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열

미국은 공공문서(Public document)이론에 의하여 법원에 있는 모든 기록은 공공문서로 취급된다. 따라서 법원의 모든 소송기록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에 따라 공개된다. 이에 따라 미국 법원의 판결문은 당사자 이름까지 모두 철저하게 완전 공개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구글 등에서 모든 미국법원의 판결문 전문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연방 대법원의 구술변론과정은 녹음되어 미국연방 대법원사이트에서 오디어로 이를 공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술변론과정은 1955년부터 녹음되었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상대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가 역사적으로 중요시되어 온 독일의 경우는 재판소원 제도가 있어서 재판과정에서의 헌법적 기본권 침해부분에 대하여 별도의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이를 정리해보면 영미법계에서는 미국과 같이 사법절차의 적정성과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부분은 모든 재판자료 등의 공개를 통하여 언론 등에 의하여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대륙법계의 대표적인 독일의 경우에는 사법권의 행사나 재판과정에서의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재판 소원제도를 두어서 재판과정에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여부가 있는지를 별도의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여부에 대하여 별도 심사함으로써 그 적정성을 보장하고 있다.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위와 같은 제도 중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독일에서도 재판소원에 대하여는 다소 논란이 있고 그 부작용에 대하여 이를 우려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작금에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의 재판절차를 엄밀하게 살펴볼 때에 사법절차과정에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부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만에 하나 헌법상 기본권의 침해가 있다면 이에 대한 제도적인 담보책 내지 구제책이 있는지에 대하여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따깝게도 이 부분에 대한 완전한 제도적인 구제책이 완비되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왜냐하면 법원 내의 상소제도만으로는 결코 완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일부 확정판결에 대하여서만 공개되고 또한 그 공개절차가 다소 복잡한 현재의 국내 판결문 공개제도는 앞으로 제대로 개선되어야 한다. 미국과 같이 공공문서이론에 따라 완전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미국과 같은 완전공개가 어렵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최소한 보장하는 선에서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하도록 대폭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에서의 공개 변론 등은 미국과 같이 오디어로 공개될 필요가 있다.  국내의 상황이 미국과 같이 모든 판결문 등이 공개되지 못하여 언론 등에 의한 사법작용의 적정성 담보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면 그 차선책으로 독일과 같은 재판소원의 도입에 대하여도 이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가 있으므로 사법을 포함한 모든 국가 행위에 대하여 이의 헌법 위반 심사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상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서만 그 헌법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를 완전히 면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실제로 이와 같은 면제에 대한 그 이론적 근거나 정당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작금에 벌어지는 재판현실을 한번 살펴보자. 비근한 예를 들어 피해자의 권리와 피고인의 헌법상의 권리가 충돌하는 경우에 피해자의 권리에만 충실해 보이는 현재 법원의 사법적 행위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피고인의 헌법상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피고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헌법재판소의 이 부분에 대한 위헌심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아니한다면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직무를 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물론 재판소원이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재판소원이 남발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간다. 그렇지만 사법적 행위는 행정 내지 입법적 행위와는 완전히 별도로 취급하고 나아가 100% 헌법상의 권리침해가 없을 것이라는 가정 등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를 인정하는 순간 독일의 재판소원제도는 비상식적이고 잘 못된 제도라는 다소 이상한 결론으로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법이론적으로도 사법행위를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에서 완전하게 배제하는 것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재판현실자체가 이러한 우려를 그대로 보여준다. 즉 대법원의 대법원판사 1인당 연간 선고 건수가 3,000건이 넘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의 침해 소지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그리고 재판과정에서 헌법 위반 내지 헌법상의 기본권침해 여부는 법원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아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관할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침해가 전혀 없다고 과연 누가 장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법원내부제도에 불과한 항소는 그 절차나 사유 등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다. 무엇보다도 법원 내부의 항소제도 자체는 헌법재판소의 관할인 위헌여부의 심사부분과는 관련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헌법 위배 내지 헌법상의 권리 침해문제 부분은 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의 관할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으면 혼란과 오해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좀더 세밀하게 검토해보면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권한을 제한하는 현행의  재판소원배제 법 조항은 비상식적이며 그 합리성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 조항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물론 이 문제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동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 이는 다시 한번 재논의되어야 한다. 다만 향후에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재판소원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인 대비책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주요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김승열

미래산업에서 가장 주요한 자산은 다름아닌 지식재산권 바로 그자체이므로 이에 대한 범국가적 장기지원 및 육성 전략과 아울러 그 역량의 집중여부는 해당 국가의 존망을 결정할 것이다.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지식재산권이 그 중심에 있음은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각국에서의 이들 지식재산 관련 법제도 등에 대한 접근 방향 등을 비교분석하는 일은 나름 의미가 있다. 특히 지식재산권의 육성과 활성화를 위하여 어떠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고 나아갈 것인지는 어쩌면 그 나라의 미래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할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후발주자였지만 그간 짧은 기간 내에 나름대로 상당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여서 정부에 의한 효율적인 정책 수립과 이의 실행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인공지능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의 최 정점에 있다고 보고 2030년 경에는 세계의 인공지능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모든 국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에 있어서도 그간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 왔다. 그리고 국제적인 신뢰를 얻기 위하여 특허법원을 설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 다음이 미국이다. 미국은 일찌기 부터 인터넷 플랫 포엄 사업자들이 많아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와 이에 따른 그 지원 논리를 꾸준히 개발하여 왔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라는 점을 강조하여 옴으로써 이들 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법제도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보다는 자유로운 플랫포엄 비즈니스의 지원과 활성화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어 왔다.  그간 상대적으로 침체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였던 일본이 최근에 실로 괄목할만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유망산업의 지원을 위한 사회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지원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이다. 미래의 유망산업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산업의 발전과 지원을 위하여 이를 최우선과제로 삼아 모든 범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의 개선에 매우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저작권법의 개정을 통하여 비식별 정보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 이에 소극적인 우리나라 정책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인공지능산업과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에 모든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EU도 흥미롭다. 다만 EU는 여러 국가의 연합체이어서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실행에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특히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차지하고 있어서 인터넷 플랫포엄 관련 산업지원 측면에서는 제약 내지 장애요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프라이버시 권리 보호가 강조되기 때문에 온라인 상의 플랫포엄 비즈니스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플랫포엄 비즈니스 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콘텐츠 제공 산업이 좀 더 보호받는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유럽저작권법 지침에서 링크 세와 업로드 필터링 조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점차 더 높아지고 있어 이는 EU의 인터넷 관련 스타트 업 비즈니스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방향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플랫포엄 비즈니스 등 인터넷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제약하는 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하여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식재산 산업 관련 법제도는 한마디로 그 방향성을 잃고 떠돌아 다니는 양상이다. 여전히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산만하며 체계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같은 저작권법 등의 개정 작업은 아직도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가 너무나도 지나치게 강조되어 빅데이터 산업의 태동 및 육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부터는 빅데이터 산업에 기초한 인공지능 관련 특허출원건수가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그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리지 아니하고 이에 대한 주무정부기관 마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래의 유망산업에 대한 지원법 인프라 전반에 대한 제도적인 재 정비가 필요한데 이러한 작업이 너무나도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재산 관련 행정조직 역시 피상적으로만 운용되어 실제로 정책이나 입법 활동에서 중요한 방향제시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다. 지식재산 관련 주무부처에서 조차 이에 대하여 제대로 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우리는 미래의 유망산업이라는 기차를 타고 다 같이 모두 이에 집중하고 매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서는 행정부나 입법부 등에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연구 그리고 이의 실행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 미흡하다는 사실이다. 실제 일본과 같은 적극적인 미래지향적인 입법 결과물 등이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국가가 자신의 자기정체성을 철저하고 냉정하게 인식하여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직도 낙후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과거와는 달리 국가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명제를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 국가는 사회지원인프라 등 공공서비스의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자기 정체성확립과 이에 따른 반성과 성찰이 진실로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김승열

China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자신 스스로 한자로 중국(가운데 있는 나라)이라고 표기해왔다. 근대화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나아가 공산체제에서 현대화의 발걸음이 늦어졌지만 중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2대 강국이 되었다. 물론 미국의 심한 견제에 과연 현재의 지위를 제대로 보전하고 더 나아가 더 도약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다소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다만 최근 진행 중인 Belt and Road Initiative은 중국의 야심찬 글로벌 프로젝트를 유감없이 보여주어 우리 역시 새롭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과거 실크로드의 영광을 다시 찾고자 하는 의미에서 유럽과 중국 그리고 아시아 나아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까지 육상과 해상의 인프라 스트럭처를 구성하여 공동 개발체 단지로 발전하자는 실로 원대한 계획이다. 여기서 Belt는 해상에서의 연결 인프라를 의미하고 Road는 문자 그대로 육상에서의 도로를 의미한다. 그간 상대적으로 발전이 낙후된 중국과 유럽 사이에 위치한 서남아시아와 동유럽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기본이고 나아가 해상으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기반공사 등은 중국에서 주로 하거나 현지 국가의 국내 업체들에게 중국에서 자금 등을 제공하여 이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신 식민주의라는 비판도 일고 있지만 실로 놀라운 글로벌 프로젝트 임에는 분명하다.  Belt and Road Initiative는 기본적인 사회 간접 인프라 사업이기도 하고 또한 한편으로는 무역고속도로라고도 명명되기도 한다. 도로와 해상 길을 구축하여 이 지역에 있는 현지 국가로 하여금 자원시장과 판매시장을 동시에 제공하여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목표가 있기 떄문이다. 이는 곧 무역의 활성화로 이어지고자 함에 그 의도가 있다. 이 과정에서 EU와는 또 다른 형태의 지역 국가 간의 연합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의 중심에 중국이 있을 것임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 와중에 중국은 자금제공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들 지역에 있는 여러 국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이와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하여 환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 주도의 기반구축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프로젝트의 진행에 있어서 좀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계획 수립과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더우기 자금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하여 찬성을 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부채를 이미 부담하고 있는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의 경우에는 이미 중국에 예속되고 있다는 비난도 받을 정도이다. 말레이시아 경우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하여 이 프로젝트의 진행에 대하여 제동을 가하여 현재 중단되고 있는 사정에 이르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이 중국의 이 프로젝트에 대하여 적극 협조를 하지 아니하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중국 주도하의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다소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향후 미래에 그간 낙후된 서아시아 및 동 유럽의 성장 잠재력은 그 어느 나라들 보다도 높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의 전망은 아주 부정적이라고 하기만은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중국금융기관인 CIIB에 참여하고 나아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입장이 다소 애매하게 보인다. 어쩌면 미래의 시장은 이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떄문에 이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만드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미국의 눈치 등 여러 가지 고려요소가 있겠지만 21세기의 실크로드 재건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Belt and Road Initiative는 우리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률가의 측면에서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법률시장의 수요는 더욱 더 증가될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제는 중국, 아시아. 동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이들 지역에의 전문가로 자림매김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Belt and Road Initiative에 대하여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좀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열

증거조사에서 입증을 보조할 사회지원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민사재판에서는 그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증거의 우위에 의한 입증을 요구한다.그리고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을 요구한다. 그런데 형사재판 현실에서는 피고인이 사실상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 그렇다면 이와 같이 민 .형사사건에서 당사자의 입증이 중요한데 현실에서 과연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지원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에 대하여 한번 살펴보자.   민사재판에서는 입증의 방법으로는 증인 , 서증 , 사실조회 , 문서 송부촉탁 , 감정 , 문서제출명령신청 등의 제도가 있다 . 그러나 과연 이 제도들이 각 당사자의 주장을 입증하기에 충분할 것인가 ? 예를 들어 문서위조 등으로 형사고소를 하여 상대방이 기소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수사기록을 문서송부촉탁으로 신청을 하게 되면 검사는 해당 기록이 피고소인의 개인정보보호에 반하다는 이유로 기각하기가 다반사이다 . 이는 곧 자신의 고소장이나 자신이 진술한 진술조서만 문서송부촉탁되어 받아볼 수 있을 뿐이다 . 이는 개인정보보호 측면이 강화되어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다 . 그리고 민사사건에서 입증문제 때문에 형사사건의 문서송부촉탁이 남용되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나타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 물론 검찰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 그러나 어째든 입증을 해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 이의 입증이 없으면 민사재판에는 입증을 못하였다고 하여 패소가 명백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경우는 좀더 심각하다 . 검사는 공소사실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입증을 하게 된다 . 이 과정에서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를 달리 찾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 물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도 찾아서 이를 법원에 현출하여야 할 것이다 .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 피고인에게 유리한 상황에 대하여 검사에게 이의 수사를 요구하여도 검사가 피고인의 주장에 따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와 같은 수사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 그렇다면 피고인 자신의 입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 ? 현재의 현실은 피고인 본인 스스로가 하거나 아니면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인인 변호사가 담당할 수 밖에 없다 . 그런데 변호사가 이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 직원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의 주장이나 요구에 따라 별도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그리고 실제로 사법경찰관이 아닌 일반 변호사사무실의 직원이 조사 내지 수사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 그렇다면 형사사법 절차에서 피고인의 지위는 너무나 열악하다 .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은 검사의 공소사실 주장과 입증에 대하여 검토를 하여 그 입증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지 아니할 정도라는 사실만 주장 . 입증하면 무죄가 될 수 있도록 형사재판제도가 정립되어 온 것이다 .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 피고인이 무죄가 되기 위하여서는 그 스스로가 무죄라는 사실을 주장하고 나아가 이를 사실상 입증하여 재판부를 설득하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 그렇다면 문제는 피고인이 가지는 입증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사실상 중요한 요소이다 . 이 때문에 미국 등에 있어서는 사설탐정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즉 전직 수사관 등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일정한 조건 하에 인가 및 관리감독을 받으면서 피고인 등의 사실관계 조사 등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미국 등과 같이 일정한 조건 하에서 사적 사립 탐정 유사제도를 도입하여 일반 국민들이 자신들의 사적인 목적을 위하여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설탐정을 이용하여 자신이 입증하고자 하는 바를 조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를 신중하게 검토할 시점으로 보인다 . 이 부분은 직역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재판절차에서 당사자들 특히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방어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한번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 물론 사설탐정이 자신의 권한을 오 . 남용하는 문제는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할 것이다 . 그렇지만 사설탐정 유사제도의 도입은 당사자의 입증방법의 보충이라는 측면에서는 시급하게 논의될 당면 과제임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

김승열

20세기 이전 미국 법정의 모습. 시민 배심원들이 판사의 법정 활동을 돕는다. 얼마 전 국내 재벌의 이혼소송에서 2심 재판부를 변경해달라는 기피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였다. “편파성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의미 있는 판결로 보인다. 그간 제척 사건의 경우 대부분 기각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모처럼 상식에 기초한 설득력 있는 판결이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편파 우려가 있는 재판은, 재판부 스스로 해당 사건을 회피해 그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관(前官) 변호사가 판사시절 자신의 배석판사가 재판장인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전관 내지 향판 변호사의 경우 상당기간 같이 근무하여 친밀도가 있는 동료 내지 후배 판사가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경우 전직 판사의 법정 활동을 스스로가 피하거나 직업 윤리적 관점에서 냉정히 고민해아 한다.   법관의 기피·제척 제도의 기준을 국제기준에 맞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방법으로는 자기 양심에 따라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이를 공개할 의무를 부담시켜야 한다. 그리고 추후 편파성이 불거진 재판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재심 등의 사유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해당 판사는 징계 내지 탄핵을 받도록 엄하게 처리해야 한다.실제로 중재사건의 경우 중재인으로 선임되기 전, 먼저 이해관계에 자진 공개할 의무를 부담한다. 훗날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면 중재판정 자체의 효력여부도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엄격하다.   배심원제가 도입된 까닭은…   미국 법정의 배심원 자리. 재판과정에서의 헌법적 권리침해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시스템 구축도 절실하다. 미국의 데이비드 사우터 연방 대법원 판사의 고백처럼(작년 12월 8일자 필자가 쓴 ‘잊히지 않는 美 데이비드 사우터 전 대법관의 고백’ 참조) 판사는 많은 사건을 직업적으로 대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초심을 잃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어쩌면, 미국과 같이 사실인정과 법리적용에 대한 업무분장을 달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이제 워낙 복잡하고 전문영역으로 다양하게 세분화 되어가고 있다. 평생 법관생활에 익숙한 재판부가 다양하고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인정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행여나 잘못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왜 배심원 제도가 도입되었는지에 대한 뿌리를 한번쯤 더듬을 필요가 있다. 배심원 제도는 각 지방에 말을 타고 가서 판결을 내려야 하는 귀족이 해당지역의 사회와 문화제도에 잘 몰라 그 지역민에게 도움을 받기 위하여 창안된 제도다. 이같은 측면에서 한국의 법관이 사실을 인정하고 법리를 적용할 때 도움받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간사(人間事) 최후의 보류인 법원에서 재판의 공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피해사건도 억울한데 재판까지 억울해선 안 된다. 불공정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원 스스로 회피·제척에 관한 기준을 좀 더 엄격하고 투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재판의 공정성과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엄상익

교대역의 지하철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앞에 키가 큰 팔십대 쯤의 노인이 무심히 서 있었다. 눈 주위에 피곤을 알리는 붉그스름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노인의 약간 각이진 넓은 턱과 얇은 입술을 보는 순간 어딘가 눈에 익은 느낌이 들었다. 세월의 오랜 저쪽에서 분명히 맞닥뜨린 사람인 것 같았다. 노인도 나를 모르는 듯 엘리베이터의 유리창 밖으로 망연히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순간 기억의 서랍을 열심히 뒤지고 있었다.   청록색 안개로 덮여진 듯한 광막한 세월 저쪽에 있던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십년 철원의 산비탈에 있던 사단사령부의 건물이 꿈같이 나타났다. 별이 두 개 그려져 있는 붉은 장군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전방 철책선 부대에서 근무하라는 명령을 받은 나는 그곳 사단장 앞에서 전입신고를 하고 있었다. 키가 후리후리하던 장군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경례를 부치고 있었다. 그때 보았던 턱과 입술의 모습그대로였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앞에선 노인을 살폈다.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이십대 젊은시절 만났던 그 장군의 눈은 인자함이 흘러나오는 쌍거풀 진 큰 눈이었다. 앞에 있는 노인의 눈은 눈꺼풀이 쳐지고 작은 눈이었다. 그 짧은 순간 그 시절의 장면들이 슬라이드 영상같이 뇌리 속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내게는 절망스럽고 스산한 눈 덮인 겨울이었다. 고시낭인생활을 하다가 인생의 궤도수정을 했다. 장교 시험을 쳐서 군인이 되어 전방으로 배치된 때였다. 뜻대로 이루어진 게 없었다. 부모를 잘 만난 친구들은 군대 면제를 받거나 군에 가도 서울지역에 남았다.나같이 속칭 빽이 없는 서민의 자식들이 밀려서 가는 게 철책선이 있는 최전방 부대였다. 냉전으로 남북이 증오로 얼어붙었던 시대였다. 북에서 내려와 우리쪽 군인들의 목을 잘라 가기도 하고 또 이쪽에서 철책선을 넘어 올라가 인민군 막사에 수류탄을 까 넣고 오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하얀 눈이 끝없이 덮인 철원 벌판은 영하 이십도 밑으로 수은주가 내려가곤 했다. 전방 사단의 장군이었던 그는 의외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부하들에게 인자하고 남들에게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게 군대와 사회가 별개의 세계가 아니고 인간이 사는 곳은 결국 같다고 가르쳤다. 군대사회의 구조를 잘 관찰했다가 사회로 나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주기도 했었다. 마음속이 얼어붙었던 그 시절 그는 내게 따뜻한 봄볕같이 느껴졌다. 마음의 처마에 달렸던 고드름들이 그가 뿜는 봄볕에 녹으면서 나는 그 속에서 영롱한 위로의 무지개를 느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소리 없이 스르르 열렸다. 앞에 있는 키가 큰 노인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 순간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노인을 뒤따라갔다. 코트를 입은 노인의 뒷모습은 살이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그를 따라가 며 물었다.   “저 혹시 6사단장을 하시던 한 장군님 아니신가요?”   “네, 맞아요”   그가 돌아보면서 대답했다.   “저는 그때 법무장교였던 엄대위입니다.”   “아 맞아, 기억나요. 막 결혼하고 젊은 아내와 관사에 있었죠. 얼마 전에도 집사람하고 그때 얘기를 했었어요.”   그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이십대의 젊은이가 육십대 말의 노인으로 변한 내 모습만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 시절 따뜻하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 아내와 함께 찾아뵙고 저녁식사라도 대접했으면 합니다.”   “좋죠 그럽시다.”   장군과 대위는 40년 인생의 물줄기를 흘러내리면서 모두 노인이 되어 버렸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그런 중에서도 따뜻했던 사람들은 잊혀 지지가 않는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 지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주변에 한줌의 온기를 내뿜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뜨거운 심장에서 나오는 온기는 수 십 년 아니 그 이상 영원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는 것 같다.      

엄상익

왕년의 미남스타가 칠십대 노인이 되어 작은 호텔의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꼼꼼한 손길로 화장지의 끝을 뾰족하게 접었다. 그는 호텔에 있는 웨이터가 되어 일을 하고 있었다.   음식접시와 와인글래스를 닦고 탁자를 정리하고 이따금씩 오는 손님들의 음식 서빙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손님들에게 너무 늙은 사람이 음식을 날라 와서 불쾌하지 않으시냐고 하면서 미안해했다. 영화의 거리인 충무로의 전철역 안 벽에는 한국의 백대영화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중에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길소뜸’에서 일급스타인 신성일, 김지미 그리고 강수연의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미남배우가 있다. 그 배우의 이름이 한지일이다. 감독은 그에게 김지미의 가운데 ‘지’자와 신성일의 마지막‘일’자를 따서 한지일이라고 예명을 붙여주었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그의 또 다른 이름은 한소룡이기도 했다. 늙으면 내남없이 외로워진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던 그도 노인이 되어 고독하게 살고 있었다. 그는 새벽에 혼자 사는 집을 나와 하루 아홉 시간 동안 꼬박 서서 일을 했다. 밤늦게 돌아와서 혼자 밥을 먹는다. 전기밥통에 남은 말라빠진 밥을 물에 말아 김치와 햄 한 조각을 곁들여 먹었다.   그가 한 때 잘나가던 젊은 시절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배우를 하다가 영화제작을 했어요. 처음에는 예술성을 가진 좋은 영화를 만들었더니 손해가 난 거예요. 그래서 에로영화로 방향을 바꿨어요. ‘젖소부인’이란 이름으로 시리즈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게 대박을 친 겁니다. 제작비의 열배도 넘게 돈을 벌었어요. 그 돈으로 빌딩을 샀어요. 한 채 사고 거기서 받은 보증금에 융자를 얻어 또 다른 빌딩을 사고 그랬죠. 저는 여러채의 빌딩을 가진 영화제작자로 부자가 됐어요. 그러다가 IMF때 완전히 망한 겁니다. 영화사도 빼앗기고 갑자기 거지가 된 거죠. 어느 날 내가 하던 영화사를 갔더니 스텝진들이 시나리오를 들고 활기차게 일하는걸 보니까 눈이 돌더라구요. 그래서 확 불을 질렀다가 감옥까지 들어갔어요. 그때 이혼을 당하기도 했죠.”   성경 속의 욥처럼 불행은 그렇게 갑자기 몰려드는 수가 있었다. 그는 미국으로 도망가 닥치는 대로 일했다. 청소에서 시작해서 마트의 직원, 젓갈 장사등 스물일곱가지의 바닥 일들을 하며 살았다. 그러다 나이 칠십을 넘어 귀국해 정착한 직업이 레스토랑의 늙은 웨이터였다. 그는 자신의 영락을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내 나이에 웨이터란 직업이 있는 게 어디예요? 돈이 많을 때의 백억보다 요즈음 받는 작은 월급이 얼마나 귀하고 좋은 돈인지 몰라요. 돈이 없을 때는 어디에도 나가 다니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요즈음은 일해서 번 돈으로 누구 밥이라도 사 줄 수 있으니까 예전 배우 할 때 선배나 동료들을 찾아갈 수 있어서 좋아요.”   그의 말 중에는 체험으로 얻은 진리의 말이 들어 있었다. 그는 슬프고 힘들 때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웨이터를 하는 그의 삶이 순간 보석같이 빛나고 있었다. 그는 보이지 않던 것의 참 모습을 찾아낸 것 같았다. 얼핏 겉으로 보면 그는 화려한 스타에서 사회의 바닥으로 추락한 존재같이 보일 수 있다. 정말 그런 것일까. 변호사를 하면서 여러 스타배우나 가수들의 이면을 보았다. 무대의 막이 내리면 그들 역시 어쩔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보통사람이었다. 영화나 방송의 세트장도 가까이 보면 널빤지와 광목에 덧칠한 엉성한 쓰레기 더미였다.   화려한 대종상 포토라인에 서기 위해 빌린 옷을 들고 허겁지겁 뛰는 배우를 보기도 했다. 작품 속에서 썼던 지고지순한 탈 때문에 아파도 아프다고 하지 못하고 슬퍼도 울 수 없는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보았다. 대중의 눈이라는 잣대에 맞추기 위해 능력에 넘치는 옷과 차를 사서 무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탈을 훌훌 벗어버리고 본연의 자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대중의 입술위에서 춤추지 않고 웨이터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인생의 환란이 그를 득도한 경지로 올려놓은 것 같다. 텔레비전의 인생프로를 보면서 성공은 무엇이고 실패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 누구나 타고난 자기의 그릇과 분량에 맞추어 자신답게 살아가는 게 성공이 아닐까. 연극 무대 위에서든 세상무대에서든 하늘이 자기에게 맡겨진 배역을 따라 막이 내려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 말이다. 저세상에 가서 되돌아 볼 때 대통령이든 청소부든 부자든 가난하든 세상의 배역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엄상익

날카로운 밤바람이 빌딩들을 휘감아 얼어붙게 하는 2019년1월25일 저녁이었다. 나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의 한 낡은 빌딩 지하계단을 내려서고 있었다. 작은 음식점들이 다닥다닥 어깨를 맞대고 있는 지하공간은 물이라도 뒤집어 쓴 듯 썰렁했다. 음식점들은 취객들로 부글부글 끓어올라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 지하 식당가가 폐장한 듯 적막했다. 아예 불이 꺼버린 음식점도 있었다. 떡볶이 집, 녹두빈대떡집, 갈비탕집 등이 모두 문을 닫고 사람이 없었다. 그런 속에서 코너의 만두전골집에서만 따뜻한 노란 불빛이 새어나왔다. 내가 찾아가는 집이었다. 의뢰인으로 알게 되었던 모자가 얼마 전 개업한 음식점이었다. 온갖 고난을 딛고 일어나 열심히 살아가는 모자였다. 아들은 중국의 명문대학에 유학을 하고 학위를 받았다. 교수나 외교관을 지망하던 그는 어느 날 인생의 궤도수정을 했다.늙은 엄마를 갉아먹으면서 허구 헌 날 그럴듯한 직업만 바라볼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었다. 그들은 빌딩의 지하에 있는 만두전골집을 인수해서 개업을 했다. 나는 작은 법률사무소를 하면서 어떻게 사업을 할까 하나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신용을 지키고 선을 행하면 성공하리라고 믿었다. 하나님이 내게 보내신 사건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님이 내게 맡긴 의뢰인으로 한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 낮은 자세로 그들을 섬기겠다고 기도했었다. 요즈음은 권리금을 받기 위해서 사기극이 넘치는 시대였다. 이를 테면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와 본 셈이기도 했다. 음식점 내의 몇몇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부대찌개를 앞에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손님도 보였다. 나는 구석에 앉아 부대찌개를 주문했다. 바로 찌개와 반찬들이 나왔다.묵은지와 콩나물 그리고 햄과 소시지가 들어간 맛갈스러운 찌개였다. “변호사님 이거 들어 보세요” 주방장을 하는 아들이 계란찜을 가지고 와서 앞에 놓았다.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노릇노릇한 계란부침이 사각으로 단정하게 말아져 있었다. 벌써 수준급의 솜씨가 된 것 같았다. 청년은 이어서 자기가 개발한 고기완자도 내왔다. 철판위에 놓인 함박스테이크 비슷했다. 스며 나오는 고기즙과 간장소스가 잘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엄마는 끓는 동태탕을 손님들 상에 가져다주기 바쁜 것 같았다. 갑자기 홀 저쪽에서 어떤 남자가 소리치는 게 들려왔다. “이봐요 주인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동네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두란 말이야. 내 입에 따라 가게가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 “예, 예 잘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귀에 익은 청년의 엄마 목소리였다. 미용사로 있을 때부터 손님을 모시는 데는 이력이 난 여자였다. 손님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동태탕을 시켰는데 어떻게 대가리하고 꼬리만 있는 거야? 중간의 몸통은 어디로 갔어?” 그게 무슨 소린지 얼핏 이해할 수 없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엄마는 계속 굽신거리고 있었다. “내가 이 가게를 권리금 얼마를 주고 인수했는지 알고 있어. 그리고 한 달에 얼마씩 임대료 주는 지도 알고 있고. 알았어? 아줌마.” 음식점 마다 그런 구더기 같은 존재들이 있었다. 얄팍한 법률지식을 가지고 상인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잠시 후 내 앞으로 그가 문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뾰족한 코 위에 은테안경을 거친 곱슬머리의 오십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잠시 후 청년의 엄마가 내 자리로 왔다. “동태의 머리와 꼬리만 있고 몸통이 없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물었다. “손님이 얼른 몸통을 다 먹어 치우고 없다면서 한 마리 더 달라는 트집이예요. 그래서 한 마리 더 가져다 드렸어요.” “그런 손님도 있어요?” “음식점을 냈더니 더 지독한 손님도 낮에 있었어요. 찌개에 소주를 시켜 먹더니 여러 손님이 나가는데 얼른 섞여서 도망가 버렸어요. 제가 경험이 없어서 놓쳐 버린거죠. CCTV를 봤더니 옷은 신사모양 멀쩡히 입었더라구요. 음식장사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내가 힘들다고 하던 미용사가 더 편했던 것 같아요. 아들하고 밤 한시까지 만두를 빚어야 하고 새벽에는 경동시장가서 야채 사와야 하고 잘 시간이 없어요. 그나마 썰렁한 식당가에서 우리 가게만 손님이 있는 편이라 다른 음식점 주인들 눈치를 봐야 하구요.” 사람들의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김승열

이마트 쇼핑정보 안내 로봇 '페페(Pepper)'.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사가 제작한 페퍼는 키가 120㎝이고 바닥에 바퀴가 달려 있다. 2018년 5월에 개정한 일본 저작권법이 2019년 새해부터 시행되었다. 개정법의 입법취지는 저작권법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비실명 정보의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의 머신 러닝을 위하여 기존 저작물을 분석,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머신러닝 과정에서의 부수적인 이용도 가능하게 했다. 이 개정법은 인공지능이 많은 자료를 이용하여 머신 러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광범위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빅데이터 산업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란 인간처럼 기계가 학습하는 것을 말하는데 인간의 인위적 조작이나 프로그래밍 없이 특정 업무나 특정 상황에 대처하도록 스스로 대응방안을 학습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간의 개입없이 스스로 음성이나 영상을 인식해 처리하고 추론적 행동을 한다. 머신러닝은 기존 데이터의 학습을 통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앞으로 도래할 미래에 대해 예측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앞서 중국은 인공지능 산업의 세계중심이 되기 위해 빅데이터 관련 산업에 대한 법률적인 장애를 풀고 빅데이터 등에 좀 더 친화적인 법률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이에 자극되어 일본도 인공지능위원회 등을 설립해 제4차 산업혁명에서 중심이 되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그리고 인공지능 관련산업의 지원과 육성에 모든 역량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이와 같이 유연하고 창조적인 법률개정 노력에 대하여 EU 역시 부러움과 함께 찬사를 보내고 이를 벤치마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U는 많은 구성원 국가가 있고 각 국가별로 산업의 특징이 다양하여 좀 더 효율적인 인공지능산업지원 관련 법제도 정비에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어 보인다.   한국의 대응은? 빅데이터 산업 위한 제도적 환경 마련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법을 제정하는 국회가 정쟁에만 치중하여 국회본래의 기능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서 미래의 유망산업에 대한 법제도적인 지원은 상당히 뒷전으로 내몰린 느낌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저작물에 대한 법적 소유권 내지 귀속권에 대한 법 제정은 아직도 논의 정도에 그치지 추가적인 진행이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일본 저작권법 개정과 같이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저작권법적인 지원방안은 어느 누구 하나도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 보호라는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다가 보니 오히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에 장애가 될 정도로 제도적인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면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는 플랫폼 사업자 친화적인 법제도라면 EU의 경우는 콘텐츠 제공자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법제도 역시 좀 더 개인 프라이버시 권리 보호에 친화적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관점의 차이는 미래 유망산업의 발전에 장애가 되기도 하고 지원책이 되기도 하는 양면이 있기 때문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국가 미래를 바라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미래 유망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정비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비근한 예로 무인 자동차를 개발하는 국내 벤처회사가 너무나 많은 장애가 되는 현실의 벽(국내 법률적 환경)에 부딪혀 급기야 회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이제는 법이 사회 질서유지를 위한 통제 또는 규제적인 기능보다 산업을 진흥시키는 데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정장렬

세간의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한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논란 와중에 손 의원을 옹호하는 ‘고상한’ 말을 들었습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뇌의 패턴’이라는 개념으로 손 의원이 투기를 한 게 아니라고 옹호하더군요. 황씨는 “손 의원의 뇌에 장착된 패턴은 사회적으로 건전하다”며 “걱정은, 이 사회의 모든 일이 돈벌이와 관련돼 있다는 패턴의 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요지는 손 의원이 아니라 손 의원을 투기꾼으로 보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겁니다. 뇌 패턴이라는 어려운 말을 써서 그렇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황씨의 뇌는 건전할지 모르지만 황씨 탓에 느닷없이 뇌 이상자들이 돼버린 사람들이 꽤 많을 듯합니다.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는 손 의원은 황씨의 옹호가 반가웠던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일면식도 없는 황교익 선생님, 제 뇌까지 파악하고 계시네요..ㅠ”라고 적었더군요.‘패턴’이라는 용어는 실제 뇌과학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인간의 뇌는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때 그와 관련된 과거의 정보를 찾아내 연결합니다. 예컨대 아이에게 ‘병원에 가자’고 하면 아이의 뇌는 ‘아프다’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병원은 위험하다’는 정보가 입력됩니다. 이게 반복되면서 뇌에 패턴으로 장착이 됩니다. 이 패턴 때문에 병원에 가자는 말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아이는 떼를 쓰게 됩니다.   패턴은 신년이면 자주 등장하는 ‘작심삼일’이라는 말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사람의 뇌는 즐겁거나 신나는 일을 하면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이 행복감의 원천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새해 결심은 보통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낯선 일들을 하면서 도파민이 분비되기 위해서는 쾌락의 새로운 경로가 뇌에 새겨져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패턴, 새로운 경로가 새겨지기 전에 대개 다 나가떨어집니다. 이미 뇌에 새겨진 과거의 달콤한 경로를 잊지 못하고 이전의 패턴으로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올해도 이미 작심삼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테지만 작심삼일은 우리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위안을 드립니다.   황교익씨의 주장에 근거하면 저의 뇌 패턴 역시 건전하지 못합니다. 평생 기자로 살아온 패턴이 뇌에 새겨져서인지 손 의원을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봅니다. 목포 ‘문화재 거리’가 등록문화재가 되기 1년5개월 전부터 가족과 지인 등 명의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1.5㎞ 구역 안에 건물 9채를 사들였다는 사실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자꾸 의심을 만들어냅니다. 더욱이 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였다는 사실까지 떠올리면 더욱 의심이 짙어집니다. 제 뇌의 패턴이 아무래도 문제 같습니다.   황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언급 외에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서 손 의원의 뇌 패턴이 건전한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목포를 살리기 위해 큰 결단을 한 건지, 투기를 한 건지 앞으로 따져봐야겠지만 손 의원의 뇌 패턴에서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부동산을 잇달아 사들이는 패턴 말입니다. 아마 손 의원의 뇌에서는 그럴 때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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