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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의 침묵…'김경수 영장심사' 앞두고 폭풍전야 긴장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17일 오전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는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특검팀 수사관들은 오전 일찍부터 사무실로 출근해 김 지사 구속 심사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검 사무실 앞에선 평소 곧잘 열리던 보수단체 집회도 열리지 않고, 고요만이 흐를 뿐이었다.   허익범 특검 본인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 사무실로 출근했다. 허 특검은 평소보다 유독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간단한 목례만 할 뿐 별다른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허 특검은 김 지사의 구속 심사와 관련된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수사 기간 연장은 검토하고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검토 중이다"라고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사무실로 올라갔다.  최득신 특별검사보도 무거운 표정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최 특검보는 특히 최근 정치권 및 여론에서 불거진 '정치 특검' 논란과 관련해 "그 말이 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며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검팀 내부적으로는 김 지사 구속 심사에 대한 준비가 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 지사 측과의 치열한 법정 공방에 대비하는 것이다.    특검팀과 김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 구속 심사에서 명운을 건 대결을 벌인다. 대결 장소는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이다.  특검팀 측에서는 김 지사 조사를 담당했던 파견검사 및 수사관 등이 심사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에 따라 최득신·김대호 특별검사보나 방봉혁 수사팀장 등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김 지사 측에서는 앞선 경찰·검찰 수사단계서부터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단이 방어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김 지사와 동명인 김경수(57·17기) 전 대구고검장이 '방패'를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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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더불어 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납북자’ 표현을 ‘전시실종자’로 변경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고 했다.“-조선 닷컴 2018/8/16.  이에 대해 이미일 ‘6. 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이사장은 ‘납북인사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송갑석 의원 등의 말인즉, 납북자란 말은 북한이 싫어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북한이 싫어하는 말은 사용하지 말기로 한다면, 없애야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사실과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말이라면 북한이 싫어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납북자’란 말은 사실과 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6. 25 남침 때 북한당국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인사들의 신병을 확보했다가 북으로 달아날 때 강제로 끌고가 수용했다. 이게 납북 아니면 뭔가? ‘보쌈’인가? 북은 “그들 스스로 입북했다”고 우기지만, 월북자와 납북자는 엄연히 구분된다.  북이 그러는 것이야 그들의 상투적인 짓거리라 치자. 그러나 대한민국 집권당이란 사람들은 왜 ‘납북인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북한의 용어조작 전술에 합세하는가? 원만한 남북관계와 ‘평화’를 위해서? 말은 좋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하나의 체통 있는 국가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이걸 내동댕이치는 ‘평화’란 평화가 아니라 굴종이다. 자존을 버린 국가는 국가도 아니다.  말 같지도 않은 말 집어치워야 한다. ‘실종자’ 아닌 ‘납북자’는 엄연히 있다. 여당의원 몇 몇이 아무리 지우려 해도 있는 건 있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해서 있는 해가 없는 게 되나? 쯧쯧쯧.

장상인

-나가사키(長崎) 평화 기념상 이야기   “거리가 보인다.” “Tally ho! 구름사이로 제2의 목표 발견!”   1945년 8월 9일 오전 10시 58분. 9,000미터 상공에서 투하된 원자폭탄은 4분 뒤인 11시 02분 나가사키시를 강타했다. 인구 24만 명 중 7만 4천 여 명이 숨지고, 건물 36%가 전소 또는 파괴됐다. ...피폭(被爆) 10년 만에 평화를 추구하는 의미에서 기념상이 세워졌다. 남성미 넘치는 청동 기념상   멀리 보이는 평화 기념상 얼마 전 필자는 나가사키(長崎) 마쓰야마초(松山町)에 있는 평화공원을 찾았다. 그동안 여러 번 방문했으나, 예전보다 더 정갈해진 느낌이었다. 공원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 편하게 오를 수 있었다. 관광객들의 노고를 도와주기 위한 배려인 듯했다. 공원에 오르자 시원한 분수대가 반겼다. 무더울 때라서 물줄기만 봐도 시원했다. 물줄기 사이로 멀리 커다란 동상이 보였다. 평화 기념상이었다. 이 기념상은 1955년 8월 8일 완성됐다. 작가는 기타무라  세이보(北村西望, 1884-1987). 나가사키 출신의 조각가로 도쿄미술대학 졸업생이다.   공원에는 많은 조각품들이 있었다. 대체로 평화를 상징하는 것과 인간애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 기념상은 다른 조각품들과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자료를 토대로 조각품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정리해 본다.   평화공원의 조각상   조각품의 표정에서 사랑과, 자비심이 느껴졌다. 인자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조각품의 높이는 9.7미터. 이를 받치고 있는 좌대를 포함하면 13.4미터가 된다. 무게는 약 30톤.   동상에 대한 찬반론도 만만치 않아 동상의 모델에 대한 뒷이야기도 분분하다. 우리가 잘 아는 프로레슬러 역도산(力道山)이라는 설과, 유도선수이자 지도자인 요시다 고이치(吉田廣一)라는 설이다. 또한, ‘서양의 원폭이라는 구극적 무력의 피해 장소에 건장한 서양 남자를 상징하는 동상이 평화 기념비에 부합되는가?’하는 의견도 분분했다.   조각상의 얼굴 하지만, 작가는 “조각의 모습이 특정 인종(人種)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인종을 초월한 인간으로, 때로는 부처, 때로는 신(神)으로 단지, 희생자의 명복을 빌 뿐이다”고 했다. 이글은 동상의 후면 작가의 말로 새겨져 있다.   평화 기념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시인도 있었다.  후쿠다 스마코(福田須磨子, 1922-1974). 그녀는 나가사키 사범대학에 근무하던 중에 피폭됐다. 부모님과 언니는 피폭으로 사망했다. ‘평화 기념상 설치에 부쳐서’ 시인의 이라는 시(詩)가 그녀의 심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무엇이든 싫어졌어요.원자폭탄이 떨어진 땅에 우뚝 솟은 거대한 평화상그건 좋아요, 좋다하여도그 돈으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돌로 만든 상(像)은 먹을 수도 없고, 배를 채울 수도 없어요. (중략)   평화! 평화! 싫증이 나도록 들었습니다. 평화 기념상은 그 당시 총 5,000만 엔(한화 약 5억 원)을 들여서 4년에 걸쳐서 제작됐다. 이 중 3,000만 엔은 국내외의 모급으로 충당했고, 2,000만 엔은 나가사키시의 예산으로 집행됐다.  ‘그 돈으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돌로 만든 상(像)은 먹을 수도 없고, 배를 채울 수도 없어요.’라는 피폭자 시인의 독백이 와 닿는다.   라는 시(詩)에도 피폭자로 살아가는 절절함이 배어 있다.   새해 첫날에절실히 내 생명을 사랑하노라원폭의 상흔(傷痕) 가슴에 안은 채절망과 고뇌의 가운데숨이 끊일락 말락 10년실로 살아서 왔도다.슬픔과 고뇌의 십자가를 좆아서... 피폭자의 상처, 누가 치료해주나?   당시 징용으로 끌려와서 나가사키 조선소 등에서 일하다가 피폭된 한국인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약 2만 명의 조선 사람들이 피폭됐으며 약 1만여 명이 폭사(爆死)했다. 비문의 내용을 다시금 옮겨본다. 일본인들이 세운 관계로 맞춤법이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조선인 추도비(碑) 그 후, 일본에 강제연행으로 끌려와 강제노동을 당한 조선 사람은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패전당시에는 실로 2,365,263명에 이르렀으며, 나가사키(長崎)현에도 약7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가사키(長崎)시 주변에는 약 3만 수천 명의 조선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며, 그들은 미쓰비시 계열의 조선소·제강소·전기·병기공장과 도로·방공호·군수공사장 등 토목공사장들에서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었다. 1945년 8월 9일. 미군의 원자폭탄투하에 약 2만 명의 조선 사람들이 피폭됐으며, 그 중 약 1만여 명이 폭사(爆死)했다.   우리들 이름 없는 일본사람들이 얼마간의 돈을 모아, 이곳 나가사키에서 비참한 생애를 보낸 1만여 명의 조선 사람을 위해 이 추도비를 건설했다. 지난 시기 일본이 조선을 무력으로 위협하여, 식민지로 만들고 그 민족을 강재로 끌고 와 학대혹사하며, 강재노동 끝에 비참하게도 원폭을 맞아 죽게 한 전쟁책임을 그들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이 세상에서 핵무기의 완전철패와 조선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염원하여 마지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상처는 씻어지지 않는 듯싶다. 그래도, 이름 없는 일본인들이 사과하고, 진정으로 그들의 명복을 비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내년 4월 퇴위를 앞둔 아키히토(明仁) 일왕(일본인들은 천황이라고 함)은 4년 연속 ‘깊은 사죄를 한다’고 술회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아베신조(安培晉三) 수상 등 약 7,000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아베(安培) 총리가 6년 연속 ‘가해와 고통’ ‘깊은 반성’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반성과 사죄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평화가 이룩될 것이다.

백춘미

올여름 상하이 극장가를 달군 최고의 영화는 ‘나는 약신(葯神)이 아니다’라는 작품이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최근 박스오피스 수입 30억위안(약 4900억원)을 돌파하며 막을 내렸다. 연초 개봉해 상반기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애국주의 영화 ‘홍해행동(紅海行動)’의 박스오피스 수입(36억위안)에 못지않은 성과다.      사회적인 반향은 더욱 크다. 7월 초 개봉과 함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영화를 언급하며 수입 항암제의 약가인하 조치를 끌어냈고, 개봉 후반에는 중국산 가짜 백신 사건까지 터지면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개봉 마지막 날인 8월 첫째 주말 찾아간 영화관은 여전히 관객들로 가득했다. “한 병에 4만위안(약 650만원) 하는 약을 3년간 먹다 보니 집은 없어지고 가족들도 망가져버렸다”는 백혈병 노파의 절규에 영화관은 일순 눈물바다로 변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신의 기름(神油)’으로 불리는 인도산 발기촉진제를 팔며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어느날 인도산 항암약을 대신 구해달라는 백혈병 환자를 손님으로 만난다. 결국 가게 월세와 부친의 수술비로 고민하던 주인공은 인도로 건너가고, 우여곡절 끝에 정품약과 동일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인도산 복제약(제네릭)의 판권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를 4만위안에 달하는 정품약의 8분의 1 가격인 5000위안에 팔아 떼돈을 번다.      이후 인도산 복제약의 판권을 ‘진짜’ 가짜약을 만드는 사기꾼 약장수에게 넘긴 주인공은 어엿한 의류공장 사장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인도산 복제약을 그에게 처음 소개한 백혈병 환자이자 동료가 다시금 비싸진 약가에 치료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자 충격을 받는다. 이후 주인공은 다시 인도산 복제약을 중국에 몰래 들여와 원가에 가까운 500위안에 손해를 보면서도 유통시킨다. 결국 주인공은 다국적 제약사와 유착된 경찰에 체포돼 ‘가짜약 유통죄’로 감옥살이를 하지만 백혈병 환자들 사이에서 ‘약신(葯神)’으로 추앙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킨 까닭은 실제 있었던 사건에 적당히 허구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은 상하이 인근 장쑤성 우시(無錫)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루용(陸勇)이란 기업인이다.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실제 백혈병을 앓고 있는 루용은 2002년 백혈병 진단 후부터 값비싼 정품약을 복용해왔다. 하지만 2004년부터 효능이 동일하지만 월등히 저렴한 인도산 복제약을 접하고 이를 들여와 다른 백혈병 환자들에게까지 유통시켰다.      문제가 된 항암약은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유명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다. 2004년 당시 한 달분 한 상자에 2만3500위안(약 385만원)에 달하던 글리벡과 동일한 성분과 효능을 가졌다는 복제약은 인도에서 불과 3000위안에 팔리고 있었다. 8분의 1 가격이다. 루용은 이를 대량구매 방식으로 중국에 들여와 가격을 최저 200위안(약 3만원)까지 낮춰 유통시켰다. 그가 백혈병 환자들로부터 ‘약신’으로 추앙받는 까닭이다.      물론 중국에서 당국의 정식 유통허가를 받지 못한 약은, 성분과 효능이 동일한 복제약(제네릭)이라고 해도 모두 ‘가짜약’으로 취급돼 단속 대상이 된다. 결국 루용은 당국으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가짜약’을 유통시킨 죄로 2013년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다. 하지만 300명이 넘는 백혈병 환자들이 탄원서를 올린 끝에 2015년 최종적으로 불기소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이 사건은 당시에도 중국 사회에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나는 약신이 아니다’의 실제 모델 루용.    영화 효과 시진핑까지 나서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허울뿐인 의료보험과 높은 병원 문턱, 폭리를 취하는 다국적 제약사와 유착된 의사와 의료 당국, 그 사이를 파고들어 짝퉁약을 파는 사기꾼 약장수 등 중국의 의료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중국에서 터진 가짜백신 사태에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까지 줄줄이 나설 정도로 확대된 것도 이 영화의 힘이다.      상하이의 한국 교민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도 의료다. 현지 의료보험이 없는 교민들은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국제병원’을 이용하는데, 숫자도 부족할 뿐더러 시설이나 환경에서 한국의 동네병원만 못하다.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에 걸려 내원해도 진료비가 500위안(약 8만원) 가까이 나온다. 민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고스란히 본인 부담이다. 의약분업이 안 돼 약을 병원에서 직접 건네주는데, 이로 인한 과잉처방 우려도 늘 상존한다.      이렇게 받은 약조차 최근 발암물질이 함유된 중국산 원료를 쓴 고혈압약 사태에서 보듯 반신반의하며 복용할 때가 많다. 상하이 교민들은 한국에 들어갈 때면 병원 처방을 받아 약을 산더미처럼 구해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감기 등 가벼운 질병은 현지 병원을 찾는 대신 한국에서 구해온 약을 먹으면서 최대한 버틴다. 필자 역시 한국에 나갈 때면 상비약을 최대한 공수해와 현지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려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 편이다.      병원을 찾는 대신 약으로 버티는 것은 현지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의 시설이나 환경, 서비스도 열악하지만 의료진에 촌지를 건네는 구태도 여전하다. 환자 뱃속에서 수술용 메스나 거즈가 발견되거나, 수술 후 신장이나 자궁이 사라졌다는 흉흉한 뉴스도 잊을 만하면 나온다. 반면 약국은 상하이만 해도 24시간 운영하는 약국이 654곳이나 될 정도다.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배달주문도 가능하다. 이로 인한 약 오남용 문제는 상존하지만 병원에 비해 편리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열악한 의료환경이 만들어낸 의료 소비행태는 한국 의료업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좀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최신 설비로 진료받기를 원하는 의료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는 중국인 의료관광객들이 증명해주듯 한국은 적어도 의료 방면에 있어서는 아직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치과, 성형외과 등 돈 되는 진료과목 분야에서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의사들도 제법 된다.      영화의 실제 모델인 루용이 인도산 복제약을 처음 알게 된 것도 한국 백혈병 환자들을 통해서였다. 2004년 인터넷을 통해 한국 백혈병 환자들이 인도산 복제약을 구해 복용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한국을 직접 찾기도 했다. 인도산 복제약을 직접 대량구매해 다른 환자들에게 분배하는 방식도 한국에서 배운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중국 백혈병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고 의료환경을 바꾸는 데 적지않은 기여를 한 셈이다.      “생명이 곧 돈이다”란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처럼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의료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중국에서도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암환자들이 약 구입에 쓴 비용만 1300억위안(약 21조원)에 달했다. 최근 항암제를 포함한 일반의약품의 수입관세를 면제하는 등 제약업에도 문호를 대폭 개방해 시장 진출 기회가 늘었다. 사람도 살리고 돈도 벌면 좋은 일 아닌가.

조성호

  주한미군사령부가 지난 6월 서울 용산을 떠나 경기도 평택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 직후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김희상 이사장은 “주한미군이 한수(漢水·한강) 이북과 이남, 어디에 주둔하느냐에 따라 전략적 의미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최신 시설을 갖춘 평택으로 이전했지만, 그곳으로 이동함으로써 그 가치가 전과 달라졌다는 의미였다. 김 이사장은 이를 “인계철선(引繼鐵線)이 무너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인계철선’이란 북한군의 주요 예상 남침로인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에 집중 배치돼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군이 자군(自軍) 병력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군 격퇴에 나서도록 만든 일종의 ‘전략적 고심작’이란 얘기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함께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가 대두되자 ‘북한이 기습공격해 한강 이북을 강점(强占)한 후 핵을 내세워 휴전을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돌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주한미군사령부와 달리 한미연합사령부는 평택으로 이전하지 않고 용산에 잔류했다. 그러나 연합사는 실병력이 거의 없는 ‘전시(戰時) 지휘부’ 성격이 강해 주한미군사령부의 이동과는 그 결이 다르다. 주한미군사령부의 이전으로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인계철선이 무너졌다’는 김 이사장의 우려가 심상찮게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한미군사동맹은 고심 끝에 만들어진 최후의 보루임에도 그 가치는 점점 퇴색하고 있다. 이는 소위 민주화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현 정부는 남북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통상적으로 실시해온 한미연합훈련까지도 잠정 중단했다. ‘인계철선’은 고사하고 한미군사동맹 자체에 균열이 일고 있다는 방증이다. 작은 균열이 붕괴로 이어진다는 건 상식이다. 안보태세에 틈이 생겨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한미군사동맹에 구멍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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