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바른사회시민회의·대한민국수호비상국민회의·선진통일건국연합 등 보수 진영 11개 시민단체가 공동 주최로 1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진영 시국 대토론회’를 갖고 ‘보수 통합’ 기치를 내세웠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반(反)대한민국 세력에 의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보수 우파 자유 진영은 통합과 단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보수 원탁회의를 만들어 보수 대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고, 김종석 의원은 “한국당이 플랫폼 정당이 돼서 이념과 가치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치 세력을 단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토론회에서 등장한 ‘보수 원탁회의(圓卓會議, Conservative Round Table Conference)’를 이야기한다. 원탁회의는 회의 참가자들의 서열에 집착하지 않고 대등한 관계에서 자유롭게 발언 할 수 있는 회의로, ‘둥근 테이블’을 이용한다. 원탁회의 아이디어는 아서 왕 전설에서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을 위한 탁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원탁회의가 위력을 발휘한 사례는 뉴질랜드 노동시장 개혁에서 찾을 수 있다. 데이비드 롱이 총리는 1984년에 정권을 잡자마자 영국의 마가렛 대처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구조개혁은 순조롭게 추진되었으나 노동시장 개혁은 막강한 노조 파워에 막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1984년 이후 10여 년 동안 정권이 세 차례나 바뀌었을 정도로 노조 파워는 막강했다. 뉴질랜드는 두 차례나 노동시장 개혁에 실패한 후 1990년 10월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이 무렵, 1986년에 자유주의 경제학으로 무장한 일단의 영향력 있는 기업 인사들이 조직한 ‘뉴질랜드 기업가 원탁회의(New Zealand Business Roundtable)’가 급진적인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100여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법’ 개정과 ‘특별법’이 적용되어 온 노동도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보통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자유계약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개혁을 선거의 핵심 이슈로 내건 국민당이 1990년 10월 선거에서 재집권한 후 1991년 5월 15일에 ‘고용계약법(Employment Contract Act of 1991)’을 도입함으로써 뉴질랜드 노동시장 개혁은 성공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 원탁회의’가 한 몫을 했다.‘원탁회의’는 한국에서도 빛을 발했다.  2011년 7월에 출범한 소위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가 그것이다. 이 내용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에 잘 나타나 있다. ‘2013년체제 만들기’는 백낙청 중심의 좌파들이 당시 이명박 정부가 끝나면 우파를 무너뜨리고 좌파 정부를 세우자는 정치 계획이었다. 이들은 2011년 11월 26일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이해찬 전 총리, 함세웅 신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상근 목사,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대표,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대표 등 20∼30여 명의 좌파 원로들과 시민정치조직 핵심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첫 원탁회의를 가졌다. 이들의 계획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문재인 대선 후보가 이끈 ‘촛불시위’가 박근혜 정부를 조기 퇴진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들어서게 하는 데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원탁회의’는 위력을 발휘했다.    최근에 들어와 한국 정계에서도 ‘진보 대 보수’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되어 이 기회에 나는 20개 항목에 걸쳐 ‘진보와 보수의 성격’을 비교한다. 내용 자체가 어렵지 않은 데다 지면의 한정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진보=좌파’와 ‘보수=우파’는 프랑스혁명(1789∼1794) 때 등장한 말이다. 왕정체제를 무너뜨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 한 공화파가 ‘진보’, 왕정체제를 고수하여 기존체제를 유지하려 한 왕당파가 ‘보수’로 불렸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미래와 기존체제 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자 변화를 추구하고, 보수는 기존체제 내에서 전통적 가치를 찾아내 이를 옹호하고 유지하려는 정치 이념이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반시장·친규제·복지·평등·큰정부 등을, 보수정당은 친시장·친기업·반규제·경쟁·작은정부 등을 지향한다. 현재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진보=좌파’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보수=우파’는 자유한국당이 대변한다. 그 외의 야당은 좌파, 반보수 등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 진영 11개 시민단체가 ‘보수 통합’ 기치를 내세웠는데, 그렇다면 ‘보수 원탁회의’도 좌파의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처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보수 원탁회의’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출발’에 그치지 말고 면밀하게 스케줄을 세워 2020년 국회의원 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능력 있는 보수 인사들이 수없이 많다. 11개 시민단체들은 더 많은 보수 단체들을 통합하여 보수 원로들을 원탁회의로 불러내, 문재인 좌파 정부에서 총체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고견(高見)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간의 건실한 이념 논쟁은 대한민국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박동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특히 경제정책은 온통 ‘거꾸로 가는 것’뿐이어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발표하는 정책은 주변 사람들이 정리해 주는 것이겠지만 문 대통령은 ‘흐름의 옳고 그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정을 다루는 문 대통령은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는 왜 ‘우이독경(牛耳讀經)’ 식일까 무척 궁금했다. 다행히도 최근에 그 이유를 찾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놓고, 김순덕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정권 초 괴물은 머리카락을 보인다”며 이렇게 썼다. “대통령한테 대리운전을 시킨다는 말까지 듣는 ‘전대협 청와대’가 걱정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2018.12.3.) 최보식 선임기자도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현 정권은 유독 사실을 따져보고 확인하는 절차를 무시한다. 그 첫 줄에 문 대통령이 있다.어디서 한 가지를 얻어들으면 그게 답이 돼 버린다. …. 만화 같은 재난 영화 ‘판도라’에 크게 감동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탈원전 결심을 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 이런 지경에 빠진 것이 본인의 타고난 스타일 때문인지, 공부를 덜 한 탓인지, 아니면 청와대 참모들에게서 한쪽 이념으로 오염된 자료만 보고받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2018.12.28.)   문 대통령은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는 주변 사람들이 문 대통령을 속인 것이다. 하기야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는 세계에서 소득불평등이나 소득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라고 강조해 왔는데, 이는 문 대통령의 소신일지도 모른다. 2018년판은 세계 154개국의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 자료를 싣고 있다. 이 자료는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미국, 영국은 물론 독일, 일본 등보다도 덜 심하다는 것을 밝혀준다( 참조).먼저 소득불평등을 보자. 소득불평등은 일반적으로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로 나타낸다. 지니계수는 크기가 0과 1 사이로, 수치가 작을수록 소득불평등이 심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0.316으로, 크기가 작기로 154개국 가운데 28위다(주: 이 순위는 필자가 계산한 것으로, 몇 나라가 크기가 똑같음). 이들 국가들 가운데 지니계수가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룩셈부르크(0.312), 독일(0.317), 아일랜드(0.319), 일본(0.321) 등이다. 지니계수가 중국과 미국은 0.4를 넘어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한국은 독일과 일본보다 소득불평등이 덜 심하다. 154개국 가운데 한국이 소득불평등이 28위로 심하지 않다는 것은 “한국이 소득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라는 문 대통령의 ‘자신 있는 발표’가 잘못된 것임을 밝혀준다.다음에는 소득양극화를 보자. 소득양극화는 일반적으로 ‘팔마비율(palma ratio)’(주: 이는 소득점유율 하위 40%에 대한 상위 10% 비율이라고도 함)이나 ‘퀸타일비율(quintile ratio)’(주: 이는 소득점유율 하위 20%에 대한 상위 20% 비율이라고도 함)로 나타낸다. 이 두 비율은 소득 하위계층에 대한 상위계층의 점유율 크기를 나타내는데, 그 크기는 일반적으로 1보다 크고, 수치가 작을수록 소득양극화가 심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팔마비율을 보자. 한국의 팔마비율은 1.2로, 크기가 작기로 154개국 가운데 28위다(주: 이 순위는 필자가 계산한 것으로, 크기가 똑같은 나라가 몇 개 있음). 이들 국가들 가운데 팔마비율이 한국과 같이 1.2인 나라는 독일,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일본, 룩셈부르크 등이다. 팔마비율로 볼 때 중국과 미국은 2.0을 넘어 소득양극화가 심한 나라이고, 복지국가 스웨덴은 1.0으로 심하지 않은 편이다. 팔마비율로 볼 때 소득양극화가 심하지 않기로 한국이 154개국 가운데 28위라는 것은 “한국이 소득양극화가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라는 문 대통령의 ‘자신 있는 발표’가 잘못된 것임을 밝혀준다.퀸타일비율을 보자. 한국의 퀸타일비율은 5.3으로, 크기가 작기로 154개국 가운데 40위다(주: 이 순위는 필자가 계산한 것으로, 몇 나라가 크기가 똑같음). 이들 국가들 가운데 퀸타일비율이 한국 5.3과 비슷한 나라는 룩셈부르크(5.0), 독일(5.1), 아일랜드(5.1), 스위스(5.2), 프랑스(5.2), 일본(5.4) 등이다. 퀸타일비율이 중국과 미국은 9.0을 넘어 소득양극화가 심한 나라다. 퀸타일비율로 볼 때 소득양극화가 심하지 않기로 한국이 154개국 가운데 40위라는 것은 “한국이 소득양극화가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라는 문 대통령의 ‘자신 있는 발표’가 잘못된 것임을 밝혀준다. 이용가능한 자료를 가지고 국제비교를 통해 평가할 때 한국의 소득불평등이나 소득양극화는 중국과 미국보다는 훨씬 심하지 않고, 독일, 아일랜드, 일본, 스위스, 프랑스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왜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것일까? 이쯤 쓰다 보니 최보식 선임기자의 글이 다시 생각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디서 한 가지를 얻어들으면 그게 답이 돼 버린다. …. 이런 지경에 빠진 것이 본인의 타고난 스타일 때문인지, 공부를 덜 한 탓인지, 아니면 청와대 참모들에게서 한쪽 이념으로 오염된 자료만 보고받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박동운

나는 최근 ‘나라와 세계를 바꿔 존경받는 7인의 정치가’라는 책 원고를 끝냈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훌륭한 정치가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주어진 여건에서 스스로 노력하여 만들어가는 것일까?’라는 자문(自問)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다. 또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은 ‘거꾸로 가는 정책만 고집하여’ 잘 나가는 한국경제를 침몰시켜 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경종이란 바로 훌륭한 정치가들의 통치다.   7인의 정치가들을 집권 순으로 쓰면, 리콴유, 박정희, 덩샤오핑, 마거릿 대처, 로날드 레이건, 넬슨 만델라, 그리고 앙겔라 메르켈. 나의 자문에 대한 대답이다: ‘훌륭한 정치가는 스스로 노력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일찍이 중국을 ‘잠자는 사자’로 표현한 나폴레옹은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놀드 토인비도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나폴레옹과 토인비의 예언대로, ‘중국 굴기(崛起)’는 지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굴기’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서 비롯되었다. 덩샤오핑 이야기다.   덩샤오핑은 가방끈이 매우 짧다. 사실상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다.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1920년 16살에 근공검학단(勤工儉學團)의 일원으로 프랑스로 유학을 갔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공부는 하지 못하고 1926년 1월 7일에 공산 혁명의 본산(本山) 소련으로 갔다. 소련에서 1년 남짓 머물다가 중국으로 돌아와 혁명군에 가담했다. 그는 1933년에 마오쩌뚱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1차 실각을 당했고, 1969년에 마오쩌뚱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 2차 실각을 당했다. 2차 실각 때는 3년 동안 하방(下方)생활을 하면서 홍위병으로부터 심한 핍박을 받았다. 3차 실각은 4인방에 의해 이뤄졌는데 마오쩌뚱의 죽음으로 곧 풀려났다. 그는 지지 세력의 쿠데타로 1978년 12월에 권력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덩샤오핑은 정치적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만들어 갔다.   덩샤오핑은 경제적으로도 자신을 철저하게 만들어 갔다. 그는 프랑스로 유학 갔다가 공부는 하지 못하고 6년 남짓 노동하며 프랑스 자본주의를 배웠다. 마오쩌뚱은 1958∼1960년간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을 추진했는데, 실패하여 3,000만∼4,000만여 명이 굶어죽었다. 이를 비판한 덩샤오핑은 주자파(走資派)로 몰려 실각당했다. 그는 1978년 4인방과 피 말리는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에도 중국을 하루 빨리 변화시키고자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국가 주도의 빠른 자본주의적 경제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리콴유에게서 배우기 위해서였다. 리콴유는 덩샤오핑에게 경제개발 전략을 훈수했다. 리콴유는 당시 서구의 다국적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진출하여 창조해놓은 부를 덩샤오핑에게 보여줬다.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둘러본 덩샤오핑은 리콴유가 이룩한 성과를 극찬했다. 이를 리콴유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다.   “중국은 우리가 과거에 그들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덩샤오핑이 1970년대에 싱가포르를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서구의 다국적기업들이 진출하여 창조해놓은 부를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덩샤오핑은 아마도 빗장을 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후 그는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경제특구를 열었고, WTO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개방의 시대로 나아갔습니다.”   덩샤오핑은 싱가포르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 덩샤오핑은 크기에서 중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이룬 눈부신 경제발전, 그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자유시장경제’, 그리고 ‘서구의 다국적 기업을 통한 해외자본 유치’, 곧 경제개방이라는 것을 배웠다.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18일에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권력투쟁에 종지부를 찍고 권력을 잡았다. 이어 덩샤오핑은 1978년에 농업부문에서 시장경제를 실험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방정책을 도입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수교부터 맺었다. 1978년에는 한 때 전쟁을 벌인 일본과 중일우호조약을 맺었고, 1979년 1월에는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여 미국으로부터 관세최혜국(MFN, Most Favored Nation) 지위를 얻어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사상은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표현된다. 이 말은 본래 덩샤오핑의 고향인 쓰촨성의 속담에서 유래한 말인데,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의 줄임말이다. ‘흑묘백묘론’은 마오쩌뚱이 추진한 대약진운동이 실패로 돌아가 3,000만∼4,000만여 명이 굶어죽자 덩샤오핑이 그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제시한 말이다. 이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덩샤오핑이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유명하게 되었다. 지금은 이 말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을 잘 살게만 하면 된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흑묘백묘론’은 덩샤오핑의 통치철학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사상은 남순강화(南巡講話)에서 꽃을 피웠다. ‘남순강화’란 88세의 덩샤오핑이 1992년 2월 춘절을 전후해서 광둥성, 상하이 등 남부지방을 순회하면서 한 연설이다. 다음은 덩샤오핑 연설의 일부.   “개혁개방만이 중국의 유일한 살 길이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든 물러나야 할 것이다.”   “광둥성은 앞으로 20년 내에(주: 1992년에 한 연설로 ‘2012년 이전’을 뜻함) 타이완,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을 따라 잡아야 한다. 그들 사회의 썩은 분위기는 받아들이지 말고⋯.”   “자본주의가 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사회주의도 가져다 쓸 수 있는 것들이다. 가난이 사회주의는 아니다.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의 운동권 활동과 관련하여 한 교수가 내게 들려준 당시 에피소드. 그 교수는 어느 날 경찰서로부터 문재인 학생을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고 그가 풀려나게 도왔다.   그 교수는 얼마 후 경찰서로부터 똑같은 전화를 받고 또 그를 풀려나게 도왔다. 물론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운동권 학생들은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교수들은 염려했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선정한 ‘나라와 세계를 바꿔 존경받는 7인의 정치가들’처럼 ‘통치자로서 노력해서 자신을 가꿨는가?’ 생각해본다. 그의 경제정책을 놓고. 몇 가지 예를 든다.   ∙문재인 대선 후보는 법인세율을 올리겠다고 벼르더니만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22%에서 25%로 올려버렸다. 2017년 당시 170여 개국 중 사실상 한국만 올렸다.   ∙ 문 대통령은 공무원·공공부문 인력 81만 명 증원에 4조 원 든다고 했는데, 내가 처음으로 4조 원 아닌 40조 원쯤 든다고 지적했다. 국민을 속이고도 사죄가 없다.   ∙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공항공사를 찾아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앞길이 창창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지금 ‘고용절벽’ 앞에 서 있다.   ∙ 문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설치한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은 진즉 작동을 멈췄다.   ∙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엄청 올려 ‘일자리 소멸, 자영업자 폐업, 취약계층 분배 악화, 물가 상승 등’을 유발하고도 ‘긍정적 효과 90%’, ‘적게 올려 미안하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은 ‘실험실 속의 소득주도 성장’에 함몰되었다가 ‘포용경제’도 주창한다.   ∙ 문 대통령은 야당 시절 광화문 길거리에 앉아 민노총 파업에 박수를 친 빚 때문에, 민노총이 먹이사슬 최상층에 앉아 한국을 노조천국으로 만들어 가도 침묵뿐이다.   이처럼 ‘거꾸로 가는 경제정책’ 때문에 한국경제가 이미 침체의 늪으로 떨어져 있어서, 국책 연구기관 KDI조차 내년 성장률을 2.5%로 예상하고, 경제 고통지수도 7년 만에 최고라고 경고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좌파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도 ‘한국경제는 비상사태’라고 경고하지 않았는가!   주변 사람들이 이따금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발표 때나 외국 정상과 회담할 때 왜 손에 A4 용지를 들고 있나요?” 얼마 전 서울-속초 간 KTX 사고 관련 회의 때도 문 대통령의 손에는 어김없이 A4 용지가 들려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과연 경제를 알까? 모를까? 질문의 대답은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최근에 쓴 칼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한테 대리운전을 시킨다는 말까지 듣는 ‘전대협 청와대’가 걱정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순덕 칼럼]괴물은 정권 초 머리카락을 보인다(동아일보, 2018.12.3.)    물론 나도 걱정이다.

홍익희

요즈음 10년 위기설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위기설의 진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미국을 먼저 살펴보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끼치는 영향과 그 이자에 민감한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글로벌 위기는 부동산시장에서 먼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앞날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역사는 불행히도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서브프라임 사태라 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체를 먼저 살펴본 후 현재 부동산시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체   1. 금융자본주의의 장악   1971년 닉슨 쇼크로 촉발된 달러와 금과의 고리 단절 이후 달러는 근원인플레이션이 허용하는 한도 이내에서 무제한으로 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시작된 신자유주의와 부자감세 정책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급팽창이 소득불평등과 부의 편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자본주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원래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분배를 위해 교환의 매개체로 등장한 게 돈인데 돈 스스로가 자가 증식을 통해 그 성장속도가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곧 세계 GDP 성장속도 보다 몇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곧 불로소득(금융자산) 증가속도가 땀 흘려 일해 버는 근로소득 증가속도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이것은 현대금융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입니다.   21세기를 전후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연 3~4%인 데 비해 세계 금융자산 증가율은 그 서너 배인 평균 15% 안팎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소득과 부가 일부 상류층에만 몰려 사회 전체의 소비를 확 낮춘 결과가 공황이라는 화를 부른 것입니다.   이러한 현대 금융자본주의를 선도하는 미국의 삼각편대(월스트리트, 연준, 재무부)의 중심에는 유대금융인들이 있습니다.   2. 과도한 주택경기 진작 정책   자기 집을 갖는 것은 모든 미국인의 꿈이었습니다. 소득세가 도입된 이래 주택 모기지 이자는 소득세 공제대상이라 혜택이 컸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급여생활자는 소득세와 주택임차료 대신 이를 모기지 이자로 활용해 집을 샀습니다.   1987년 레이건 행정부는 자동차 구입과 신용카드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세 공제는 폐지하면서 주택 모기지 이자만은 소득세 공제를 유지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주택을 담보로 모기지를 얻어 자동차 등을 사는 편법을 쓰기 시작해 1994년 주택담보의 68%가 자동차 구입 등 다른 목적에 사용되었습니다.   게다가 1997년에 클린턴 정부는 경기부양의 하나로 주택건설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부부 합산의 경우 50만 달러 한도로 양도소득세를 폐지했습니다. 그러자 그때부터 미국인들은 주택을 투자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IT 거품 붕괴와 9․11 테러 이후 연준은 불황을 우려해 금리를 열세 차례나 급격하게 내려 2001년 6.5%였던 기준금리를 2003년 7월까지 1%로 끌어내렸습니다. 이러한 저금리정책의 지속은 당연히 유동성 과잉을 불러왔습니다. 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금융기관들은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GDP의 70%를 점하고 있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부동산 경기 진흥에 앞장섰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10월 재선운동에서 연거푸 내집 마련을 강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정책지원이 뒤따랐습니다. 주택이 투자대상으로 떠오르자 2005년 중 구입한 주택의 40%는 1가구 2주택이었습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종자돈 없이도 집살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입니다. 예를 들어 50만 달러짜리 집을 사기 위해서는 적어도 10~15만 달러정도의 자기 돈이 있어야 했지만 2006년 이런 규정자체를 아예 없애버려 보증금 없이 집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게다가 은행은 집값만 올라가면 된다는 이유로 주택구매자의 신용조사도 약식 처리하거나 생략했습니다.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권은 대출경쟁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장기주택담보대출을 증권화한 주택담보대출저당증권(MBS)이 개발되어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로써 은행들은 주택대출자금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서부터 대출경쟁이 더 치열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소득, 직업, 재산이 없어도 대출이 되는 NINJA(No Income, No Job or Asset) 대출이 활개를 쳐 ‘묻지마대출’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3. 묻지마대출을 부추킨 파생상품의 등장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데다 금리가 낮아 중산층과 서민들이 내 집 마련 대열에 대거 동참해 여러 해 동안 주택건설 호황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머리 좋은 유대금융인들이 대출은행의 불안을 덜어줄 파생상품을 개발했습니다.   집값이 계속 올라가면 문제가 없지만 떨어지면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나 은행들은 위험을 덜어 주는 파생상품 덕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단지 그 위험을 떼어내어 위험에 투자하는 제3자에게 전가시키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부채담보부증권(CDO)이나 신용부도스왑(CDS)이라는 신종 파생상품을 통해서 말입니다.   4. 저금리 기조로 인한 유동성 과잉의 위험   파생상품 덕분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자, 은행들은 앞 다투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 곧 프라임(우량)급 이하의 비우량등급인 ‘서브프라임’(subprime)에게조차도 담보가치 100%로 주택대출을 해주었습니다.   이로써 수요가 폭증하면서 투기로 이어지는 부동산 가격폭등이 나타나 5년 사이에 집값이 무려 75%나 올랐습니다.   5. 급격한 금리인상의 부작용, 서브프라임 사태   그때서야 연준은 무언가 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과잉유동성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게 된 연준은 2004년 6월 이후 매달 0.25%씩 한 달도 쉬지 않고 금리를 올려 2006년 8월 5.25%까지 인상했습니다.   금리를 내릴 적에도 쫓기듯 서둘렀는데, 이번에도 너무 단기간에 급격하게 끌어 올렸습니다. 이것이 실책이었습니다. 당연히 부작용이 뒤따랐습니다.   먼저 시장이 놀라 기준금리 인상 이상으로 모기지 금리가 올라 주택 수요가 줄어들며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출받아 주택을 사서 다시 팔아 이윤을 얻으려 했던 사람들이 대출금조차 갚을 수 없을 만큼 주택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았던 서브프라임 대출에서부터 문제가 터졌습니다.   6. 파생상품 남발이 일으킨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도화선에 불붙인 건 파생상품이었습니다. 2007년 장외거래 파생상품 중 CDS(신용부도스왑) 거래규모만도 약 62조 달러로 무려 그 무렵 세계 GDP 총액 54조 달러보다도 많았습니다. 이를 그린스펀은 점잖게 ‘비이성적’ 과열이라 불렀으나 한마디로 미친 짓이었습니다.   장외에서 거래되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한테 얼마나 팔았는지 알 수 없어 금융기관 간에 불신으로 돈거래가 막혔습니다. 곧 신용경색이 일어나 자금 순환에 문제가 생긴 게 금융위기의 첫 단계였습니다.   7. 2008년 신용위기의 실체   모든 금융위기의 원인은 과잉유동성 때문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부르는 용어만 조금씩 달라 1907년 공황의 원인은 ‘과잉자본’ 때문이라 했고, 1929년 대공항 원인은 과도한 ‘통화팽창’ 정책의 결과라 했습니다. 결국 과잉유동성이 버블을 불러 도가 지나치자 터진 것으로 ‘과잉유동성’은 1907년, 1929년, 2008년 공황을 관통하는 공통의 키워드입니다.   8. 질질 끄는 금융위기, 그 이유는 우리는 모든 권력의 최정점에 정치권력과 그 정상에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미국에는 정치권력을 움직이는 큰손들이 있습니다. 금권정치과 언권정치가 그것입니다. 돈줄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 정치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08년 늦가을 신용위기가 발생하자 부실을 따로 모아 ‘배드뱅크’를 만들어 여기에 공적자금을 집중 투입해 부실을 처리하려 했습니다. 그러한 목적으로 의회를 설득해 긴급 자금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했으면 조기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실행과정에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 미국 정부는 차선으로 은행의 임시 국유화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 차차선으로 채권의 시가평가제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바로 월가의 유대금융인들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금융위기가 조기에 수습되지 못하고 전 세계로 퍼지면서 질질 끌게 되었습니다. 결국 미국 정부는 부실에 집중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처리하지 못하고 돈을 핼리곱터에서 공중에 무차별 살포하듯이 전방위로 뿌려 불을 끄려 했습니다. 이로 인해 금융위기는 조기에 수습되지 못하고 질질 끌게 된 것입니다. 때문에 죄 없는 다른 나라들이 오랫동안 고생했습니다.(출처; 2010년 1월 본인의 중앙일보 칼럼 요약)   미국과 EU, 일본,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황에서 경기를 살려내기 위해 무작위로 살포한 유동성 증대가 현재의 위기설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 연준은 무려 6년 이상 지속된 제로금리와 3차에 걸친 양적완화로 대규모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연준의 자산규모 곧 채권 보유규모는 4,796억 달러였습니다. 이것이 양적완화를 통해 급격히 늘어나 약 4.5조 달러에 달했습니다.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통화량 곧 달러를 시중에 살포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유동성 살포는 EU와 일본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경제성장이 아닌 돈의 힘으로 경기를 살려낸 것입니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을 필두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살아나고 경기가 호전되었습니다.   게다가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를 통해 국채 뿐 아니라 모기지 채권을 대량 사들임으로써 시중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끌어내려 주택경기를 살려냈습니다. 곧 반 토막 났던 주택 가격을 유동성의 힘으로 금융위기 이전 보다 더 높게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해 4/4분기 세계 부동산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고점보다도 높은 160을 상회했습니다. 집값이 역대 사상최고치를 찍고 고공행진 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그간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부동산 버블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를 예사로 볼 일은 아닙니다.   1. 미국의 부동산시장 현황   미국 경기는 금융위기 이후 110개월이 넘는 확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 들어 사상 초유의 확장입니다. 그간 부동산시장은 물론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이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입니다. 투자자들이 언제 꺾일지 모르는 자산시장 호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미국 경기의 활황세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미국 경기가 좋다면 그럼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어떨까요?   10월 말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25%인데 비해 주택담보 대출금리 곧 모기지 금리는 그 두 배 이상인 5.1%를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모기지 금리가 높아지자 주택 경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경기를 나타내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가 지난 7월을 정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으며 신축 주택판매량도 6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거래량이 가격 변화에 선행한다.’는 증시 격언대로 앞으로 주택경기가 더 나빠질 공산이 큽니다.   게다가 연준은 앞으로도 1년 반 기간 동안에 금리를 5번 더 인상하겠다고 이미 공표한 상태로 발표대로 시행한다면 기준금리가 1.25% 더 올라 3.5%까지 상승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더 올라가 부동산 경기는 급격하게 위축될 것입니다.   더구나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보유자산 매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국채보다 모기지 채권을 먼저 팔고 있습니다. 이는 시중 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어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2. 중국 부동산시장 현황   현재 세계 부동산 시장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중국과 홍콩 부동산 시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의 주택시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배급하는 식이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가서야 중국은 주택을 팔고 살 수 있게 허용해주었습니다. 이로써 오늘날 중국인에게 주택은 부를 저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 정책을 구사하던 시절, 중국은 대출금리가 6% 내외에서 형성되어 미국에 비해 금리가 매우 높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미국에서 달러를 많이 빌려다 대량으로 주택을 지어 공급했습니다.   이로써 현재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들은 약 3조 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채무를 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외에 빌려준 달러표시 채권 약 12조 달러의 1/4에 해당하는 큰 금액입니다. 이것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중국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해서 대량으로 공급한 중국 주택들이 지난 2년 북경 48%, 상해 41% 등 대도시 위주로 무서운 속도로 올랐습니다. 그렇게 호황을 누렸던 중국 주택 가격이 지난 9월 이후 결국 하향세로 돌아섰습니다.   3. 그렇다면 한국 부동산시장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도 여기서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특히 서울 같은 경우는 금융위기 이전보다도 집값이 훨씬 많이 올라 세계 평균 상승률을 웃돌고 있습니다. 부동산 수요가 폭증한 것은 그간 대출금리가 싸고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거의 GDP 수준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 1,468조 원의 반이 주택관련대출이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주요 43개국 중 세 번째로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5%로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현격히 낮아 그 차이가 0.75%로 금리역전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어느 정도일까요?   은행별로 조금 다르나 변동금리는 대체로 4%대 중후반입니다. 은행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 비용지수)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결정합니다. 그럼 고정금리는 어느 정도 될까요? 이른바 우리나라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 대세인데 이는 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입니다. 정부가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높이라고 하니까 금융권이 눈 가리고 야옹하는 식으로 만들어내 변칙 상품입니다. 이 금리 또한 4%대 중반을 넘어섰고 농협의 경우 5%까지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음에도 최근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것은 미국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미국의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정금리는 보통 국내 금융채 장기물 금리를 따라가는데, 금리가 고정되는 기간(5년)과 만기가 똑같은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5년물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시중금리가 오르면 우리 고정형 대출금리도 같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우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5%를 넘을 전망입니다. 고정금리는 더 높아져 올해 말에 6%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한·미 금리역전 심화로 한국은행도 올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미국이 향후 1년 반 사이에 5번 정도 추가 금리인상을 공표한지라 우리나라도 미국과의 금리격차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경제 형편상으로는 금리인상을 할 여건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몇 번은 더 쫓아 올려야할 실정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중 대출금리는 미국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년 말이나 후년 초에는 우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역시 더 올라가 6% 내외, 고정금리는 7%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매물이 증가해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급감해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렇게 상승하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등을 강화해 저신용(서브프라임)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금리는 10%에 육박해 부담이 더욱 커집니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그들로부터 먼저 파산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경매물건이 급증하고 은행 부실이 커지는 등 마치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형국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미국의 금리인상이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동산시장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식시장 등 모든 자산시장은 물론 신흥국 외환시장이 미국의 금리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채권시장은 부동산시장 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분석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우리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해 신경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동운

한국과 몇몇 나라의 실업률 변화를 비교하면 우울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만 실업률이 높고, 올랐기 때문이다.   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몇몇 선진국들과 과거 아시아의 4용(龍) 국가들의 실업률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비교 기간을 ‘2016년→현재’로 잡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에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에서 보듯이, 불과 2년 동안에 한국만 제외하고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유로지역, 심지어 프랑스조차 실업률이 크게 낮아졌지 않은가!   몇몇 나라의 실업률 비교   나라:(한국 등 선진국) 연도: 2016→현재 실업률: %→ % 한국 2016→현재 3.7→4.0 미국 2016→현재 4.9→3.7 일본 2016→현재 3.0→2.5 유로지역 2016→현재 10.0→8.2 독일 2016→현재 4.1→3.4 영국 2016→현재 4.9→4.0 프랑스 2016→현재 10.1→9.2 과거 아시아의 4용(龍) 국가 2016→현재 실업률: %→ % 한국 2016→현재 3.7→4.0 홍콩 2016→현재 3.4→2.8 대만 2016→현재 3.9→3.9 싱가포르 2016→현재 2.1→2.8   ※자료: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2018.9.28.). 기타.     지난 1970년대 전후로 아시아의 4용으로 불렸던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를 보자. 한국을 제외한 세 나라는 실업률이 모두 한국보다 낮고, 실업률이 오른 나라는 싱가포르인데 싱가포르는 실업률이 2%대여서 오르고 내리고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만 제외하고 과거 아이사의 3용 국가들은 실업률이 2∼3%대로 낮다.    한국은 평균 실업률이건 청년 실업률이건 간에 그 실상은 1997년 IMF 이후 최악이다. 이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집권 후 처음으로’ ‘기업의 투자 촉진과 활력 회복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믿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후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고, 노조파워에 갇혀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살려 일자리 만들자’는 얘기는 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최저임금 과도 인상으로 인해 경영 여건이 악화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를 향해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들은 소상공인들을 전방위 압박하고 나섰다. 심지어 2019년도 지원 예산을 일방적으로 5억 원이나 삭감하고 말았다. 군사정부에서도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경제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 말을 듣는 순간에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말로 생각되었으나 실은 그게 아니었다. 경제가 한 번도 좋아본 적이 없었으니 현재 경제가 나쁘다는 걸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1960년에 대한민국은 국민소득이 필리핀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았고, 1973년까지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못 살았다. 그러한 대한민국이 지금은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12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있지 않는가! 한 때 경제가 좋아서 이렇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가? 총리까지 역임한 분인데!   청와대 일부 경제비서들은 한국경제가 좋지 않은 이유가 과거 정권이 잘못 세워놓은 경제구조 때문이라고 변명하며, 금년 말쯤 가면 경제가 개선되리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경제가 좋지 않은 이유까지 과거 정부의 ‘적폐’로 몰아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머지않아 이런 선언을 할지도 모른다. “국민들이여, 실업률 0% 시대를 맞이하십시오.” 그것은 자유시장국가 대한민국을 하루아침에 사회주의국가로 만들어, 기업과 노동을 국유화한다는 선언일 것이다!

홍익희

(최근 폴 크루그먼의 입장변화)  폴 크루그먼의 변신 "비트코인은 악마”→"가치 있는 것”    “지난달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 블록체인 관련 콘퍼런스인 체인엑스체인지(ChainXChange)가 열렸다. 메인 무대에서는 ‘디지털 이코노미’를 주제로 패널 토론이 한창이었다. 한 패널의 발언에 관중석이 술렁였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NYT)의 인기 칼럼니스트다. “금은 죽었다. 비트코인은 금보다 유용성이 크고, 앞으로 가치 있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관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개발자의 말이었다면 전혀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화자가 크루그먼이다. 그는 “비트코인은 악마”라고까지 했다. 지난달 초에 게재한 NYT 칼럼에서도 “투기 세력이 비트코인이 가치가 없다고 집단적으로 의심해 버리면 비트코인은 쓸모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중앙일보 고란 기자, 2018.9.8.)      의 마무리 글  마무리하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같은 유명한 경제학자조차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뉴욕타임스》 사설을 아래 말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암화화폐와 관련된 또 다른 요인이 하나 있다. (…) 사악한 정부가 그들의 돈을 몽땅 훔쳐간다는 환상에 기초한 컬트 같은 게 있다. (…) 비트코인은 파국으로 끝날 것이고,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다.”    컬트는 신비주의 종교집단을 의미한다, 사악한 정부가 돈을 훔쳐간다는 사실은 환상도 아니고 신비주의 집단의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반박하고자 이렇게 기나 긴 글을 썼다. ‘사악한 정부가 그들의 돈을 몽땅 훔쳐간다는 환상에 기초한 컬트 같은 게’ 역사적 실제에서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인류사에 있어서 돈의 발명은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돈은 대부분 진보의 근원이었다. 이를 통해 교환과 분업과 협력이 가속화되어 문명이 발전했다. 화폐의 발명 이후 돈의 형태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지폐가 디지털화되어 가상화폐가 등장했고 2009년에는 드디어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선보였다. 암호화폐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기존 화폐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기에, 필요에 의해 나온 것이다.    이 문제가 바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전반에 걸쳐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다루었다. 그리스와 로마제국을 포함하여 끝이 없을 것 같던 많은 인류 문명들을 망하게 한 것은 인플레이션이었다. 화폐를 무분별하게 발행하고, 화폐 가치를 절하시키면서 결국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마침내 화폐는 신뢰를 잃고,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그 문명은 함께 붕괴되었다.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불행히도 역사는 반복된다. 현대 사회에서도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 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안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지난 세기만 해도 독일, 그리스, 미국, 헝가리, 북한 등의 나라들이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일반인들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물론 인플레이션 자체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정부로 하여금 어느 누구의 찬성투표도 없이, 그리고 케인즈의 말을 빌리면 “백만 명 중의 어느 한 사람도 감지할 수 없는 방법으로” 조세를 부과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의 재정수입 원천으로서의 인플레이션은 항상 매력적인 선택이었다.    그래서 밀튼 프리드먼은 그의 《화폐 경제론》 에필로그에서 이런 말로 마무리를 했다. “화폐는 너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에만 맡길 수 없다. (…)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이라는 명제는 수백 년 동안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명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화폐 가치의 변조 – 국민의 참여 없는 조세 –에 의해 국민들을 수탈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부당국은 자기네가 결코 그러한 짓을 하고 있지 않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결과적으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은 온갖 다른 나쁜 요인의 탓으로 돌렸다. 이러한 명제가 무시되는 까닭은 개인의 상황파악과 사회적 상황파악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이든 정부의 통화발행이든 소득증가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은 축복이지만 통화증발은 저주가 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밀튼 프리드먼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기침체 시 중앙은행의 무리한 금리인하와 신용창출은 경기의 단기적 회복을 위해 인플레이션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꼴이다. 더 나아가 민간중앙은행을 갖고 있는 국가의 통화정책이 금융세력들의 이익에 따라 휘둘리고, 이들의 이득을 위해 유동성을 무책임하게 늘림으로써 세계 경제를 잠재적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이로 인해 각 나라마다 피곤한 환율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은 그간 달러의 패권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많은 횡포를 벌여왔다.    이런 상황을 참다못해 몇몇 자유주의자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화폐혁명을 일으키고자 만든 결과물이 암호화폐다. 암호화폐는 중앙집권을 타파하고, 임의로 발행량을 늘리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총발행량 사전 설정을 통해 원천 차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화폐 역사에 봤듯이, 다수 민간은행들의 화폐발행으로 인한 화폐의 범람 역시 많은 문제를 노출하기도 해 이 또한 문제가 없지는 않다.    중앙은행의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많은 대안들의 시도 중 그나마 최선책이었다. 또한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과 은행들의 부분지급준비제도는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고 특히 경제위기 시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순기능이 있어 경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사실은 인정해야한다. 따라서 많은 암호화폐 찬양론자들이 이야기하듯 무조건적으로 현대 금융통화제도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화폐발행과 신용창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정치적 구조이다. 적절한 수준의 화폐발행과 신용창출로는 금융세력이 만족하지 않으며, 끝없는 부의 창출을 위해 계속적으로 통화량을 늘리려 한다. 오늘 날 미국의 금권정치 구조에서는 정부가 금융세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암호화폐의 탄생은 의미가 크다. 정부 주도의 화폐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없는 민간화폐가 공존하게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어 두 종류의 화폐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서로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었다. 더 크게는, 기존 화폐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안이 생긴 것이다.   화폐는 애초에 중앙집권의 통제 없이 생겨났다. 화폐 발행량, 유통량, 환율이 모두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후 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 와중에 화폐는 경제의 힘에서 정치의 힘으로 넘어갔다.    이 체제에 도전하여 혁명을 일으킨 게 암호화폐다. 기존 화폐를 조절하는 기득권자들은 화폐발행 독점권을 잃으면 그만큼 힘을 잃게 된다. 이로써 그들의 이익을 위해 감행하던 인플레이션이 감소하고, 더 나아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완화될 단초도 마련했다. 이 두 과제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임을 감안할 때 암호화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미래   향후 암호화폐의 미래를 감히 유추해 보았다. 앞에서 암호화폐의 발전단계를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로 구분했다. 하지만 이 말은 ‘핍박기, 투쟁기, 대세기’로 바꾸어 부르는 게 이해가 더 빠를 수 있다.    도입기의 암호화폐는 지금보다 더 많은 핍박을 받을 것이다. 우선 사기성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과 함께 의구심의 눈에 많이 시달릴 것이다. 현재도 부정의 시각과 긍정의 시각이 확연히 나누어져 다투고 있다.    기득권 세력인 유대금융자본은 암호화폐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이다. 우선 헤지펀드들이 선물시장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일정 테두리 안에 가두려 할 공산이 크다. 이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이합집산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있다. 현재의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다툼에 국가발행 암호화폐들이 가세할 것이다.    그 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경제블록별 암호화폐가 중국 주도로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브릭스는 무역거래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13년에 브릭스 통화안정기금 발족과 2016년 브릭스개발은행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브릭스 암호화폐가 순조롭게 순항을 시작하면 파급효과가 예상외로 클 수 있다. 이어 중남미연합과 아프리카연합 같은 지역 암호화폐 그리고 이슬람 암호화폐 등이 탄생해 이 싸움에 가세할 공산이 크다. 결국 기존의 법정화폐와 탈중앙화 암호화폐 그리고 중앙화 암호화폐들이 3파전의 세력 다툼을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입지가 많이 축소될 것이다.    이틈에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어느 정도 세력을 키워 성장기로 진입하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정부와 유대금융세력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모른다. 또 암호화폐가 화폐로서는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변동성을 키우고 여러 문제를 노출시킬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주도 세력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 몰려야 일치단결하여 그간 이해다툼에 밀려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할 것이다.    그러다가 달러가 반달러 세력의 협공에 취약성을 보일 때, 혹은 인플레이션에 휩싸일 때, 혹은 달러가 제법 규모 있는 평가절하를 시도해야만 할 상황에 몰릴 때, 이때 결정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선호하게 되어 힘의 구도가 바뀔 수 있다.    실제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존 통화가 실패할 경우에만 암호화폐가 화폐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대학의 위르겐 폰 하겐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통화가 아주 불안정하게 돼야 암호화폐가 매력적이 될 것입니다. 금융시스템에서 암호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것은 불안정성의 원인이 아닌 결과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 시기 이후를 암호화폐의 대세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세기가 언제 어떻게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는 시장이 결정할 것이다. 결국 달러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곧 암호화폐가 스스로 힘을 배양하여 득세하는 게 아니라 달러가 자충수를 둘 때 비로소 세력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달러가 자충수를 두고, 암호화폐가 세계화폐의 자리를 차지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까? 세계화폐의 자리를 차지하는 암호화폐가 꼭 미국이나 중국, 유럽에서 만들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암호화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우리가 지지한 암호화폐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기의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자세이다. 그럴 때만이 암호화폐가 불러올 화폐혁명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미지의 시대가 열리다   2009년 암호화폐가 탄생한 이후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누구나 암호화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누구도 암호화폐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 하지 못한다. 이는 달러가 금의 속박으로부터 풀려나 신용화폐가 되었을 때도 현대자본주의에서 벌어질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달러 체제가 만들어낸 금융자본주의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부채 시스템에 묶여 발행되는 달러의 영속성이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상위 1%가 소득과 부를 독점하고, 국민의 90%가 중산층을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되는 사회가 자본주의를 지속시킬 힘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케인즈는 생전에 불로소득생활자들의 안락사를 요구했다. 이자율의 점진적 인하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통령 취임 다음 날 모든 은행의 영업정지를 발표하고 감사에 착수해 부실을 도려내고 가망 없는 은행들을 퇴출시킴으로써 금융의 신뢰를 회복시켰다. 또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절반을 가져가자 자본주의에 일대 수정을 가했다. 이른바 조세정의를 앞세우고 부자증세를 단행했다. 이른바 ‘수정자본주의’였다. 이를 통해 상위 10%의 소득을 30% 초반대로 낮추어 이를 서민 복지확대에 써 소득불평등을 완화시켰다.    하지만 이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정부는 금융세력들의 반대로 이 중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대신 무제한의 유동성 살포로 금융위기를 임시 땜빵 하듯 유동성 장세로 처방했다. 그로 인해 금융자산 증가속도가 근로소득 증가속도를 두 세 배 이상 앞지르면서 소득불평등과 부의 편중을 극도로 심화시키고 있다.    확실한 것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위 1%의 독식체재로는 자본주의가 버텨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90%가 하류화 물결 속에 익사당하는 사회는 더더욱 자본주의가 버텨낼 수 없다. 선거가 금권에 휘둘리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는 영속 가능하지 못하다. 불로소득 증가속도가 근로소득 증가속도보다 몇 배나 빠른 사회는 영속 가능하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금융자본주의는 영원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암호화폐가 탄생했다. 달러 체재 곧 금융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새로운 화폐가 등장한 것이다. 선택은 시장의 몫이다. 그런데 시장은 또 개인 몫들의 합이다. 역사의 행위자가 될 것인지 방관자가 될 것인지도 개인의 몫이다. 결국 개인의 몫의 합이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이 세상의 미래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을 쓰게 된 것은 출판사 대표의 강력한 권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공동저자가 있어 가능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 공동저자는 다름 아닌 나의 둘째 아들이다. 책 쓰는 내내 암호화폐가 처한 현실과 미래에 대해 둘이 같이 토론했는데, 특히 아들이 아버지의 오버 성향을 견제해 균형감각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이로써 모처럼 부자가 공동 저술한 책이 탄생되었다.

박동운

최근 한 지자체가 출산 장려책으로 ‘25세 때 결혼시키자’며 ‘대학별로 만남의 행사 추진, 대학생 때 결혼하면 취업 1순위 추천’을 내놓았다. 한낱 우스개로 끝난 한 지자체의 저출산 대책회의는 출산 장려책이 얼마나 빈곤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취업이 안 되고 살 집 마련이 어려워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한다 해도 아이 기르는 비용이 워낙 많아 아이 낳기가 쉽지 않다. 어른 세대가 저지른 큰 잘못이다.   저출산에서 벗어나고자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100조 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감소했고, 급기야 세계 제1의 저출산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3%대 안팎이다. 잠재성장률이란 생산요소를 풀 가동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GDP의 최고 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노동과 자본 투입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인해 노동을 늘리기 어렵게 되면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덫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는 한 마디로, 참혹하다.   리콴유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이유는 다르지만 앞에서 언급한 ‘한 지자체의 저출산 대책회의’ 같은 사례를 만났다. 리콴유는 1983년 8월 14일 밤,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대졸 남성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신들만큼 우수한 아이를 원한다면 자신보다 교육 수준이 낮은 아내를 고르는 것은 어리석다.” 언론은 이를 ‘대 결혼 논쟁(Great Marriage Debate)’라고 이름 붙였다. 이 연설 때문에 다음 해 총선에서 리콴유가 이끄는 인민행동당 지지율이 12%나 떨어졌다.   리콴유가 ‘대 결혼 논쟁’ 연설을 하게 된 것은 1980년 인구조사 보고서 때문이었다. 그 보고서에는 싱가포르의 똑똑한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고 있고, 후손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싱가포르 최고의 여성들이 자식을 낳지 않는 이유는 그들과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남성들이 그들과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시 싱가포르 대졸생의 절반가량은 여성들이었는데, 그들 중 3분의 2 정도는 미혼이었다. 싱가포르에서 1983년에는 대졸 남성의 38%만이 대졸 여성과 결혼했다. 다행히도 1997년에는 63%로 증가했다.   리콴유는 미혼 대졸 여성들의 문제를 덜어주기 위해 대졸 남녀 간의 교제활동을 도와주는 사교개발기구(SDU)를 설립했다. 세계 신문사들은 싱가포르정부의 짝짓기 노력과 사교개발기구 설립을 비웃었다. 그러나 당시 대졸 미혼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은 미혼녀의 부모들이었다.   리콴유는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세 명의 자녀를 둔 대졸 여성에게는 세 아이 모두를 위해 부모들이 높게 평가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반론과 비난이 들끓자 이 정책은 곧 폐기되었다. 대신 세 번째와 네 번째 아이를 출산할 경우 부부의 수입에서 소득세를 감면하는 특혜를 주었다. 이런 특권으로 말미암아 세 번째 아이나 네 번째 아이를 갖는 가정이 늘어났다.   우리도 리콴유가 시행한 것과 같은 정책을 도입하면 어떨까? 태어난 아이에게만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태어날 아이에게도 혜택을 주는 제도. 즉, 결혼한 가정에게는 어떤 조건하에서 내 집 마련을 쉽게 해주고, 지금은 맞벌이 부부가 대세이므로 ‘아이를 출산할 경우 부부의 수입에서 소득세를 감면하는 특혜’를 주는 것.

박동운

경제성장이 이뤄지려면 노동, 자본, 토지,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가운데 자본을 보자. 1950∼1970년대에 국내저축이 부족했던 후진국들은 해외저축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려 했다. 그런데 해외저축이란 실제로는 외채(外債)였기 때문에 후진국 경제성장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후진국들이 기업 중심의 해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유치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려 했고, 아일랜드, 싱가포르, 중국은 그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해외직접투자란 투기가 아닌 생산을 목적으로 국내에 유입되어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에 기여하는 해외자본을 일컫는다.   해외직접투자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리콴유와 덩샤오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78년 12월에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은 중국을 하루 빨리 변화시키기 위해 권력을 잡기 전에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덩샤오핑은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적 경제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리콴유에게서 배우려고 했다. 이를 놓고 리콴유는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중국은 우리가 과거에 그들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덩샤오핑이 1970년대에 싱가포르를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서구의 다국적기업들이 진출하여 창조해놓은 부를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덩은 아마도 빗장을 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후 그는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경제특구를 열었고, WTO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개방의 시대로 나아갔습니다.”(류지호 역(1999), 『리콴유 자서전』(문학사상사), 89쪽)   해외직접투자 유입으로 경제발전에 성공한 아일랜드, 싱가포르, 중국을 이야기한다.   (1)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1845∼51년간 감자 흉작으로 ‘대기근’이 발생하여 1백여만 명이 굶어죽고, 1백여만 명이 이민을 떠난 나라다. 또 1970년대에는 인플레이션과 고실업으로 OECD 국가 중 경제 사정이 가장 나빴던 나라다. 이런 여건에서 1987년 찰스 호이 총리가 정권을 잡고 구조개혁을 추진하여 성공했다. 이 결과 아일랜드는 현재 1인당 국민소득 크기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선진국이다. 또 아일랜드는 1990∼2016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6%로, 선진국이면서도 고도성장을 이룩한 나라다. 고도성장의 결과 아일랜드는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7년 만(1990∼2007년)에 1만 달러대에서 5만 달러대로 진입한 나라다. 아일랜드가 선진국으로서 유일하게 고도성장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해외직접투자 유입에서 찾아야 한다. 아일랜드는 1980년 이후 국내로 유입되어 쌓인 해외직접투자 저량(貯量, stock)이 2017년 현재 8,801.6억 달러에 이른다( 참조). 한반도 크기의 3분의 1 정도인 이 작은 나라에 이처럼 엄청난 해외자본이 유입되었으니 고도성장이 이뤄질 수밖에! 아일랜드에 해외직접투자가 이렇게 엄청나게 유입된 주요 이유는 OECD 국가 중 규제가 영국 다음으로 심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법인세율이 12.5%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기 때문이다.   (2)싱가포르   싱가포르는 1954년에 리콴유가 세운 나라다. 싱가포르는 출범 당시 자원이라고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건국 무렵 영국군이 물러가자 싱가포르는 실업대란에 빠졌다. 그런 여건에서도 리콴유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경제를 완전히 개방했다. 리콴유는 1960년대에는 대만,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영세기업을 유치하여 경제성장을 시도했다. 리콴유는 1960년대 후반기에 미국에 들러 교수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글로벌 대기업’ 유치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리콴유는 글로벌 대기업을 통한 해외직접투자 유치에 전력투구했다.    싱가포르는 해외직접투자 저량이 2017년 현재 12,849.3억 달러에 이른다( 참조). 서울보다 약 1.1배 큰 싱가포르에 이처럼 엄청난 해외직접투자가 유입되어 싱가포르는 197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7%대로,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다. 이 결과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22년 만에 1만 달러대에서 5만 달러대로 진입했고(1989∼2011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국민소득 5만 달러대에 진입한 나라다. 현재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 크기는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해마다 미국과 1, 2위를 겨루는 초일류국가다. 싱가포르에  해외직접투자가 1980년 이후 1조 3천 억 달러나 유입된 된 것은 싱가포르가 경제를 완전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율을 17%로 낮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3) 중국   중국은 1992년부터 굶어죽는 사람이 사라지게 된 나라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덩샤오핑이 1978년에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하여 고도성장을 이룩한 나라다.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정권을 잡자마자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했다. 이어 덩샤오핑은 미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수교부터 맺었다. 1978년에는 한 때 전쟁을 벌인 일본과 중일우호조약을 맺었고, 1979년 1월에는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여 미국으로부터 관세최혜국(MFN, Most Favored Nation)의 지위를 얻어냈다. 이어 덩샤오핑은 대내개혁을 추진했다.   덩샤오핑은 경제성장을 위해 리콴유처럼 해외직접투자 유입에 전력투구했다. 중국은 1980년에는 해외직접투자 유입이 없었으나 개혁·개방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한 결과 2017년 현재 해외직접투자 저량이 무려 14,909.3억 달러에 이른다( 참조).   이 엄청난 해외직접투자 유입으로 중국은 197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9%대를 넘는 세계 1위의 고도성장국가가 되었다. 여기에다 싼 임금과 싼 토지임대료를 바탕으로 중국은 세계의 굴뚝산업을 빨아들였다. 이 결과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978년 개방 당시 223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6년에는 7,963달러로 증가했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잠간 사이에 경제규모를 G2로 끌어올렸다. 그 과정을 보자. 중국은 2002년에 프랑스를 제치고 G5, 2005년에 영국을 제치고 G4, 2006년에 독일을 제치고 G3, 2009년에 일본을 제치고 G2, 드디어 2027년경에는 미국을 제치고 G1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이는 해외직접투자 유치가 이룩한 고도성장의 결과다.   중국이 이렇게 된 것은 그동안 해외기업에 특혜를 베풀어 왔고, 무엇보다도 법인세율이 명목세율은 25%이지만 실효세율이 15% 이하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4)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3%대 안팎이다. 잠재성장률이란 생산요소를 풀 가동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GDP의 최고 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노동과 자본 투입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오늘의 국민포럼 주제는 ‘5% 경제성장’이다. 한국은 지금 노동시장이 세계에서 사실상 가장 경직되어 있고,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투자는 끝없이 위축되고 있고, 잠재성장률마저 3%대 안팎이어서 ‘5% 경제성장’은 헛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소득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5% 경제성장’은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5%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해외직접투자 유치가 필수라는 것을 강조한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저량은 2017년에 겨우 2,306.0억 달러다( 참조).   그러면 현재와 같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틀에서 ‘5% 경제성장’은 가능한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 그 이유를 간략히 언급한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한 번도 ‘성장’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고 ‘성장’을 얘기하면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몰릴 것 같은 분위기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성장과 소득과 일자리 등에 부정적 효과만 가져오는 ‘거꾸로 가는 경제정책’만 실시해 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에는 ‘사람 중심 경제’를 논하다가 지금은 경제학자도 모르는 ‘포용경제’를 논하고 있다. 경제정책은 경제를 살려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용어’가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니다. 셋째,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데, 문재인 정부는 기업 잡는 데만 올인하고 있다. 넷째,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소득주도성장’이란 미국과 인도의 몇 주에서만 실험하고 있는 경제정책이다. 경제학은 결코 실험의 학문이 아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사이비 경제학자들에게 속아 최저임금만 올리면 소득주도성장이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목소리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변하고 있다. 다섯째,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부터 지속적으로 인하해 왔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도 인하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이명박 정부의 22%에서 노무현 정부의 25%로 인상해버렸다. 2017년 세계 170여 개국 가운데 법인세율을 인상한 나라는 오직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뿐이다.(KPMG, International 참조)   아직 늦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둘러 ‘규제대못’을 빼고, 법인세율을 싱가포르 수준인 17%, 아일랜드 수준인 12.5%, 중국의 실효세율 수준인 15% 정도로 낮춰야 한다. 그래야만 해외직접투자가 유입되어 5% 성장이 이뤄지고, 국민소득 3만 달러대 시대가 열리고, 일자리가 넘쳐나 젊은이들이 희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윤창현

▲ 지난 8월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경제정책 기조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찬반이 엇갈리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분명한 것 같다. 경제지표가 악화되니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악화된 경제지표가 이 정책을 더 확실하게 추진하라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얘기를 꺼내기가 힘든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공약으로 제시된 이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여러 군데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최근 충격적인 일까지 발생했다. 통계청장이 사실상 경질된 것이다. 전임 청장은 폐지될 뻔했던 가계소득통계가 존속되자 표본 수를 늘려서 통계의 질적 개선을 도모했다. 그런데 결과가 나쁘게 나오자 1년이 좀 지난 상황에서 교체되었다. 모든 지표가 경제 상황 악화를 확인해주고 있으므로 가계소득통계는 일관성 있게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책임자는 교체되었다. 통계청장이 눈물 어린 이임식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청와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신임 통계청장은 전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할 때 근거자료를 만든 책임자라는 점이 알려졌다. 이제 신임 청장 취임 이후 생산되는 통계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본질적인 의문이 생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다.         동어 반복의 잘못된 용어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지적할 것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명칭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성장은 소득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정책이라는 용어는 ‘소득을 증가시켜서 소득이 증가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해석 가능하다. 사실상 동의어 반복이다. 이처럼 당혹스러운 명칭이 나타난 것은 ‘wage-led growth’, 즉 임금주도성장이라는 용어에서 ‘임금’을 ‘소득’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세계노동기구(ILO)가 주장한 임금주도성장이 국내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거시경제적으로 ‘소득’은 ‘임금’ ‘이자’ ‘지대’ ‘이윤’으로 이루어진다. 근로소득 말고 금융자본에 대한 이자소득, 부동산에 대한 지대소득, 그리고 기업들이 창출하는 이윤소득도 있다. 한 경제가 창출하는 최종 부가가치의 합계인 국민소득은 임금+이자+지대+이윤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임금만이 아니라 이자·지대·이윤의 증가 정책도 포함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의 어젠다에는 임금만 들어있고 이자·지대·이윤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다.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만 늘어나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이 기본적인 내용인데 이는 장기적 성장정책이 아니라 케인스적 단기부양책으로 보아야 하고, 성장보다는 분배정책으로 보아야 타당하다.         이자·지대·이윤은 빠진 소득 주도      국민소득은 부가가치들의 합계이다. 부가가치가 창출되어야 소득이 올라가고, 경제가 성장하고, 그 결과 임금도 올라간다. 예를 들어보자. 밀농사를 해서 밀을 수확하고, 이를 다시 가공하여 밀가루를 만들고, 그리고 그 밀가루를 사들여 빵을 굽고 나서 그 빵을 누군가 소비해야 전체 단계가 완성이 된다. 부가가치는 각 단계별로 창출된다. 그런데 이 부가가치의 창출 단계마다 노동 투입이 필요하다. 만일 임금만 갑자기 올라간다고 하자. 임금은 근로자에게는 소득이지만 기업에는 생산비다. 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각 부가가치 창출 단계마다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가가치 창출 단계에서 생산비만 덜렁 혼자 상승하면 이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 내로 편입된 개방경제이고 해외에 있는 수많은 기업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임금만 ‘강제로’ 인상할 경우 임금상승이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경쟁력은 훼손된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해외에서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을 하는 이유가 다 임금 때문이다. 동일한 제품을 어떻게 해서든 싸게 생산해야 살아남는다. 국내에서 임금이 갑자기 올라 빵값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은 국내 빵 대신 해외에서 수입된 과자로 소비를 전환할 수 있다. 이 경우 제빵업체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또한 임금인상으로 인해 국산 밀가루가 비싸지면 국내 제빵업체들은 해외에서 밀가루를 수입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하의 생산비 상승은 이처럼 국내 부가가치 창출을 축소시키거나 중단시킬 수 있다. 해외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해외 근로자에게 부가 이전되고 국내 근로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글로벌 생산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임금인상을 통한 생산비 상승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중산층 가정 알바 대학생도 최저임금 혜택      또 하나는 요소 수요적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경제학 법칙에 따르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든다. 생산요소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생산요소 가격이 증가하면 생산요소 수요가 줄어든다. 임금, 즉 노동가격이 비싸지면 노동이라는 요소를 적게 사용하라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된다. 이제 기업들은 노동을 줄이고 자본으로 대체한다. 최근 키오스크라고 부르는 무인 자동주문 단말기의 생산과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커피전문점에서 미소를 띠며 주문을 받는 알바생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또한 임금인상을 피해 해외로 기업을 옮겨 국내노동 대신 해외노동으로 대체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임금인상을 피해가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일자리를 줄이게 되어 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추진되면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었다. 이 제도는 취지와 명분은 좋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단적으로 하나만 지적해보자. 이 제도는 근로자 개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일정 액수 이상으로 강제함으로써 소득을 늘리고 소득분포를 개선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소득분포는 가계 중심으로 보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개인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가계가 중요한 것이다. KDI의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 가운데 70%가 중산층 가계에 속해 있다. 자녀는 ‘알바’를 통해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아버지의 소득은 괜찮은 편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자녀 용돈 좀 올라가는 효과밖에 없는 셈이다. 얼마 전 필자가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방청석에 있던 한 지방 출신 대학생의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서울 소재 대학교에 다니면서 학교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데 그의 부모가 월세를 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자녀의 월세를 내줄 정도이면 빈곤층에 속할 정도는 아니라고 볼 때 그 대학생은 비록 최저임금을 받지만 그가 속한 가계는 소득분포상 빈곤층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 경제 내에서 최저임금의 인상폭은 너무 급격하고 속도도 빠르다. 2018년 16.4%, 2019년 10.9%이다. 2년 누진 약 30%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우리 경제의 뇌관을 건드리고 있다. 바로 자영업이다. 570만여명이 저부가가치 분야에 종사하면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도소매, 음식료, 숙박, 운수로 대표되는 저부가가치 분야가 자영업자가 주로 일하는 분야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사장님이지만 사실상 경제적 ‘을’이다. 편의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대료, 가맹점수수료, 카드수수료 등으로 힘들고, 과당경쟁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갑자기 정부가 종업원 월급을 올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장사도 안 되고 힘든데 월급을 더 주라는 것이다. 이들은 매우 격앙되어 있다. 이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이들에게 카드수수료나 건물임대계약과 관련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바라는 것은 우선 최저임금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당장 사람을 써야 하는데 비용이 너무 드니 어려움을 줄여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고 딴 얘기만 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통계를 제시하면서 최저임금의 영향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하는데 급여를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부담을 안 느끼는 업주가 어디 있겠는가. 이른 나이에 퇴직을 하고 자영업만이 유일한 대안인 상황에서 높은 급여를 주면서 창업을 할 수밖에 없다면 부담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들여다보아야지, 최저임금의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사가 잘되면 임금을 더 주고 장사가 안 되면 덜 줄 수 있어야 한다. 숫자 하나를 제시하고 이 숫자를 모든 기업, 모든 산업, 모든 지역에 똑같이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경직적이다.    ▲ 지난 8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차 최저임금 인상 규탄집회. photo 뉴시스   주휴수당으로 이미 시간당 1만원 지급      자영업도 기업이다. 기업이 유지되어야 일자리도 유지된다. 임금을 억지로 더 주게 만든다고 꼭 좋은 것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주휴수당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을 일한 경우, 5일 근무 시 8시간분 임금을 추가로 더해준다. 이 제도에 따르면 한 달에 174시간 정도 일하면 209시간분의 급여를 받는다. 인상된 최저임금 수준을 반영하는 경우 월 급여가 약 174만여원이다. 174시간 일하고 174만원 정도를 받으니 시간당 1만원이 지급된다.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라 법적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단 물리적으로 얼마나 일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물리적으로 일한 시간에 대해 이미 시간당 1만원이 지급되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최근 나온 많은 통계는 악화되는 고용과 소득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계를 소득수준에 따라 5등분하고 가장 소득이 낮은 20% 그룹을 1분위, 가장 소득이 높은 그룹을 5분위로 배열하고 1인 가구를 포함하는 경우 1분위의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수가 0.3명이 되었다. 1년 전에는 0.41명이었다. 1분위에 속한 가구 숫자가 100이라면 이 그룹에 속한 전체 취업자 숫자가 1년 사이에 41명에서 30명으로 11명이 줄어들었다. 무려 28% 감소이다. 반면 최상위인 5분위 가구의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숫자는 2.02명으로 5.9% 증가하였다. 가구 수 100개 기준 취업자 숫자가 202명이 된 것이다.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숫자는 4분위 1.59명, 3분위 1.26명으로 줄어든다. 취업자 수가 많을수록 상위권이다. 일자리 숫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분위에 속한 가구가 최저임금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볼 때 소득 최하위 가구의 일자리 숫자가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도 중요하지만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중요하다. 일자리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만든다. 폐쇄경제에서는 몰라도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소득주도성장이 가진 고비용 유도 효과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 국내 자영업자의 비명 소리도 너무 높다. 이제 임금을 지급하는 입장까지 고려한 제대로 된 기업친화적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the Basics)’가 너무도 절실한 시점이다.

홍익희

▲ 지난해 11월 9일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동하고 있다. / photo 뉴시스미중 간 무역전쟁에 있어 미국도 중국 못지않게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금리가 미국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최근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다 보니 물가지수 상승폭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부터 미국경제가 가파르게 살아나면서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가시화됨에 따라 연준은 금리인상을 올해 4회, 내년 3회 정도 하겠다고 수시로 으름장을 놓곤 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은 2.9%였으며 금리인상 결정의 주요지표인 근원물가지수도 통화정책 목표치 2%를 훌쩍 넘긴 2.4%에 달했다. 이는 갈수록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제품에 부가한 25%의 관세폭탄으로 수입물가 역시 뛰기 시작하면 더더욱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니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기 위해 올해 추가 금리인상을 예정대로 2회 정도 더 예상하고 있다. 9월과 12월.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는 8월 현재 1.5~2,0%인데 여기에 0.25%씩 두 번을 인상하면 기준금리가 2.0~2.5%가 된다. 이는 현재 미국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2.8~3.1% 사이에서 움직이는데 이 역시 금리가 올라 마의 3%를 훌쩍 넘길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1954년 이래로 미국 경기는 9번의 순환을 거쳤는데, 장단기 금리차이(국채 10년과 2년 수익률 차이)가 역전되고 평균 10개월(순환기간에 따라서 5~16개월) 후에 경기정점이 왔다.”(출처; ‘미중 무역전쟁과 주식시장’, ifs POST, 2018. 7.9, 김영익 서강대 교수)    지난 6월 장단기 금리차이가 0.38% 포인트로 2007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었는데. 8월 30일 현재는 더욱 좁혀져 0.20%에 불과하다. 미국 경기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과열로 치닫고 있는 경기를 식혀 성장세를 좀 더 오래 유지하려면 긴축으로 돌아서야 하는데 트럼프는 오히려 감세정책과 과도한 재정 팽창정책으로 역방향 주행을 하고 있다. 타오르는 불길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이는 곧 트럼프가 그토록 싫어하는 금리인상을 연준이 피할 도리가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불안한 채권시장    세계 자산시장의 규모는 외환>상품>채권>주식의 순서이다.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다. 지금으로서는 순식간에 불 붙을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장이 채권시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연준과 EU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은 제로 금리로도 모자라 사상 초유의 양적완화를 통해 국채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이들 중앙은행들이 쌓아둔 채권규모만 약13조 달러다. 이는 미국 연간예산의 3배 정도 규모이자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외환보유액 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 양적완화로 오른 채권값 / 그래픽=조선pub 전 세계 채권의 시가총액은 지난 15년 사이에 3배가 많아져 약 100조 달러에 달하는데, 문제는 채권 관련 파생상품 총액은 그 5배가 넘는 550조 달러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 시중금리가 치솟아 채권가격이 떨어짐과 동시에 채권 관련 파생상품 가격이 요동을 치면서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순식간에 유출되는 '펀드 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곧 채권 투매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주식시장 붕괴보다도 더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중국의 외면과 일본의 무기력으로 쏟아지는 채권을 받아줄 큰손들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만석이 든 극장의 화재에 비유하고 있다. 불이 나 관객들이 아우성치며 탈출하려는데 출구가 좁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채권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폭락하면서 주식시장 또한 위험해진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채권시장의 동향을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2008년도에도 파생상품이 사고를 쳐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했었는데 어째 파생상품이 또 사고를 칠 것 같다. 문제는 대부분의 파생상품 거래가 장외에서 이루어져 규제가 허술하고 누가 어느 정도의 파생상품을 소유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해 사고가 터지면 순식간에 시중에 자금경색이 오면서 신용위기로 치닫는다는 점이다. 우리 금융기관만이라도 파생상품에 함부로 손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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