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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충성한 죄밖에 없는데 적폐라니…” 전·현직 공안검사들의 울분

▲ 변창훈 검사의 투신자살로 전현직 공안검사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문무일 검찰총장. photo 뉴시스바야흐로 ‘공안검사 수난시대’다. 지난 11월 6일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투신자살은 공안검사들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2013년 국정원 파견검사로 ‘현안 태스크포스(TF)’에서 법률보좌관으로 근무했던 변창훈 검사는 최근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방해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변 검사는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검찰 조사나 법원 재판에서 허위진술을 유도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11월 2일 변 검사는 장호중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장 전 검사장과 이 검사의 구속영장은 발부.) 검찰 간부 3명에 대한 동시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변 검사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한 로펌에 자문을 구하러 갔다가 그곳 빌딩 화장실에서 몸을 던졌다. 변창훈 검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 군법무관을 거쳐 1997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부장검사 승진 후 주로 공안부에서 일했으며, 2015년 국정원에서 대검찰청으로 복귀할 때에도 공안기획관으로 임명됐다. 앞서 지난 10월 30일엔 국정원 소속 변호사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정모 변호사가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댐 인근 주차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정 변호사 역시 변 검사와 함께 국정원 내 ‘현안 TF’에서 근무했다.      ‘공안검사’란 대공·학원·선거·노동 등의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를 말하며 공안(公安)이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뜻한다. 권위주의 정부 때 공안검사들은 간첩 수사 등 북한정권과 연계된 각종 공안사건 수사를 전담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건개 전 서울중앙지검장, 정형근 전 국회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 검찰 고위직은 물론 정계·청와대에까지 진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퇴조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에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종빈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에 불만을 품고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공안검사들과 정권의 불화로 해석되었다. 이렇듯 정부의 성향에 따라 공안검사들은 정권과 불화하고 때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      ‘보수 박근혜 정부’에서 ‘좌파 문재인 정부’로 교체된 지 약 반년 정도 된 시점에 발생한 변창훈 검사 자살사건에 대해 전현직 공안검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자가 접촉해 본 전현직 공안검사들은 대부분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놓는 데 주저하는 눈치였다. 그중 한 명이 A 검사였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모 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낸 A 검사는 현 정부 출범 후 좌천돼 지방의 한 소도시 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A 검사와는 2012년 취재 중 알게 된 인연으로 몇 년 전까지 단속적으로 교류해왔었다. 현직인 만큼 조심스럽게 지금의 심경을 물어보았다. A 검사는 끝내 답을 하지 않고 “나중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짧게 말했다. 공안검사로 오래 있다가 현 정부 출범 후 옷을 벗은 B 검사는 현재 서울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B 검사는 각종 공안사건을 매끄럽게 처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B 검사는 “아직 뭐라 말할 상황이 아니다.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C 검사로부터는 비교적 솔직한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현직인 C 검사는 변창훈 검사, 정 변호사와 모두 인연이 있었다. “과거 변 검사와는 같은 부서에서 일했었고, 정 변호사는 학교 선후배 사이라 특히 친했다”고 했다. C 검사 역시 법무부를 비롯해 일선 지검 공안부에서 근무했지만 현재는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고 고백했다. C 검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도 하루아침에 적폐로 몰렸다. 공안이든 비공안이든 모든 검사들은 국가와 조직에 충성해왔다. 충성한 죄밖에 없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적폐로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공안통으로 지검장을 지낸 D 변호사는 분개했다. D 변호사는 “5년 후 이 정권에서 잘나가던 검사들이 적폐로 몰리지 말란 법이 없다”며 “검찰 수사가 대단히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D 변호사는 “별건(別件) 수사는 물론 30~40년 전에나 있었을 법한 하명(下命) 수사가 이뤄지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에서 근무한 E씨는 구속된 장호중 검사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장 검사가 국정원에 파견 나와 있을 때 자신을 평소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고 한다. E씨는 “장 검사는 권력을 탐하는 그런 검사가 아니었다”며 “‘샌님’ 같고 점잖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이 매우 좋았다”고 기억했다. E씨는 “공안검사 하면 ‘강성’이란 편견을 갖고 대하는데, 장호중 검사를 비롯해 내가 본 공안검사들은 다 예의 바르고 성실했다. 아까운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 공안 계통에 몸담으며 검찰과 오랫동안 업무관계를 맺어온 F씨도 “공안이란 이름은 존재하나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다. (공안부서가) 정상화되기까지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인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부분 중 하나가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의 퇴진이다. 대검 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 공안 계통 요직을 두루 지낸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은 지난 6월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되자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대표적 공안통인 정점식 전 공안부장에 대한 전보 조치는 검찰의 ‘공안 개혁’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6월 9일 열린 퇴임식에서 정 전 공안부장은 “앞으로도 국가와 국민이 있는 한 검찰의 역할과 공안의 기능은 변함없이 중요하다”며 공안검사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점식 전 공안부장은 200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로 있으면서 재독 친북학자 송두율씨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2014년엔 통합진보당 위헌심판 사건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아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냈다. 공안통이면서도 검찰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 태스크포스에서 정점식 전 공안부장과 호흡을 맞췄던 일부 검사도 좌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으로 TF에 몸담았던 김석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영전했다가 지난 8월 인사에서 대구서부지청 부장으로 밀려났다. 민기홍 울산지검 공안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 공안통인 변창훈 검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 나흘 후 투신자살했다. photo 연합   공안통의 퇴조 뚜렷      기자가 확인한 결과, 현재 고검장급 검사장 중에서 공안 경력이 있는 검사는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이금로 법무부 차관 정도였다. 봉욱 차장검사는 대검 공안기획관을, 이금로 차관은 공안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냈다. 지검장급 검사장 중에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공상훈 인천지검장과 이상호 대전지검장, 윤웅걸 제주지검장이 있다. 공상훈 지검장은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당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구속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과 2차장을 지낸 이상호 지검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NLL 대화록’ 사건을 수사했다. 윤웅걸 지검장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역임했었다. 대검찰청 부장급 중에선 차경환 기획조정부장이 공안 경력이 있다. 차 검사는 2013년 수원지검 2차장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의 단초가 된 ‘이석기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현재 검찰 공안부서의 양대 축은 권익환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진재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다. 권익환 공안부장은 공안부서 경험이 거의 없는 기획통이다. 권익환 검사는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에 설치된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아 저축은행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비리를 수사했었다. 진재선 공안2부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인연이 깊다. 윤석열 지검장이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며 검찰 수뇌부와 대립할 때 진 검사가 그 밑에서 주임검사로 일했다. 진재선 검사가 공안부서를 맡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 김진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진재선 검사가 현직 검사 신분으로 좌파 성향 단체인 ‘사회진보연대’에 3000만원을 후원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공안검사들과 달리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현 정부 출범 후 검찰 요직을 맡고 있다.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특검에 파견됐던 신자용·양석조·김창진 검사가 각각 서울중앙지검 특수 1·3·4부장을 맡고 있다. 특수1부는 여야 정치인 수사, 특수3부는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특수4부는 국정농단 사건 공소 유지, 롯데그룹·효성그룹 수사 등 모두 굵직한 사건을 맡고 있다.      검찰이 이른바 적폐 관련 사건을 집중적으로 담당하면서 당초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검찰 개혁이 후퇴하고, 오히려 검찰의 위상이 강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검찰의 공안부서가 당분간 존속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문무일 검찰총장은 공안부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아직 공안부서 축소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적폐청산 수사는 윤석열 지검장이 전담하고, 문무일 총장은 조직 안정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실제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나라 안보 현실과 사회현상에 비춰 보면 공안부가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8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공안부 존속 의지를 내비쳤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수난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종북세력 척결 성과 및 향후 대응방안’(2013년 1월)이란 검찰 내부 보고서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 말 대검찰청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검찰 공안부서가 겪었던 일들이 분석돼 있다. 그중 한 부분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햇볕정책’ 및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조치를 국정 핵심과제로 추진, ‘공안’ 분야를 핵심적 장애요인으로 평가하여 인력·조직·예산 대폭 축소 △그동안 적극적인 수사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공헌한 대공수사 담당자들에게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 조치 △대공수사의 핵심인 대검 각 공안과장 및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공안부장에 비(非)공안 전문가 집중 배치 및 우수 인력들의 공안부서 근무기피 등으로 전문성 약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부침(浮沈)을 겪는 공안검사들. 그들이 정치적 외풍(外風)에서 벗어나 소명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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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귀순병 당시 상황 재현 그래픽. 사진=TV조선 영상 캡처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을 통해 북측에 있던 경계병이 남측으로 탈북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이 남을 향해 달아나는 군인에게 총질을 했다. 여러 보도를 통해 북측은 약 40여발을 발사했고, 이 중 약 4~5발 가량이 탈북 군인의 몸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북한 귀순병사는 국내에서 치료 중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설명하는 국방부와 언론의 내용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여럿 나온다. 이번 사건은 1976년 도끼만행사건 이후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무력도발사건이자 총기가 사용된 최초의 사건이다. 특히 남북한 모두 비무장 상태로 있어야 하는 공동구역 내에서 북한이 무려 40여발의 총질을 한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권총뿐 아니라, AK-47과 같은 돌격소총까지도 북한은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이것은 북한측의 단순 무장을 넘어선 중무장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도끼만행사건도 그 사건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측이 미군(UN)과 작업에 참여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총기가 없는 비무장상태로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미군에게 위협을 가했다. 미군이 가지치기를 지속하자 북한측은 현장에서 가지치기에 사용하던 도끼로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했다. 살인에 사용된 무기가 도끼인 점은 총기가 허용되지 않는 공동경비구역의 상황을 대변해준다. 도끼만행 사건 직후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박정희 대통령이 한 말, “미친 개(북한)는 몽둥이가 약이다. 내 철모와 군화를 가져오라”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북한의 행위에 대해 미군과 우리군은 즉각 데프콘 3를 발동하고 북한의 행동을 규탄했다. 이후 한국과 미군은 폴 버니언 작전(Operation Paul Bunyan)에 돌입, 미국 전략무기인 F-111과 F-4 전폭기, B-52폭격기가 한반도로 전개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미군의 작전을 도와 우리 공군의 F-5와 F-4를 출격시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엄호해줬다. 이후 북한측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김일성이 직접 도끼만행사건에 대한 유감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폴 버니언 작전은 일단락됐다.   이번 사건이 북한 병사가 귀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앞선 도끼만행사건처럼 직접적인 위해가 없다는 점을 두고 여론의 해석이 분분하다. 일반 여론에서 나오는 주장을 종합하면 크게 5가지다. 1. 북한측이 발사한 총알은 남측 경계선을 넘어왔나. 2. 북한측이 남북한 경계선을 넘었나. 3. 북한측이 직접 우리측을 공격할 의도가 있었나. 4. 우리측은 귀순병의 탈출과정을 파악하고 있었나. 5. 정부의 대응 방안   첫째, 북한측의 총알이 남측 경계선을 넘어왔나? 북한은 무조건 남측향해서도 발포하라는 지침 있어 귀순병사는 탈출과정에서 지프차량을 타고 남측경계선 지역으로 달려왔다. 달려오다가 경계선을 불과 10미터 남짓 남겨두고 차량의 바퀴가 배수로에 빠졌다. 즉 차량으로 탈출하려다가 마지막에 차량이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귀순병은 차에서 내려 남측을 향해 달렸고, 총을 맞고 경계선을 지나 남측내 50미터 지점에서 쓰려졌다. 남측 방향으로 달린 병사의 후미에서 총을 발사했기 때문에 총알의 방향도 귀순병과 같은 남쪽이다. 정황상 총알이 남측으로, 또 남측으로 넘어왔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한 종편방송에서 귀순병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중 “북한측 경계병들에게는 남쪽을 향해 도망치는 자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사람이 남측을 넘어가더라도 반드시 사살하라”는 지침이 하달되어 있다고 했다. 안 소장은 과거 남북이 대치하는 휴전선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인물이다. 즉 이 말은 북한이 남측을 향해 총을 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이 귀순병사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우리측 군인 2명정도가 낮은 포복으로 접근하여, 귀순병을 구출했다고 했다. 포복으로 다가갔다는 사실 자체가 남측 진영에 대한 사격이 있었음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북한이 남측을 향해 총질을 해댄 것은 북한의 여러 과거 도발과 마찬가지로 남측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자 도발이다. 특히 유엔사 관할지역에서 남측을 향한 총질은 한국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유엔의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기도 하다.   둘째, 북한군이 남측 경계선을 넘었나? 영상 확인한 군 내부자의 증언 귀순병 사건이 있은 직후 국방부는 관련 CCTV 영상과 TOD 열감지장비로 촬영한 영상 등을 곧장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영상공개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영상에서 북한군이 우리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면 굳이 국방부가 유엔사를 설득하면서까지 영상을 연기할 이유가 없다”며 공개연기 결정에 대해 국방부를 질타했다. 귀순병 영상을 두고 KBS가 해당 영상을 직접 확인했다는 군 내부자를 통해 영상안의 내용을 말하기도 했다.   해당 군 내부자에 따르면, “북한 경계병이 귀순병을 따라오면서 사격을 하는데 집중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명이 추격에 몰두한 나머지 우리측 경계선을 넘어까지 따라 들어왔고, 이후 자신이 경계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서 다시 돌아갔다”고 증언했다. 군 내부자의 말대로라면, 영상 안에서 북한군이 우리측 진영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이 부분 때문에 국방부가 영상 공개를 미룬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북측이 발포한 총알뿐 아니라 북한군이 물리적으로 우리측 진영을 넘어오기까지 했기때문에 북한의 행동은 분명 정전협정 위반이며,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로 간주된다.    귀순병 상황 그래픽. 사진=채널A 영상 캡처 셋째, 북한이 우리군을 공격할 의도가 있었나? 구출(救出)과 포복의 의미도 모르는 국방부   언론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남측으로 총질을 했어도 우리군을 조준할 의도는 없었다며 북을 두둔하고 있다. 이 질문은 질문부터가 그 의미가 잘못됐다. 남측을 넘어 총알을 발사한 마당에 북한이 우리군을 공격할 의도를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약 이 논리대로라면, 연평도 포격도발을 한 북한이 포를 연평도를 향해 쏘았어도, 우리군을 공격할 의도는 없었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도 성립되기때문이다.   이는 마치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대를 향해 당신이 내 목숨을 위협해도 당신 마음은 안 그렇지 않냐고 묻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북한이 쏜 수십발의 총알이 날아오는 동안 총을 발포한 북한군을 일일이 찾아가 “지금 누구한테 쏘는 거냐? 설마 지금 우리군을 보고 쏘는 것은 아니지?”라고 묻는 꼴이다. 빗발치는 총알의 발사 방향과 발사한 사람의 마음을 읽고 대응하는 군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휴전상태에서는 실수로 발포한 총성 한발에도 즉각 공격태세에 돌입하는 것이 군이다. 본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군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심정과 의도를 묻는 태도는 안일한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대변해 준다. 그리고 이미 우리측 진영으로 넘어온 귀순병을 포복으로 다가가서 구출했다는 상황 자체에서부터 우리 군은 앞선 40여발의 총알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 총알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포복으로 다가간 것 자체가 군으로서 부끄러운 것이다. 우리 진영에 대한 확고한 대비태세와 완벽한 임전무퇴(臨戰無退) 정신을 새기고 있는 군의 태도가 아니다. 우리 땅에서 우리 땅의 안보를 최전방에서 지키는 우리 군이 귀순병을 포복으로 구출한 것은 여론의 질타를 받을 일이다. 이 말은 곧 귀순병이 굳이 목숨을 걸고 경계선을 넘을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해당 귀순병이 북측 땅에 있을때와 남측 땅에 있을때와 다른 것이 없기때문이다. 적진에 쓰러진 우리 군을 구하러 갈 때 사용하는 것이 포복이다. 그런데 현재 언론에서는 오히려 우리군이 잘 구조했다는 칭찬을 하고 있으며, 누가 먼저 구출했냐에만 왈가왈부하고 있다. “구출”이라는 표현조차 부끄럽다. 제대로 된 조치였다면, 우리군도 총기로 무장하고 일부에서는 혹시모를 추가교전에 대비해 경계엄호를 하고, 걸어가서 우리 진영에 쓰러진 귀순병을 부축해서 데려왔어야 한다.   구출(救出)이란 위험에 빠진 자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다. 그런데 구출이란 표현을 함으로써 우리 군은 우리 진영에 대한 위험요소부터 제거하지 못했음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 군 스스로도 우리군 진영에 대한 위험을 제거하지 못했고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군 스스로도 민망한 포복과 구출이 동원한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지금도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우리 군인들은 언제든 날아올지 모를 북한군의 총알이 두려워 항시 포복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는 우리집 안방에서조차 강도의 침입이 두려워 두리번 거리는 꼴이다. 이번 상황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한 북한군 앞에 우리군은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태다.   넷째, 북한 귀순병의 탈출과정 알고 있었나? 관측 장애물 필히 제거한 군의 전통 이 부분에 대해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CCTV 영상과 관련하여 잘 관측되지 않는 지역이 있다는 말을 했다. 또 TOD 열영상장비를 통해서 보고서야 귀순병이 쓰러져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판문점은 수풀이 우거진 곳이 아니며, 그 규모가 여의도만큼 큰 규모도 아니다. 그런데 이 지역을 관할하는 우리 군이 굳이 TOD 열영상장비까지 동원하고서야 귀순병이 쓰러져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지프차가 우리쪽을 향해 돌진하다 배수로에 빠지는 과정만 보더라도 과연 이것이 대수롭지 않게 여길만한 사건일까. 이 과정이 조용하게 벌어졌을까? 또 40여발의 총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안 우리군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는 말인가? CCTV로 보이지 않는 지역이 있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차폐지역이 있다면 애당초 제거를 했어야 한다. 이미 도끼만행사건과 같은 일을 겪은 마당에 보이지 않는 지역을 방치했다는 말과 같다. 당시 도끼만행 사건도 우리군의 초소에서 북측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관측을 가로막는 미루나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그만큼 우리군이 관측에 애를 쓰는 지역이 공동경비구역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차폐지역을 방치했다면 이 역시 군의 안일한 대비태세를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 과거부터 이 지역에서 관측 방해물은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판단하여 필히 제거하고 조치를 취하는 곳이다. 그런데 차폐지역이 있다는 말은 국방부의 영상공개 연기 등을 두고 미심쩍은 의심만을 증폭시킬뿐이다.   다섯째, 정부의 대응 방안 이번 사건은 엄중히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남측을 향한 총질, 경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들어온 북한군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과거 도끼만행사건처럼 북한으로부터 유감표명 및 재발방지 등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당연한 우리측의 권리이자, 이번 북한의 행동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앞둔 마당에 이런 부분이 남북간에 흐지부지 종결되어 버리면, 오히려 국제사회는 불안요소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방한을 꺼릴 이유가 커 보인다.   앞서 프랑스 대표단 등은 평창 대회 참여를 심사숙고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가 확실히 보장된다는 점을 이번 귀순병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집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우리 근해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3대나 들어온 마당이기 때문에 과거 도끼만행 사건때보다도 더 신속한 유사 폴 버니언 작전도 수행이 가능한 상태다. 귀순병 사건은 유엔사 관할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분명 한미동맹에 대한 도발의 대가를 확고히 알려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상흔

지난 11월 19일 K-pop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방탄소년단이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 무대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쳤다. / 유투브 관련 영상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북한군의 집중 사격으로 사경을 헤매던 북한군 병사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많은 이들은 이 무명 북한 병사가 단 며칠이라도 의식을 회복하여 자신이 그토록 그렸을 자유의 땅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기를 바라며, 그의 소생을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사실상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던 사람이 의식을 회복했다니 이런 것을 두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이 북한 병사가 의식을 회복한 후 “남한 노래가 듣고 싶다”며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그가 의식을 회복한 후 들었을 첫 남한 노래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지지만, 신세대 장병이니만큼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일 것이다. 아마 지금 북한에서는 이 병사처럼 수많은 군인, 청소년, 젊은이들이 K-pop과 한국 드라마에 빠져서 자유세계를 동경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K-pop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경을 헤매다 살아난 북한 병사의 첫 소망이 될 정도가 되었을까? K-pop은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기존의 미국 pop과 구별하기 위해 외국의 K-pop 애호가들이 붙인 이름이다.   10여 년 전 아시아 일부 국가에 머물던 K-pop은 2007년 걸그룹 ‘소녀시대’ 데뷔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2009~2010년은 그야말로 K-pop의 부흥기였다.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카라, 샤이니, 2PM, 티아라 등 쟁쟁한 그룹이 이 당시 등장했다. 이 무렵 K-pop은 드라마와 영화에 이은 제2차 한류 붐을 주도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유튜브(You tube)라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도 K-pop을 세계로 퍼뜨리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당시 유튜브는 2012년 K-pop의 인기와 영향력을 반영해 자신들의 음악 채널에 K-pop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음악이 이처럼 별도의 장르로 대접받은 경우는 없었다.    K-pop은 40대 중후반인 필자의 삶도 많이 바꾸어놓았다. 필자는 1990년 중반부터 2008년 소녀시대라는 걸그룹을 알기 전 10여년 동안 대중음악과 완벽하게 차단된 채 지내왔다. 2008년 무렵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가창력과 춤실력에 반하게 되었고, 점점 다른 아이돌 그룹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10년 동안 소녀시대, 2ne1, 빅뱅 같은 그룹은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K-pop은 우리 대중 가요사에서 거의 처음으로 부모세대(주로 1970년대 생)와 자녀세대가 세대를 초월해 같은 노래를 듣고 즐기게 만들었다.    갓 등장한 새내기 아이돌 그룹이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면서 뿌듯함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에 앞서 5~6년간 한류 아이돌 스타들이 세계적으로 폭넓은 K-pop 팬층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빅뱅과 소녀시대가 데뷔한 지도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남녀를 통틀어 이토록 장수하는 아이돌 그룹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빅뱅과 소녀시대는 어쨌거나 그 일을 해냈고, 대중 가요사에 큰 별로 남을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미국에서 뮤지컬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KPOP(케이팝)’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헬렌 박을 인터뷰 하면서 그에게 “2012년을 정점으로 K팝 열풍이 한풀 꺾인 것이 아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그렇지 않아요. 미국에서 방탄소년단(BTS)이 K-pop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10위 안에 들었잖아요. K-pop은 미국 팝에 비해 하모니가 복잡하고, 멜로디가 중독성이 있으며, 멋진 안무와 어울려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한류와 K-pop이 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우리 작품을 통해 K-pop의 매력과 장르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K-pop을 알고 나면 금방 빠져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헬렌 박이 언급했던 방탄소년단은 지난 11월 19일 우리나라 K-pop 그룹으로는 최초로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를 통해 미국 TV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기업 중에 K-pop과 아이돌 그룹에 신세를 지지 않은 업체가 과연 있을까? 대한민국의 위상을 K-pop 그룹 만큼 전 세계에 떨친 이들이 있을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고 한들 일본의 대형 콘서트장에 수만 명의 아주머니 부대를 동원할 수 있을까? 동남아에서, 남미에서, 유럽에서 이처럼 많은 한국 팬들을 만들 수 있을까?   심정이라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기업의 대외 이미지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K-pop 그룹을 대표하여 빅뱅과 소녀시대에게 훈장이라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아울러 탈북 병사가 깨어나면 그가 가슴에만 품어왔던 아이돌 그룹과 만남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김병헌

▲ 부여의 건국과 발전,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 정확한 사료 번역은 올바른 역사 서술의 기본(2) - 부여(夫餘)   현행 고등학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에 소개된 초기 국가와 관련한 서술은 모두 중국 사서인 『삼국지』 「위서, 동이전」을 토대로 서술하였으며 필요에 따라 번역 자료를 사료(史料)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들 인용 사료(史料)의 번역이 잘못되거나 미흡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초기국가 서술과 관련하여 사료 제시나 이를 바탕으로 한 서술에서 어떠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부여의 엄격한 형벌에 관한 원전 사료와 교과서 서술이다.   형벌을 가함이 엄격하여 살인자는 죽이고 가족은 몰수하여 노비로 삼는다. 물건을 훔치면 열 두 배로 갚게 한다. 남녀가 간음(姦淫)하거나 부인이 투기하면 모두 죽이는데, 투기를 더욱 증오하여 죽인 시체는 나라의 남쪽 산 위에 두었다가 썩어 문드러질 때가 되어 여자 집에서 가져가고자 할 경우 우마(牛馬)를 바쳐야 준다.(用刑嚴急, 殺人者死, 沒其家人爲奴婢. 竊盜一責十二. 男女淫, 婦人妬, 皆殺之, 尤憎妬, 已殺尸之國南山上, 至腐爛, 女家欲得, 輸牛馬乃與之. -『삼국지』 위서 동이전, 이하 같음 )  교학사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그 가족은 노비로 삼았다. 또한,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물건 값의 12배를 배상하게 하고 간음한 자와 투기가 심한 부인은 사형에 처한다는 항목이 전해지고 있다.(22) 금성출판사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그 가족은 노비로 삼았다. 도둑질한 자는 12배로 배상하게 하였으며, 간음한 자와 투기한 부인은 사형에 처하였다.(33) 리베르스쿨 부여에는 1책 12법이라는 엄격한 법이 있어 남의 물건을 훔쳤을 때는 훔친 것의 12배를 갚게 하였다.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였고, 그 가족은 노비로 삼았다. 심지어 간음한 자와 투기가 심한 부인까지도 사형에 처하였다.(26) 비상교육 살인한 사람을 사형에 처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면 12배를 배상하게 하였으며, 간음한 자와 투기가 심한 부인을 사형에 처하는 엄격한 법이 있었다.(24) 미래엔 형벌은 엄하고 각박하여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집안사람은 노비로 삼는다. 도둑질을 하면 물건의 12배를 변상하게 하였다. 간음한 자와 투기가 심한 부인은 모두 죽였다. 투기는 더욱 증오해서 죽인 후 시체를 나라의 남산 위에 버려서 썩게 한다. 친정집에서 시체를 가져가려면 소나 말을 바쳐야 한다.(18, 사료) 원전(原典)의 ‘남녀가 간음(姦淫)하거나 부인이 투기하면 모두 죽인다.’는 부분을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간음한 자와 투기한 부인’이라 하여 병렬로 서술하였다. 남녀 간의 간음 행위와 여자의 투기를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원전과는 달리 교과서는 ‘간음한 자와 투기한 부인’이라 하여 마치 남자는 간음 행위, 여자는 투기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도록 하였다.   더구나, 금성출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교과서는 ‘투기가 심한 부인’이라 하여 투기의 경중에 따라 처벌을 달리 하는 것으로 서술하였다. 투기가 심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에 원전의 의미를 왜곡한 것이다. 이는 원전에 없는 자의적 번역으로 대부분 원전을 확인하지 않고 옮겼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출전까지 밝힌 미래엔 교과서의 경우 ‘집안사람’이라 한 번역은 원전의 ‘其家人’에 맞게 ‘그 집 사람’이라 해야 살인자의 가족임이 분명해진다. 또, ‘투기는 더욱 증오해서’는 ‘투기를 더욱 증오해서’로, ‘친정집’은 원전의 ‘女家’를 그대로 옮겨 ‘여자의 집’이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남녀가 간음하거나 부인이 투기하면 모두 죽이는데, 투기를 더욱 증오하여 죽인 시체는 나라의 남쪽 산 위에 두었다가 썩어 문드러질 때가 되어 여자 집에서 가져가고자 할 경우 소나 말을 바쳐야 준다.’고 하여 하나의 문장으로 옮겨야 의미가 분명해진다.   이어서 형이 죽으면 형수를 아내로 삼는다는 혼인 풍습에 관한 내용이다.   형이 죽으면 형수를 아내로 삼는데 흉노와 같은 풍속이다.(兄死妻嫂, 與匈奴同俗.) 금성출판사 혼인 풍습으로 죽은 형의 부인을 아내로 맞는 형사취수혼이 행해지기도 하였다.(33) 리베르스쿨 형사취수제는 형이 죽으면 아우가 형수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제도로 남자 집안의 재산이 여자 쪽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방편이었다.(26, 고구려의 풍습으로 소개) 지학사 부여에는 취수혼, 고구려에서는 서옥제, 옥저에서는 민며느리제, 동예에서는 족외혼 등이 시행되었다.(27) 부여에서는 형이 죽으면 형수를 아내로 삼는다. 이 풍속은 흉노와 같다.(27, 사료) 천재교육 형이 죽으면 형수를 아내로 삼는 풍습도 있었다.(19, 형사취수제)  부여의 혼인 풍습을 거론할 때 으레 ‘형사취수혼’, ‘취수혼’, ‘형사취수제’ 등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취수’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원전에 분명히 ‘형사처수(兄死妻嫂)’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타 자료에서 ‘형사취수’의 용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잘못이다. 형사처수에서 ‘처(妻)’는 ‘아내로 삼다[爲之妻]’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글자다. 교과서대로 ‘취수’라고 했을 경우 ‘형수를 취하다’라는 뜻이 되는 취수(取嫂)와 ‘형수에게 장가들다’는 뜻이 되는 취수(娶嫂)로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어느 쪽도 ‘처로 삼다.’, ‘아내로 삼다’라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역사서에 서술된 용어나 글자는 편찬 당시 춘추필법(春秋筆法)에 따라 한 글자 한 글자 엄선하여 집필하였기 때문에 합당한 이유나 근거 없이 함부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 본래의 의미를 정확하게 담아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왜곡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형사취수’는 본래의 뜻을 훼손한 자의적 변경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형사취수제’라 하여 마치 일반화된 제도인 것처럼 쓰는 것도 문제다. 부여의 민간에서 나타나는 풍습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제도로 정착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형이 죽을 경우 형수를 아내로 삼는 ‘형사처수’의 풍습이 있었다.”는 정도로 서술하면 된다.   다음은 부여의 왕권과 관련된 사료다.   옛 부여 풍속에 홍수나 가뭄이 고르지 못하여 오곡이 익지 않으면 바로 왕에게 허물을 돌려 혹은 ‘바꿔야 한다.’, 혹은 ‘죽여야 한다.’고 하였다.(舊夫餘俗, 水旱不調, 五穀不熟, 輒歸咎於王, 或言當易, 或言當殺.) 교학사 옛 부여 풍속에는 가뭄이나 장마가 계속되어 오곡이 영글지 않으면 그 허물을 왕에게 돌려 왕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거나 ‘죽여야 한다.’고 하였다.(22, 사료) 동아출판 가뭄이나 장마가 계속되어 오곡이 영글지 않으면 그 허물을 왕에게 돌려 ‘왕을 마땅히 바꾸어야 한다.’라고 하거나 ‘죽여야 한다.’라고 하였다.(23, 사료) 천재교육 옛 부여의 풍속에 장마와 가뭄이 연이어 오곡이 익지 않을 때, 그때마다 왕에게 허물을 돌려서 ‘왕을 마땅히 바꾸어야 한다.’라거나 혹은 ‘왕은 마땅히 죽여야 한다.’라고 하였다.(19, 사료) 이와 관련한 교과서 본문 서술에는 대부분 문제가 없으나 사료 인용에서 번역이 잘못 되었다. ‘가뭄이나 장마가 계속되어’에 해당하는 원문은 ‘水旱不調(수한부조)’로 수(水)는 ‘비’를, 한(旱)은 ‘가뭄’을 나타낸다. 따라서, ‘水旱不調’는 ‘비와 가뭄이 고르지 못함’이란 뜻으로 폭우나 장마 또는 가뭄 등으로 날씨가 고르지 못하여 흉년이 드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부조(不調)’는 ‘고르지 못하다’는 뜻이지 ‘계속’이나 ‘연이어’의 뜻이 아니다. 이 부분의 번역은 국편의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잘못된 번역 자료를 그대로 갖다 쓴 데서 온 오류다. 국편의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탑재된 ‘중국정사조선전’에는 오역이 적지 않아 이용에 주의를 요한다.   이번에는 제천(祭天) 행사인 영고(迎鼓)에 관한 서술이다. 은(殷) 정월[12월]에 하늘에 제사 지내고 온 국민이 모여 연일 마시고 먹으며 춤을 추니 영고(迎鼓)라 한다. 이때 형옥을 중단하고 죄수들을 풀어준다.(以殷正月祭天, 國中大㑹, 連日飲食歌舞, 名曰迎鼓. 於是時, 斷刑獄, 解囚徒.)   리베르스쿨 부여는 해마다 12월에 영고라는 제천 행사를 치렀다. 영고는 ‘둥둥둥 북을 울리면서 신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추수를 마친 12월에 온 나라 백성이 동네마다 한 곳에 모여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며칠 동안 계속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놀았으며, 죄가 가벼운 죄수는 풀어주었다.’라는 기록이 있다.(26) 지학사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삼한의 5월제‧10월제 같이 목축 및 농경과 관련하여 하늘에 제사 지내는 행사가 있었다. 이때에는 죄수를 풀어 주고 모든 사람이 잘 차려입고 나와 밤낮으로 먹고 마시며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다.(28) 천재교육 정월에 지내는 제천 행사는 국중 대회로 날마다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그 이름은 영고라 한다.(23, 사료) 금성출판사 은력 정월에 하늘에 제사하고 나라 사람들이 도성에 크게 모여 연일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니, 이름 하여 영고라 한다. 이때에는 형옥을 판결하고 죄수들을 풀어 준다.(36, 사료) 리베르스쿨 교과서에는 “영고는 ‘둥둥둥 북을 울리면서 신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여 영고의 의미를 특정하였으나 이는 집필자의 자의적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영고(迎鼓)가 부여의 고유어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다 위와 같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온 나라 백성이 동네마다 한 곳에 모여'라는 서술에서도 ‘동네마다 한 곳에 모여’는 원전에 없는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죄가 가벼운 죄수는 풀어주었다.’라는 부분도 그냥 죄수를 풀어준다고 하였을 뿐 죄의 경중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서술이다. 지학사 교과서의 ‘모든 사람이 잘 차려입고’라는 서술도 원전에 없는 내용이다.   천재교육의 인용사료는 완전히 잘못된 번역이다. ‘정월에 지내는 제천 행사는 국중 대회로’라는 문장은 다른 달에도 제천 행사가 있는데 특별히 정월에 지내는 제천 행사는 ‘국중 대회’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도 국편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잘못된 번역을 그대로 옮겨온 경우다. ‘정월에 하늘에 제사 지내고 온 국민이 모여 연일 마시고 먹으며 춤을 추니 영고라 한다.’고 해야 자연스럽다.   금성출판사의 ‘형옥을 판단하고’는 ‘형옥을 중단하고’의 오역이다. 형옥(刑獄)은 ‘형벌(刑罰)과 옥사(獄事)’를 일컫는 말이니 죄인에게 형벌을 내려 옥에 가두는 일이다. 따라서, 죄의 판단이 이미 끝나고 감옥에 가두어 처벌을 실행하는 것이다. 판단의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뜻이다.   이와 동일한 오역이 국편에서 주관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도 출제된 바 있다. 2017년 1월에 실시된 34회 고급 3번 지문에서는 ‘은력(殷曆) 정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국중대회(國中大會)에서 연일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니, 이를 영고(迎鼓)라고 한다. 이때 형옥(刑獄)을 판단하여 죄수를 풀어주었다.’고 한 지문 중에서 ‘형옥(刑獄)을 판단하여 죄수를 풀어주었다.’고 한 부분이다. 이는 ‘형옥을 중단하고 죄수들을 풀어주었다.’로 하는 것이 올바른 번역이다. 앞부분의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국중대회(國中大會)에서’라는 번역도 어색한 문장으로 ‘하늘에 제사 지내고 도성 안 사람들이 크게 모여서’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때 ‘國’은 ‘왕성의 안[王城之內]’ 즉 ‘도성(都城)’이란 뜻이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고전번역원, 규장각, 장서각 등에는 한문으로 된 원전 자료를 번역하여 제공하고 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정확하고 꼭 필요한 자료를 찾는데 투자해야 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원전 자료가 경사자집(經史子集)에 걸쳐 워낙 다양한 데다 그 분량 또한 엄청나기에 간혹 오역이나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지 않은 문자와 문체로 기록된 한문 원전 자료를 제한된 인력과 제한된 시간으로 오류 하나 없이 완벽하게 번역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독자의 오류 제보로 더욱 완성도 높은 번역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오역이나 미흡한 번역 자료를 연구 논문이나 교과서 집필에 이용하는 연구자가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데 있다. 교과서에 인용된 사료가 그리 많지 않은데도 오역이나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대부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교과서 집필자는 사료 인용에 앞서 원문과 대조하여 오역이나 미진한 부분은 반드시 바로잡아 본래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가 이해할 수 없는 번역이라면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에 인용된 번역 사료에는 그런 오역과 왜곡이 적지 않다.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주동식

2000년 6월 13일 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이 맞이하고 있다. /조선DB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햇볕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호남 출신들이 많은 편이다.   김대중의 정치적 자산은 소중하다. 반발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적어도 현재의 대한민국은 박정희와 김대중 두 사람의 흔적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김대중의 정치적 자산을 살린다는 선의라고는 해도 햇볕정책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 김대중의 정치적 유산을 위해서도, 호남을 위해서도 최악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내가 팃포탯 전략이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했지만, 김대중 집권 당시로서는 햇볕정책은 시도해볼만한 노선이었다고 본다. 강경 대치 일변도로 나아갔던 보수정권들이 대북 정책에서 그다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정도의 접근은 시도할 수 있었다.   IMF 외환위기라는 상황에서 대북 정책으로 새로운 정치 경제적 활로를 모색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북핵이 드러나지도 않았던 시점이기 때문에 그런 대북정책이 갖는 위험성도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김대중 본인이 자신의 햇볕정책에 대해 '강력한 안보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사람들은 김대중이 서해교전 당시에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 갔다며 마치 안보를 등한시한 것처럼 비난하곤 하지만 그건 초점을 잘못 잡은 얘기이다. 만일 그때 김대중이 월드컵 결승전에 가지 않았다면 한국은 서해교전으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더 큰 국제적 이미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거야말로 서해에서 도발한 북한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상황이 달라졌다. 북핵과 미사일이 이미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조만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노골적으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 유화적이고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가? 지금 상황에서 평화적 방식으로만 북핵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양쪽이 주먹에 돌을 쥐고 있다가, 한쪽이 갑자기 총을 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총에 실탄을 장전해 위협한다. 이때 평화적인 방법으로만 해결하자는 얘기는 무릎꿇고 항복하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북한과 중국은 정상적인 협상 상대가 아니다. 해방 이후 70년 넘게 쌓아온 경험이 그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최소한의 신뢰도 갖기 어렵다.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합리적인 불신과 의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응이다.   지금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내세우며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 타협 일변도의 정책으로 나아가는 것은 실은 김대중과 그를 지지한 호남 정치의 상징자산을 결정적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김대중과 호남 정치는 정말 북한에 나라 팔아먹은, 반란세력의 누명을 벗기 어려워진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한반도가 북한 체제로 통일된다면 김대중의 햇볕정책도 영광스러워지는 것 아니냐고 여기는 정신병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영광이 아니다. 치욕이자 역사적으로 영원히 똥물을 뒤집어쓰는 결과가 된다.   북한 체제가 어떤 명분과 합리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그 체제가 영속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만일 북한 체제에 한국이 흡수되는 비극이 발생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김대중과 호남에게 귀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재인 정권은 정치적으로 폼나는 위치에 호남 출신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실권을 쥔, 예산과 인사권을 쥔 자리는 PK 친노 등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호남 출신들 나아가 호남 전체가 그걸 뒤집어쓰게 된다. 정치적인 자리와 명분이란 게 원래 그런 역할을 한다.   사실상 햇볕정책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문재인과 친노들은 철저하게 김대중과 호남의 정치적 상징자산을 공짜로 써먹고 있다. 실권도 없는 고위직 몇 자리 안겨주고 5.18 빅쑈 립써비스로 기분 맞춰주면서 등골을 빼먹는 전략이다.   내가 자주 사용한 비유지만 집문서 땅문서 선산 문서까지 빼돌리면서 짜장면 몇 그릇 사주고 생색을 낸다. 짜장면 몇 그릇 얻어쳐먹은 친구들은 "역시 우리 문재인"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찬양질하기 바쁘고.   정말 김대중과 호남 정치를 생각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의 햇볕정책과 김대중의 그것은 분명하게 다르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 김대중이라면 지금 문재인의 대북정책과 중국 정책을 철저하게 비판했을 것이라고 얘기해야 한다.   돌아가신 양반은 말이 없다. 결국 김대중의 정치적 유산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남은 자들, 그의 정치적 유산이 대한민국에 활용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몫이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김대중은 대한민국을 만든 두 기둥의 하나이자 위대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나라 팔아먹은 역적이라는 누명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이 김대중과 햇볕정책의 마지막 탈출구이다. 만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귀결된다면 그때 가서는 무슨 명분으로도 변명이 불가능하다. 백약이 무효이다. 제발 깊이 깊이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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