이에 북한이 대응해서 무력충돌이 발생한 후 국제사회의 중재로 합의동결이 이뤄진다.  ▪ 무력충돌 → 자연동결: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적인 군사옵션을 사용하고 이에 북한이 대응해서 무력충돌이 발생한 후 대결국면이 지속된다. 북한이 ICBM을 포함한 다양한 핵무력을 갖춘 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유지 및 관리 단계에 들어간다.  ▪ 자연동결: 북핵해결에 대한 외교적, 군사적 해법이 모두 가동되지 않고 대결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ICBM을 포함한 다양한 핵무력을 갖춘 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유지 및 관리 단계에 들어간다.  

김성민

통일부가 4월 초 방북할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 참가자 명단을 공개했다. 160여 명으로 구성된 남측 예술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와 레드벨벳 등이 포함됐다.   예술단은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평양을 방문, 동평양대극장과 정주영체육관에서 1회씩 공연한다고 했고 이들의 공연을 북한 김정은이 관람할까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은 정말 이들의 공연장에 나타나게 되는 걸까.   결론에 앞서 북한주민들은 최진희, 레드벨벳 등을 통틀어 ‘남조선 배우’라 부르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물론 개별적 취향과 감각에 따라 배우 개개인을 말할 수는 있으나 전체적인 정서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가수들이 부를 노래가 ‘남조선 노래’임은 당연지사다. 가수 선발이 선곡의 폭과 연계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나 저들이 부를 노래는 ‘남조선 노래’가 맞다.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가수들이 ‘눈물 젖은 두만강’, ‘찔레꽃’등을 불렀고 ‘북에서 부른 남조선 노래’라고 이야기한바 있으나 이를 두고 북한에선 이른바 계몽기 가요라 규정하고 있다.   이 계몽기 가요를 적극 보급한 건 ‘김정일’이다. ‘장군님의 배려’로 발굴된 노래들이 계몽기 가요이며 ‘계몽기 가요’엔 유행가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동요와 창가, 가곡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는 식이다.   오리지널 북한노래를 부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수만 곡에 달하는 북한노래엔 ‘장군님’에 대한 충성맹세 등이 은유적으로 내재되어있고, 통일관련 노래는, 남과 북에서 시점을 너무 달리해 늘 두려웠던 노래다.   남은 건 김정은이 사활을 걸고 막았던 노래, “출처가 불분명한 노래를 부르거나 (파일을 복사해)옮기는 경우 사형에 이르기까지 처벌하라”고 했던 그 ‘남조선 노래’다.   집권 초 공연 무대에 미키마우스 같은 미국 만화 캐릭터까지 선보이며 개방적인 지도자 모습을 추구했지만, 속으론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자본주의문화의 확산을 견딜 수 없어 무자비한 처형을 주문했던 김정은.   그 김정은이 ‘남조선 공연단의 공연’을 관람한다면 북조선인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남조선 노래를 부르거나 옮기다가 처벌된 수많은 이웃들을 떠올릴 것이며 체제의 모순에 눈뜨고 항거할 가능성마저 크다.   그럼에도 “북한 예술단의 서울공연당시 문재인대통령이 참석한 만큼 김정은 위원장도 답례 차원에서 남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북한을 잘 모르는데서 비롯된 이야기임을 지적하고 싶다.   더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통일부 관계자의 이야기 역시 북한의 주민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김정은을 잘 모르는데서 비롯된 ‘꿈’이고 ‘바람’임을 부언해 본다.

이지수

2017년 4월 비오는 평양거리풍경./공동취재단평창올림픽은 김정은 정권에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평창올림픽에도 역시 평양 바람이 불어왔다. 평양에서 불어 오는 바람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바람이 불때마다 바람의 정체, 바람의 향방, 바람의 영향 등을 놓고 갑론을박, 급기야 남남갈등이 절정에 오르기도한다. 하지만, 평양바람은 이제 평양의 통제속에 있지 않다. 평양이 일으킨 바람은 힘이 없다. 불었다가는 바로 꺼지고 만다. 오히려 엄청난 역풍도 일으킨다. 의도하는 방향으로 불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린다.   김씨의 손부채질로 시작한 평양바람은 이제 그들의 의도대로 불지 않은 지 오래다. 오히려 한국까지 불어 온 평양바람은 바람이 흘러 온 길을 따라 역으로 한국바람을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사상 가장 많은 숫자의 선발된 인민들을 '남조선'에 보내 일으킨 평양바람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제 그들이 돌아 가서 전파할 한국바람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냐이다.   평양의 의도가 언제나 의도한 대로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김정일이 고이즈미수상에게 일본 여성 강제 납북 사실 인정이라는 통 큰 선물을 주었지만, 일본 여론은 평양바람대로 불지 않았다. 평양바람이 일으킨 결과는 오히려  참담했다. 친북 사회당, 종북 정서의 일부 일본 지성계, 평양 나팔수 조총련 등이 사실상 몰락했다.   방북 사건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이의 서울 집을 방문해서 가족들과 인터뷰를 통해 '남조선 정권'의 반통일성을 선전 선동하고자 했던 평양의 보도는 실은 엉뚱한 파장을 일으켰다. "아니 남조선에서는 남조선 배반자 가족들을 수용소에 보내지 않는가?"   이번 북한응원단의 응원은 질서정연이라는 억지를 가지고,  획일적이라는 구태 이미지를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무질서를 방불케 하는 자유분방한 우리의 응원은 과연 이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천안함의 주역으로 알려 진 김영철은 천안함에 대한 기자의 자유로운? 질문에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번에도 역시 김정은이 의도한 평양바람은 바람길을 따라 역으로 북한에 전혀 의도 하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 기대된다.   요컨데, 타자성이 부재했던 북한 사회가 이번에 제대로  생소함을 느낀 것이다. 생소함은 타자의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타자성을 비로소 회복하면서 스스로 타자와 자기를 비교하게 된다.   드디어 북한 인민들에게 주입 대신 자각이 싹트게 된  것이다. 북한 권력에 치명적인 상황이 온 것이다. 외부와의 접촉이 정권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저간의 사정을 헤아리면,  북한 상황이 폭풍전야의 고요와도 같은 상황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마치 끓기 시작하기 직전의 그저 평온한 물과 같다. 두 개의 힘이 팽팽히 맞선 평형 상태라 오히려 긴장을 못느끼는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밖이건 안이건, 북한 권력 심층부에서 조차  이를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 보면 모든게 멀쩡하게 보이기 떄문이다. 그럼 과연 어떤 근거로 북한 정권이  임계상황이라고 보는가. 북한 경제 지표가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북한 경제는 현재 사회주의 통제경제가 아니라 인민들의 자유로운  장마당경제로 돌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장마당 경제, 즉 시장경제는  북한체제가 공식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체제는 시장경제 요소를 암세포로 여긴다. 그런데 암세포가 이미 북한 전역에 번져있다. 그리고 이 기세가 꺽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80년대말 소련 동구상황과 흡사하다. 임시적으로 허용한 자유시장이 마치 왕성한 말기암 세포처럼 겉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 것이 당시 소련 동구 공산당정권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도처에 넘쳐 흐르는 시장을 여전히 암적 존재로 인식했던 소련 동구의 공산당 정권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반면에, 중국은 어땠는가? 70년대 말, 비슷한 시기에 시장경제를 허용한 중국에서도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인민들의 봉기가 있었다. (89년 천안문사건). 그러나 이를 정권은 무사히 넘겼다. 중국 공산당은 시장경제요소를 암세포로 여기지 않았다. 임시변통으로 시장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라는 불구덩이에 아예 뛰어들었다. 시장은 암세포가 아니라, 역사진보의 활력소로 보았던 게 달랐다. 시장은 자본주의의 전유뮬이 아니라는 말을 한 것은 등소평이었다.   지금 평양은 장마당이란 시장경제 암세포가 전역에 번져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정권은 틈만 나면 이를 격멸하려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경제로 진화하려는 경제와 통제경제로 이를 막으려는 정치가 팽팽히 맞선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너무 팽팽하게 맞서 아무도 일촉측발 긴장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북한의 시장은 외부와 통해 있다. 밀수건 와크 무역이건 북한 경제는 이미 외부와 시장거래를 하고 있다. 물건만 오가는 게 아니라 사람도, 바깥 세상 공기도 오간다. 배급 공급제도를 통해 수직적으로 오가던 상품들이 이젠 수평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상품유통이 당국의 손에서 인민의 손으로 넘어 온지 오래다.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배급시대에 존재하지 않던  공기가 유통되고 있다. 거기에는 나라밖의 공기와 남조선의 공기가 섞여있다. 꽉막혔던 답답한 공기가 이제는 자유로운 공기로 변했다. (대외적인) 폐쇄와 (대내적인) 통제 위에 군림하던 권력이 위협받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소한 변화도 아슬아슬한 균형을 깨트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평양봉쇄도 평양 퍼주기도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이제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김정은이 파견한 역대 최대 규모의 방남단, 천암함 사건의 김영철 파남이 평양에 일으킬 가공의 파장을 묵도하고 있는 셈이다.

도희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월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착각 속에 사는 인간의 부류에는 평범한 사람들도 있지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으로 통칭되는 소위 정신 이상자들이 많다. 정권이나 특정 세력들이 집단 착각에 빠지면 한층 위험해지고 사회는 더욱 혼란 속에 빠져든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필자가 보기에 대단한 착각 속에서 헤매는 듯 보이는데, 정작 이것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너도나도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착각 속에 빠져 자신들이 희망하는 그런 세상은 오리라 연신 빌어대는 그런 형국이다.   바로 얼마 전 한국의 특사를 만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참모진들이 시간낭비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특사와의 만남을 재촉했다. 그리고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공언했다. 무슨 메시지가 있었기에 이토록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를까 모두들 의아해 했는데, 문제의 착각들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참으로 가관인 것은 현재 조성된 미·북 대화의 분위기 조성이 마치 현 문재인 정권의 촛불정부가 이루어 놓은 양 야단법석이고, 회담의 성공여부를 따져 벌써부터 일부 언론은 노벨평화상이 어쩌고저쩌고하며 입에 거품까지 물고 있다. 20년 전 노벨평화상이 어째서 지금의 핵 위기를 또 만들어 냈는지부터 이야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지금 조성된 북한의 태도변화는 명백히 대한민국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유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일사불란한 대북 제제의 크나큰 성과중의 하나다. 촛불정부 등장 이후에도 꿈쩍도 않던 김정은이 지속되는 대북제재로 평양까지 배급이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자 마지못해, 쥐뿔도 없는 자존심도 살리고 남남갈등도 조장해보려는 양동작전으로 평창올림픽에 올라타 소위 백두혈통까지 내려 보내면서 조성된 국면이다.   그래서 촛불정부와는 하등 상관없는 것이며, 다급함에 있어 남북이 통했으면 통한거지 논공행상에 낄 자리는 솔직히 아니지 않는가.   두 번째,  미국이 한국, 특히 보수 세력의 입맛에 맞게 움직여 줄 것이라는 착각이다.  이것도 틀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회담 수락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당연하다. 특히 보수진영은 걱정이 태산 같아 보인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미국으로서는 지금의 게임에서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환경이다. 그리고 굳이 대화하자고 굽신거리고 나왔는데, 납작 엎드리라고 질책할 이유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대충 이런 게 아닌가 싶다.  ‘그래?  만나는 게 뭐가 어렵겠어, 만나서 잘되면 공은 미국이 가지면 되고, 안되면 군사공격의 명분은 더 굳혀지는 것이고’...   그래서 노벨평화상은 트럼프의 것이 되어도 되는 것이지, 한국은 애초부터 국물도 없는 게 사실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를 위해서 뛴다. 그 자국의 이해라는 것이 동맹의 이름이 유효할 때는 동맹도 이익을 얻겠지만, 그 동맹이 엇박자를 낼 때는 각자의 이익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더군다나 굳게 믿었던 한미동맹세력은 떼 촛불에 의해 허망하게 무너져 버렸지 않았는가. 지금도 갈가리 찢겨져 있는 현실도 그렇고..   그래서 미국은 지금 엇박자를 내는 한국이라는 동맹을 위하기보다 자기코앞이 석자인 북핵 해결이라는 과제로 질주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도 갑론을박이 많아서인지 마침내 폼페오 미국 CIA국장(14일 국무장관으로 취임)이 공개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바로 여기인데, ‘미국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대통령과 확실히 공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에 의해 옳지 않은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미에는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 그는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볼 때 합리적’이라고 말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착각 속에 사는 부류들은 미국이 김정은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난리를 칠법하다. 하지만 이 뜻은 평범한 인간과 같이 공포심을 갖고 있다는 거 아니겠는가, 즉 겁을 잔뜩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벼랑 끝 외교의 달인인 북한이 겉으로는 자존심 때문에 여유롭게 나온 거 같지만, 김정은이 떨고 있음을 미국 정보기관은 정확히 확인했을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안 보이면 바보이고 보이는데도 모른 척한다면 착각의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우태영

북한 김정은이 한국의 특사단을 통해 미국에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에 동의했다. 이와 관련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번에도 북한 김정은이 시간끌기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북한에 대한 제재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이 다시금 속임수를 발휘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누구인가,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한 미국 제일주의의 대통령이고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업수이 여기던 사람 아닌가, 그런 트럼프가 볼 때 애숭이같은 김정은에게 나중에 혹시 속을지도 모르면서 흔쾌히 만나자고 할수 있을까? 나중에 김정은이 미국을 속인 걸로 들통나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상황을 참아낼 수 있을까? 그런 상황을 김정은이 감당할 수 있을까? ...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는 어쩌면 실제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하는 조심스런 낙관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전직 외교관인 신상목 사장이 페이스북에 한국 특사단의 기자회견에 나타난 북한의 입장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올렸다. 신상목 사장이 지적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비핵화를 수용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I told President Trump that, in our meeting,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said he is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에서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이라고 한 부분.   2, 김정은은 북한은 추가적인 핵 또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기고 약속했다. (Kim pledged that North Korea will refrain from any further nuclear or missile tests.)에서 “Kim pledged”라고 한 부분.   3, 그는 한미간의 통상적인 군사훈련은 지속되어야만 한다고 이해하였다. (He understands that the routine joint military exercises betwee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must continue.)에서 “must continue”라고 한 부분.   4, 그리고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능한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진지하게 표현했다. (And he expressed his eagerness to meet President Trump as soon as possible.)에서  “his eagerness”라고 한 부분 등이다.   신상목 사장은 “이렇게 강한 표현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김정은이 납짝 엎드렸단 말인가?”라고 말하고 “믿을 수 없을 지경(Unbelievable)”이라고 평했다.   북한의 신문들은 연일 핵무기 보유를 고집하고 있지만, 김정은은 핵무기에 대해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이라고 했다. “committed to”는 수용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책임지고 추진한다는 의미도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3월 8일 다음과 같은 트윗을 통해 김정은의 저자세에 관용의 여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김정은이 남한 특사들과 핵동결이 아닌 비핵화에 대해 말했다. 또한 미사일 실험도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커다란 진전이지만 어떤 합의가 도출될 때가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다. 회담이 계획되고 있다!”(Kim Jong Un talked about denuclearization with the South Korean Representatives, not just a freeze. Also, no missile testing by North Korea during this period of time. Great progress being made but sanctions will remain until an agreement is reached. Meeting being planned!)   트럼프의 트윗을 보면 한국 정부의 정책과는 다소 뉘앙스가 다르게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핵동결 이후에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하고 궁극적으로 비핵화에 도달한다는 2단계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듯 하였다. 그런데 트럼프는, 북한식으로 표현하자면 “그 무슨 핵 동결이 아니라(not just a freeze) 비핵화“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해석의 여지도 없다. 그리고 막바지에 회담이 계획되고 있다고 말해 북한과의 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이 과거처럼 또다시 빠져나가기는 대단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세종연구소의 김기수 박사는 이번 결과를 놓고 “북한 김정은이 미국에 완전히 잡힌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대북한 정책이 일대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행정부들과 달리 북한을 움켜쥘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을 다루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잡기 위해서는 북한만을 압박해서는 효과가 없으며, 중국과 한국을 동시에 압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실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즉 북한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경제 및 군사적 압박을 가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금융제제와 수출규제 등을 통해 사실상 대단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핵 이야기만 나오면 ‘중국이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더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한국의 경우도 독자적으로 대북지원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엔이나 미국 재무부 등의 금융제제 등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왔던 북한 만경봉 호에 기름 한방울 넣어줄 수 없는 처지이다. 세탁기에 대한 보복관세가 부과됐을 때 한국정부는 “미국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측에 호소해야 할 이런 저런 경제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결국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 김정은은 이번에 군사 및 경제적으로 미국에 결정적인 약점을 잡혔다는 것이 김기수 박사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나아가 외교 관례상 “미국과 북한 간에 이미 어떤 합의가 성사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난다면, 그 전에 상당한 극적인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이전 행정부처럼 속아 줄리는 만무하다. 핵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목표다. 트럼프가 트윗에서 말했든 김정은이 직접 말한 것이다. 더 이상의 해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김정은의 이 말을 전한 한국 정부는 보증을 선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그 합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하든, 아니면 미국이 직접 하든 북한 지역 내의 핵시설 해체는 물론 핵시설이 배치되어 있는 곳으로 의심되는 장소에 대한 무제한 사찰을 허용하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미국은 북한 체제를 보장해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 시나리오는 상상하기도 벅차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뜻대로 미국에 의탁해 비핵화를 실천하고 체제보장을 하게 된다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나라는 중국이 되지 않을까? 누가 아는가?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추진할지, 한국 미국 일본과 손잡고 자유시장경제를 추진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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