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열

최근 곰탕집 성추행사건이 화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거의 30만 명이 동의를 하고 나아가 시위까지 열린다고 한다. 일견 보기에, 스치면서 엉덩이를 만졌는데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아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실형이 내려진 사안이다. 재판부는 그 누구보다도 고심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다. 판사가 판결을 내리기까지 고독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으리라. 검찰이 벌금의 구형을 내렸음에도 판사의 양심에 비추어 실형을 내리게 된 사정은 분명히 있었으리라.   그러나 법률가로서 가지는 의문은 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사사건은 증거의 우위가 있는 쪽으로 승소 판결을 하면 된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경우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 측의 입증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형사단독 재판부의 경우에 한 달에 거의 200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 하고 심리를 진행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판단한다”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자신의 결백 혹은 무죄를 주장하면 증인을 부르고 나아가 이에 대한 심리를 진행해야 하기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형사재판부로선 제한된 시간제약 범위 내에 어느 정도의 사건을 종결하고 선고를 내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런 경우 필자가 판사라고 하더라도 일견 명확한 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면 짜증이 날 것도 같다. 그래서 소위 괘심죄라는 용어도 그래서 생긴 모양이다.   형사 재판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형사 판결문은 민사 판결문과는 달리 거의 차트 식으로 간단하게 증거를 표시토록 되어 있다. 민사보다 형사사건에서 판사의 증거판단과 그 심증형성이 중요함에도 이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피해자의 증언과 목격자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내지 증언이라고만 기재하면 유죄판결을 내리는 데에 아무런 장애나 부담이 없다. 실제로 필자는 어느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이 모순되고 허위”라는 주장을 했음에도 판결문에는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다’는 이유로 유죄의 판결을 내린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제한된 판사 수에 비해 형사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피고인의 주장자체도 제대로 읽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의 판결이 너무 많다. 그리고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형사판결이 대다수이다. 이는 거의 원님재판 수준이다.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의 입증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되어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재판부가 만연히 이러저러한 증거요지에 의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여 유죄의 판결을 내린다고 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인가 잘못된 것으로 보여 진다. 피해자의 진술의 모순점을 아무리 지적을 하여도 형사판결문에는 단 한 줄도 이에 대한 판단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입증을 위해선 전관변호사를 선임하여야 한다는 자조 어린 이야기가 나온다. 어쨌든 이런 부분은 개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형사사건은 더욱 더 철저하게 증거에 의한 판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상세히 기술해서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든 형사사건에서 무죄의 주장은 거의 대다수 개전의 정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결국 양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헌법상의 기본권 중의 하나인 피고인의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추행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라고 하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하여 세밀하게 반대신문을 하게 되면 대다수의 재판부는 이를 2차 피해 운운하면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방어권은 어떻게 보장될 것인가? 이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주덕

이혼은 결혼한 남자와 여자가 한 사람이 죽기 전에 결혼생활을 끝내는 것을 가르킨다. 결혼한 후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먼저 죽는 것은 이혼이 아니다. 사별이다. 단순한 결혼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결혼제도는 원래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여 가정을 이루고, 그로부터 자녀를 낳고, 공동의 경제생활을 함으로써 보다 나은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도 유익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결혼제도를 통해서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정착시키고, 이성에 대한 성적 대상으로서의 무분별한 공격적 경쟁체제를 사라지게 했다.   결혼은 서로 맞지 않는 두 사람이 더 이상 공동생활을 하고 싶지 않을 때 중대한 자유와 인권의 침해수단이 된다. 이러한 경우,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침해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부부 두 사람을 서로 헤어지게 하는 것, 즉 이혼제도다.   이런 의미에서 이혼은 ‘웬만하면 참고 같이 사는 것’으로부터 상황이 변하고 진전되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 되면 불가피한 악이 된다. 이혼은 잘못된 결혼이라는 구속에서 두 사람 또는 한 사람을 해방시켜주는 축복의 제도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가정이라는 공동체는 두 사람 이외에 자녀가 있고, 인척이 생긴다. 이혼은 이들 전체의 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한다.   이혼은 성적 결합체의 해체를 의미하므로 이혼한 후 두 사람은 사회적으로 ‘이미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한 경험의 소유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성의 개방화 현상에 따라 급격하게 이런 인식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의식 또는 무의식속에 잔존하고 있다.   자신의 경제를 배우자에게만 의존하고 있던 무방비상태의 한쪽에게는 치명적인 경제파탄을 가져온다. ‘원치 않는 이혼’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일방적인 사랑’을 박탈당한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혼은 매우 중대한 심리적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따라서 결혼에서 보다 이혼에서는 심리학적 분석과 고찰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혼은 법학과 사회학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졌지, 심리학에서는 충분한 연구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혼의 심리학은 이혼의 원인과 과정, 이혼 후의 심리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 바탕에는 법학과 사회학적 고찰을 전제로 한다.   이혼의 심리학은 현재 결혼생활이 원만치 못해서 이혼을 하려고 망설이는 사람, 이혼절차를 진행 중인 사람, 이미 이혼한 사람, 그리고 결혼을 앞둔 사람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결혼이 무엇이고, 이혼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결혼도 신중하게 할 것이고, 이혼도 신중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주덕

원래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고독하기 때문에 사람이다. 나이를 먹으면 더욱 고독해진다. 아니 스스로 찾아서 고독을 느끼게 되고, 자꾸 초라해지는 것이 아닐까?   젊었을 때는 고독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바쁘기 때문이다. 일을 해야 하고, 사랑을 해야 하고, 술을 마시고 취미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모든 면에서 힘과 능력은 감퇴하고, 에너지는 소멸한다. 남는 것은 부질없는 욕망과 자기교만, 타인에 대한 무시 또는 비난뿐이다.   어떤 사람은 늙어가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더욱 세속적인 욕망의 노예가 된다. 돈에 집착하고, 명예의 환상을 쫓는다. 정신적인 사랑에서 육체적인 희락에 몸을 맡긴다. 술과 담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으면서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탓하고 비난을 일삼는다. 남에게 베푼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면서 사회에서 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대우를 받으려고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나이가 들면 우선 젊잖아져야 한다. 젊은 사람들의 머리와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이 빠른 속도록 급변하고 있는데, 몇십 년 전의 구태의연한 사고와 관념,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나이 들어 느껴지는 고독도 인생의 어느 단면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서 고독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김동연

미러 이미징(Mirror Imaging)이란 심리학 용어로 인간이 가지는 정신적 심리적 오류 중 하나를 일컫는 말이다. 정확한 의미는 상대방의 입장을 자신의 입장에 빗대어 판단하는 오류를 말한다. 이 때문에 바라보는 대상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같다는 의미에서 Mirror Imaging 에 “거울 속 이미지”라는 표현을 붙인 것이다. 이런 오류를 가장 많이 범하는 경우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무지하거나 충분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가령 자신이 가보지 못한 장소, 처해보지 못한 환경이나 상황,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 등을 바라보고 해당 상황이나 장소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입시켜 판단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게 된다.   중국 톱스타, 판빙빙.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의 톱스타 판빙빙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약 4개월이 다 되어 가는 동안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기 드라마 속 배우나 아이돌 가수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과 같다. 그런데 사라진 판빙빙의 행방을 쫓아야 할 주체인 중국 공안이 도리어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된 상태다. 판빙빙은 세금 탈루 혐의로 중국 공안에 불려간 뒤 수개월째 조사중이라는 말만 전해질 뿐, 아무런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판빙빙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국내외에서 일부 돌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정권의 실세인 왕치산과 친밀함을 드러낸 판빙빙이 반 시진핑 세력에 의해 공안의 조사를 받는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돌연 중국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판빙빙의 과거 행적의 잘못을 까발리고 비판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만약 국내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면 어떨까. 톱스타 한명이 검찰조사로 4개월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국내외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톱스타가 사라진 연유를 정부에 묻는 여론이 확산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조사대상이 된 인물이 보통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검찰조사 후에 집으로 귀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공안에 불려가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귀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이런 조사를 중국에서는 쌍규라고 칭하며, 민주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강압적 수사행태다.   중국의 이런 비합리적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는 중국의 민주적이지 않은 실태를 고발하여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런 그가 정작 자국인 중국에서는 홀대를 넘어 반 국가인사로 지목되어 감옥에 투옥됐다. 기나긴 투옥생활 중 간암에 시달렸지만, 중국정부는 류샤오보에게 필요한 항암치료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세계가 류사오보의 인권을 짓밟는듯한 중국정부의 처사에 비난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중국정부는 항암치료를 거부했다. 그가 사망하기 직전 전세계적인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는듯이 그에게 항암치료를 허락했지만, 치료시기를 한참 넘긴 뒤였다. 결국 그는 간암으로 2017년 세상을 떠났다. 당시 중국정부는 류사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를 상대로 노르웨이산 연어의 수입금지까지 내리며, 국가적 경제보복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중국이 공산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도 공산국가이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유일한 공산당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을 했어도 중국의 언론은 정부가 지시하면 한순간에 통제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원치 않는 기사는 언제든 공안의 검열을 통해서 사라질 수 있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과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민 대부분은 이따금씩 중국의 경제성장에 눈이 멀어 중국을 마치 민주주의 국가인 것처럼 생각을 하고 있다. 개인이 누리는 경제적 자유나 외국 방문의 자유 등이 우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한류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의 차림새가 경제성장에 걸맞게 개선되자, 대부분은 중국인을 보고 후진국의 국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중국하면 미국에 맞먹는 경제대국으로 생각하고, 연간 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로 생각한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사건을 보고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와 같은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인간의 인식적 오류인 미러 이미징이 작용한 탓이다. 이따금씩 판빙빙 실종과 같은 사건이 나올때면 우리는 “아 그렇지, 중국은 공산국이었지”라며 잊고있던 중국에 대한 미러 이미징을 환기할 뿐이다.   평양시내를 달리는 두 정상. 사진=방송캡처 그런데 과연 이런 미러 이미징이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최근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자 국민들은 카메라 너머 전해진 평양 시내 모습에 미러 이미징을 하기 시작했다. 번듯한 고층 빌딩과 나란히 줄을 맞춰 서있는 아파트들을 보고, “북한도 서울이랑 별로 다르지 않네, 북한이나 남한이나 똑같네” 라는 생각을 했다. 북한의 공산당에서 훈련된 카메라맨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고 그대로 믿었다. 북한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물과 풍경만을 보고 우리는 우리도 의식하지 못한채 미러 이미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이면의 속사정과 환경 등은 확인하지 않은채 자신들의 경험에 빗댄 상상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북한이 전세계 언론이 바라볼 평양시내의 모습을 평소의 모습 그대로 보여줬을까?   국내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 응한 운송업 종사자는 “평양을 보니 하루빨리 평양시내를 운전하고 싶다”라는 식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우리는 평양이외의 북한도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적 오류, 미러 이미징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우리가 남한에서 하고 있는 삶이 북한과 통일되면 동일한 범주에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다. 요식업계 종사자는 ‘통일해서 북한가서 장사하면 지금보다 소비층이 늘어 나아지겠지’, 무역업 종사자는 ‘북한하고 통일되면 북한의 특산품을 남한으로 많이 가져와서 높은 수익을 올리겠지’ 라는 식의 생각들을 벌써부터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모두 미러 이미징이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북한의 현실을 단편적인 장면만을 보고 자신의 경험에 빗댄 환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적인 방법으로 통일이 된 뒤, 먼 미래에는 실현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당장 통일이 되면, 남북한 학생인구 1600만명에게 가르칠 교과서의 내용조차 꾸려지지 않은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에겐 김일성의 독재 치하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뒤바꿔 남한 사회에 정착시킬 여력도 없다. 현재 탈북자들을 하나원에서 수개월간 교육시킨 뒤 남한에 정착시키고 있지만, 이런 장기적 교육을 했음에도 남한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탈북자들의 현실이다.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남한을 반드시 죽여야 할 원수로 배우고, 미국은 ‘미제 승냥이’라고 세뇌된 사람들이 과연 두 팔 벌려 우리를 안아줄 준비가 되어있을까.   지난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일 아이스하키팀으로 출전했던 남북은 용어 정리에만 수일이 걸렸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공을 “패스하라 (pass)”라는 용어조차 북한은 “연락하라”라고 칭한다고 했다. 북한내 확고한 주체 존엄아래 외래어 사용금지가 일반화된 탓이다. 북한의 인민들이 남한의 국민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영어에 기반한 단어를 익히는데 과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조차 북한의 김정은은 남한의 국민을 “인민”이라 칭했다. 과연 김정은이 생각하는 통일의 구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구상과 얼마나 같을까. 남한의 국민들이 북한에 가지는 미러 이미징이 북한의 인민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북한도 북한의 자신들이 가보지 못한 남한에 대한 환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체사상과 공산주의에 물든 남한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남한에 대한 미러 이미징과 우리가 생각한 북한에 대한 미러 이미징이 가지는 간극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며 그 괴리는 클 것이다.   이미 이런 괴리의 일부를 우리는 탈북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경험한 민주주의는 그 어떤 말과 상상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새로움이었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서독과 동독이 통일 뒤 안정화되는데까지 최소 1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우리보다 양국의 장벽이 심하지 않았던 독일은 비밀리에 양국의 국민간 왕래가 잦았다.   또 양측 정부는 통일전부터 통일후 가르칠 교육의 내용까지 치밀하게 계획했다. 그럼에도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다. 양측간에 쌓여만 가는 인식적 오류가 더 큰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북한에 대한 미러 이미징을 거둬드려야 할 때다.

여명

출처 = tvN 공식사이트 드라마 이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구한말 바람 앞 등불의 운명인 한성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청년들이 누구는 펜으로, 누구는 총으로, 누구는 회의와 관망으로 각자의 세계를 마주한다. 주옥 같은 명대사가 많다. 극 중 미국 해병대 대위로 분한 이병헌의 대사다. “전쟁을 하다 보면 말입니다.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적국 앞에서 스스로 무장해제 해 멸망한 역사 속 수많은 나라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드라마가 우리들의 민족감정을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필연적으로 각색한 역사왜곡이 여기저기 거슬리긴 해도, 나 역시 간만에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다. 캐릭터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에서 주목하고픈 인물이 있다. 조선땅에서 임금 다음으로 돈이 많다는 만석꾼 집안의 3대 독자 김희성(변요한 분)이다. 김희성은 동경 유학을 마치고 마지못해 돌아온 한성에서, 그저 도박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철부지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신을 설정한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그의 집안이 대를 이어 쌓아온 악행 때문이다. 타고난 착한 천성 때문에 집안의 탐욕을 대물림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집안을 배신하고 망국의 현실과 싸우기에는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는 인물이 김희성이다. 그런 그가 극의 후반부에 달해서는 민족의 처참한 현실을 직시하고 신문사를 차린다. 순 우리말로 펴내는 신문이다. 희성은 밤마다 의병으로 변신하는 옛 정혼녀를 남몰래 후원하기도 한다. 희성 집안의 부유함 역시 조선 땅 곳곳을 넘어서 일본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의병들의 간이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김희성을 보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극중에서 다소 가볍게 그린 점이 없지 않지만 보성전문학교(現 고려대학교), 중앙학원, 동아일보를 설립한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이다. 인촌은 전라북도 고창에 터를 잡은 거부(巨富)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다. 집안의 든든한 지원으로 청년 시절 일본 유학길에 올랐고 나라가 완전히 넘어간 해로부터 4년 후, 일본 최고 명문 사학인 와세다대 정경학부를 졸업한다. 김성수의 가문이 드라마 속 김희성 집안처럼 대를 이으며 소작인들을 착취해 부를 쌓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동경 유학을 마친 청년 김성수는 의 김희성보다는 적극적으로 ‘식민지 조선’ 이라는 조건 앞에 맞선다. 그 결과가 전술했듯 한민족의 청년 지식인들을 길러낸 민족 학교 설립이었으며,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조선인 손기정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민족지 동아일보의 창간이었다.   이 인촌이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김성수의 친일행위 인정과 이에 따른 건국훈장 박탈이 결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려대학교 앞 도로명인 인촌로와 전북 고창의 인촌로 명칭을 각 지자체가 직권으로 변경했다는 내용이 주요 언론을 탔기 때문이다. 이 소란은 그 시절 독립운동가들이 살아계셨다면 가장 먼저 들고 일어날 일이며, 식민지 시대 한성의 역사를 살아낸 분 들어도 웃을 일이다.   독립운동에는 세 가지 길이 있었다. 1930년 전까지 만주 등지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전개한 항일 게릴라 무장투쟁이 있었으며, 이승만·안창호 등 미국에서 공부하고 국제사회에 우리 민족 독립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파한 언론․외교투쟁이 있었고, 진정한 대한의 독립은 조선인의 근대화와 실력 양성을 통해 가능하다는 실력양성운동이 있었다. 대개 외교투쟁과 실력양성운동은 동시에 진행 됐는데, 김성수는 특히 후자였다. 인촌은 중앙학교(現 중앙중․고등학교)를 경영하며 낮에는 학도를 길러냈고 밤에는  학교의 숙직실을 3.1운동 준비 공간으로 제공했다. 일제 치하 동안 뒤로는 상해 임시정부에 자금줄을 대주었으며 청년 지식인들의 유학길을 후원 했다. 일제 패망 직전에 친일에 가담한 경력이 있다고 하지만 식민지 기업인의 한계였다. 만약 김성수가 내놓고 일제에 부역질을 했다면 해방 후 조선인들로부터 가장 먼저 돌을 맞았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해방정국에서 그 누구도 김성수를 친일행위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범 김구 선생 산하의 한 단체는 인촌의 1945년 행적을 두고 ‘부득이 끌려다닌 자’로 구분했다.   인촌의 건국 이후의 행적도 살펴보자. 김성수는 호남 지주들을 기반으로 해 현재 민주당의 원류격이 되는 한민당을 창당한다. 건국을 주도한 이승만의 과제는 농지개혁이었는데, 골자는 제헌 헌법에 명시됐듯 ‘국민들에게 자기 소유의 재산권 갖게 하는 것’ 이었다. 그래서 이승만은 좌파인 죽산 조봉암을 농림부 장관으로 임명하여 사회주의식 농지개혁을 단행한다. 지주들로부터 빼앗듯 사들인 농지를 농민들에 분배하듯 되판 것이다. 헐값에 사들인 농지를 농민들에게 나눠준 뒤 5년에 걸쳐 상환토록 했다. 당연히 기득권을 가진 호남 지주들이 결사 반대 했다. 이때 김성수가 나선다. 지주들로 하여금 일신의 부귀보다는 건국 초기 혼란한 조국에 민족적 결단을 유도한 것이다. 지주들의 불만을 정리한 김성수 덕분에 이승만의 농지개혁은 일사천리로 진행 됐다. 농지개혁을 통한 지주들의 경제적 기득권 해체는 훗날 산업화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다른 제3세계 국가의 경우 농지개혁에 실패하여 국가가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없었다. 경제권이 지주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이 그랬고 남미 국가들이 그랬다.    역사는 후대의 사람들이 일차원적으로 선과 악을 단순하게 재단할 수 없는 입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 시대에 누가 친일을 했고 누가 독립운동을 했는지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식민지 시대의 인촌이 어떠한 역할을 했고 어떠한 몫을 짊어졌는지는 그 시대를 함께 살아낸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행해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난도질을 그만 멈춰야 할 때다. 이것은 선대의 지난한 노력 끝에 물려받은 이 땅과 역사에 대한 우리의 염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주덕

남녀간의 애정관계에 있어서도 진실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순수하게 이성간에 교제를 하고 사랑을 하려고 하지 않고, 우선 상대방의 조건부터 따진다.   좋은 학교를 나왔는지, 직장은 있는지, 재산은 있는지, 특히 부모 재산이 있고 능력이 있는지... 이런 것만 따진다. 그 대신에 종교는 무엇인지, 건강은 좋은지, 성격은 좋은지 등은 뒷전이다.   그래서 능력이 있는 남자와 여자는 무수히 선도 보고,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능력이 없는 남자와 여자는 선을 볼 기회도 없고, 상대를 선택할 권한은 전혀 없다. 설사 운좋게 상대를 만났다고 해도 얼마 있지 않아 이용만 당하고 헤어진다. 결혼했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을 한다. 이혼할 때 받을 분할재산도 하나도 없다.   아직도 중매시장에서 전문직업인은 중매비도 내지 않고, 선을 수십차례나 본다. 중매비는 여자쪽에서 낸다. 물론 조건 좋은 여자의 경우는 거꾸로 남자쪽에서 낸다.   남자는 아예 선보는 것이 부업이다. 그러다 보면 결혼도 하지 않고 40살이 된다. 그래도 꿈에서 못깨어난다. 이게 자본주의, 물질만능사회의 병폐다. 사랑이나 애정이 돈으로 계산되고, 분석된다.   결혼을 둘러싼 사기사건도 많고, 혼인을 빙자한 간음사건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애정사기사건은 처벌도 어렵고 범죄구성이 애매모호하다. 게다가 혼인빙자간음죄는 간통죄와 마찬가지로 폐지되었다. 가급적 성에 있어서 형법은 관여를 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형사정책적 판단에서다. 물론 성폭력범은 엄벌하는 것이 맞지만...   요새 보면 결혼하기 위해 만나면서 결혼한 사실도 숨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다고 하지만 유부남이 초혼이라고 속여서 결혼하면 이혼사유가 된다.

김주덕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사기를 경험하고 속병이 나기도 한다. 문제는 재산 피해뿐 아니라 사기를 당하면 인간성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가정이 파탄나기도 한다. 재기하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기를 당하고 법에 호소를 하지만 법은 과연 누구 편인지 애매모호하다. 사기꾼은 사기 친 돈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간다. 유전무죄의 법칙도 여전히 유효해서 좀처럼 실형도 살지 않는다.   교도소에 들어갔다가도 용케 금방 다시 나온다. 이때 산소마스크는 단골 분장품이며, 휠체어 역시 단골 소품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구속집행정지, 형집행정지제도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외국으로 도피하거나 국내에서 잠수를 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출국금지 제도가 있고, 기소중지 제도와 체포장이 있지만 도망친 사기꾼이 쉽게 잡히리라고 믿는 사람들은 형사 소송법을 만든 사람들뿐이다. 민사재판을 열심히 하지만 재산을 다 빼돌린 상태라 판결문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녹아 스며들어 있는 사기 풍토, 사기 현상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그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근본적인 관점에서 새로 시작되어야 한다.

박정원

사망률 10% 감소시켜… 절반 떨어진 근력 · 심박수는 걷기로 보완해야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흔하디흔한 말보다 간단히 ‘하늘은 높고 더없이 청명하다’로 가을을 반기자.가을을 알리는 신호는 이미 왔지만 이즈음의 대표적인 절기는 추분(9월 23일)이다. 추분秋分이란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자가 가진 의미가 참으로 절묘하다는 느낌이다. 秋자는 벼 禾화자와 불 火화자의 합성어다. 벼가 익어서 황금들녘으로 변하는 계절이라는 말이다.그런데 옛날 상형문자에는 ‘秋’ 자가 메뚜기와 불 火자를 합성한 모양이었다. 이후 농경생활이 정착되면서 메뚜기는 빠지고 대신 벼를 불과 같이 합성해서 사용했다. 가을이 되면 벼가 익은 황금 들녘에 메뚜기떼들이 기승을 부려 불을 피워 쫓았다고 해서 바뀐 것이다. 지금은 메뚜기 대신 벼가 익은 황금들녘이 마치 불 난 것 같은 장면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가을 秋자로 정착됐다.   김포 해안가에도 아름다운 길을 조성해 사람들이 걷고 있다. 황금 들녘을 볼 수 있는 가을엔 누구라도 걷고 싶어진다. 어디라도 걸을 수 있는 곳이라면 기꺼이 찾아간다. 실제로 월별 행락객 중 10월이 압도적으로 많다. 단풍과 호젓한 숲길,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전국 어느 곳이든 붐빈다. 정신건강의학과나 무릎 관절 관련 외과의사들은 나이가 들수록 많이 걷는 것만큼 신체와 정신건강에 좋고, 가성비가 높은 것도 없다고 적극 추천한다.그런데 나이가 들면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걷기가 왜 좋은지, 신체 어느 부위에 좋은지 등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알고 걸으면 건강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인간의 신체는 의학적으로 만 60세가 되면 평형감각은 20, 30대에 비해 약 30%밖에 안 된다고 한다. 평형감각의 감소는 유연성과 민첩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긴급 상황이나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사고발생을 높인다.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잘 낫지도 않는다. 재생복구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평형감각의 감소뿐만 아니라 근력은 50% 정도 저하된다. 젊었을 때 힘만 믿고 덤볐다간 어디가 부러지거나 골절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심박수도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최대 50%까지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소 외발로 오래 서있기나 눈감고 서있기, 일직선 따라 걷기, 평형대에서 걷기 등 평형감각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안경도 다초점렌즈는 초점이 잘 맞지 않고 어지러운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등산 시에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이와 같이 만 60세를 기점으로 관절상의 문제, 평형감각 저하, 체력저하, 심혈관 질환, 심폐기능 하락, 근력 감소 등 신체의 모든 면에서 기능이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실제 체력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등산과 트레킹 같은 걷기다.걷기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소홀히 하면 인체의 기능이 떨어져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의학계에서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걷기의 의학적 효과는 심폐기능 향상, 혈액순환 촉진, 심장질환 예방, 체지방 감소로 인한 비만 개선,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성인병 예방, 골다공증 예방, 우울증 치료, 스트레스 해소, 기억력 회복, 면역력 증가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걷기가 만병통치’다.미국 보건부USDHHS: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가 2008년 연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5회 이상 걷기운동으로 관상동맥질환·고혈압·뇌졸중·대사증후군·제2형 당뇨병·유방암·결장암·우울증·낙상 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또 심폐 및 근육건강증진·건강한 체질량과 체성분·골건강 향상·기능적 건강증진·인지기능증대 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동 않고 앉아 있는 사회로 변하는 중”옥스퍼드대학병원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발표했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만성폐질환과 일부 암 등 4대 질환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률이 50% 이상에 이르며, 이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주요 위험인자는 흡연, 영양부족과 신체활동 부족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인들이 심각한 운동부족으로 각종 질환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유방암의 10%, 결장암의 10%, 제Ⅱ형 당뇨병 7%와 심혈관질환 6%가 신체활동 부족이 원인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운동을 제대로 했다면 사망자 5,700만 명 중에 530만 명의 사망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운동으로 전 세계 사망자의 약 9%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기대수명도 높일 수 있다고 장담했다.이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걷기는 노인들에게 치명적인 치매에 가장 효과적인 예방운동으로 권장한다. 치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의 인지 기능이 이전보다 급격히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수는 66만 명가량으로 추산한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수로 환산하면, 65세 이상 인구의 열 명 중 한 명이 치매를 앓는 셈이다. 이들이 걷기를 열심히 한다면 의료비 절감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몇 년 전 산림청 연구결과, 등산과 트레킹 포함 걷기의 의료비 대체효과가 약 2조8,000억 원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민간의료비 27조6,000억 원의 10% 남짓 되는 큰 규모다. 공공의료비 33조7,000억 원의 8.4%, 국민의료비 62조3,000억 원의 4.6%로 걷기가 개인의 의료비 절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라고 제시했다.그러면,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운동량은 얼마나 될까? 성인은 주당 150분의 적당한 신체 활동을 필요로 하며, 아동과 청소년은 하루 최소한 1시간의 신체활동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반면 전 세계 인구 중 남성의 30%와 여성 40%가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하와이대학University of Hawaii at Manoa의 제이 매독Jay Maddock 교수는 “미국은 지금 심각한 앉아 있는 사회Sitting Society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간대별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오전 6시 일어나서, 8시까지 차량으로 출근하고, 오후 4시30분까지 근무하고, 오후 5시30분까지 차량으로 퇴근하고, 6시부터 저녁 먹고, 이후 TV를 시청하거나 책을 본 뒤 취침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함으로써 비만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는 지적했다.어떻게 이들을 운동하도록 유도할 것인가의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기울여졌다. 매독 교수는 앉아 있는 사회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트레일Trail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른바 걷기다. 과체중을 연구하는 의료기관에서 ‘하루 30분씩 걸어라’, ‘하루 10분 이상씩 산책하라’, ‘트레드밀을 계속 사용하라’ 총 3부류로 나눠 실험했다.6개월 뒤 3개 그룹의 변화를 관찰했다. 2개 그룹은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고, 트레드밀을 사용한 1개 그룹은 미미했다. 주변 환경이 운동에 전혀 친화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운동기계를 집에 갖다 두더라도 초기 며칠간 반짝 운동을 하지만 그 뒤부터는 그냥 짐으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반면 집 주변에 트레일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활동을 할 가능성이 2.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트레일이 사람들의 신체활동을 상당히 돕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트레일이 집에서 가까울수록,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언덕 위에 있을수록, 기후가 좋을수록, 주말일수록 트레일 이용하는 빈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걷기를 꾸준히 하면 신체에 상당할 정도로 긍정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1주일에 20시간 걷는 사람은 발을 자극해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주며,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40%가량 낮췄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성도 50% 가까이 떨어졌다. 심혈관 질환 예방 및 증진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우울증을 해소시킨다. 20주 동안 주3회 이상 꾸준히 걷기운동을 한 결과 체중은 1.5%, 체지방률은 13.4% 감소했다. 체지방 감소는 암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억제하기 때문에 각종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하루 30분 걷기운동은 당뇨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약물처방보다 2배가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켜 관절염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근육과 뼈를 강화시켜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성이 30% 이상 낮아진다. NK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력을 강화한다.걷기운동이 신체에 미치는 긍정효과는 미국과 한국의 의학계에서 이미 인정하고 검증된 사실이다. 자연과 연계한 정신적 심리적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회생물학의 아버지The Father of Sociobiology’로 불리는 하버드대학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교수는 ‘생명애Biophilia 가설’을 주장했다. 그는 “인간은 살아 있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 본능적으로 정서적 애착을 느끼며, 살아 있는 존재들은 다른 살아 있는 존재들에 가까이 가려고 열망한다”고 말한다. 생명애 가설은 인간이 생명과 관련된 행위에 집중하는 선천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숲속에서 걸으면 질병 회복속도도 빨라 이는 자연이 인간에 얼마만큼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관련성과도 연결된다. 병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창밖 자연경관을 항상 보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회복속도를 측정한 결과, 창밖 숲을 본 집단이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입원시간이 단축되고, 진통제 투여를 감소시키고, 수술 후 합병증까지 줄이는 놀라운 효과를 나타냈다.이뿐만 아니다. 도시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며칠간 자연 속에서 살거나 트레일을 걷도록 했더니, 정신적 피로가 감소하고, 짜증 및 사고도 줄며, 문제해결 능력이 급격히 상승하고, 집중력도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자연 속에서 걸으면 집중력과 창의력이 매우 좋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에서도 ‘숲속 트레킹은 긴장, 불안, 우울에 대한 예방 혹은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걷기 운동이 육체적인 효과 못지않게 정신적·심리적 긍정영향도 상당하다는 결론이다.걷기가 만 60세 이상의 장년층에게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청소년 성장과 일탈방지에도 큰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걸으면서 자기명상을 할 수 있고, 자연과 함께하면서 균형 잡힌 사고와 겸손,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는 것이다.프랑스에서는 이를 교도소 청소년 교화프로그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쇠이유Seuil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쇠이유는 프랑스어로 ‘경계·문턱’이란 뜻으로, 청소년들에게 문턱을 뛰어넘어 사회의 일원으로 성공적으로 편입되기를 희망하는 차원에서 만들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ivier가 저작권료를 들여 2000년 설립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년원에 수감 중인 15~18세 청소년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3개월 동안 하루 25km 이상 총 2,000km를 걸으면 석방을 허가하는 내용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청소년은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과 자기 존엄성을 회복한다는 사례는 실제로 많이 발표됐다. 100세 시대 건강하게 살려면 걷기가 필수다. 99세까지 건강(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아프다가 죽는다는 ‘9988234’가 대세다. 무릎 재활분야 명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소장이자 울산대 의대 교수인 진영수 교수는 “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스트레스까지 해소해 주는 가장 좋은 운동이 등산”이라며 “등산할 때는 특히 내려올 때 조심하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하산할 때는 앞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면서 최대 5배 정도의 하중을 받는다”며 “무릎근육이 없는 사람은 등산을 하지 말거나 무릎근육을 체중의 최소 2배 이상(여자는 1.5배) 정도 키워서 등산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이정수

저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성적 호기심과 성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였던지라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도우미’들을 쉽게 구할 수 없었죠. 친구들에게 포르노 테이프나 성인잡지를 구하기 위해서 굽실거려야만 했습니다. 녀석들의 ‘갑질’을 견디면서 말이죠.   좀 빌려주십셩!!!! 그럼에도 보고 싶었습니다. 왕성한 성적 호기심은 광속 인터넷시대를 맞으면서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정기 결제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기 결제금은 거의 성인물에 사용했죠. 성인물의 세계는 파도 파도 끝이 없더군요.   역시 배움엔 끝이 없구먼!!! 그렇게 ‘애지중지’ 모아놓은 몇 테라바이트 성인물 덕분에 결혼 후 4년 차까지도 포르노 중독에서 못 벗어났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묘한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붕붕을 좋아하고 우리 아내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데, 뭐랄까… 일과 육아로 지치면 좀 피하고 싶은 느낌이 들더란 말이죠. 세상에서 둘밖에 할 수 없는 붕붕인데, 제가 피하면 아내는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뭔가 욕구가 안 생기는데,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상충된 생각을 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군인이었습니다. 군인시절! 만 봐도 정신 못 차리던 시절이었죠. 감사하게도 당시 박지윤 씨의 ‘성인식’이 1위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글을 빌려서 박지윤 씨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아무튼 그저 이성이면 좋았던 시절도 있었단 말입니다. 이런 의욕충만 성욕활활 시기에 탈출구마저 좁으니 더 타오를 수밖에요. 성욕의 출구를 좁히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보다 성욕은 줄었지만, 누수를 줄이고 한 방향으로 모으면 상당히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 거죠. 그날로 야동을 끊었습니다. 쉽지 않았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나 밤에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이면 컴퓨터 앞으로 가서 방문을 잠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을 피우던 담배도 끊은지라 또 한 번 중독을 끊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극도로 성욕의 출구를 좁혀갔습니다. 이젠 음악 프로그램도 보지 않습니다. 약간이나마 시각적 해소 출구도 허락하지 않았죠. 오버한다 싶었지만, 그저 성욕에 눈이 돌아가는 동선을 모두 통제하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진짜 효과가 나타나더라고요. 성욕이 한 사람을 향해 꾸준히 실처럼 뽑아졌습니다. 피곤한 날이었지만, 붕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초능력이 생겼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또 며칠 못 할 수 있으니까요. 붕붕의 실종 이유가 성욕 감퇴라면 성욕의 배출구를 확 줄여보세요. 우리는 성욕이 너무 많이 누수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친구들의 공유, 인터넷 기사와 광고 등등. 성욕을 부추기는 것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새어 나가는 성욕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주덕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 자연히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문제는 그 대화의 대상이 문제다. 어떤 대상을 놓고 대화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너무 추상적인 대화는 오래 가지 못한다. 사람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야는 그렇게 넓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대상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일차적인 대상이다. 그러므로 대화를 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 시작되면 상대방은 대체로 긴장하고 높은 관심을 보인다.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대화는 상대적으로 강한 주관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듣는 이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하거나, 극도로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하게 만든다. 사랑하거나 싸우는 경우가 바로 이것이다.   두 번째는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에 관한 대화이다.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의 경우에 그 구성원에 관한 대화는 곧 바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한다. 몇 사람만 모여도 이런 현상은 즉시 나타난다.   그런 대화는 칭찬이나 비난이다. 대체로 칭찬 보다는 비난하거나 험담하는 경우가 우세하다. 그 이외의 대화는 장시간 관심을 집중시키지 못한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정치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관한 대화가 오래 가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종교에 관한 대화를 하면 사람들은 극단의 차이를 보이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대개 자제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생각하면서 평소 자신의 대화방법이나 내용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현재의 사람 이외의 사람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언급은 어차피 칭찬이거나 비방일 것이므로 어떤 경우에나 문제가 된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평가는 그 평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언급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언젠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실수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발언이 왜곡됨으로써 커다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남의 말을 자꾸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흥분하여 에스컬레이트되는 경우가 있다.   둘째, 사적인 관계에서는 가급적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손해가 된다.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을 떠올려라.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그의 말에서 무엇인가 얻으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상대방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조금이라도 듣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거나 거기에서 무엇인가 참고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무책임하게 던진 말은 예상치 못한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말에 대해 자신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대화를 하면 보다 신중해 질 것이고, 남의 말을 나쁘게 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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